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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6

       엔리에게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나니 채팅창에 무슨 일이냐는 질문이 가득했다.

       

       슬로우 쿡이라는 게임을 하며 놀림을 당한 게 워낙 많다보니 저들이 바라는 걸 들어주기 싫다는 심술이 절로 생겨났지만.

       

       이번 일은 알리지 않기엔 너무 재미난 일이라 입을 다물 수 없구나.

       

       “엔리가 가만 내가 실패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러트리겠다는구나.”

       

       – ?

       – 그게 무슨 소리임?

       – 엔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음?

       

       “그럼. 있고 말고.”

       

       결국에 지금의 내기는 내가 엔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느냐 마느냐의 이야기이니까.

       

       엔리가 슬로우 쿡을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이 본인보다 적다면 결국 승리하는 것이지 않겠나.

       

       – 오. 그런 방법이.

       – 졸지에 스런 싸움이 됐네.

       – 화령냥이 가능성이 생겨난 건가!?

       – 엔리가 안 한 벌칙겜이 뭐가 있더라.

       

       결국 사람들은 일방적인 무언가보다는 대결을 더 흥미진진하게 생각을 하는 법이니.

       

       오랜 시간 방송을 보느라 지쳐 있던 이들에게서 새삼 활기가 도는 게 느껴지는 구나.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본인의 방송을 보며 본인이 실패할 때 진지하게 화를 내고 성공을 할 때에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던 이들 중에는 이런 갑작스런 변경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굳이 그거 받아줄 필요 있음? 가만 있음 이기는 건데.]

       

       – 너무 진지충 아니냐.

       – 어쨌든 화령이 수락한 건데.

       – 그래도 좀 추하잖음.

       – 엔리 추한 게 하루 이틀 일이냐 ㅋㅋㅋ

       

       “그대의 말은 옳다. 분명 본인이 엔리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더라면 본인은 내기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슬로우 쿡이란 것이 아무리 어렵다 한들 무의 길을 걷든 것보다 고되진 않으니.

       

       빠르건 느리건 차이가 있을 뿐 본인은 결국 이 게임의 끝을 보았으리라.

       

       허나 본인이 엔리의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만의 하나의 가능성이 생겨 버리고 말았지.

       

       그대가 지적한 대로 이는 분명한 사실이니라.

       

       허나.

       

       “승리를 위해 이를 악 무는 것은 전혀 멋이 없지 않으냐.”

       

       이기기 위해 발악하며 스스로의 재미와 신념을 포기하는 것은 약자의 발상이다.

       

       한 번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자가 지녀야 할 필사적임이란 소리다.

       

       본인은 그런 발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강자는 언제나 고고함을 지켜야 하는 법.

       

       설령 무언가를 잃게 될 지라도 상대가 발악하는 것을 허용하며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강자의 의무일 지어니.

       

       본인은 강자로써 엔리의 발악을 허용할 것이다.

       

       “그대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약자인가? 발악하지 않으면 승리하지 못할 그런 존재인가?”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만.

       

       – 캬.

       – 진짜 카리스마 장난 아니네.

       – 목소리랑 눈빛이랑 겁나 사기적이야.

       – 클립 따놨다.

       

       시청자들간의 갈등을 진정시키고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뿌듯하단 마음을 품고 있으려니 백호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무어냐. 지금쯤이면 한창 파이스의 세계에서 일을 하고 있을 녀석이 어찌 메시지를 보낸단 말인가.

       

       기이하다 생각을 하면서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나는 절로 새 나오는 헛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파이스 냥이 때는 왜 그렇게 필사적이셨던건가요! 제가 약자였잖아요! 봐줄 수 있는 거였잖아요!]

       

       계정 뒤에서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절로 알 듯 하군.

       

       파이스. 영웅으로써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모자랄 녀석이 왜 본인의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냐.

       

       할 말이 참으로 많긴 하다만 당장은 방송을 진행하는 중이니 짧게 하자꾸나.

       

       “참고로 이야기를 하자면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지에 대한 권리는 강자에게 있는 것이다.”

       

       본인이 엔리에게 자비를 베푼 까닭은 저 녀석에게 입은 은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임과 동시에 본인이 엔리를 친우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본인은 분명 네 녀석이 한 말의 책임을 지라 그랬겠지.

       

       파이스 그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대가 본인에게 입힌 은혜가 많았다면 본인이 그대를 제물 삼아 벌칙에서 빠져나가려 했겠느냐?

       

       당시의 파이스 네 녀석은 본인에게 은혜를 입히긴커녕 본인에게 입은 은혜가 더 많은 사내였을 지어니.

       

       본인이 그대를 제물로 삼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터.

       

       “이 말을 듣고서 꼬와진다면 본인보다 강해지거라. 그러면 그대가 강자로써 모든 걸 택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때가 온다면 본인도 약자로써 본인 스스로 했던 말을 지키도록 하겠다.

       

       물론 그런다하여 지금 수많은 방송에 흩뿌려지고 있는 그대의 영상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영상 후원이라는 것을 켜기만 하면 파이스냥이가 나와서 너무 행복하다는 엔리의 이야기가 떠올라 키득거리던 나는 항의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내리고 재도전을 하겠냐는 물음에 예라는 대답을 골랐다.

       

       “이쯤하면 충분히 쉰 듯 하니 바로 다음장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까.”

       

       – 제발. 제발 좀 넘어가 주세요.

       – 왜 자꾸 자기 멋대로 이상한 걸 추가하냐고!

       – 창작 금지! 대체 금지!

       

       “허어. 아주 열이 올랐군.”

       

       요리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이런저런 것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데 왜 이리들 참을성이 없는지 모르겠구나.

       

       여태까지 보아왔으면 알 것 아니더냐.

       

       본인이 어느 정도 기반을 갈고 닦았다는 것을.

       

       단순히 이 두 번째 장을 통과하는 것이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황이란 걸.

       

       그럼에도 본인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은 나의 목적이 단순히 이 장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이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스스로의 요리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니 기반을 잡았다면 그 위에 여러 가지를 세워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있던 것이거늘 왜 가만 지켜보지를 못하는 게야.

       

       – 충신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야 그 시도 중에 성공한 게 없었으니까!]

       

       – 아니 왜 성공한 적이 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

       – 추령님. 돌아오셨군요.

       – 창작 시도할 때마다 애리카한테 혼났으면서!

       

       “…크흠.”

       

       거 빌어먹을 놈팽이들 같으니라고.

       

       알겠다. 알겠어. 그대들이 바라는 대로 해주면 되지 않으냐.

       

       그 어떤 실험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요리를 해 2장을 통과하는 것을 바란다면 내 그리 해주겠다.

       

       -추령추령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겠다고 통과할 수 있는 건 맞죠?]

       

       “쓰잘데기 없는 말은 되었으니 지켜보기나 해라.”

       

       다시금 2장의 주방에 들어선 나는 수도 없이 반복했던 여러 잡일을 먼저 처리했다.

       

       이는 요리의 실력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잡기인지라 가볍게 넘어설 수 있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들이 하나 둘 가게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보통 저들이 시키는 요리는 두 종류였다.

       

       파스타 혹은 스테이크.

       

       어느 쪽이더라도 이미 숙련될 대로 숙련되어 눈을 감고도 만들 수 있는 것들.

       

       “7번 테이블 손님! 봉골레 하나! 안심 스테이크 레어 하나!”

       “확인했다.”

       

       7번 테이블이라면 저 쪽인가.

       

       몸집이 작은 여성 둘.

       

       동양계군.

       

       먼저 나간 빵에 소스를 찍어 먹으며 맛있단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간은 약간 짭짤하게 하는 편이 낫겠어.

       

       얼굴에 약간 기름기가 묻어나는 것을 보면 다소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듯 하고.

       

       이외에도.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핀 나는 버릇처럼 저들에 맞춰 레시피를 개량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실험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으니 이런 고민은 필요치 않겠지.

       

       보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중이 맛있다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 반나절 가까이 투자를 했는데 무어 고민이 있을까.

       

       “3번 테이블에 세트 2번! 그리고 7번 테이블 손님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네요!”

       

       애리카의 이야기를 듣고 어깨를 으쓱인 나는 느긋허니 손을 움직였다.

       

       음식을 어찌하면 더 먹기 좋은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그저 단순한 반복작업에 불과하다.

       

       머릿속에 그린 계획대로 하나하나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내어 놓고.

       

       뒷정리를 하고.

       

       또 다시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정신이 없어서 못 하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만 최소한 본인에게 이는 별 일이 아니었다.

       

       한 번에 여러 무인을 상대할 때에 비하면 너무도 손쉬워 하품이 나올 지경이니까.

       

       생각을 해보거라.

       

       여러 무인을 대적할 때엔 순간순간 저들의 움직임을 보며 본인의 수를 계획하고 수정해야 했다.

       

       위험을 마주한 채 목숨을 걸고 한 수 한 수를 점검해야 했지.

       

       그런데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은 어떤가. 주어진 의뢰를 주방 안에서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않나.

       

       숙련이 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해야했기에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했지만 여러 음식을 하는 데에 익숙해진 지금은 그저 머리에 그려진 것을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목숨의 위협도.

       

       일부러 위험을 짊어져야하는 상황도.

       

       시시때때로 뒤바뀌는 무언가도 없는데.

       

       본인이 이런 데에서 문제를 일으킬 리 없잖은가.

       

       “오늘 장사 수고하셨어요. 당신을 채용한 제 안목을 칭찬하고 싶어지네요.”

       

       그렇게 하루를 끝마치고 난 후. 애리카는 평소 보여주지 않던 미소와 함께 잘했단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본인이 반나절 동안 부여잡고 있어야 했던 2장이 마무리 된 것이다.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마님! 돌아오셨군요!]

       

       “본인은 어디에도 향한 적이 없다만?”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본인은 항상 여기에 있었다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그런 물음을 던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에게 목소리를 낼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후원이 쏟아진 것이다.

       

       – 기다리고있었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키야! 2장 통과! 천마펀치!]

       

       – 아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친. 진짜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였어?!]

       

       – 너무 잘해서 할 말이 없네.

       – 이럼 진짜 일부러 실패한 거란 소리잖앜ㅋㅋㅋ.

       – 사실 이상한 실험만 안하면 언제 성공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 시청자이빨탈곡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면 이렇게 잘하면서! 일부러 도네이션 받으려고!]

       

       시청자들의 호들갑을 보면서도 본인은 별 감흥이 없었다.

       

       저들이 어찌 생각하는지와는 별개로 어느 순간부터 본인에게 2장을 통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에 불과했으니까.

       

       무어. 그건 그거고. 저들의 후원에 감사인사 정도는 해주어야겠지.

       

       살짝 목소리를 낮추어 남자의 것으로 바꾸고.

       

       얼굴에 수줍음을 만들어 내고.

       

       우물쭈물거리는 움직임과 함께.

       

       “파이스냥이는 여러분들의 후원이 너무도 기쁘다냐!”

       

       – 엌ㅋㅋㅋ

       – 이거 봐도봐도 신기하네.

       – 대체 파이스를 몇 번이나 죽여야 만족할 생각인 거야.

       

       그 녀석이 쓰잘데기 없는 불평으로 본인을 귀찮게 했기에 거기에 응대해줬을 뿐이지만.

       

       그대들에게 이야기해줄 순 없으니 그냥 본인이 장난을 친 것으로 하자꾸나.

       

       시청자들의 호들갑에 적당한 인사를 돌려준 나는 즉시 3장으로 향했다.

       

       자아. 그럼 새로운 요리를 한단 핑계로 또 다시 여러 시험을.

       

       “아. 네가 애리카의 식당에서 파견온단 녀석이냐? 반갑다. 난 이 뷔페의 사장 부르노다.”

       

       흠?

       

       “서양식을 주로 했다고 들었다만. 그 파트은 이미 인원이 꽉 찬 상태거든. 그러니 그대를 중식 파트 쪽으로 넘기고 싶은데.”

       

       흐으음?

       

       “애리카가 극찬한 녀석이니 분명 잘 하리라고 믿는다.”

       

       …아니. 잠시.

       

       본인은 새로운 요리를 한단 핑계를 대고 싶었던 것이지 정말 새로운 요리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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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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