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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6

       그리고 대망의 방송일.

        

       “아마 오늘이 적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거실에 모여앉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짐은 벌써 싸두었다.

        

       짐은 모두 방송용으로 쓰는 방 안에 있었다.

        

       TV 방송을 보고 나서 바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쪽으로 오고 나서 쭉 만나온 시청자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돌아가면,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 알지도 못하고.

        

       “……이 집도, 떠나려고 하니까 조금 섭섭하네.”

        

       앨리스가 괜히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실 우리 원룸 떠날 때도 한 번 느낀 감정이잖아.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하면 못 돌아갈 것 같긴 한데.”

        

       “그건 그렇네요.”

        

       클레어의 말에 샤를로트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소리지만,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이 역시 생활하기에는 훨씬 좋았어요.”

        

       맞는 말이다. 나는 미아의 말에 동의했다.

        

       우리가 쓰는 방은 두 개뿐이었고, 한 방에는 세 사람이, 나머지 한 방에는 두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평소에 지내는 공간은 거실이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으면 언제든 비어있는 방으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가끔 방송방에 가 있기도 했고. 컴퓨터나 게임기는 모두 그쪽에 있으니까.

        

       “앨범은 챙기셨습니까?”

        

       “각자 매고 갈 가방 안에 하나씩 챙겨 넣어놨지. 몇 번 확인했어.”

        

       우리는 혹시 몰라서 비상용 식량까지 챙겼다.

        

       그러다 보니 다섯 사람이 맬 가방은 거의 백패킹용 가방만큼이나 커졌다.

        

       ……사실 침낭과 개인용 텐트도 하나씩 챙겼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만.

        

       우리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가 싶긴 한데, 그래도 걱정이 많은 편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저쪽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지보는 미리 꺼내두었다.

        

       이미 꽤 빛이 강해졌다. 우리가 지난 몇 개월간 해온 방송의 영향일까?

        

       아마 오늘 밤이면 훨씬 더 강해지겠지.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클레어는 아쉽다는 듯, 자기가 장식해둔 크리스—할로윈—마스 장식을 보며 말했다.

        

       “언젠가 돌아와 장식을 치울 날이 올지도 모르죠.”

        

       내 말에 클레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다. 결국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에 불과했으니까.

        

       “시간 됐어.”

        

       앨리스가 말했다.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채 TV를 켰다.

        

       *

        

       TV에서 나오는 영상은, 이 세계에서의 우리 생활의 총집편과 같았다.

        

       이제 와서 떠올린 거지만, 우리가 방송국 사람들에게 준 우리의 사진과 영상은 모두 최근 몇 개월 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여기서 그렇게까지 지내지는 못했으니까.

        

       아무리 여신이라도, 심지어 시간이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는 정도로 세상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여신이라도, 그 모든 과거를 새로 만들어냈다가는 일이 얼마나 꼬일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방송국 사람들이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도 여신의 농간 때문이었을까.

        

       “……아, 우리가 원룸에 살던 시절 사진도 같이 줬었구나.”

        

       다섯 명이 거의 꽉 찬 방에서 웃으며 카메라 쪽을 보는 사진이 화면에 나오자, 클레어가 중얼거렸다.

        

       스마트폰을 잡은 사람은 클레어였고, 나머지 네 사람은 카메라 쪽을 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샤를로트와 미아가 이쪽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사진이다.

        

       [이름도, 출신도 다르지만,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며 지내는 다섯 자매는 아주 가난하던 시절부터 함께 했다고 한다.]

        

       [그냥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어차피 우리 말고는 서로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나레이션 이후에, 방송에 나온 앨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조금 어색한 면이 보인다.

        

       방송의 MC와 게스트들이 조금 놀란 소리를 내고, 훈훈하다는 듯 작게 웃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만화경 같네요. 우리 기억으로 만들어진.”

        

       샤를로트는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말했다. 눈은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방송국 사람들이 와서 찍어간 우리 취미 이야기가 끝나고, 우리 이름이 사실 어느 게임 회사의 게임 이름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그 사연을 들고 일본의 게임 회사에 찾아가 보았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작게 웃었다.

        

       카메라에 찍힌 사장이나 스토리 작가, 그리고 게임 제작진은 우리가 직접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효과음과 화면에 추가된 이펙트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이리라.

        

       우리 다섯 사람이 게임 회사 투어를 하는 장면이 보였다.

        

       “친절한 분이셨는데.”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

        

       나는 그 시선을 무시했다.

        

       화면은 우리가 카메라를 향해 다 같이 손을 흔드는 것을 잡아주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오래오래, 우애 좋게 지내주세요~]

        

       뭔가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나오는 것을 보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화면은 다음 사연으로 넘어갔다.

        

       “생각보다 길게는 안 나오네.”

        

       “한 사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연을 번갈아 보여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이니까요.”

        

       나는 조금 아쉬워하는 앨리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것으로…….”

        

       미아는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지보를 내려다보았다.

        

       지보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심지어 샤를로트와 미아가 넘어왔을 때보다.

        

       지보를 본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이유로, 저희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환하게 빛나는 지보는 우리가 방송하는 동안 점점 더 빛났다.

        

       ……이러다가 진짜 터지기라도 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소리임?]

       [아ㅋㅋㅋ 컨셉 묵직하네]

       [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

        

       채팅창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그냥 올라오는 채팅이 혼란스러운 것뿐만이 아니라, 시청자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정말 즐거웠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밝게 지낼 수 없었겠죠.”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클레어의 아이디어 때문에 시작했고, 이쪽에서 그나마 밝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지분은 이 아이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렇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서 완전히 격리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복권되기 전에는 이 사람들 덕분에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수 있었고.

        

       얼굴을 직접 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전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맞아,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할 수 있다면 조금 텀을 두고라도 방송은 계속할게.”

        

       “즐거웠어요, 여러분.”

        

       클레어의 뒤로 앨리스가 웃으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그저 모든 게 어색했는데, 그래도 여러분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가요. 모두 부디, 건강하시길.”

        

       샤를로트도 벨부르 식으로 인사했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만나기를 기약해요.”

        

       미아도 조금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품에는 우리가 다 같이 찍은 사진을 안고 있었다.

        

       [?진짜감?]

       [가지마!!!]

       [어디가는데?]

       [왜 그렇게 진짜처럼 말해요ㅠㅠ]

        

       마지막 방송이니, 도네는 막아두었다. 우리가 꺼내 쓰지도 못하는데 돈 낭비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그럼, 가자.”

        

       클레어가 말했다.

        

       우리는 클레어가 내민 지보에 각각 손을 얹었다.

        

       등에 지고 있는 가방들이 하나같이 거대해서 비틀대느라 조금 불편했다.

        

       “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해요.”

        

       샤를로트가 농담하듯 말했다.

        

       “아, 방송은 그냥 이대로 켜두고 가도 될까요?”

        

       미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면 그때 끄도록 하죠. 전기세 정도는 몇 년이고 계속 낼 수 있으니까.”

        

       다시 돌아온다는 말에, 미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여기 있는 모두,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수 있기를.

        

       그때는 이 아파트마저 꽉 찰 정도로 잔뜩 데리고 와서, 정말 잔뜩 신나게 놀 수 있기를—

        

       “그럼…….”

        

       클레어는 잠깐 중얼거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빙긋 웃어 보였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자.”

        

       그리고,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

        

       “클레어! 실비아!”

        

       등에 멘 가방의 무게 때문에 바닥을 나뒹구는 와중에 들린 목소리는…… 이럴 수가. 내가 남자 목소리를 그립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레오.”

        

       클레어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사람은 레오였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 모두 교복이 아닌 다른—이쪽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의—옷을 입고 있었고, 등에 거대한 가방까지 메고 있었으니,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뭔가 설명하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나는 황급히 다시 얼굴을 내렸다.

        

       주변 광경이 여전히 우리가 마지막 전투를 했던 그곳이었던 것은 둘째치고.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내가 그렇게 그리워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으니까.

        

       “정말…… 다행이에요.”

        

       샤를로트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정말…… 정말 다행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대로 돌아왔으니 끗!

    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요.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어중간한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외전은 앞으로 조금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 이후에는… 어쩌면 여러분이 궁금해하셨던 if:if: 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실비아가 엄청나게 부끄럽고, 지금 본편에서 감옥에 가있는 어떤 어르신한테는 두번째 기회가 될 수 있는… 뭐 그런거요. 물론 그것도 이번 외전 길이처럼 길지는 않고, 그냥 그런 분위기다 정도일 예정입니다.

    모든 if 외전이 끝나면 본편의 후일담 단편을 몇 편 정도 쓰고, 이 이야기는 정말로 막을 내리려고 합니다.

    긴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디 마지막까지 즐기고 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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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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