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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7

        

       “외로운 섬이라 하였던가요. 독도라는 것은 외따로 떨어져 쓸쓸함이 가득한 섬이었습니다.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인지라 거기에 적을 두고 사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볼 것이 많아 여행객이 진득하게 머무를만한 매력 또한 없습니다. 다만 독도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많아 관광객으로 오가기는 하나 잠시뿐. 그저 새가 날아가다가 잠시 날개를 접고 쉬었다가 다시 날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잠시간의 외로움만을 달랠 수 있을 뿐이지요.”

         

       진성은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예, 참으로 달랐지요. 분명 외로워야 하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이 가득하고, 그 인기척은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는 있으나 섬 곳곳에 퍼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모순된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었지요.”

         

       “흐음. 으스스하게 들리는 이야기로군요.”

         

       “하하. 그럴 만도 합니다. 지금 제가 말하는 것은 귀기(鬼氣)라 불리는, 귀신에게서 느껴지는 섬찟한 기운에 관한 이야기이거든요.”

         

       진성은 김철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귀신은 오감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요.”

         

       “하하, 그럴 만도 하지요. 이건 괴담을 좋아하거나, 영적인 존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이야기거든요.”

         

       진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입을 닫았다.

       대화가 끊겼을 때의 적막함을 체감하라는 듯.

       자그마한 빛 바깥에 존재하는 어둠의 존재를 느껴보라는 듯 말이다.

         

       “귀신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악귀나 악령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뇨. 영감이 없는 사람의 눈에 보일 정도로 실체화가 된 그런 위험한 것들이 아니라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영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진성은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철썩거리는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착시 현상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그 흔들림은 마치 사람의 것처럼 변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철썩거리는 포말은 사람의 손가락처럼, 출렁이는 물결은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하얀 팔처럼 보일 때가 있지요. 물론 대부분은 착각이나, 거기에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빠져들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음입니다.”

         

       “섬찟한 이야기로군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 귀신은 자신이 죽었을 때의 방법과 밀접한 냄새를 풍기곤 합니다. 목매달아 죽은 귀신은 지린내가 나고, 불에 타서 죽은 귀신은 탄내가 나지요. 그리고 물귀신은 비릿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렇다면….”

         

       김철수는 진성의 말을 받아주었다.

         

       “독도로 갔을 때, 진한 물비린내를 느끼셨겠군요.”

         

       “그렇지요.”

         

       물비린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고 있음에도, 코를 마비시킬 것 같은 비린 냄새를 품은 바닷바람이 몰아치고 있음에도.

       그런데도 사람의 오감을 뚜렷하게 자극하고, 또렷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이질적인 물비린내.

         

       그것이 바로 물귀신의 흔적이요, 체취다.

         

       “그뿐만 아니라 범상치 않은 기척도 느껴졌지요. 사람들을 물로 끌어들여 자신과 같은 존재로 영락하게 만들고자 하는 물귀신들의 망념에 가까운 집착이 담긴 시선이나, 뭇 악령들이 품고 있는 악의(惡意)까지. 하나같이 범상한 것이 없었습니다.”

         

       “하기야 독도에서 싸운 능력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끔찍한 녀석들이었다고 하더군요. 저기 38선 넘어서나 볼법한 끔찍한 녀석이었다고….”

         

       “하하하. 그렇지요. 분명 그것들은 끔찍한 것들이었습니다. 물귀신에 기원을 둔 것부터, 그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몰골에, 범상치 않은 힘까지…. 대단한 녀석들이었지요.”

         

       진성은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했다.

         

       “…자연적으로 생겼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었습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나온 말은, 놀라울 정도로 무거운 말이었다.

         

       “자연적으로…라.”

         

       김철수가 자신도 모르게 반응할 정도로 말이다.

         

       “혹시 박진성 주술사님은…그 귀신들이 누군가의 수작으로 인해 독도에 왔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진성은 김철수의 질문에 표정을 굳혔다.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기에는 너무 과한 녀석들이지요. 물론 가까이 북한이 있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독도에 튀어나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우연이라는 게 무섭다고는 하지만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 떼를 짓고 무리를 지어서 독도에 둥지를 튼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겠습니까?”

         

       “흐으으음….”

         

       김철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인위적인 조작이라…?’

         

       정부에서는 의견이 갈린 상태였다.

         

       해상자위대의 구축함이 물귀신에게 탈취당했다는 것과 일본에서 테러를 목적으로 귀신을 끌고 독도로 오다가 실수해서 몰살당했다는 것으로 말이다. 물론 후자 쪽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서 독도의 악귀를 물리치려다가 실패하자 전자 쪽 의견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나름 쓸만한 실력을 갖춘 이들을 모아서 독도로 보냈는데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나올 정도면, 충분히 구축함을 습격해서 배를 빼앗고 독도에 들이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귀가 강한 덕분에 일본과 화해 기조에 들어서게 된다니, 거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독도를 점거하고 있는 악귀 덕분에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것을 그만두고 억지로나마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꼴이라니.

         

       마치 끔찍한 악귀들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다준 것 같지 않은가.

         

       “박진성 주술사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이고 신관 역시…?”

         

       “예. 말하기를 역장 밖으로 나가 섬을 둘러볼 필요가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여 같이 밖으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의견이라…. 그럼 혹시 뭐라도 발견하셨습니까?”

         

       김철수는 표정을 굳히며 진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말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진성은 그 얼굴 역시 진실로 묻어난 것이 아닌, 연기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다.

         

       진실하여 보임에도 그것은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음이라.

       하여 저것을 잠시라도 진실이라 생각한다면 저 거짓에 말려들어 대화의 흐름을 저쪽에 주는 것인즉.

         

       하여 진성은 거짓이 흐름을 주도할 수 없도록 진실을 말하였다.

       언제나 거짓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겠는가.

         

       이는 말에 힘이 실려있음이니.

       힘이 실린 말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믿음을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진성은 진실을 담아 말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수상쩍음을 느꼈지만,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고.

         

       그리고 김철수는 이러한 진성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맞으리라.

         

       독도에 있는 악귀들은 끔찍한 녀석이었으니까.

       당장 자기 목숨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리라.

         

       ‘하기야 온몸에 화상까지 입어가면서 목숨을 건졌는데…. 뭐 조사할 시간이나 있었겠어.’

         

       김철수는 그렇게 머릿속에 퍼즐을 짜 맞췄다.

       그 퍼즐 조각은 상식이란 틀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식은 말하고 있었다.

         

       진성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저 말의 앞뒤가 나름 다 맞아떨어지지 않느냐고 말이다.

         

       눈앞의 주술사가 말하는 것에 모순은 없었고, 거짓을 말하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저 주술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진실을 말할 때 느낄 수 있는 묘한 힘이 있었으며, 사람이 거짓을 말할 때 으레 보여야 하는 신체의 반응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경계심을 낮출 필요도, 과하게 연기를 하며 관찰할 필요도 없다.

         

       상식은 그렇게 김철수의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였다.

         

       ‘의심을 거둬야 하나?’

         

       게다가 이러한 생각은 진성의 말이 이어지면서 더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발견한 것이 없다고 한들 의심이 사라지지는 아니하였습니다. 심증조차 되지 못한 것이지만, 저의 의심은 저 위쪽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위쪽…이라면?”

         

       “북쪽, 그리고 서쪽입니다.”

         

       “북쪽과 서쪽이라….”

         

       보라.

       저 주술사를.

       당당하게 자기 감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는 저 주술사의 모습을.

         

       기행을 일삼는 주술사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닌가.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근거가 없다고 해서 헛소리는 아니다.

       주술사의 확신은 근거는 없을지언정 진실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들을 건 다 들은 것 같군.’

         

       그는 일단 들어야 할 것은 다 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대화를 자연스럽게 파하기 위해 진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스탠드 조명에 비친 진성의 빨간 피부를 보고는 불편한 듯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박진성 주술사님의 부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흥미롭게만 들리지는 않는군요. 이거 참….”

         

       김철수는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 미안하다는 것처럼, 남에게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배려를 못 했다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 표정에서부터 몸짓까지 완벽하게 말이다.

         

       “크흠, 이거 실례했습니다. 제가 배려를 못 한 것 같군요.”

         

       김철수는 배려를 못 해서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진성에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일부러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든 뒤, 자연스럽게 돌아갈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몸조리 잘 하시길….”

         

       그렇게 김철수는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박진성이 왜 갑자기 역장 밖으로 나섰다가 아침에나 발견되었는지 알아보는 임무를 말이다.

         

       그렇게 다시 빌딩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외부와 단절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빌딩은 다시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사람 하나.

         

       그리고….

         

         

         

        * * *

         

         

       같은 시각.

       아나스타시아가 소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여기, 나온다고 하더라구….”

         

       “뭐가? 귀신이?”

         

       “아니, 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웃과 마찰이 있는 것은 참 피곤한 일입니다.
    그 이웃이 돈도 내지 않고 위에 멋대로 자리를 잡았고, 끔찍하게도 시도때도 없이 운동회라도 하는 것처럼 두두두 거리는 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기주장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절묘하게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자야 할 때를 노려서 소리를 내는데, 벽이 얇아서 그런지 너무나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발소리가 들립니다. 게다가 뭐가 그리 근질근질한지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실시간으로 집을 망가뜨리기까지 하니….
    이 시도때도 없이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불청객 덕분에 요 근래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네요.

    게다가 좀 조용히 하라고 바닥을 샘복을 이용해 툭툭 쳐서 경고를 줘도 그때만 잠시 조용할 뿐.
    조금만 지나면 언제 경고를 받았냐는 듯 뛰노는 것이 참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후의 방법으로 유튜브에서 싫어할만한 초음파같은 소리를 찾은 뒤 스마트폰을 천장에 딱 붙이고 재생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소리가 어찌나 강력한지 제 귀에 이명이 들릴 수준인지라, 결국 보복조차 포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층간소음을 견디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제 밤에 천장을 샘복으로 툭툭 치며 마지막 경고를 했고, 그 최후통첩조차 무시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늘 참초제근의 마음으로 이 이웃들과 작별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려 합니다….

    이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이웃이 누군고 하니….

    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쥐가 천장과 지붕 사이에 자리를 잡았네요.

    날씨가 추워졌으니 피신을 한 것 같은데…그렇다고 제 방 바로 위에서 층간소음을 일으키고, 집을 갉아먹는건 선을 넘은 것이지요…
    오늘 도착한 약을 곳곳에 뿌렸으니 곧 죽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햄스터, 기니피그, 카피바라, 래트 등의 설치류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학을 떼게 만든 이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쥐들이 무사히 약을 먹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만약 이 불청객들이 이사를 가거나 약을 먹고 니플헤임으로 떠난 것이 확인된다면 기쁨을 담아 그 날 3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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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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