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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7

       

        

        

        

        

        

        

        

        

        허공에 홀로그램이 덧씌워진다.

        

        그것은 단순히 전투에 돌입한 두 명의 시선과 감각만을 혼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천장 곳곳에 설치된 프로젝터가 가동되며 현실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든 두 개의 손잡이는 단검이 되었고, 얇은 판과 막대기를 든 사람은 바이킹이 되었다.

        

        목의 접속기가 수많은 신호를 신체에 전송한다. 그 순간 프로게이머가 착용한 장갑과 팔뚝, 허리, 허벅지, 다리와 발에 달린 얇은 엑소 슈트가 신체의 활동을 보조하고, 추가적으로 증강시킨다. 그리하여 1천년 전의 바이킹이 현실을 찢고 나타났다.

        

        그 건너편, 가죽 갑옷을 입은 한 명의 인영이 있었다.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기묘한 조화. 마치 빅토리아 시대에 존재하는 암살자를 연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으나, 결코 숨길 수 없는 뱀의 꼬리가 요염하게 움직이며 그 자리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착각을 부쉈다.

        

        서로가 한 발자국씩 내딛었고, 가까워진다.

        

        단검에 비하면 한없이 둔중한 바이킹 소드가 공기를 가로로 찢어냈다.

        

        

        

       ───부우웅!

        

        

        

        바이킹 소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비교적 가벼웠다.

        

        그리하여 손목을, 팔을, 보폭을,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연속적인 공격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살상 영역에 합법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는 그것을 사뿐하게 피해낸다. 역보정이 작동 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깃털같은 움직임이었다.

        

        범인은 일일이 캐치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많은 수 싸움이 이어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공간 장악력은 현재 클래스 – 지배자를 플레이하고 있는 프로게이머인 ‘헤일로’가 10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까지 유진은 단 한 번도 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갈리고 있는 듯한 공세와 수세.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프로게이머들, 코치들, 그리고 200만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런 그림에 속지 않는다.

        

        

        

       “…야, 나만 소름끼치냐?”

        

       “이거 뭔가…게임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악어 이빨 게임이라는 고전적인 보드게임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는 해적 룰렛이 존재했다. 한 사람씩 악어의 이빨을 누르거나 통에 칼을 꽂고, 악어에게 물리거나 통에서부터 튀어오르는 해적을 맞이하게 될 불운한 희생자를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 플레이어는 헤일로 단 한 명이었고, 유진은 입을 닫길 기다리는 악어이자 동시에 튀어나갈 준비 중인 해적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헤일로가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순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깊디 깊은 독사의 이빨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진의 플레이가 조금 더 변형되기 시작했다.

        

        

        

       “흐읍…!”

        

       “어우.”

        

        

        

        공격도 하지 않는다.

        

        반격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좀 더 근거리에서 대담하게 헤일로의 공격을 피해낸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음에도 바이킹 소드의 칼끝은 가죽갑옷 끄트머리조차 베어낼 수 없다. 그저 신기루처럼 일렁일 뿐. 하지만 그것은 적의 마음이라는 토양에 의심과 불안이라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행위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유진에게 공격을 가하는 유저 역시도 인내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공격을 먹일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린다. 숨을 쉬는 타이밍마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빡빡한 전투였다.

        

        바로 그 사실이 승패를 갈랐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손목 스냅으로 인해 단검이 허공으로 튕겨올라간 것이었다.

        

        

        

       “어…?”

        

       “아니, 잠깐만, 이게 뭔.”

        

        

        

        오직 유진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낚였다.

        

        반짝거리는 단검이 몇 번이고 회전하며 지면으로부터 3m 위로 떠올랐고, 헤일로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무기에 쏠린 순간 – 유진은 몸을 뒤로 굽혔다. 반쯤 본능적으로 행해진 범위 공격이 그녀의 머리 위를 휩쓸었고, 그녀는 그 순간 헤일로의 허벅지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붉은 색의 경고문이 떠올랐다.

        

        

        

       -[경고 : 왼쪽 허벅지 손상을 감지. 봉공근 및 대퇴동맥 절단.]

        

       -[경고 : 기동성 하락 및 상태이상 실혈 부여.]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던 상세한 대미지 누적 및 상태이상 부여 시스템. 

        

        그러나 하드코어 모드라는 사실이 그 위로 겹쳐지며 그동안 빛조차 보지 못했던 숨겨진 사실이 꺼내졌고, 헤일로는 그 시점에서 궁지에 몰린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리 되었다.

        

        그로부터 15초 가량이 지났을 즈음, 헤일로는 턱부터 대뇌까지 이어지는 수직 관통상 판정을 받은 후 방패와 막대기를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꼴을 가만히 바라보던 헤일로가 덧붙였다.

        

        

        

       “두 번만으로 적을 죽인다는 게 도대체 뭔 소리인가 했는데, 직접 겪게 되서 참…영광입니다.”

        

       “하하.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아, 그건 아니고. 앞으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어서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ㅋㅋㅋ은ㅋㅋㅋㅋ건ㅋㅋㅋㅋ나눠야ㅋㅋㅋㅋㅋㅋㅋ

       -나만당할수없다 정신이 또 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나도맛봐야지크아아아악x1000

       -아니근데진짜씨1발존나멋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도로 단련된 살인기예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그동안 글로리 앤 아너에서 봐왔던 힘과 힘의 대결, 묵직하고 육중한 타격음, 몇 번이고 오가는 수 싸움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전투가 200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의 안구를 강타하자, 반응은 그 무엇보다도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단검이라고 하는 무기의 특성이기도 한 ‘짧고, 빠르며, 많은 타격’은 유진의 근접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 무엇보다도 압축적이면서도 정련된 공격은…이른바 이런 근접 전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광경을 직접 눈 앞에서 목격할 예정인 유저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으므로, 코치는 주변을 슬그머니 둘러보더니 입을 열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직접 보니…좀 많이 인상깊네요. 여러가지로 배워야만 하는 점도 많은 것 같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보고 훔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많이 배워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물론 그럴 예정입니다, 하하.”

        

        

        

        그 순간 띄워지는 방금의 전투 영상.

        

        몇 분짜리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진이 단검을 급소에 꽂아넣는 단 두 개의 장면이었고, SSM의 코치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다니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확실히, 현 시점에서 유진 유저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가 없군요. 얼핏 보기엔 이건 게임 시스템이나 선수의 문제라기보단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 같은데….”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선문답.

        

        이를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 요컨대, 이 자리에 모여있는 SSM 선수들을 비롯한 모든 글로리 앤 아너 플레이어들은 유진이 어느 순간 어떻게 공격을 가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리였다.

        

        무조건 허벅지나 팔꿈치, 목과 같은 급소를 공격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 라고 말한다면,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공격이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리고 공격 기회를 어떻게 창출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단 게 진정한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외부로 반출되지조차 않는 군용 단검술 – 유진이 어레인지한 – 의 특징이기도 했다.

        

        

        

       “요컨대 저 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프로게이머 친구들의 머릿속에는 50명이 넘는 클래스의 모든 공격모션과 움직임, 공격 예비 동작 및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이 근육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어있죠. 하지만 유진 유저에 대한 데이터만큼은 없다는 소립니다.”

        

       “새로 출시한 클래스랑 붙는 거랑 똑같잖아, 그럼.”

        

       “그거랑 같냐. 모지리년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평균적으로 출시한 지 길어야 5일 안에 거의 모든 데이터 분석이 끝나는 글로리 앤 아너 공식 출시 클래스와는 다르게, 눈 앞의 이 사람은…글쎄올시다.

        

        유진이 프로게이머가 아니라는 점에 모두가 마음 속으로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물론, 여지껏 나열했던 모든 사실들이 ‘유진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런 것도 없다’는 사실과 동치가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중요한 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임기응변과 개인의 기량이지요. 어떻게 보면 다크 존과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에 처해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하.”

        

        

        

        사람에게 총을 들려놓고 신체능력의 보조만을 더한 뒤 자유롭게 풀어놓는 다크 존.

        

        사람에게 냉병기를 들려놓은 뒤 각종 공격 모션까지 부여한 글로리 앤 아너.

        

        사람과 사람이 교전을 벌이는 이상 절대로 모든 변수를 전부 예측할 수 없는 전자와는 다르게, 한정된 공격 모션끼리 부딪히는 이상 글로리 앤 아너의 전투는 개개인의 기량과 임기응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유진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뭐, 요약하자면…적어도 제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전원과 검을 나눠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는 소리로군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 이 먼 곳까지 모신 이유가 없지요.”

        

        

        

        그닥 멀리서 오진 않았는데…하고 중얼거리는 유진을 뒤로 한 채, 죽상이 되어버린 두 번째 선수가 장비 착용을 마치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입이 열렸다.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승리를 목표로 하셔야죠.”

        

        

        

        그리하여 두 자루의 단검이.

        

        한 자루의 클레이모어가 서로를 겨누었다.

        

        오늘 유진의 단검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피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이거, 슬쩍 낑겨들어서 구경이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재수없으면 불똥 튀겠네.”

        

       “한 번 구경하러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CQC 강의랍시고 유진 쌤한테 붙잡히게 될 걸. 안 봐도 비디오야.”

        

        

        

        한편, 그로부터 수직으로 30m 가량 떨어진 같은 건물 안.

        

        200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 중 한 명이기도 한 다이스가 심드렁하게 덧붙였다.

        

        물론 그녀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저 게임에 역보정 기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다크 존 할 때도 좀 쓰지 그랬어요.”

        

       “그래서 역보정 안 걸어도 전부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늘려줬으니 된 게 아닐까요?”

        

       “아잇,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식한 해결법이다 ㅋㅋㅋㅋㅋ

       -다이스 니도 로건 한번 잡은 적 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애들 표정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안심하고 있어 니네도 곧 저렇게 될거야 ㅋㅋ

        

        

        

        

        다이스와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걷는다.

        

        SSM 엔터테인먼트 – 글로리 앤 아너 프로게이머 친구들과 대략 4시간 가량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오후 4시 20분. 드디어 본격적인 두 번째 스케줄이 개막했다.

        

        현재 날 포함한 두 명이 향하고 있는 곳은 건물 내부의 대강당이었다. 언젠가 한 번 말한 적 있었지만 오늘은 SSM 소속 뿐만이 아니라 작년에 나와 그닥 인연이 없었던 구단의 유저들도 여럿 올 예정이었으므로 부득이하게 큰 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 다이스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이번 년도에는 한 번 신체능력에 역보정 걸고 출전해보는 거 어때요?”

        

       “파이널 챔피언십까지 경기 안 뛰고 갈 수 있는데, 지난 번처럼 대회 랭크에 예선 랭크, KSM, 아시아 예선전까지 전부 치르기는 좀….”

        

       “…그럼 내년은 나올 거죠?”

        

       “생각은 해볼게요.”

        

        

        

        캬아악!

        

        물론 나한테 성질부리는 다이스는 굳이 팔다리를 쓸 필요도 없이 꼬리만으로도 원활하게 제압이 가능했다. 그리하여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허리가 꼬리로 감싸이고, 팔과 다리가 꽁꽁 묶인 다이스는 허공에 뜬 채 실로 기묘한 모습으로 대강당에 입장했다.

        

        사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푸핫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중 누군가는 타이밍이 좋지 않아 음료수를 마시다가 이 꼬라지를 보고는 반쯤 기화한 액체를 전방으로 분출했다. 무슨 물뿌리개 보는 줄 알았네.

        

        그렇게 다이스를 한껏 움직이는 웃음벨로 만들고 난 뒤, 천천히 인사부터 했다.

        

        그 후 이어지는 말.

        

        

        

       “사전에 공지했지만, 저는 이번 년도에 파이널 챔피언십으로 가는 여정에 선수로서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번 년도는 오롯이 여러분들을 위한 무대가 될 예정이고, 리퍼 인펙티드, Xi, SSM, 그리고 클리어 스카이를 제외한 분들에게도 그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줄 예정입니다.”

        

        

        

        공식적으로 내뱉을 만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당연하겠지만, 좋게 말하면 업보였고…나쁘게 말하면 작년의 내가 너무 이를 악물고 동행한 프로게이머들을 가르쳐버려서 생긴 폐해였다. 다이스는 말할 것도 없고, 갬빗과 잉크, 미카엘은 그야말로 파이널 챔피언십을 때려부쉈으니까.

        

        작년에 20등 밖으로 빠져나간 친구가 아예 없었단 사실을 감안하면, 아마 저 네 명은 이번에야말로 10등 안에 들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와중 구단의 2군과 연습생들에게도 아낌없이 내게 배운 지식을 퍼붓고 있을 것이고.

        

        뭐, 이리저리 많이 덧붙이긴 했지만, 이젠 선택받지 못한 후발주자들을 좀 키워줄 시간이었다.

        

        

        

       “이리 생각하니까 뭔가 유진 씨가 AP 비선실세 같은데요.”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잖아요?”

        

        

        

       -업보다 업보wwwwwwww

       -비선실세(딱히틀린말아님)

       -존재자체로 청출어람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

       -뭐요??? 물로켓이요? 이 사람은 그냥 로켓인데요??????

       -물로켓론)유진만 빼고 다 물로켓이라는 뜻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내 존재만으로 게임의 판도가 뒤틀린다는 건 조금 웃기긴 했지만….

        

        근데 다크 존이란 게임 자체가 내 과거를 바탕으로 한 게임 아닌가? 내가 없으면 애초에 만들어지지조차 않았을 거고, 그동안 코묻은 게이머들 돈 달달하게 빨아먹어서 재미 좀 봤으면 원작자가 재미 좀 보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도 감수할 줄 알아야지…라고 할 뻔.

        

        전혀 도움 안 되는 쓸모없는 생각을 곱게 마음 속 안쪽의 소각로에 접어넣은 뒤, 눈 앞에 떠오른 구단 라인업을 살폈다.

        

        GEARUP.

        

        아르카디아 게임즈.

        

        레기오 인빅타.

        

        TK1.

        

        블랭크 키커스.

        

        베리타스.

        

        

        

       ‘…작년에 나랑 같이 못 갔던 친구들이 무지하게도 많구만.’

        

        

        

        그리고 이들은 앞으로 새로이 유진스쿨에 합류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리 생각해보니 문득 머릿속에…이제는 유진스쿨을 N기생으로 나눠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단계적으로 가르쳐왔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되었다.

        

        1기는 하모니와 다이스, 2기는 작년에 같이 파이널 챔피언십에 나갔던 친구들, 3기는…좀 뒤늦게 합류한 카토와 진, 레인, 블루밍 정도려나. 그렇다면 위에 열거했던 6명의 구단에서부터 뽑혀 보내진 친구들은 4기가 되려나.

        

        잘못하다간 이번 국가대표 친구들도 유진 호 2기라고 불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무튼 오늘은 뭔가 거창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런 걸 말해주려고 온 건 아니었다.

        

        작년에 선택받지 못한 여섯 구단의 정예 멤버들은 블루밍과 SSM을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한참 전부터 계속해서 봐주고 있었기도 하고, 대회 랭크가 꼴랑 5일도 안 남았으니 이 이상 관여하기엔 좀 그렇지. 자세한 건 대회 랭크 결과가 나와야 하니까.

        

        그리하여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이들에게 약간 아쉬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다들 예상하고 있겠지만, 이번 년도는…제가 광고를 좀 받은 관계로 조금은 소홀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잠깐 한눈을 판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탈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번에 광고받은 게 그 유명한 명예와 영광인가요? 챌린저 찍고 돌아오실 거죠?”

        

       “그럴 예정이긴 한데, 바쁜 이유는 약간 다릅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이벤트성으로 추가할 모드가 예정되어 있어서 말이죠.”

        

        

        

        내가 딱히 입을 열지 않아서 그렇지, 딱히 엠바고도 없다고 사전에 안내받았으니…괜찮겠지.

        

        강당 안의 수십 명이 일제히 귀를 쫑긋거리며 내게 시선을 집중하는 것을 잠시 흘겨보았다. 누가 봐도 ‘그게 도대체 뭐냐’는 눈빛이었다.

        

        

        다물어진 내 입이 열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달에 있을 공식 글아너 대회의 막바지에 1 : 300 이벤트 레이드 매치가 있을 예정이라서요. 거기 좀 참가할 예정이라 그렇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나는 흔쾌히 동의했고, 1 : 300 중 누가 1인지는 안 봐도 뻔한 이야기였다.

        

        삽시간에 여러 의미로 박살나버린 분위기를 뒤로 한 채, 나는 궁색하게 덧붙였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1 : 300?????????????미치셨어요?????????????????????????

       -미친련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은 아무리봐도 진짜 도른사람같아요

       -하긴 맨정신이면 이런말안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우장비조운 트리플퓨전해도 발끝도 못따라올거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왜.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내 조그마한 변명은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여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마 외전 마지막 즈음에 나올 1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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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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