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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7

       중식이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본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과거 본인을 괴롭게 만들었던 무림에서의 음식이었다.

       

       음식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아까운 그 빌어먹을 것들은 본인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환단으로 식사를 때우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지.

       

       거기에 더해 지금 본인이 어지간한 음식을 먹으며 이 정도면 그 개같은 것들보다 훨씬 낫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된 원흉이기도 하고.

       

       아. 물론 본인도 현대의 중식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현대에 넘어오고 나서 엔리의 손에 이끌려 먹어보았던 것들은 하나 같이 본인이 지닌 중식에 대한 편견을 깨줄 만한 것들이었으니까.

       

       다만 그 전에 겪어보았던 것들이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그럴 뿐.

       

       “중식 별로 안 좋아해?”

       

       내 표정이 미묘하다 여긴 것일까. 3장에서 새로이 만난 남자는 내게 다른 곳을 가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아니 괜찮다. 중식을 싫어하진 않는다. 다만 그것의 조리법을 잘 알지 못할 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잘 알려줄 테니까.”

       

       중식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남자의 말에 나는 기꺼이 그 배려를 받아들였다.

       

       “전부.”

       “…응?”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만.”

       

       굳이 과거의 지식까지 뒤져 본다면 무림에서 약탈하듯 뺏어 온 몇 가지 지식이 있긴 하다만.

       

       그걸 현대에서 구현했다가는 귀중한 음식으로 무얼 하는 짓이냐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 뻔한데 그대의 앞에서 선보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니 그냥 아무런 지식도 없는 셈치고 기반을 쌓도록 하자꾸나.

       

       내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남자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서양 요리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

       

       – 억까하려다 자기가 억까당하게 생겼죠?

       – 요리 전술병기 화령을 받아라!

       – 감당할 수 있겠나… 이 요리치를…

       

       “…본인이 여태까지 좀 추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만 말이다. 작금의 본인은 그 정도로 끔찍하지 않다 생각한다만?”

       

       그대들이 이야기했듯 요리에도 만류귀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 않았느냐.

       

       서양의 요리를 하며 이것저것을 배운 본인이 새로이 무언가를 배운다 하여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끔찍한 모습을 보일 리가 있는가.

       

       “크흠.”

       

       시청자들에게 한 소리를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정신을 차린 남자가 헛기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일단 한 번 네가 아는 중식을 만들어 볼래? 그걸 가지고 뭐가 부족한 지 알려줄 테니까.”

       “그러니까 아는 것이 없대도?”

       

       내 같은 이야기를 굳이 반복해야겠느냐?

       

       중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무슨 중식을 만들라는 이야기인가.

       

       요리에 열중하다 보니 사람의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 모양이구나.

       

       “…그. 그렇구나. 그럼 레시피를 줄 테니까 따라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아아. 그 정도야. 뭐.”

       

       만드는 방법이 적힌 것을 준다면이야 얼마든 할 수 있지. 본인이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제야 남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건네주었다.

       

       [찹쌀 탕수육을 만들어 봅시다!]

       

       “우리 뷔페에서 제일 인기 있는 메뉴야. 네가 중식 파트에 들어가면 제일 많이 해야 할 메뉴기도 하고.”

       “알겠다. 한 번 해보지.”

       

       – 과연 이번에 화령령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그래도 실력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잖아? 가능할 거 같은데.

       – 스테이크 처음 할 때를 생각해. 이 사람은 뭐 바뀔 때마다 초기화야.

       – 아 ㅋㅋ. 한숨 자고 와야 겠다. 그 때 되면 괜찮아져 있겠지.

       

       *

       

       엔리는 예전에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플레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야겠지.

       

       슬로우쿡은 출시 전부터 커다란 기대를 끌어 모은 게임이었다.

       

       그 당시 VR요리게임이라는 것은 대부분 나사가 빠져 있는 것들이 대부분.

       

       요리를 한다는 감각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똥겜이나. 설령 요리하는 부분을 그럭저럭 괜찮게 만든 곳이 있다 한들 요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니.

       

       화룡무인과 아피스 등 여러 게임을 거치며 극한의 현실성을 자랑한다 평가 받던 회사에서 요리 게임을 만든다 발표 했을 때 사람들의 기대가 쏠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종합게임 스트리머로 활동 중이던 엔리는 슬로우쿡이 출시되자마자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자신의 오랜 자취 기간동안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보여주겠다면서 말이다.

       

       엔리라는 물론 엔리의 방송을 보는 사람 중에서 그녀의 자신만만함을 믿는 이는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엔리라는 스트리머는 보통 자신감이 넘치면 넘칠수록 처참하게 실패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번에도 잘 할 수 있다 이야기하다 어버버거릴 것이라는 것이 시청자 대부분의 예상이었지.

       

       허나 당시 엔리는 사람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깨부숴버렸다.

       

       그녀는 정말로 요리를 잘했던 것이다.

       

       실제 식당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다소 헤매는 부분이 있을 지언정 당시 그녀가 보여주었던 요리실력 자체는 명백한 진실이었을지어니.

       

       엔리는 대부분의 스트리머보다 빠른 속도로 슬로우쿡을 진행해나가며 시청자들의 칭찬을 온 몸으로 받게 되었다.

       

       평소 시청자들에게 까이기만 하다가 대단하다느니 진짜 잘한다느니 하는 칭찬을 듣게 된 엔리는 신이 나서 더 슬로우 쿡에 열중했다.

       

       어느 시청자의 말에 이끌려 켠왕을 하겠단 선언을 할 만큼이나.

       

       허나 그 기쁨은 그리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슬로우 쿡이라는 게임은 한 장을 클리어 할 때마다 급속도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튜토리얼은 누구라도 레시피를 따라하면 클리어할 수 있다.

       

       심지어 보정기능을 잘 활용하면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하지.

       

       1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 같은 경우에는 당황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2장은 손님도 많아지고 요리해야 할 것도 많아지지만 거기까지도 괜찮다.

       

       문제는 3장부터다. 뷔페에 파견을 나왔다는 설정에서 시작되는 이 파트는 유저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대뜸 하게 만든다.

       

       불만을 표한다 한들 이전의 장에서 해왔던 요리를 하는 건 불가능. 반드시 새 요리를 접해야하지.

       

       물론 가르쳐 주는 것이야 잘 가르쳐 준다만 새 요리를 익힌다 한들 3장을 클리어할 순 없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던 애리카의 식당과는 다르게 한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뷔페 특유의 부산함과 혼란스러움이 3장의 진짜 벽이니까.

       

       이 곳에서 지옥 같은 주방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 이들은 대부분 이런 건 내가 바라는 요리 게임이 이니야!를 외치며 게임을 포기한다.

       

       현실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사람들이 재현도가 너무 뛰어나다며 헛웃음 짓는 풍경은 일반인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게임은 게임인지라 유저가 여러 실수를 해도 3장을 클리어하는 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4장으로 넘어가면 그 때부터 진짜 지옥이 시작된다.

       

       파인다이닝.

       

       애리카와 함께 요리 코스를 짜고.

       

       휘하의 요리사들에게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지 알려주고.

       

       그들을 지휘하고.

       

       심지어 함께 요리를 해야 하는 이 개같은 파트는 일반 유저들의 경우엔 학을 떼게 만들고 실력 있는 요리사의 경우에는 PTSD를 유발시켰다.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죽어라 리트를 하다 보면 일반 유저라도 어떻게 클리어 할 수를 있긴 하지만 보통 여기까지 하는 독한 이들은 몇 되지 않는다.

       

       엔리는 이 몇 되지 않는 유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본의는 아니었다. 단지 시청자들의 나데나데에 신이 나서 켠왕선언을 해버린 탓에 중간에 내던지고 싶어도 내던지지 못하게 되었을 뿐.

       

       어쨌건 수많은 고생 끝에 절대 주방에서 일하지 않을 거라 다짐과 함께 5번째 장에 도착하게 되면 새로운 벽을 마주하게 된다.

       

       “아. 이거 절대 다신 안 킬 거라고 다짐했었는데.”

       

       슬로우 쿡의 인트로를 보던 엔리는 몇 년 전에 했던 고생이 떠오른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일주일 간 자고 요리하고 자고 요리하고를 반복하던 나날.

       

       현직 요리사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려 발악해보기도 하고 당시 생각나던 모든 것을 했지만 결국 클리어에 실패하고 벌칙을 받았던 그 날.

       

       VR공포게임을 하다 비명과 함께 기절해서 ‘도를 넘은 VR게임. 이래도 괜찮은 걸까.’ 라는 기사 속 ‘방송인 A씨는 VR공포게임을 하다 기절을 하기까지했다.’라는 말과 함께 언급되었던 그 흑역사는 지금까지도 엔리를 놀리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그 때문에 엔리는 절대 이 게임을 키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새해나 방송 기념일 같은 날마다 슬로우 쿡을 다시 한 번 해달란 요청이 수도 없이 쏟아졌음에도 말이다.

       

       “내가 왜 그 때 화령 씨의 도발에 넘어갔을까.”

       

       그냥 아라 씨가 고생하는 거 보면서 웃고 즐기기만 하면 됐는데. 왜 굳이 깐족거리다가 졸지에 내기를 하게 된 건지.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러게 방송을 더 했어야지]

       

       – 그 때까지 방송하고 있었으면 내기도 안 했을 텐데.

       – 시청자 버리고 가서 벌 받은 거임.

       

       “그 땐 진짜 피곤했단 말이에요!”

       

       자신의 복잡한 마음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놀리기에 바쁜 시청자들에게 빼액 소리를 지른 엔리였지만 그녀의 외침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뿐이었다.

       

       – 그런 사람이 화령 방송을 보고 있어?

       – 방송 끄면 그대로 VR룸 안에서 잘 것 같다더니.

       

       “아니 저 진짜 피곤했다니까요?! 보여줬잖아요! 책상에서 뻗었던 사진!”

       

       – 그?런게 있었나?

       – 기억 안 나는데.

       – 내가 기억나는 건 엔리 특집 기사 하나 뿐인데.

       

       “몇 년 전 껄 지금까지 끌고 오지 말라고요!”

       

       자꾸 이러면 파이스냥이로 전술폭격을 가하겠다는 협박 끝에 시청자들의 빈정거림이 사그라 든 후. 엔리는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또 어디야. 중동?”

       

       슬로우 쿡의 5장.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가게를 차려 일정 매출을 달성하시오. 라는 극악한 퀘스트에 다시금 도전하게 된 엔리는 머리에 각양각색의 천을 두른 이들을 살피다 리세마라 마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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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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