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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8

       찹쌀 탕수육이라는 것의 레시피를 보았을 때 본인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고기를 전분에 묻혀서 튀길 뿐인 요리이지 않은가.

       

       과거 어떤 현인이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튀김이라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이 있는 바.

       

       그저 고기를 튀길 뿐인 이 요리에서 본인이 실패할 요소는 없는 것처럼 보였지.

       

       그래. 처음에는 말이야.

       

       – 이게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들? 탕수육이 원래 고기끼리 달라붙어서 서로 자기주장을 하는 요리임?(진짜 모름)]

       

       – 처음 다 때려 박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다.

       –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데 신발보다 맛 없어 보이는 저건 뭔가요.

       – 아아. 저것은 천마님의 악기바리란 것이다.

       – 신교에도 악기바리가 있었구나?

       

       “…악기바리는 또 무엇인고.”

       

       처음 보는 단어의 출현에 미간을 찌푸리자 방송을 보던 아해들이 들떠선 그 뜻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배가 터져 나갈 때까지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말이지?

       

       그것 참 사치스러운 일이구나.

       

       “없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화룡무인 속에 있는 백화령의 신교가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본인이 머무르던 신교는 무척이나 척박한 장소였다.

       

       강자존의 세상이 펼쳐지게 된 그 시초 또한 결국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 입을 줄이고자 하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하였으니.

       

       누군가에게 배를 터지게 음식을 먹일 바에야 누군가의 배를 터트려 그 음식을 빼앗지 않겠느냐.

       

       굳이 찾아본다면 비슷한 이야기가 없진 않다만 보통 잔혹한 쪽인지라 방송을 하면서 이야기하긴 좀 그렇군.

       

       어찌 되었든 그것은 별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중한 것은 서로 결합하여 하나가 되어버린 이 튀김을 각자도생하게 만드는 것.

       

       대충 보아도 가볍게 흔들거나 이리저리 만진다고 해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으니. 이 끈적한 이들의 사이를 멀게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능력을 써야 할 것 같군.

       

       “…이건 도대체.”

       

       대처를 위해 손을 내밀려던 순간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 실패를 들키지 않기 위해 평온한 체를 하고 있었거늘. 굳이 이를 확인하러 올 줄이야.

       

       슬쩍 살기를 흘려 쫓아낼 것을 그랬나.

       

       “어어. 화령씨. 튀김 해 보신 적 없어?”

       “그렇다만.”

       

       뭐냐. 왜 그리 뜨악하다는 눈으로 날 보는 것이냐. 세상엔 말이다. 기름이 너무도 귀해서 그것을 끓여 튀긴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던 곳에서 살아오던 사람도 있는 것이야.

       

       이런 내 반박을 들은 남자는 무어라 하기도 아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말을 돌렸다.

       

       “소스는 어떻게 됐어? 여태까지 튀김만 하고 있진 않으셨을 거잖아.”

       “…크흠. 그것이. 무어라 해야할지.”

       

       – 그거 안 보는 편이 나을 텐데.

       – 아 ㅋㅋ.

       – 굳이 심연을 보려 하는가.

       

       옆에서 하도 시선으로 질책을 하는지라 변명을 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나는 얌전히 만들다가 실패를 한 녀석을 보여주었다.

       

       “…장난 치지 말고 제대로 된 소스 보여줘.”

       “이게 그 소스다.”

       “진심으로?”

       “내가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칠 듯 싶더냐?”

       “지금 눈앞에 장난의 결과물이 있는데.”

       “이건 장난을 친 게 아니다! 다만. 그. 무어냐. 살짝 방향성이 어긋났을 뿐!”

       

       평소 대개의 음식에 관대한 본인이 실패를 입에 담았단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이다만 본인이 만들어낸 탕수육 소스는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맛을 지니고 있었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평가해주자면 인간에게 음식 대신 환단을 택하게 만들어주는 맛을 품고 있단 것이다.

       

       “…대체 그 레시피를 보고 무슨 짓을 하면 이런 게 완성되는 거지?”

       “그 부분은 나도 모르겠구나.”

       

       본인은 그저 이전에 배웠던 대로 음식을 했을 뿐이다만 어쩌다 이런 괴식이 완성된 걸까.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군.

       

       “먹어도 괜찮은 걸까.”

       “괜찮다. 생긴 것이 다소 괴악하긴 하다만 못 먹어 줄 정도는 아니었다.”

       

       – 화령이 참고 먹을 만하다 그런다는 건.

       – 야. 그거 건드리면 안 돼! 지지야!

       – 암살식당이라는 게 진짜 살인식당이었을 줄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좀 신기하긴 함. 중간까지 과정은 정상이었던 것 같은데.]

       

       “본인도 그대의 의견에 동의한다.”

       

       분명 과정자체는 멀쩡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중간까지 멀쩡했던 음식이 저 꼴이 된다는 말이더냐.

       

       곰곰이 복기를 해보아도 본인이 어디에서 실수를 했는지 알 수가 없어.

       

       “그. 화령 씨?”

       “흠? 왜 그러지?”

       “다시 한 번 이걸 만들어 볼래? 옆에서 한 번 보고 싶어서.”

       “옆에서 지켜보며 조언을 해주겠다는 것인가. 알겠다.”

       

       그런 것이라면 기꺼이 따르지.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남자가 바라는 대로 소스를 만드는 것을 재현해 보였다.

       

       재료를 모두 다 사용한 탓에 밑준비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만 이는 본인의 입장에서 귀찮다 할 수도 없는 일에 불과했다.

       

       본인이 3장까지 오며 이 일을 몇 번이나 해 보았는데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할까.

       

       “아. 잠시만 멈춰봐.”

       

       여태까지 해오던 것처럼 채소를 손질하고 있으려니 남자가 갑자기 나를 제지했다.

       

       무어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잘못된 부분은 없을 지언데?

       

       혹여 텃세를 부릴 셈이라면 그대는 나의 손에 칼이 들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야.

       

       내 눈매가 다소 좋지 못했던 탓일까. 남자가 다급히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 뭐라 그러려는 게 아니라 알려 주려고 그러는 거야! 지금 너 서양식 할 때처럼 채소를 손질하고 있으니까!”

       “계속 말해봐라.”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네가 파스타 할 때처럼 채소 손질하고 있단 거야.”

       

       남자는 내 손에서 칼을 내려놓게 만들고는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파스타는 볶는 요리다.

       

       삶거나 끓이는 요리에 비하면 조리의 시간이 짧기에 다소 잘게 썰더라도 식재료의 원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탕수육의 소스를 만들 때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한 소끔을 확실히 끓여내 몽글하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

       

       어느 정도의 점도가 필수적인 요리에 이런 얇은 채소가 들어가 버리면 식재료의 원형이 남지 않는 것은 물론 그것이 녹아내려 소스에 섞이며 색과 맛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물론 어지간히 잘게 썰어도 소스가 이 꼴이 나긴 쉽지 않은데. 참 신기하네. 다른 데서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 건가? 진짜 중식은커녕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처음에는 중식하기 싫어서 엄살 피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착각이었다 너스레를 떠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분명 본인이 몇 번이나 진실이라 이야기를 했을 터인데 그를 거짓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더냐.

       

       실로 무엄하구나.

       

       가르침을 받는 입장만 아니었더라면 즉석에서 저 얼굴을 울상으로 바꾸어줬을 터이다만.

       

       지금 아쉬운 것은 본인이니 마음껏 어깨를 으쓱이게 내버려 두자꾸나.

       

       “주방장님. 그것만 모르는 게 아닙니다.”

       

       조언을 들을 요량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더니 기둥 뒤 편에서 날 유심히 살피던 남자가 튀어나와서는 말을 더했다.

       

       “이 여자. 전분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제가 무얼 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럼 진즉에 알려주지 그랬냐.”

       “전 여자가 어렵습니다.”

       “아. 그래?”

       

       그것 참 자랑이라 이야기하며 남자가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또 어디선가 사람이 하나 더 튀어 나왔다.

       

       이번에는 여자인가. 생긴 것만 보면 상당히 까탈스러워 보이는 자다만.

       

       “불을 다루는 것도 그래요. 중식은 화력이라고요! 양식의 미적지극한 불로 어떻게 요리를 하겠단 건가요!”

       “넌 또 왜 뒤늦게 튀어나와서 난리냐.”

       “저 분 너무 무섭게 생겼잖아요!”

       

       남자의 뒤편에 숨어서 소리만 지르는 걸 보면 애리카 같은 괄괄한 성격은 아닌 듯 하구나.

       

       – 나왔다! 중식 개노답 이남매!

       – 얘네는 완전히 그대로네.

       – 좀 성격을 바꿔줬으면 참 좋을 텐데.

       – 실력은 있지만 개답답해서 솔직히 같이 못 봐주겠어 ㅋㅋㅋ.

       – 얘네 땜에 다른 주방으로 간 사람도 많았지 아마?

       

       남자와 중식 주방의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뒤로 한 채 채팅창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저 두 사람이 실력만큼은 믿을 수 있는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음.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서 그렇지 배울 부분은 많은 사람이라 그거지?

       

       마침 잘 되었구나. 안 그래도 두 번의 처참한 실패 때문에 어느 정도 본인을 이끌어줄 자를 바라였는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얘네랑 친해지기 개빡센데 딴 주방 가는 게 어떰?]

       

       “괜찮다. 배움을 얻기 위해 굳이 친해질 이유가 어디 있느냐.”

       

       생각을 해보거라. 본인이 수많은 무공을 익히며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구할 일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대개 지극히 폐쇠적이며 타인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니.

       

       그들을 상대하며 조언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익힌 본인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전문가라 할 수 있느니라.

       

       “가만 지켜 보고 있도록.”

       

       – 협박 하면 안 돼요?!

       – 왜케 말이 살벌하게 들리냨ㅋㅋ

       – 주방에 피바람부는 거 아냐?

       – 주방 시뮬레이션에서 감옥 시뮬레이션으로 가는 건가.

       

       “어허. 본인이 어디 거친 수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느냐.”

       

       본인이 그러한 방법을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이 가장 간단해서 일뿐이다.

       

       스스로가 지닌 힘으로 찍어누르면 자연스레 그 입에서 말을 꺼낼 수 있는데 무얼하러 다른 수단을 쓰겠느냐.

       

       허나 지금은 그래선 안 되지. 저들과 함께 일을 하며 지속적으로 배움을 얻어야하는 바. 거친 방식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럼 어찌 해야 하는가.

       

       흉내를 내야지.

       

       본인의 주변에서 가장 친화력이 좋은 이.

       

       누구와 이야기를 하더라도 순식간에 친해져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

       

       엔리의 흉내를 말이다.

       

       표정을 바꾼다.

       

       눈에 활기를 더하고. 눈썹을 굽히고.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린다.

       

       동작을 바꾼다.

       

       걸음 하나 하나에. 어깻짓 하나하나에. 통통 튀는 생기를 더한다.

       

       목소리를 바꾼다.

       

       낮고 진중한 목소리에서. 약간 높고 선명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두 분! 화령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완벽하다 싶은 엔리의 인사를 저들에게 건넸지만 정작 저 둘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기. 그. 아닙니다. 아니에요.”

       

       남자 쪽이고 여자 쪽이고 우물쭈물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아서는 역시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되는 모양이야.

       

       – 리어카파괴자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엌ㅋㅋㅋ]

       

       – 개같이 멸망.

       – 클립 딴 사람?

       – 이거 엔리한테 도네하러 가야지.

       – 지금 엔리 방송 켰어?

       – ㅇㅇ.

       

       하아. 됐다. 됐어. 내 깜냥에도 맞지 않는 짓을 할 바에야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련다.

       

       얼굴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나는 두 놈팽이를 노려보며 살벌한 목소리를 냈다.

       

       “좋은 말로 할 때 곁으로 와라. 그러지 않으면 강제로 오게 만들 테니 말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결국 협박이잖아!]

       

       “어허. 이것은 협박이 아니다. 권유다. 권유.”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지어니. 본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육식동물이 하는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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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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