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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8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레니에를 뒤로하고, 루크는 라함이 내어준 차를 받아마시며 물었다.

    “그래서, 그동안 잘 지냈는가? 여긴 아무 일도 없고?”

    이 질문이야말로, 루크가 이곳에 온 목적 그 자체.

    바로, 신앙심을 잃은 뒤에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에 라함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하하, 잘 지냈다 마다. 물론 여기도 여느 때와 같이 잘 되고 있단다.”

    그의 말로는 그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은.

    “그럼 다행이지만-.”

    그렇게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입에 댄 바로 그 순간이었다.

    -깜빡, 깜빡.

    -툭.

    갑자기 시설의 등이 꺼졌다.

    그에 루크는 곧장 레니에 쪽을 바라보았지만, 레니에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루크는 거짓말에 능숙한 레니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었다.

    “그럼 대체 이게 누구 짓이란 말이냐? 네가 뭘 잘못 건드린 것 아냐?”

    -아니, 정말로 아니라니까요!

    “그 말을 어떻게 믿어? 그대는 거짓말쟁이잖은가.”

    -너무해!

    루크가 친구와 다툴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라함이 황급히 대신 답했다.

    “아냐, 네 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 거다.”

    “뭐?”

    “이건 그냥 일시적인 ‘단마’란다.”

    ‘단마’.

    마나가 끊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무리 온 가정에 마나가 펑펑 보급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종종 이런 경우가 있었다.

    세계수의 마력 공급 상황이 별로 좋지 않거나, 시설의 마력체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말이다.

    그리고 세계수의 공급 불안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기에 대체로 단마의 경우는 시설의 문제다.

    라함은 머쓱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그거, 한 일주일정도 된 거거든. 고칠 돈이 없어서 못 고치고 있는 거지.”

    문제는 돈이었다.

    그리고, 라함은 현재 돈이 없었다.

    라함이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루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칠 돈이 없어? 아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라함은 쓸쓸하게 웃었다.

    모든 것에 값어치를 매기는 세상은, 그저 선을 행하는 데에도 돈이 드는 법이다.

    —-

    그를 추궁하여 알아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실, ‘라함의 집’은 라함이 불현듯 계시 비슷한 것을 받아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한 시설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천사’의 존재에 대해 널리 퍼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로 천사의 가호라도 깃들어 있었던 것인지, 정말 모든 것이 날개라도 달린 듯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투자도 끊기고 사업도 망해 고작 몇 주 만에 수익이 그야말로 바닥을 뚫고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기점은 아마도, 자신이 의심을 품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겠지.

    그것이 신앙심을 버린 것으로 천벌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망했어야 하는 사업이 신앙심 덕분에 되었던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에게는 몇 달간 아무런 문제없이 시설을 운영하고 봉사활동을 실시 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은 남아 있었더랬다.

    어른인 이상, 적어도 그만한 대비는 해 두었다는 것이지.

    문제는, 급하게 돈이 나가야 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루크가 묻는다.

    “아니, 대체 어쩌다가?”

    몇 달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돈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꽤나 많은 돈이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헌데 그걸 다 썼다니.

    설마 절박한 심정에 도박이라도 한 걸까?

    라함이 대답했다.

    “실은, 내 아들이 불치병으로 입원했거든.”

    그것도 아주 심각한 병이었다.

    단 하루를 살려두는 데만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시설을 운영하는 데 사용할 자금마저도 전부 써버리고 말았다는 게 문제다.

    “뭐라고…?”

    -루크?

    루크를 향해 정말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고개를 돌리는 레니에.

    -이 사람은 당신의 사도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대체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러자 루크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속으로 대답했다.

    ‘나, 난 그저 그에게 신앙심을 버리게 하기 위해 그의 아이를 조금 들먹였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네!’

    그에 루크가 전언을 보내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레니에는 그게 루크가 일부러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겠네요, 그는 그래서 저주받았군요.

    ‘뭐?’

    -사제가 자신의 신을 버린 대가는 생각보다 크답니다.

    멋모르고 사용한 힘의 대가는, 자신이 치르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레니에의 말에 루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들을 바치라고 건넨 말에 거절한 대가가 결국 아이의 목숨이라니!

    이것을 신탁을 거절하고 신앙을 버린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하지 않은가?

    이래서야 그에겐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레니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신이라는 게 원래 좀 그런 게 있는 법이죠.

    신의 의도는 본래 한가지로 간단하게 정돈되지 않는 법.

    신탁으로 내려온 말 한마디, 단어 하나와 미세한 손짓 조차도 모든 관점에서 살피고, 또 토론해야 하는 것이 신앙이며, 내려진 계시를 사도는 결국 온 힘을 다해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신앙을 저버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을 배반하는 중죄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탁을 어긴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저주를 받을 정도로 큰 죄가 되지는 않는다.

    신탁에 따라 어겨도 별로 상관없는 경우도 있고, 만약 저주가 있다고 해도 보통은 약간 생활이 곤란해지는 정도의 저주가 걸리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것을 가리는 것은 ‘신탁에 담긴 여신의 의지’.

    루크는 애초에 그를 타락시킬 목적으로 건넨 신탁이었으니, 별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에서 딱 한가지 문제라면, 루크가 누구보다 강한 신성력을 지닌 여신의 파편임과 동시에, 그 누구보다 강고한 의지의 대마법사였다는 거다.

    그저 타락시킬 목적으로 가볍게 건넨 계시마저, 맹세에 가까운 금제가 되어버릴 정도로.

    그것을 깨달은 루크는 얼굴을 감싸안았다.

    ‘신성력에는 그런 맹점이 숨어 있었던 건가……!’

    어쩐지, 전혀 모르는 힘으로 벌인 일 치고는 너무 잘 풀린다 했다.

    신성력은 마법처럼 무턱대고 의지로 다루면 안되는 힘이었단 말인가?

    역시 제대로 모르는 힘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는 법이었다.

    과연, 그가 굉장히 지쳐보였던 것은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건가.

    “……그래도, 아이가 아프다면 이곳에 있어야 할 게 아니라, 병원에서 곁을 지켜 줘야지…….”

    “그러려고도 했는데, 왠지 신께 천벌을 받은 것 같아서 말이야.”

    이곳에서 발이 떨어지지가 않더란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신께 용서를 빌고 또 비는 수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다.

    루크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까는 왜 내게 아무런 일도 없다고 거짓말했나?”

    “애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리 없잖니. 좋은 것만 듣고 자라도 모자랄 시기인데 말이야.”

    “……그건.”

    루크는 다시금 말문이 막혔다.

    그 때, 레니에가 다가와 슬며시 속삭였다.

    -너무 그렇게 풀죽어 있지 마세요. 해주하는 방법은 아주 쉬우니까요.

    ‘정말이냐?’

    루크의 죄책감으로 얼룩진 우울한 표정을 내려다보던 레니에는 짧게 고개를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후훗, 그냥 저만 믿으시라고요.

    루크는 레니에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어쩐지 윙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저주는 이미 없던 게 되었답니다.

    그에 루크는 의심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벌써? 대체 그대가 무얼 했길래?’

    레니에의 말에로 루크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 찰나에 그녀가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보시면 알 걸요.

    바로 그 때였다.

    -뚜르르–.

    라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라함은 휴대전화에 나타난 글씨를 보고는 돌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루크. 잠시 급히 전화를 좀 받아도 되겠느냐?”

    라함의 다급함이 물씬 풍겨져 나오는 목소리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네, 편히 다녀오게.”

    “고맙다.”

    그러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는 라함.

    문 밖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함의 흥분한 목소리는 루크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아, 예? 예? 그게 정말입니까? 아들의 상태가 전부 다 호전되었다고요? 하하,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에 레니에는 당당하게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봤죠?

    “……대체 뭘 어떻게 한 게냐? 네가 신성력으로 가해진 저주를 어떻게 풀 수 있었던 거지?”

    그러자 레니에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루크님, 혹시 기억 안나요? 저 무려 아린세이아에서 배워가지고 나온 여자인데요.

    “…….”

    그렇다고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최후의 신의 도시, 아린세이아.

    그런 곳의 지식을 모조리 흡수하여 형성된 인격체인 레니에라면 신성력을 다루는 법 역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야말로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신, 그 자체가 아닌가.

    -벌컥.

    “아아, 오래 기다렸지?”

    이후 다시 문을 열고 돌아온 라함의 표정은 더없이 밝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습을 바라보던 레니에가 속닥거렸다.

    -마치 화장실 갔다 온 것 같네요.

    “레니에……!”

    하여튼, 표현을 해도 꼭.

    방금 가족이 완쾌되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 앞에서 굳이 그런 말을 해야 되나?

    그 모습을 보며 라함은 생각했다.

    참 사이가 좋은 커플이구나, 하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른 사람 눈에는 과연 루크랑 붙어다니는 레니에가 어떻게 보일까요?
    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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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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