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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9

        

       화경 고수들은 말없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당소열의 태도는 무례하고 오만했지만 마음만 앞세워 막연한 발악을 반복해온 화경 고수들에게는 당소열이 보이는 도를 넘은 자신감이 차라리 기꺼웠다.

         

         어쩔 도리가 없다.

         

       뚫어낼 수가 없다.

         

       피가 솟구쳐 오른 머리 속으로도 그런 절망감이 파고들 정도로 격문은 두텁고 튼튼했으니까.

         

       두들겨 본 결과 저 두터운 문이 금속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질 좋은 철을 바탕으로 귀한 금속까지 섞은 것인지 강기를 둘렀음에도 문에 상흔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한 결과가 고작해야 격문의 일부가 패이고 찢기는 정도.

         

       그런데 그런 격벽을, 안쪽에 물이 가득 차오르기 전에 뚫어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까지 있는 판이었으니 이미 마음은 진작에 꺾인 상태였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악하고 있었을 뿐.

         

        그런 상황에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당소열이 나타났으니.

         

       “…나는 자네의 말을 따르겠네.”

         

       “나 역시.”

         

       화경 고수들은 당소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당소열은 격문에 손을 대고는 서서히 철문의 맥을 싶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격문. 그 격문을 이루는 모든 금속의 맥을 짚고 있는 당소열의 머릿속에는 서서히 이 격문의 제작 과정이 명료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리는 이 거대하고 무거운 철문은 분명 이 지하에서 제작되었다.

         

       두터운 암반과 암반의 요철 부위로 깎아내 정확하게 맞물린 철문은 구조적으로 이 자리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암반의 테두리에 쇠를 덧대어 문틀을 만들고, 그 위에 이 거대한 격벽의 틀을 잡아줄 거푸집을 만들어 올렸겠지.

         

       화르륵!!

         

       당소열의 머릿속에 뜨거운 용광로가 떠올랐다.

         

       과연, 이 지하에서 운용할 수 있는 용광로는 얼마만한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당소열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용광로의 크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사람이 쇳물을 퍼 나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니까.

         

       머릿속에서 이 격문의 제작 과정을 모두 복원한 당소열.

         

       그런 당소열의 눈에는 이 격문이 마치 천 조각을 기워 붙인 누더기처럼 보였다.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주물을 뽑아낼 때,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녹인다.

         

       다시 거푸집에 넣고 쇳물을 부어 보강하는 대신 번거롭게 다시 열을 가해 녹이고 처음부터 새로이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쇳물을 부어 빈 자리를 채운다고 한들, 처음부터 한 번에 찍어내는 것과 달리 온전히 하나의 금속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철문이 바로 그러했다.

         

       이 깊숙한 지하에 들일 수 있는 용광로나 화로에서 녹일 수 있는 쇳물의 양이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 용광로나 화로를 총 동원해봐야 한번에 부을 수 있는 쇳물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거대한 철문의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양에 불과했다.

         

       그렇게 수십 차례, 아니 수백 차례를 반복하며 이 철문의 거푸집은 채워졌겠지.

         

       그렇기에.

         

       이 격문에는 수백 개의 ‘결’이 존재했다.

         

       당소열은 격문에 나 있는 수백 개의 결을 파악하며 생각했다.

         

       이 결을 잘만 파고들 수 있다면 이 격문을 부술 수도 있겠다고.

         

       단검을 들어 격문의 네 곳에 흠집을 낸 당소열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분은 각기 한 곳씩 맡아 이곳을 때려 주십시오.”

         

       “알겠네.”

         

       네 사람은 당소열의 지휘 아래 문을 두들겼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좀더 안쪽으로 내공을 문질러 넣는 느낌으로다가 파악~ 하고.”

         

       “..그게 대체 무슨 느낌인가?”

         

       여전히 당소열은 자신이 느끼는 감각을 설명하는데 괴멸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화경 고수가 괜히 화경 고수일까. 필사적인 설명에 손짓발짓까지 섞인 당소열의 설명에 조금씩 당소열의 의도를 조금씩 깨달은 화경 고수들이 점차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그 결과가 드러났다.

         

       쿠웅! 쿠쿠쿵!

         

       쩌적!

         

       계속된 타격에 기어이 격문에 한 줄기 금이 내달린 것이다.

         

       “오오…!”

         

       “격문에 금이!”

         

       육안으로 보이는 성과에 화경 고수들이 기뻐했지만 정작 당소열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이대로라면…늦는다.’

         

       당소열은 입술을 깨물었다.

         

       ‘힘이 부족하다.’

         

       어찌어찌 균열의 틈을 파고 들고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표면의 껍질에 금을 내는 정도에 불과했다.

         

       격문의 안쪽,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결들도 타격해야 하거늘 현재 화경 고수들의 힘으로는 반대편은커녕 격문의 심부까지도 힘을 제대로 밀어넣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야금야금 깎아내서야 철문에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전에 격문 안쪽에 물이 가득 차오를 것이 뻔했다.

         

       안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안쪽에 갇힌 이들이 결을 때려 줄 수 있다면 작업 속도가 배 이상으로 빨라질 텐데.

         

       당소열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결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해 주었어도 화경 고수들을 부리며 결을 때리는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안쪽과 간신히 말과 통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히 맥을 공략할 수 있을까.

         

       당소열은 격문에 손을 댄 채 격문을 노려보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격문을 제 시간 안에 부술 수 있을까.

         

       기뻐하던 화경 고수들도 심각한 안색으로 고민에 빠진 당소열의 얼굴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쏴아아아아!!

         

       그렇게 당소열이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사색에 잠겼을 때, 돌연 안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쿵! 쿠궁! 쿵!

         

       “밖에 아무도 없소?! 아무도 없느냔 말이오!”

         

       “자네, 진정하게!”

         

       “진정하게 생겼소? 바깥이 조용해진 것이 필시 우리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것이 분명하단 말이오!”

         

       들려오는 말에 당소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에서는 슬슬 공포에 잠식되는 자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좀 있게! 벽면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다가 물만 더 들어오는 꼴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뭐라고!”

         

       고성이 오가는 다툼 속에서 당소열은 안쪽의 이들이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안쪽이 조용하다 싶었더니 격문을 부수는 대신 다른 탈출책을 강구하고 있었는가.

         

       “지금이라도 이 격문을 부숴야 하오! 그 잘난 검강이든! 이기어검이든! 진법이든! 뭐라도 해 보란 말이오!”

         

       당소열은 그런 안쪽의 다툼을 들으며 망치를 들어 있는 힘껏 문을 내리쳤다.

         

       두우웅!!

         

       묵직한 진동음이 안쪽까지 전해진 것일까.

         

       순간적으로 다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호천안, 나다.”

         

       “…스승?”

         

       당소열은 호천안의 대답을 들으며 방금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래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이지.’

         

       명쾌한 해답. 정돈된 원리. 깔끔한 해결책. 장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필수적인 덕목들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런 것들이 무엇이 중요할까.

         

       “독고이설의 각문띠를 구멍으로 넘기거라.”

         

       “…스승?”

         

         쇳물을 덕지덕지 처바른 이 격문과 마찬가지로.

         

       추하게 어그러지거나 혹은 우연과 운에 기댄 성과일지라도 반드시 이 격문을 파괴해야 할 일이었으니.

         

       “내가 진법의 중심이 되어 오행진을 펼치겠다.”

         

       당소열은 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성공시키겠노라 결심했다.

         

       *** ***

         

       당소열은 격문에 뚫린 구멍으로 허리띠가 넘어오기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즉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꽤 나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진법으로 연결만 된다면야 안쪽과 바깥, 양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격문의 구멍으로 허리띠가 넘어왔다.

         

       빠각.

         

       화경 고수가 전해준 허리띠를 받아든 당소열은 곧바로 통심법의 출력을 조절하는 각문을 박살냈다.

         

       이 두터운 격문을 격해 진법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출력을 높이면 높였지 억제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잘못하면 머리가 터지겠군.’

         

       당소열은 박살난 각문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미친 짓을 앞두고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엄한 목숨을 거는 일이 될지도 몰랐지만 저 안에 있는 일행들과 운명을 함께 한다니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스승, 괜찮겠습니까?”

         

       “모른다. 그냥 하는 거지.”

         

       대답은 한참 뒤에 돌아왔다.

         

       “고맙습니다.”

         

       각문 허리띠를 착용한 당소열은 호천안의 말을 무시하며 격문에 바짝 붙었다. 당소열은 단 한번도 진법 훈련에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진법에 대한 이해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연습을 지겹게 바라보기도 했으며, 허리띠의 유지보수를 위해 서문연에게 각문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떠올린 당소열은 피식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고작해야 진법에 대해서 지식이 좀 있다고 쉬이 진법을 펼칠 수 있다면 누가 땀 흘려 가면서 진법 연습을 하겠는가.

         

       “격문의 중앙에 붙었다. 독고이설의 자리에 위치했으니 너희들도 형을 갖추도록.”

         

       “준비됐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해내야만 했다. 평소에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던 정신론에 기대서라도.

         

       “개진!”

         

       츠즈즈즈즈!!!

         

       제어 장치가 없어진 각문이 단번에 당소열의 정신을 개방했다. 그 순간 당소열은 머릿속에 바늘이 날아와 박히는 듯한 격통을 느꼈다.

         

       빠드득!

         

       이를 악문 당소열이 망설이지 않고 사방으로 기를 뿌렸다. 일행에 비하면 한 단계 처지는 경지에 격문까지 가로막고 있었으니 이렇게 무리하지 않는 이상 일행과 통심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고통을 견디며 얼마나 기를 뿌렸을까.

         

       당소열은 익숙한 기운들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호천안. 여일예. 혁기린. 그리고 흑묘.

         

       실낱같은 기운이 얽혀들었다. 그렇게 오행진과 연결되고 일행들과 연결되는 순간.

         

       ‘지랄.’

         

       당소열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완전히 개방되어 평소보다 배는 민감해져 있는 머리에 일행의 생각과 기의 흐름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절정의 신체는 일행이 보이는 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비명을 질렀고 안 그래도 혹사당하고 있던 머리는 일행의 생각에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그 시각.

         

       호천안을 위시한 일행들 역시 옅게 신음성을 흘렸다.

         

       늘 담배를 달고 다니던 당소열. 조금만 담배를 쉬어도 인상을 찌푸리며 기분 나쁜 모습을 보였으니 어지간한 애연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소열과 연결된 지금, 호천안과 일행들은 당소열이 절대 애연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거문성의 힘을 타고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가 느껴졌으니까.

         

       그저 한순간 이어졌을 뿐임에도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으니 항시 이런 정보에 노출되어 있던 당소열의 머릿속은 어땠을까.

         

       당소열에게 담배는 기호 식품이 아니라 천지사방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통증을 호소하는 머리를 달래기 위한 진통제였던 것이다.

         

       당소열을 한 걸음 더 이해하게 된 일행들은 서둘러 본인들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지금 이 오행진의 흐름을 잇는 것만으로도 당소열에게는 막대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궁!!

         

       호천안과 일행들이 당소열의 지식과 감각을 공유받으며 보이는 철문의 결을 일제히 두들겼다.

         

       찌직!

         

       단 한번의 공격에 철문의 결이 벌어졌다.

         

       화경 고수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 만들어낸 성과를 단번에 이루어 낸 셈이었다.

         

       당소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경 고수들은 당소열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정확히 움직였지만 그렇다 한들 그 맥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 공격이 결에 근사하게 맞아 떨어질 때까지 반복했던 것에 불과했다.

         

       반면 일행들은 맥을 완전히 이해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온전한 방법으로 철문의 맥에 필요한 충격을 가했으니 그 결과값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할 수 있다.’

         

       당소열의 의지를 전해 받은 호천안과 일행들이 격문의 결을 때리기 시작했고 당소열은 진법을 유지하고 그 결의 변화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화경 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쩌정!

         

       쩌저저적!!

         

       조금씩 격문에 금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소열은 정신없이 격문 내부를 파악하고, 어떻게 결을 때려야 할지를 쉼 없이 계산했다.

         

       주르륵!

         

       ‘코피인가.’

         

       뇌를 있는대로 혹사시키고 있으니 이상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코피를 대충 닦은 당소열은 격벽을 바라보았다.

         

       쿠궁! 쿵! 쿠구구궁!

         

       안쪽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당소열은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잔머리는.’

         

       현재 안쪽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격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타격은 정확히 맥을 때리고 있기도 했다.

         

       쿠웅!

         

       호천안이 검을 휘둘러 정확히 맥을 노렸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쪽을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소!”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무림맹의 또 다른 고수였다.

         

       다른 이들에게 맥을 때리도록 지시하는 것은 당소열이나 호천안이나 매한가지였지만 호천안과 당소열의 지시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바로 시범.

         

       당소열은 격문의 결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그 결을 어떻게 하면 정확히 타격할 수 있을지 온전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맥을 어떻게 때릴지 그 스스로가 검을 휘둘러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안에 갇힌 조사대원들 중에서 실력있고 이름난 고수가 어디 한 두 사람인가.

         

       호천안이 보여준 시범을 정확히 따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었으니 호천안의 인도에 따라 격문을 두들기는 이들은 벌써 열이 넘었다.

         

       쿠궁! 쿵!

         

       쩌적! 쩌저적!

         

       “균열이 보인다!”

         

       “좀 더 힘을 내시오!”

       

       점차 균열이 이는 격벽의 모습에 바깥 쪽의 화경 고수들도, 안쪽에 갇힌 조사대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호천안과 일행들의 안색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당소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정들 해라. 안 죽으니까.’

         

       당소열은 본인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생각을 떠올리며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격문의 균열을 파악했다.

         

       당소열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원이 그려졌다.

         

       지금까지 결을 때려 벌어진 균열이 이어져 만들어질 격벽의 구멍이었다.

         

       ‘이곳.’

         

       당소열이 맥의 한 점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호천안의 검이 그 결을 때렸다. 호천안 역시 지쳤는지 지금까지는 완전히 통제하던 뇌기를 통제하지 못해 물 속으로 퍼지다가 다시 호천안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당소열은 그 상황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본인이 뿜은 뇌기에 본인이 감전당한 상황이라니 삼 년은 우려먹을 안줏감이로군.

         

       ‘이곳.’

       

       이번에는 혁기린이 그 맥을 타격했다.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혁기린이었지만 당소열은 그런 혁기린이 울고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앞으로 볼따구는 원없이 만질 수 있으려나.

         

       점차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당소열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

         

       몇 개의 맥만 더 건드린다면, 격문의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곳.’

         

       맥을 제대로 짚어 주기는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명확한 진동이 느껴진다. 무식하게 큰 파장은 여일예의 것일까.

         

       마지막 순간에 힘을 써야 할 것을 알면서도 이리 감정적으로 굴다니.

         

       세상 고독은 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외모치고는 참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뭐 덕분에 조금은 정신이 들었으니 마냥 탓할 수는 없겠지.’

         

       쩌저적!

         

       벌어지는 균열을 느끼며 당소열은 마지막 계산을 마쳤다.

         

       문이 깨져나가기에 충분한 균열이 생겼다.

         

       ‘그러니 이제는 있는 힘껏 때리라고.’

         

       의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당소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당소열은 미소 지었다.

         

       격문 바깥쪽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기의 요동이 느껴졌으니까.

         

       끝났군.

         

       당소열의 신형이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

         

       격문에 폭발하듯이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물이 쏟아져 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탈출!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언제나와 같은 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양질의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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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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