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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9

       ‘안녕하세요! 두 분! 화령이라고 합니다!’

       

       영상 후원 속에 나오는 화령의 모습을 본 엔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평상시 언제나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세상을 다 산 듯한 표정을 짓고 다니던 아라가 통통 튀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 것이다.

       

       현실의 아라와 방송인으로써의 아라 양 쪽 모두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엔리이기에 영상 속 모습이 가져다 준 충격은 아라와 단순히 알고 지낼 뿐인 사람보다도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저런 걸 하시게 된 거에요? 무슨 벌칙?”

       

       – ㄴㄴ. 갑자기 저랬음.

       – 빠르게 배우는 법을 보여주겠다더니 갑자기 저러던데.

       – 약간 커엽지 않음?

       

       “약간이 아니라 많이 귀여운데요.”

       

       아라 본인이 들으면 정색을 할 법한 이야기이지만 엔리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활기를 잔뜩 담은 아라의 모습은 엔리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단 것 자체에 놀랐을 정도로 귀여웠으니까.

       

       평소 무심한 표정과 꾹 다문 입술. 그리고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에 가려져서 그렇지 아라라는 사람은 웃음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오죽 했으면 가끔 아라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웃음만을 모으는 팬튜브가 있겠는가.

       

       딱딱한 미인이 슬쩍 보여주는 웃음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 지언데 지금 아라는 아예 웃음을 만개하며 끼를 부리기까지 했으니.

       

       그 누가 저를 보고서 귀엽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평소에 화령 씨가 저랬다면 진짜 인형마냥 끼고 다녔을 텐데.”

       

       현실의 아라는 차갑고 딱딱한데다가 접촉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어려운 사람이니까요.

       

       그런 건 상상도 못… 아니. 잠시. 내기에서 이기고 나서 아라 씨한테 그걸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저런 식으로 붙임성 넘치는 모습으로 하루 종일 같이 지내주는 걸로 하면 완전 재밌을 것 같은데. 거기에 더해 언니라고 부르게까지 하면.

       

       “저 갑자기 의욕이 확 생겨났어요.”

       

       중동의 풍경을 둘러보면서 어떤 핑계로 리세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엔리는 마음가짐을 다잡고 한 번 한 번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서 여러분. 저거 누구 흉내 낸 거에요?”

       

       – ???

       – 딱 보면 알지 않음?

       – 너잖아.

       – 누가봐도 엔리인데.

       – ㄹㅇ. 엔리 그자체잖아.

       

       “…네? 이게 저라고요?”

       

       서로 이야기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엔리와 시청자들이 서로 물음표를 띄운다.

       

       “제가 이렇게 활발한 어투를 사용했던가요?”

       

       – 농담하는 거임?

       – 찐으로 자기 맞냐고 물어보는 거 아니지?

       – 영상도네 다시 열어봐. 비슷한 거 다시 보내줌.

       

       “에이. 제가 좀 활발한 어투를 사용하는 건 맞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라고요.”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면서 어깨를 으쓱이던 엔리였지만 그 자신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님이 3800원을 영상 후원하셨습니다.]

       <엔리의 흉내를 내는 화령과 폴짝거리면서 뛰어오는 엔리의 모습.>

       

       영상후원이 열리자마자 날아든 영상이 시청자들의 말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엔리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두 분! 화령입니다!’

       

       통통 튀는 몸짓. 활기찬 목소리. 방긋거리는 웃음.

       

       약간의 오차를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일치하는 영상 속 두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린 엔리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살짝 벌게진 얼굴을 쓸어내렸다.

       

       “제가 평소에 이러고 다녔군요?”

       

       – 엌ㅋㅋㅋ.

       – 화령이 파이스 흉내 내는 거 볼 때는 좋았지?

       – 수치사하는 중.

       

       – 엔리간신1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음? 귀엽잖아?]

       

       “…그. 그렇기는 한데요.”

       

       결국 화면에 나온 것은 활기 넘치는 목소리로 인사를 한 것 뿐이지 않은가.

       

       행동만 따지고 본다면 조금도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 맞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리가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는 것은 방금 전 저게 스스로의 행동임을 자각하지 못했을 때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귀엽다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알고서 귀엽다 그랬던 것이라면 귀여운 제가 귀여운 행동을 한 게 뭐가 잘못이냐며 억지를 부려봤겠지만 자각하지 못한 채 내뱉은 말에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게임 진행하죠?! 그래도 내기인데 언제까지 다른 이야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말을 바꾸는 것으로 상황을 돌파하려한 엔리였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녀가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언제나 엔리를 놀릴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시청자들이 이 재밌는 상황을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

       

       – ㄱㅇㅇ

       – 기여어.

       – 엔리라고 합니다!(방긋방긋)

       – 엔리 기여어

       

       – ㄱㅇㅇㄱ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캬! 역시 귀여움으로 백만 마이튜버가 된 엔리님답네요!]

       

       젠장. 이래서 건수를 주면 안 되는 건데!

       

       오랜 방송경험을 통해 이 이야기가 쉬이 그치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엔리는 시청자들의 채팅과 후원을 애써 무시하면서 게임을 진행했다.

       

       저기에 일일이 대응을 해봐야 끝이 없어. 그러니 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보다는 게임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채팅으로 다른 채팅을 묻어버리는 게 나아.

       

       “일단은 거리를 둘러보면서 이 곳에서 먹힐 음식이 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 진짜몰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님의 귀여움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슬로우쿡은 요리의 실력만을 평가하거든요.”

       

       냉정한 곳이라는 말과 함께 어깨를 으쓱인 엔리는 주접을 떠는 여러 채팅을 외면하면서 말을 이었다.

       

       “슬로우 쿡이 유행한 것도 꽤 오래전 일이니 이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에요. 그러니 미리 몇 가지 설명을 해두고 시작을 할게요.”

       

       슬로우 쿡.

       

       아피스를 만들어 낸 회사에서 야심차게 만들어낸 이 게임은 출시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그 후에 나온 수많은 요리게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갓겜이다.

       

       이 게임이 고평가를 받는 부분은 주방의 현실도. 맛의 현실성. 요리의 세밀함. NPC들의 생동감 등 여러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한 것은 경이에 가까운 볼륨이었다.

       

       한 식당의 직원에서 시작해 먼 타지에서 자신만의 식당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이 게임 특유의 볼륨은 슬로우 쿡 하나를 사면 다른 요리 게임은 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나오게 만들 정도였지.

       

       물론 이 극찬이 마냥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장을 넘어갈수록 커져가는 볼륨만큼이나 높아지는 난이도는 이 게임을 구매한 수많은 사람 중 단 0.1%만이 엔딩을 보게 만든 요소였으니까.

       

       “마지막 장이 극악무도하단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가 뭐지 알아요? 바로 공략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거에요.”

       

       슬로우 쿡의 4장까지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내용이기에 공략이 존재할 수 있다.

       

       현직 요리사들이 알려준 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어찌저찌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허나 5장은 그렇지 않다. 연고도 뭣도 없는 곳에 대뜸 던져져서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가게를 만들어야 하는 5장은 유저에게 스스로 공략을 개척하길 강제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공략이 없는 게 말이 됨?]

       

       설명이 진행되던 중 누군가가 보낸 후원에 엔리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방금 전의 이야기를 묻을 수 있을 거야.

       

       “물론 공략 비스무리한 게 없지는 않아요.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게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조언일 뿐. 게임의 공략이라고 하긴 어렵죠.”

       

       이 게임 안에 프로그래밍 된 패턴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유저 각자가 떨어지는 곳은 얼핏 비슷해 보일지라도 결코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문화권. 인종.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 그 쪽에서 잘 먹히는 음식. 상권. 월세. 종업원들의 태도 등등.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변수가 존재하는 5장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단순히 요리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한 가게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는 실력이 필수적이었다.

       

       오죽했으면 슬로우쿡 클리어 해봤으면 그냥 다른 거 다 때려 치고 장사하는 게 제일 좋다는 이야기가 여러 요리사들의 입에서 튀어나올까.

       

       “그나마 있는 꼼수라면 리트 정도죠?”

       

       과거 슬로우쿡을 클리어하기 위해 발악하던 엔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잘하는 음식이 유행하는 문화권이 나올 때까지. 장사가 잘 되는 상권 근처

       에 도착할 때까지. 좋은 종업원을 뽑을 때까지.

       

       리트에 리트를 반복해서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낸 후 도전하는 것이 그나마 꼼수라면 꼼수일 것이다.

       

       예전의 엔리가 클리어에 실패했던 걸 보면 알겠지만 리트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본적인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주어져도 성공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 ㅁㅊ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딴 걸 어떻게 클리어 함?]

       

       – ㄹㅇ

       – 그래서 다들 보통 4장까지 즐기고 빤스런치지.

       – 5장 난이도가 너무 괴악하긴 해.

       – 슬로우쿡 전문으로 하는 고인물 요리사도 5장에서 실패하는 경우 흔하더라.

       

       시청자들이 슬로우쿡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을 확인한 엔리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메뉴창을 자신의 앞에 띄웠다.

       

       “이쯤 했으면 설명은 충분히 한 것 같으니 리트 좀 할게요.”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뭐임? 빤스런임?]

       

       “어쩔 수 없잖아요! 저 중동 쪽 요리에 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요!”

       

       이 쪽에 먹히는 요리를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클리어를 하냐고!

       

       그렇게 소리를 치며 재시도 버튼을 누른 엔리는.

       

       뜨거운 때양볕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오크들의 모습을 보곤 어색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건 억까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화권의 차이(세계관이 다름)

    인종의 차이(종족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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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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