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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9

       대학교 MT 왔을 때가 생각난다.

        

       널따란 방 하나 빌려두고, 학생끼리 모여서 술 먹고 놀다가 알아서 널브러져 자던 그런 분위기.

        

       물론 딱히 술은 없었고, 뭔가 파티하는 분위기는 또 아니었지만.

        

       어젯밤에 나가서 동네를 도는데, 뭔가 가이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 말고도 클레어, 앨리스, 샤를로트, 미아 네 명이 더 있기는 했지만, 뭔가 볼 때마다 물어보는 것에 대답하는 것이 앨리스와 클레어 때, 그리고 샤를로트와 미아 때를 떠올리게 했다.

        

       “……언젠가, 더 좋은 장소를 가도록 하죠. 아무래도 오늘은 너무 급작스럽게 넘어왔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와 식사하면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열 한 명이라는 사람의 수는 그냥 아무 식당이나 붙잡고 들어갈 수 있는 수가 아니다.

        

       제대로 예약하지 않으면 식당에서도 받아주기 힘든 수였다.

        

       그렇다고 조를 나누는 건 조금 불안했다.

        

       물론 내가 아니더라도 클레어나 앨리스, 샤를로트와 미아가 함께 섞이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네 사람은 나처럼 수십 년씩 이 세상에 살았던 아이들은 아니지 않은가.

        

       “언니는 너무 걱정이 많다니까.”

        

       “그래도 제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습니다.”

        

       클레어의 말에 나는 그렇게 대답했고, 클레어도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 외에는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말을 이해해주어서 다행이다.

        

       나는 다시 거실을 보았다.

        

       테이블은 열 한 명이라는 사람들의 숫자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좁아서, 우리는 캠핑하러 갈 때 가지고 갔던 돗자리를 펴두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요리는 다양했다. 다들 식성도 다르고,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의 종류도 달라서 주문에만 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니지, 이 인원수에 다 다른 메뉴를 시키는데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인가.

        

       오늘 오전, 오후 내내 이 인원에 우리 동네 투어를 시켜주어서 그런지 입맛이 없어, 나는 시켜둔 짜장면을 앞에 두고 자꾸 단무지만 집어 먹었다.

        

       “……클레어, 왔을 때 방송했다고 했죠.”

        

       “응!”

        

       “제 이야기도 했을 거고요.”

        

       “언니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

        

       클레어가 웃었다.

        

       나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렇다.

        

       그 마지막 방송에서, 나는 마치 다시는 방송하지 못할 것처럼 말했던 것이다.

        

       그 놀리기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과연 나를 가만둘까?

        

       *

        

       [저희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띠리링.

        

       거 봐.

        

       저런 도네 보낼 줄 알았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아 컨셉 묵직했다]

       [오이오이 결국 돌아와버린거냐구]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방송인ㅋㅋㅋㅋㅋ]

        

       나는 눈을 크게 한 바퀴 돌리고 말했다.

        

       “여러분은 안 믿으시겠지만, 저희는 정말로 방송국에 돌아갔다가 왔습니다.”

        

       [즌쯔르 드뉴읏그든유~]

       [아ㅋㅋ 지보가 무슨 순간이동기냐고ㅋㅋㅋ]

        

       아니, 나도 지보가 순간이동기일 줄은 몰랐거든.

        

       [여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냥 순간이동이 되겠어요? 실비아님 사실 게임 제대로 안 한 분인듯?]

        

       그 채팅에는 혈압이 올라서 순간 영구 밴을 때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니, 설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실제로 가능했다고. 내가 말을 했는데도 왜 이러는데?

        

       ……이게 거울 치료인가 그건가?

        

       “자, 자, 진정들 해.”

        

       클레어는 손으로 ‘워, 워.’ 하는 것 같은 자세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돌아왔다는 게 다행인 거 아니겠어? 너희들은 언니가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그건 아니긴해]

       [다시 돌아오셔서 좋네요]

       [이제 후속작 할 수 있겠네]

        

       아, 그러네.

        

       후속작 할 수 있겠네.

        

       ……그냥 후속작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 시리즈 완결나는 것도 볼 수 있겠네. 신나기도 해라.

        

       “아, 맞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내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방송 세팅을 했던 클레어는, 화면에 영상을 하나 띄워 보였다.

        

       “후속작 트레일러가 나왔습니까?”

        

       “슬슬 나올 때 되었다더라. 우리가 게임을 너무 오래 끌어서 그렇지, 솔직히 매일 몇 시간씩 꾸준히 플레이했으면 진작 클리어했을 시간이기도 했고.”

        

       확실히 그건 그렇다.

        

       “아, 맞다. 잠깐만.”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더니, 방송 방을 나갔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곧 방송 방 문이 열렸다.

        

       그리고—

        

       “실비아 님?”

        

       그렇게 말하며 들어온 사람은 레나.

        

       아, 참고로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청소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저쪽 기준 주말 이틀을 여기서 보냈으니, 오늘 자정에는 돌아가야 했으니까.

        

       [?]

       [뭐임?]

       [아ㅋㅋㅋ 후속작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현실 신캐가 추가되네]

        

       채팅창 반응을 보니, 클레어가 레나를 왜 데리고 온지 알 것 같다.

        

       클레어는 레나를 내 옆에 앉히고, 자기는 그 옆에 앉았다.

        

       “자,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쪽은 레나 마이어야. 우리랑 똑같이 한국인이고, 한국말도 잘해.”

        

       “……저기, 지금 누구한테 말씀하시는 겁니까?”

        

       레나는 화면에 뜬 우리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 듯 말했다.

        

       하긴 이대로라면 거울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여기 보이십니까?”

        

       “네…… 글자들이 올라가고 있네요.”

        

       이게 한글이라는 것 정도는 레나도 안다. 어제오늘 밖에서 꽤 봤으니까.

        

       “지금 우리를 보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치고 있는 내용입니다.”

        

       “네?”

        

       “이게 그 방송이라는 겁니다. 지금 천 명 넘게 보고 있군요.”

        

       “네!?”

        

       레나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래, 나만큼이나 컨셉에 목숨 걸던 애였지.

        

       머리카락을 만진 레나는 얼굴에 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인 채 자리에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았다.

        

       [실비아 마크2네ㅋㅋㅋㅋㅋ]

       [이쪽도 허접이겠네ㅋㅋㅋㅋㅋㅋ]

        

       “……지금 저분들이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멋지다고 하고 계십니다.”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렇습니까?”

        

       레나가 조금 당당해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옆의 클레어가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게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 후속작 트레일러 감상, 시작하겠습니다!”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며 스트리밍 사이트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

        

       레나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

        

       트레일러에 나오는 건 레나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후속작의 배경이 리클란트 자치국이라는 것은 내가 맞춘 모양이다.

        

       레나는…… 아마도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모양이었다. 워낙 짧은 TVCM길이의 영상이라서 전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겠지만, 레나를 주인공으로 하여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고, 아제르나 제국의 인물도 몇 사람 정도 나오는, 그런 내용인 모양이다.

        

       “이건, 뭐죠?”

        

       “게임이라는 겁니다.”

        

       [아아.. 이건 게임이라는 거다]

       [너랑 똑같은 얼굴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물론 사람들은 이게 다 컨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아니지, 이제는 어느 정도는 믿으려나.

        

       “이건…… 발매일에 사서 플레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채팅창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죠?”

        

       “물론이지! 레나도 데리고 오자!”

        

       “아예 레나에게 게임을 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제, 제가 말씀이십니까?”

        

       “당신이 주인공이니까요.”

        

       나의 말에 레나가 바짝 얼어붙었다.

        

       하여간에 귀여운 면이 있다니까.

        

       나는 작게 웃었다.

        

       *

        

       그다음으로도 방송은 이어졌다.

        

       레나뿐만이 아니라, 청소를 마친 사람을 한 명씩 불러서 방송 방이 꽉 찰 정도가 되었으니까.

        

       물론 레오와 제이크는 부르지 않았다.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불러볼까.

        

       비중이 그렇게까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 예를 들자면 캐롤린이라던가. 몸매가 여러모로 비현실적이지, 응.

        

       “그런 의미에서!”

        

       그리고, 방송이 끝나갈 때쯤, 그러니까 우리가 슬슬 정말로 방송을 끄고 돌아가려고 준비할 때쯤, 갑자기 클레어가 멋대로 중대 발표를 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오]

       [뭐임?]

       [뭐 준비한 거라도 있음?]

        

       “너희들, 크리스마스에 뭐 하는 거 없지?”

        

       클레어의 말에 채팅창 사람들이 화가 났다.

        

       주로 화내는 이모티콘이 잔뜩 올라오고 있었는데, 클레어는 일부러 그걸 노린 모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방송을 하겠습니다!”

        

       클레어의 말에 채팅창이 올라오는 속도가 격하게 올라갔다.

        

       “…….”

        

       하긴, 그건 원래도 준비했던 거다. 우리가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게 되면서 실행할 생각을 안 했던 건데.

        

       크리스마스는 이제 곧이었다.

        

       아, 물론 이쪽 세계 기준으로 곧이고, 아제르나에서는 연말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그리고 새해 기념 방송도!”

        

       [!!]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게임 속 여주인공들 다나오는 방송이라니]

        

       그러게.

        

       나도 그런 방송이 세상에 존재하게 될 줄 몰랐다.

        

       존재하더라도 기왕이면 내가 등장하는 쪽보다는 보는 쪽이 되고 싶은데 말이지.

        

       여신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앞으로 몇 화 뒤에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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