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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9

    그렇게 한가지 일은 막을 내렸지만, 시설엔 다른 문제가 아직 남아있었다.

    아이는 나았어도, 끊어진 시설의 마력은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행히 그걸 고치는 건 마법사인 루크에겐 그다지 심각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마력을 복구시킬 수 있었다.

    -파팟-!

    다시 돌아온 시설의 마력상황을 확인한 루크는 이마의 땀을 걷어내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휴우, 이제 되었다. 어떤가?”

    “오오! 정말 대단하구나! 이걸 고치다니!”

    “음, 마법사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신성력으로 내린 저주를 해주 시킬 줄은 몰라도, 마법이라면 자신의 전문분야였다.

    이 정도쯤 이야, 아주 간단한 일.

    “하하하! 그러니?”

    그러나 그런 루크의 반응이 마냥 재미있었는지, 라함은 그저 웃기만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 행운의 여신은 천사 따위가 아니라 이 아이였는지도 모르겠어.’

    라함은 그렇게 루크가 친구와 함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루크가 들었으면 기겁을 했을 법한 상상을 했다.

    그의 생각은 모른 채, 그저 웃음이 묘하게 부끄러웠던 루크는 몸을 일으키며 공구함을 닫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음.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가 봐야겠네. 레니에?”

    그러자, 루크가 시설의 인챈트를 손보는 동안 시설의 물건들을 옮겨주던 레니에가 라함을 향해 외쳤다.

    -네, 옷가게도 가야 하니까 저희는 이만 가죠! 라함 아저씨? 이건 어디에 둬야 하나요?

    “아아, 그건 저기에 놓아주거라.”

    -네!

    라함은 활기차게 대꾸하는 레니에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친구가 너처럼 힘이 참 세구나.”

    루크도 조그만 했을 때부터 제 몸 만한 크기의 첼로를, 그것도 심지어 케이스에 돈이 가득 들어있을 때도 번쩍번쩍 들고 돌아다니더니, 그 친구라는 아이도 저렇게 무거운 물건이 담긴 상자를 손쉽게 옮기는 걸 보면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하하……. 뭐, 그렇지. 레니에, 얼른 옮기고 오게.”

    -네!

    그 때, 라함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루크를 불러세웠다.

    “아아, 그렇지. 잠깐만 기다려봐.”

    “음? 또 무슨 볼일이 있는 거지?”

    라함은 지갑에서 50000길짜리 지폐 몇 장을 잡히는 대로 꺼내 건네며 말했다.

    “자, 받아라. 오늘 하루 도와줘서 고맙다. 친구랑 놀 때 쓰거라.”

    그러자 루크는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이게 다 무언가. 나는 그냥 마음만 받으마. 돈도 없다며.”

    그러자 라함은 루크의 사양을 사양하며 돈을 내밀었다.

    “하하, 오늘 도와준 수고비야. 주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적지만, 그래도 받아줬으면 좋겠구나.”

    “아니, 그래도…….”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레니에가 그 돈을 넙죽 받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루크님! 우리 이걸로 옷 사죠!

    루크가 레니에를 타박했지만, 레니에는 그게 뭐 어떻냐는 듯 도망치듯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그러니 루크도 그런 레니에를 뒤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레네. 그걸 또 그렇게 덥썩-.”

    어찌나 급했는지 루크는 옛날에 레니에를 부르던 애칭마저 튀어나오고 말았지만, 레니에는 그런 루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루크님, 원래 어른이 주는 건 바로 받아야 돼요! 마음 바뀌기 전에!

    “그래, 그래. 친구가 잘 아는구나.”

    라함의 웃음에 루크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아, 알겠네. 그럼 고맙게 받지. 레니에? 가자.”

    -네!

    “그래, 잘 가거라.”

    라함은 그렇게 떠나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배웅하며 손을 흔드는 라함의 표정을 바라보던 루크가 중얼거렸다.

    “레니에, 부탁 한가지만 해도 될까?”

    -네, 뭔가요? 

    “그에게 축복을 좀 내려줄 수 있을까? 앞으론 너무 불행해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그 부탁에 레니에는 속으로 꽤나 놀란 느낌을 받았다.

    옛날이었으면 별 생각도 하지 않았을 분이었으니까.

    ‘많이 변했구나.’

    레니에는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럼요. 물론이죠!

    그렇게 옷가게에 도착한 루크와 레니에.

    레니에는 주욱 늘어선 각양각색의 수많은 옷가지를 보며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쁜 옷들이 굉장히 많네요! 이게 다 파는 옷인가요?

    “음, 그렇지.”

    레니에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하기 바빴다.

    루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날 모습을 겹쳐 보았다.

    ‘그러고보니,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예르나가 보는 내 모습이 저랬으려나.’

    이제는 이 시대에 적응해서 저런 사소한 것으로는 놀라지도 않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상점이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전시될 수 있는지, 무언가 하나를 볼 때마다 일일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먼저 간 친구들도 이 광경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이렇게 보면, 그 소망은 반쯤 이루어 진 것 같은 모양새다.

    이렇게 ‘레니에’와 함께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뭐, 그녀가 자신이 사랑했던 바로 그 ‘레니에’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런 기분은 든다는 얘기다.

    “음.”

    살짝 시계를 확인해 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조금 발걸음을 서두른 덕인지, 여전히 쇼핑을 즐기기엔 충분히 여유 있는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럼, 맘에 드는 옷을 고르러 가 볼까요?

    “그러지.”

    레니에의 말에 루크는 곧장 아까부터 눈에 들어오던 옷을 향해 다가갔다.

    “어서오세요!”

    아까부터 루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고딕풍의 케이프 코트 세트.

    적당히 화려하고 단정한 것이, 그럭저럭 루크의 마음에 들었다.

    색도 베이지색 베이스로 집에 있는 것과 다르고, 자세히 보면 옷깃의 형태도 다르다.

    치마의 프릴장식도 너무 과하지 않고, 목걸이나 브로치 같은 귀금속을 이용한 여러 장식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이 조그만 넥타이 부분이 상당히 귀엽지 않은가?

    루크는 바로 직원을 불렀다.

    “저기, 이거 지금 사이즈 더 작은 거 있는가?”

    “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잠시만요-.”

    그렇게 직원이 건넨 옷걸이를 건네받은 순간, 레니에가 다가와 말했다.

    -루크님! 또 집에 있는 거랑 비슷한 거 고르시죠! 오늘은 다른 거 보기로 했잖아요!

    레니에의 말에 루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 완전 다르게 생겼는데, 이걸 잘 봐라. 색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지 않느냐. 이게 비슷해 보인다면 네 시력이 이상한 게 아닐까?”

    -느낌이 똑같잖아요! 취향 참 한결같으시네요……. 안 질리세요? 가끔은 다른 거 입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똑같은 블라우스, 똑같은 치마, 똑같은 고딕풍 정장.

    이제는 질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루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리다니? 옷에 질릴 이유는 대체 뭐지?”

    정말로 모른다는 그 표정에 레니에는 결국 루크의 손에서 옷걸이를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됐어요! 오늘은 이런 정장같은 것 말고, 이번엔 좀 새로운 시도를 해 봐요. 그러려고 온 거잖아요? 저기요, 죄송하지만 이건 가져가 주시겠어요?

    레니에는 루크의 손에서 옷을 빼앗은 옷을 그대로 직원에게 건네고는, 루크의 손을 붙잡고 옷가게에서 나왔다.

    “어, 어어-.”

    루크는 그런 레니에의 손길에 당황하여 버틸 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옷가게에서 끌려 나오고 말았고.

    이후 루크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사람을 그렇게 갑자기 끌고 나오다니!”

    자신을 무슨 떼쓰는 어린아이 다루는 것처럼 강제로 끌고나오다니, 루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손에서 옷을 빼앗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그건 진짜 맘에 들었기에 한번만 입어보고나서 바로 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레니에가 대답했다.

    – 어떻게 맨날 사람이 꼭 그런 것만 입어요? 그 엘프가 그런 것만 사주던가요?

    “뭐?”

    루크는 자신이 들은 게 맞나, 하는 표정으로 레니에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레니에는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왕 온 김에, 다른 신발도 새로 사죠, 신발장도 죄다 똑같은 색에 똑같은 구두니까 재미도 없고–.

    그 때, 루크가 레니에의 손을 뿌리치고는 발끈하며 대꾸했다.

    “똑같다니! 가만히 듣고 있으니 억울하군! 전부 다 확실히 다른 구두야! 그대의 눈은 눈이 아니라 옹이구멍인가!”

    -네?

    루크는 당황하는 레니에에게 말을 쏟아내었다.

    평소에 신는 발등을 지나는 곳에 스트랩이 달린 것, 스트랩이 조금 더 위쪽으로 달려 발목을 붙잡은 형태로 되어있는 것, 길이 아닌 곳에서 신기 위한 통굽이 달린 것, 가끔 기분이 내키면 신으려고 사두고 얼마 신지 않은 2중 교차형 스트랩이 달린 구두까지.

    “이렇게 전부 다 다른거고, 전부 다 내가 좋아서 내돈으로 산 옷과 구두들이다. 알겠어?”

    -……음, 그런 거예요?

    아니, 전부 다 똑같은 것 같은데.

    루크의 설명에 레니에가 당황하며 묻자, 루크가 대답했다.

    “그래! 그러니까 예르나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면 곤란해!”

    아무리 ‘레니에’라고 해도, 해도 될 말이 있고 안되는 말이 있는 법이었다.

    -……네?

    루크의 그 말에서 레니에는 그제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전조도 없이 갑자기 왜 이렇게 화를 내나 했더니, 이거 아무래도 예르나라는 엘프를 그런 식으로 말해서 삐친 것 같다.

    ‘가족애라……, 이건 좋은 변화라고 해야 하려나?’

    설마하니 행정상으로 어미일 뿐인 그 엘프가 루크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을 줄은 몰랐는데…….

    아린세이아에 주어진 정보만으로 학습한 레니에의 입장에서, 아린세이아 밖에서만 볼 수 있는 루크의 그런 변화를 눈치채기에 하루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레니에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그건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그에 루크는 발걸음을 이전의 가게를 향해 휙, 돌리며 말했다.

    “됐네, 그렇게 관찰력도 떨어지는 주제에 패션은 무슨. 난 내 맘대로 고르겠네. 그대는 알아서 구경하게.”

    -아니, 그런 게 어디있어요?

    이거 진짜 단단히 삐친 모양인데?

    ‘정말 많이 변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정이 풍부해진 루크에게 당황한 레니에.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옷가게 직원은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건 남자친구가 잘못했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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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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