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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날이 괜찮네요.”

        

        

        

        현실의 날씨는 8월이지만, 게임 내의 날씨는 겨울이었다.

        

        눈도 내리지 않고, 그저 싸늘한 바람만이 신체에 부딪혀 이리저리 맵을 휘돌다 사라질 뿐이지만, 오늘 내 시선 한 켠에는 평소와 다른 요소 하나가 추가되어있었다.

        

        3만 명.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기세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일단 ‘지금’은 내가 이 군세의 고삐를 틀어잡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문득 머릿속으로 하모니가 생각났다.

        

        그녀는 항상 이런 광경을 마주하고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만…그 뿐이었다.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니까.

        

        그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도록 하자.

        

        물론 그 전에….

        

        

        

       -제발도네이션풀어제발도네이션풀어제발도네이션풀어제발도네이션풀어!!!!

       -도네하게링크좀내놔제발누나나미칠것같아50만원충전해왔단말야

       -돈을 못써서 미친 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격장!사격장!사격장!사격장!사격장!사격장!사격장!사격장!

       -바로 타임어택미션 건다 ㅋㅋ

        

        

        

        뭔가 도네이션인지 뭔지로 굉장히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 될 것 같긴 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방금 전까지는 거친 야생마 위에 올라탔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그냥 굶주린 물고기 한 수백 마리가 들어있는 어항을 보는 것 같다.

        

        물론 떡밥이 가득 든 항아리를 내가 움켜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기지 한쪽에 앉아 이리저리 설정을 하자, 도네이션이라는 게 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일정량의 돈과 함께 스트리머에게 메시지나 미션을 보내는 기능이구나.

        

        최소 단위는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 천 원을 기준으로 하고…돈을 많이 보내면, 많은 스트리머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리액션이라는 걸 하는 건가.

        

        굳이 그래야만 할까?

        

        

        

       “…여는 방법은 찾았는데, 저는 얼마를 후원하든 크게 반응을 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그 점은 감안을 하셔야만 할 거예요. 미션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쯤 자기만족인 방송이니,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올라가는 것만 같은 비주얼의 채팅창을 옆으로 밀어놓고 도네이션 기능을 켰다. 금방 채팅창 상단의 공지를 통해 알려지겠지.

        

        

        간단히 총기의 각 부분을 점검한 후, 혹여나 작동이 안 되는 곳이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한다. 영점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이 또한 대놓고 믿을 수는 없었다.

        

        직접 쏴보는 편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일과 역시도, 처음은 사격장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거리의 사격으로 영점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실전 사격을 한다는 느낌이다.

        

        

        도네이션이 열리자,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물밀듯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서울빨랫집게도둑햄듀먹호떡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첫도네먹어버렸죠?개빡치죠?

        

       

        

        라든가,

        

        

        

       <미션 등록!>

       <[제한시간 3시간 00분 // 미션 성공 시 100,000원]>

       -아무 PVP 다섯판 뛰기

        

        

        

        같은 것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사격장으로 향한다. 어차피 첫 방송이라면, 그리고 추후 방송을 정기적으로 할 지도 결정하지 않았다면, 반대로 적당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내 모토가 정해지고 있었다.

        

        

        

       “아직 메인 퀘스트를 다 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사격장에서 간단하게 몸을 푼 다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걸어주신 미션은 판단 후 결정할게요.”

        

        

        

        이를 대강 요약하자면….

        

        니들이 하라는대로 하기 싫어, 였다.

        

        참으로 대충 정해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더라.

        

        

        

        

        

        

        

        

        

        

        

        

        

        

       “CQB는 기본적으로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자신의 피해는 줄이고, 적의 피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적인 살인기예죠.”

        

        

        

        총구 화염이 피어오르고,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이 허공을 수놓는다.

        

        코가 아플 정도의 매캐한 연기가 공기를 잠식했다.

        

        그 가운데에서 조용하고도 나긋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상대하는 적이 누군지, 지형은 어떤지에 따라서 가용해야 할 화기와 폭발물, 심지어는 방어구의 종류까지 전부 다 달라져야만 합니다. 가능하다면.”

        

        

        

        하나의 방을 청소하고, 그 다음 방으로 넘어가기 전 – 마치 학생들에게 설명하듯, 그녀는 차근히 자신이 쌓아올린 경험에 근거하여 입을 연다.

        

        구체적인 행동이 동반된 말은 그저 단순한 발언보다 더 많은 설득력을 내포하였고, 유진의 첫 방송에 모인 자들은 그녀의 말에 빠르게 감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놓고 말하자면, 지루해하는 이들은 이미 다른 방송으로 넘어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종의 진화와 적응이죠. 또는 고차원적인 가위바위보를 생각해도 됩니다. 적의 상태와 무장, 방어구를 고려하여,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방어구가 단단한 적에게는 관통력이 높은 탄이 강제되겠지만, 상대적인 경무장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듯이.”

        

        

        

        그리고 다음 방.

        

        마치 케이크를 조금씩 잘라내듯, 문지방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적들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방의 사각지대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소지하고 있던 섬광탄을 사용하고, 기능고장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부무장으로 교환하여 적을 확실히 사살한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움직임은 없고, 자연스럽게 룸 클리어링에 필요한 시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전투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때부터 믿을 건 나 자신과 팀원의 기량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CQB야말로 여러분들의 두뇌와 신체를 모두 요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후, 마지막에 다다른다.

        

        평균적으로 세 명 이상의 적이 존재하는 방이 열 개 이상에, 그 와중 수많은 부연 설명까지 진행하며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킬하우스를 끝내는 데엔 고작해야 3분 남짓한 시간만이 걸렸을 뿐이었다.

        

        방 하나를 클리어하는데 길면 9초, 평균적으로는 7초 정도만이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니나 다를까.

        

        

        

       <아인큐베이터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일단 저흰 그렇게 총을 깔끔하게 못 쏩니다

        

       “…아. 그건 저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네요.”

        

        

        

        그녀는 쉽사리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너는 나를 가르치는데 실패했다 ‘유진’….

       -그냥 니가 학습능력이 박살난 게 아닐까요?

       -싀발 선생님 인강도 이렇게 가르치면 환불테러먹어요;;

       -뭔소린지는 알겠는데 허들이 너무 높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쉽네 ㅋㅋ 하루에 열다섯시간만 사격연습하면 되는 거 아님?

        

        

        

        세상에는 몇 가지 부류의 천재가 있다고들 한다.

        

        확실한 건 그 중에는 단순한 천재도 있지만, 사실 교육의 천재야말로 어떻게 보면 가장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자신이 익힌 것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니까.

        

        아무튼 확실한 건…나는 뭔가를 교육하는 건 별로 재능이 없긴 했다.

        

        

        사실 옛날부터 그렇긴 했다.

        

        당장 내가 오퍼레이터로 선택받은 이유도 대충 그런 이유 때문이었고, 원래라면 무수한 경험으로 터득했어야만 하는 교전방식을 대충 센스로 땜빵하며 살아남았으니까.

        

        교관 커리큘럼을 좀 더 열심히 봤어야만 하는데.

        

        

        하지만 억울한 점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내가 옛날에 총을 얼마나 많이 쐈는데. 내가 사격연습 때 쏜 탄환 수만 해도 표준형 컨테이너를 가득히 채우고도 충분히 남는다. 나도 그 정도의 연습을 했었건만….

        

        아무튼 이 부분은 나중에 조금 더 궁리를 해보도록 하자.

        

        지금은 기억을 뒤져, 그나마 단시간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게 더 낫겠어.

        

        

        

       “딱 잘라 뭘 해야만 한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일단 기본적인 명중률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걸 키우는 데 좋은 연습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손가락을 휘저어 표적지를 하나 세팅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현시킨다.

        

        번쩍거리는 불빛과 함께 25미터 앞, 인질의 뒷목을 잡은 채 방패로 삼아 도망치고 있는 테러리스트 한 명이 스폰했다.

        

        과거 델타 포스 출신 교관들이 징하게도 시켰던 사격 연습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게끔 사격 실력과 대담함을 동시에 키워주는.

        

        

        자세를 정확하게 잡고 머리를 노린다.

        

        그와 동시에 설명을 이어간다.

        

        

        

       “움직이는 적을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에임 트래킹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방법 중 하나일 뿐이에요.”

        

        

        

        설명을 이어나간다.

        

        적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많은 경우 적들은 기존의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리듬 게임과 비슷했다. 내 몸을 움직여 적의 머리를 십자선에 놓는 게 아니라, 움직일만한 경로에 십자선을 깔아두고 정확한 타이밍에 격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탄환의 낙차와 탄속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모든 특수부대원들은 처음부터 그리 된 게 아니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해질 때까지 총을 쐈기 때문에 그런 게 가능한 것이었다.

        

        짧게 숨을 참으며 십자선 정가운데로 머리를 들이민 적의 머리를 확인했다.

        

        척수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자, 홀로그램은 그대로 산산조각나 흩어진다.

        

        얼탱이가 없다는 채팅을 반쯤 무시하며 덧붙였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원할 때 원하는 곳에 총알을 꽂아넣기 위한 연습이니,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 정도만 참고하셔도 될 거예요.

        

        지금 제 방송을 보고 있는 모든 유저분들의 목표가 각기 다를 수도 있으니,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향상시키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세요. 그러면 저도 상세하게 문제점을 짚어드릴 수 있으니.”

        

        

        

       -뭐지? 1대1 교습 컨텐츠를 의미하는 것인가??????????

       -컨텐츠각을 이렇게 재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사실 방송이 하고싶었던 거 아닙니까

       -이사람 뭔 프로게임단 코치가 심심해서 방송켠거 아님?

       -팩트)유진의 커리큘럼은 녹차고양이 방송으로 대충 짐작 가능하다

        

        

        

       <헬스장원판도둑유진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옆집 민트떼껄룩은 님 기준에서 어떰?

        

       “처음에는…좀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솔직히 평균 이상이에요. 정신력이랑 끈기는 확실히 일반인보다 월등합니다. 힘들다 하면서도 제 페이스 맞추는 거 보면….”

        

        

        

        …어쩌면 그게 똥겜 장인, 아니. 방송인으로서 단련된 멘탈과 고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내 발칙한 잡생각을 뒷받침하듯 이어지는 채팅.

        

        

        

       -맨날 별의별 이상한 거만 찾아서 하니까 멘탈은 좋지 ㅋㅋㅋㅋㅋㅋ

       -그 누구보다도 똥겜에 무친련….

       -멘탈 수련은 남들보다 많이 하긴 하네 ㅋㅋ

       -보인다…유진이 고통받는 미래가….

       -하모니의 지인은 똥겜을 권유받는 게 정설이며 이는 삼국사기에도 나와있다

        

        

        

        채팅이 뭔가 좀 심상찮긴 한데, 설마 나한테도 그리 어려운 게임을 추천해줄까.

        

        그런 미래가 오지를 않길 빌며,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튼, 까놓고 메인 미션도 다 안 민 제가 할 말은 아니겠죠. 방송을 킨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 게임 내적으로도 그에 맞는 성취를 좀 거둔 다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웨스트포인트 – 미 육군사관학교.

        

        본래라면 배를 타고 허드슨 강을 거슬러 잠입해야만 하는 곳이었지만, 하모니랑 함께 사이드 퀘스트를 밀면서 헬리콥터를 비롯한 다양한 이동수단이 해금되었다.

        

        헬리콥터를 호출하며 덧붙였다.

        

        

        

       “미션을 좀 밀어야겠네요. PVP 랭크 게임은 종목을 정한 후 등반해보도록 하죠.”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은 차고 넘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종강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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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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