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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 ***

         

       당도경이 떠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그러니까 저번 경수시장은 특이한 경우였다 이말이야.”

         

       “그렇군요.”

         

       “보통 흑도퇴치 의뢰가 들어오는 건 정파들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득이 있지. 첫째로는 꼴에 정파라서 흑도라고 할지라도 손을 독하게 쓰는 것은 어렵거든. 그런데 이 흑도들 중에서도 악성종자나 독종들이 있기 마련이라 그때 손을 봐 줘도 바로 다시 나타나는 친구들이 있단 말이지.”

         

       “그런가요. 전 경수시장 때만 보고 흑도까지 구해주는 착한 정파인이라는 홍보전략인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있냐? 낭인들은 본래 흑도들을 갈취하는 사파 같은 느낌이야. 악성 흑도들을 완전히 자근자근 밟아버리는거지. 그럼 정파 입장에서는 악성 흑도들이 사라져서 좋고 흑도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보이는 사천낭인을 물리치는 게 그림이 더 살아나니 또 좋고.”

         

       “경수시장때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조금 손을 봐준 다음에 뜯어낸 돈을 내가 다시 갈취하고 그 혹도들을 부려서 시장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으면 태경문이 나타나서 나를 처리하고. 이런 수순으로 갔어야 정상이지.”

         

       호천안은 다시 사천낭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도경좌…”

         

       “우우…당대협..”

         

       저녁시간이 되자 당도경 생각이 나는지 땅을 파고 있는 낭인들 그런 낭인들을 보며 호천안이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호외요 호외!”

         

       한 낭인이 기세 좋게 객잔에 들어오며 소리쳤다.

         

       “당도경 대협의 소식이 들어왔소! 당가의 공식 석상에서 새로운 무공을 선보였다고 하는구려! 자세한 소식까지는 접해 듣지 못했지만 암기술과 권공을 접목한 무공의 신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오!”

         

       “오오…! 당 대협이!”

         

       “그래서 당 대협의 처우는 어찌 되었소?”

         

       “당가 내부의 이야기라 거기까지는…”

         

       “음. 아쉽구만!”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지는 낭인객잔.

         

       ‘흠.’

         

       호천안은 당도경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족애 특성은 개화한 것 같았는데 말이야.’

         

       깨달음을 얻었으니 화경까지 경지가 올라가기는 하겠지만 아마 한참을 더 수련해야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였다. 아무래도 맹호권법 정도로 화경에 오를 때까지 단련하는 것은 힘들 테니까.

         

       이제 초절정 초입인 당도경이 화경의 문턱에 도달할 때까지는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

         

       ‘앞으로 깨달음을 줄 때는 더 신중해야겠어.’

         

       여일예에 이어 당도경을 겪으며 호천안은 깨달음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깨달음은 그저 한계경지를 올려 주는 편리한 도구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인생을 관통하고 사람을 통째로 바꾸는 화두였다.

         

       ‘아무튼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스트레스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이론은 폐기일까.’

       

       당도경이 어떤 상황에서 깨달음을 얻었을지는 호천안 역시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일단 깨달음을 얻었으니 방법만 올바르게 골랐다면 깨달음을 줄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국 음성으로 깨달음을 전해줄 수밖에 없는가. 호천안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내가 왜 그랬을까.’

         

       깨달음이라는 생각에서 연상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는 도중 도박기술을 펼친 것은 그냥 그때의 ‘충동’이었다.

         

       10년산 고인물 플레이어로써의 행동이 아니라 무림천하 인생 8년차 호천안으로써의 직감이 들었다. 당도경이 도박 때 보여준 모습.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 암기술을 그만두었다는 당도경의 고백. 당독기에게 들었던 이야기 등등…

         

       지끈거리는 머리속에 떠다니던 잡다한 것들이 응당 그래야 한다고 호천안의 등을 떠밀었다.

         

       그 결과 당도경은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다.

       

        호천안의 예상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그래 이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겠지.’

         

       당도경이 암기술이 약한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걸 도박 기술로 채울 수 있으리라는 판단은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그 도박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일까.

         

       이제 호천안으로 살아간지도 8년이다. 10년산 고인물 플레이어만큼이나 경험이 쌓였다. 사천낭인으로써 당도경과 부딪치며 쌓인 경험이 무의식 중에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 오늘 만두 맛있다.”

         

       흑영기공 안으로 만두를 쑥 밀어넣는 흑묘를 보고 호천안은 복잡한 감상에 휩싸였다.

         

       ‘분명 방에서 머리를 식히고 있었던 것은 맞는데.’

         

       그 뒤로 의식이 끊겼다. 직전에 당도경을 꾀어내겠답시고 날뛰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독한 술을 먹은 것처럼 욱신거리는 머리와 몸의 상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또 기절한 사이에 형편 좋게 당도경이 깨달음 상태에 들었다는 것도 이상하고.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정황상 가장 의심되는 인물은 흑묘였다. 가장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한 여일예의 일 이후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약물을 주입했다는 것이 가장 의심되었다.

         

       ‘근데 그게 또 말이 안 된단 말이지.’

         

       진짜 약물을 사용해서 당도경의 깨달음을 짜냈다 치자. 그렇다면 호천안은 지금 여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정말 흑묘가 여일예의 건으로 호천안을 노리고 낭인이 되었고 당도경의 건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다면 흑묘의 입장에서 최선은 호천안을 납치해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면 사람들의 이목을 모은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이것저것 해 보는 2년동안 호천안은 스스로의 과거도 파 보았다. 정보 단체를 통해 적지 않은 금액을 소비해 가며 알아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흑묘가 여일예의 소문을 듣고 호천안을 노리러 온 자라면 아주 높은 확률로 정보단체와 연결고리가 있을 터. 흑묘의 정체야 애초에 밝혀진 적이 없고 호천안 역시 사라지면 추적할 방법이 없다.

         

       이목을 모은다 치더라도 정말 깔끔하게 증발할 수 있는 환경인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렇게 날 내버려 둔다는 게 하책이지.’

         

       첫째로는 호천안 본인이 자신의 몸 상태에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낭인객잔에서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곧 당가 사람들이 다 알게 될 텐데 당연히 호천안도 주목을 받게 된다. 정확히는 낭인객잔 자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호천안도 그에 포함되겠지.

         

       ‘에이 아무래도 말이 안 돼.’

         

       흑묘가 약물을 투입해 깨달음을 빼내고 당도경에게 전해 주었다? 그게 사실이라고 치면 지금 흑묘에게 남는 게 뭐가 있을까. 흑묘 입장에서는 그냥 손해만 보는 이야기였다. 괜히 목표의 주목도만 올라가고 지금처럼 의심만 남기게 될 테니까.

         

       무엇보다도 호천안이 보아 온 흑묘는 눈치를 팔아먹고 시도 때도 없이 뻥튀기를 씹어댄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퍽 괜찮은 후배였다.

         

       그래도 호천안은 마음속 한 구석에 경계심을 남겨 두었다. 몸에 남아있던 지끈거림도 그렇고 흑영기공도 그렇고 껄끄러운 점은 아직도 남아 있었으니까. 흑묘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후.”

         

       호천안은 소면의 국물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이제 진짜로 정신 좀 차려야겠네.’

         

       여일예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이후 당도경이 떠나기까지 온 사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때문에 혼이 빠졌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깨닫는 바가 적지 않았다.

         

       7년간 머물렀던 이 낭인객잔에서 제법 오래 안주했다고. 사천낭인으로서의 일상에 매몰되어 중간에서부터는 적응도 못 하고 질질 끌려다가 문득 일어나 보니 온 몸만 아프고 사건은 모두 끝나 있었다.

         

       당도경 사건의 마무리는 호천안에게도 따끔한 채찍이 되었다.

         

       10년산 고인물도 이젠 옛말이었고 그저 7년째 발전없는 이류무사 호천안만이 남았다.

         

       명성치가 구르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정작 엉덩이가 무거워 움직이지 못한 셈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라는 말이 있었고 호천안이 딱 그 짝이었다.

         

       ‘이가 없으면 틀니를 구해야지 왜 잇몸으로 씹고 있어.’

         

       맨날 삼류 잡배, 그리고 멍청한 일류 동기들이랑 놀아나다보니 몸도 머리도 돌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껍질을 깨고 나가기로 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못 차릴 속도로 치고 나갔어야 했거늘 아직 시작도 안 한 꼴이라니.

         

       이류 호천안, 사천낭인 호천안을 털어버리고 10년차 고인물과 8년차 무인 호천안으로써의 부분을 끌어 올려야 할 시기였다.

         

       “아아, 이 서늘한 감각. [고인물]로 돌아갈 때다.”

         

       “…선배, 뭐 잘못 먹었어요?”

         

       “아니 그저 나는 방금 다시 태어났을 뿐.”

         

       갑자기 주접을 떨기 시작한 호천안을 보며 흑묘는 피식 웃었다. 지난 일주일간 고민이 서린 얼굴이더니 이제야 털어낸 모양이다.

         

       세파에 치여 파김치가 되었던 동태눈에 드디어 총기가 돌아왔다. 흑묘는 가급적이면 오래오래 저 눈빛이 유지되기를 바랬다. 흑묘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좌충우돌하는 실타래가 보고 싶은 것이지 그저 자신이 끌고다니는대로 끌려다니는 실타래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기운 차린 것 같으니 다행이네.’

         

       이제 6월.

         

       여름이 찾아올 달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1/05/21 수정

    *자백침에 관한 내용수정에 대한 의견제시를 받았던 회차입니다.

    *여러 댓글이 있었지만 수정 없이 진행을 지지해주신 댓글이 많았고 작가 역시 한번 쓴 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겼습니다.

    *수정에 관련된 내용만 댓글을 삭제하려고 했으나 일부 댓글만 정확히 삭제하는 기능은 없더군요. 그래서 이번 화는 댓글금지로 전환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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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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