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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봄.

       

       ‘……보이지 않는다.’

       

       멜리나의 표정은 펴질 줄 몰랐다.

       

       도대체 진리란 무어란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 편린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어렵구나. 너무나도 어려워.

       

       똑똑.

       

       “금탑주님. 수습들이 전부 모였습니다.”

       “……알겠다.”

       

       멜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때는 뭐라도 해서 정신을 환기시켜야 했다.

       

       수습으로 들어온 마법사는 총 넷이었다. 전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다. 

       

       그들의 눈 앞에 있는 여성은, 모든 마법사들의 우상이자, 정점에 도달한 인간 중 한 명이었으니까.

       

       “이들입니다. 한 명씩 소개를…….”

       

       멜리나가 손을 들어 비서의 말을 끊었다.

       

       멜리나의 시선은 맨 끝에 서있는 한 소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렸다. 많이 쳐봐야 열 아홉은 되었을까?

       

       그런데도 품고 있는 마력이 다른 마법사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그 뿐만이라면 멜리나의 시선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미소가 감도는 저 얼굴.

       

       자신감? 아니다. 오만? 그 또한 아니다.

       

       저건 여유였다. 마법사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감정이, 저 소녀에게는 있었다.

       

       그것이 멜리나의 흥미를 끌었다.

       

       “거기 넌 이름이 뭐지?”

       “올리비아입니다.”

       

       멜리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올리비아라.”

       

       기억했다.

       

       멜리나가 몸을 뒤로 돌렸다. 다른 놈들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정식 마법사로 임명되기는 커녕, 그 전에 쫓겨날 잔챙이들이다.

       

       ‘저놈은 어디까지 올라오려나?’

       

       첫 만남이었다.

       

       

       

       *****

       

       

       

       털푸덕.

       

       “흐아, 개같이 무겁네.”

       

       올리비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멜리나를 내팽겨쳤다. 근처에 산산조각난 얼음 덩어리들이 보였다.

       

       몇주 전 키엘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멜리나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자, 익숙한 메세지창이 떠올랐다.

       

       [회귀자, ‘멜리나 디비아에’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단서 #2를 획득합니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그래, 이래야지.”

       

       회귀자 특전이고 뭐고, 역시 기절시키는게 정답이다.

       

       [단서 #2]

       [제국력 990년의 기억]

       – 1회에 한해 멜리나의 기억을 엿볼 수 있습니다.

       

       ‘990년? 막 입탑했을 땐가?’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하고 수습 마법사로 구르던 시절이다. 

       

       여느 마탑들과 다르게, 금탑은 유난히 실력 지상주의가 강했다. 귀족이고 뭐고, 실력이 없는 마법사는 취급해주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실력이 없다면 수습조차 되지 못하는 곳이 금탑이다.

       

       최고 중에 최고들만 모인 곳. 천재들의 무덤. 그것이 금탑이었다.

       

       ‘정확히 언제 쯤인지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막 탑에 들어갔을 때인지, 정식 마법사로 임명됐을 때인지, 아니면 멜리나의 비서 겸 발닦개가 됐을 때인지.

       

       그것만 알아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얼음 속에 갇힌 멜리나를 응시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될까.’

       

       키엘과 멜리나는 그 경우가 다르다. 키엘과는 친구 관계였고, 멜리나와는 사제관계였다.

       

       둘 다 똑같은 호감도 마이너스 100이었지만, 태도가 달랐던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것과, 제자에게 배신 당한건 아무래도 뉘앙스가 꽤 다르니까.

       

       마법사의 사제 관계는 현대 사회의 사제 관계와는 궤를 달리한다. 평생 동안 연구한 비전을 가르쳐주는 만큼, 제자를 뽑을 때 심혈을 기울인다.

       

       실력은 기본이고, 전도가 유망하며, 인성도 좋아야 하고, 말 그대로 따질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따진다.

       

       ‘결국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소리지.’

       

       그렇다. 저 ‘맘에 드는’ 과정이 정말 욕 나오게 어렵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인 멜리나의 제자로 임명받는 일이다. 커트라인이 얼마나 높겠나?

       

       ‘그 때 굴렀던 걸 생각하면…….’

       

       키엘 때와는 다르다. 그 때는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는 쉬웠다. 

       

       이번에는 말을 섞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해야지.

       

       살아 남으려면.

       

       

       

       *****

       

       

       

       “너희 수습들이 할 일은 간단하다. 일단…….”

       

       올리비아는 눈을 떴다. 강단 앞에서 한 마법사가 뭐라고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금색 마탑의 수석 마법사, 트레비스.

       

       그는 새로 들어온 수습들의 교육 담당이었다.

       

       “거기, 필기하지 마라.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도 기억할 능력이 없으면 그냥 지금 포기하는게 좋을거다.”

       “예, 옙!”

       

       트레비스는 수습들에게 좋은 말을 해 줄 생각이 없었다. 당장 그에게도 해야할 연구가 있었다. 신입들까지 가르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는 오히려 신입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바랬다. 그러면 제 연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완전 극초반이네. 멜리나와 만난 적은 있으려나?’

       

       올리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멜리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여긴 결국 멜리나의 기억 속이니까.

       

       [올리비아]

       – 레벨 : 55

       – 직업 : 중급 서리의 마법사

       – 칭호 : 아카데미 수석 졸업자, 금색 마탑 수습 마법사

       

       뭔가 많이 단출해졌고, 많이 약해졌다.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슴이 쓰렸다.

       

       물론 지금 상태로도 저 트레비스라는 마법사는 이길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장로들 까지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뿐. 

       

       작금의 올리비아는 너무나도 약했다.

       

       ‘이러면 뭐 할 수 있는게 없는데.’

       

       멜리나가 놀랄만큼 드라마틱한 연출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녀를 마법으로 놀래키려면 못해도 상급 마법사는 돼야 했다.

       

       [단서 2개를 획득한 보상이 제공됩니다!]

       [앞으로는 회귀자와 함께 있을 때만 타이머가 흘러갑니다!]

       [남은 시간 : 5분 00초]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타이머의 시간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거다.

       

       ‘생각할 시간은 많겠네.’

       

       어떻게 해야 멜리나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기억 속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거다.

       

       그렇게 함으로써 몰살회차의 올리비아와, 지금을 다른 사람으로 여기도록 만든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몰살 회차 때 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로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야 해.’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는 희대의 개새끼로, 그리고 자신은 비련한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다짜고짜 대검부터 휘둘렀던 키엘이 화를 삭히고 물러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트레베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습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곱게 자란 티가 역력한 귀족가의 영애였다. 하지만 적어도 금탑에서만큼은, 그녀는 서열 최하위였다.

       

       “실례가 아니라면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트레비스는 귀찮다는 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30초 주마.”

       “선배님들께서 그렇게 바쁘신 이유가 뭡니까?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금탑에서 매달 세미나라도 여는겁니까?”

       “멍청한 질문이군.”

       

       트레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잘 들어라 신입.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잘났어.’라고 잘난척이라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다른 탑으로 꺼져버려라. 그딴건 여기서는 하등 쓸모도 없으니까. 우리가 목표로 하는건 오직 진리 하나뿐이다.”

       

       영애가 움찔거렸다. 트레비스는 그녀를 신경쓰지도 않고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네 선배가 아니다. 수습이면 수습답게, 주제 파악해라.”

       “……!”

       

       쾅!

       

       문이 닫혔다. 귀족 영애의 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마 이 정도로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뒤에서 그 광경을 직관하며 남몰래 감탄했다.

       

       ‘와, 대체 난 어떻게 저런 새끼들이랑 친해졌던거냐?’

       

       과거의 자신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다.

       

       화면 너머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들어와서 보니 완전 피도 눈물도 없다.

       

       탑은 탑주의 성향을 쫓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금탑의 마법사들이 냉혈한이 된건, 전부 멜리나가 진리에 미친 소시오패스인 탓이다.

       

       아무튼 그렇다.

       

       “쯧.”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내는 따로 필요 없었다. 지리는 훤히 꿰고 있었으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수천 번 다녔던 길을 까먹을리가 없다.

       

       올리비아는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멜리나에게 올리비아라는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가.

       

       멜리나는 진리 외의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제국의 탑주로 남아있는 것도, 제국의 지원이 가장 빵빵하기 때문이지, 다른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다.

       

       결국 진리다.

       

       그래서 몰살 회차 때는 이렇게 제안했다.

       

       – 저를 제자로 삼아주시면, 제가 탑주님을 대신해 진리에 도달하겠어요.

       

       멜리나는 이를 수락했다.

       

       왜냐면 멜리나가 보기에도 올리비아는 천재였고, 그 당시 멜리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진리를 보고 싶었을테니.

       

       하지만 이 방법은 쓸 수 없다. 고작 55레벨로는 그런 무위를 선보일 수 없는 것은 물론이오, 몰살 회차와 구별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만 낳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저것보다 더 솔깃한 제안을 할 수 있는가.

       

       올리비아는 그대로 최상층까지 단번에 올라갔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멜리나의 집무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최상층, 옥상이었다.

       

       보이는거라고는 황금빛 지붕과 사다리, 그리고 석양뿐인 그곳에, 사람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동시에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 4분 59초]

       

       멜리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올리비아가 바로 뒤까지 다가오자, 그제서야 축객령을 내렸다.

       

       “돌아가…….”

       “진리.”

       

       멜리나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노기가 피어올랐다.

       

       지금 누구 앞에서 그딴 말을 하냐는 얼굴이었다.

       

       “감히…….”

       

       하지만 다음 순간, 멜리나의 두 눈이 믿지 못하겠다는 낯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멍하니 올리비아의 손을 응시했다.

       

       거기엔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가 들려있었다.

       

       고작 종이다.

       

       이제 막 입탑한, 일개 수습 마법사가 끄적였을 뿐인 종이.

       

       “…….”

       

       하지만 거기에는 멜리나가 그토록 갈구했던 진리의 편린이 담겨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연구했기에 안다. 저 종이에 끄적여진 단어 몇 자는, 선 몇 개는, 천금과도 맞바꿀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종이를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마법은 쓸 수 없다. 하지만, 깨달음은 그대로였기에 가능한 기행이었다.

       

       “네가 어떻게…….”

       

       올리비아가 미소지었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려면, 일단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라졌을 때 더 갈구하고, 공백을 더 크게 느낄테니까.

       

       올리비아는 확신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멜리나는, 절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으리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폴리카프로락톤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ㅇㅇㅇㅁㅁㅁㅁㅁㅁ!!!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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