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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45. 아빠 없는 집에 (1)

       

       

       평온한 날.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쉬고 있던 날.

       수련이가 내게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아빠, 전화 왔어.”

       

       호출인가?

       귀찮네.

       나는 수련이에게 넘겨받은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사수 한지수였다.

       

       “왜 전화했어, 한지수 선배.”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 딸이랑은 잘 지내고 있어?

       “나야 뭐 잘 지내고 있지.”

       -그럼 다행이네. 오늘 네게 연락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C등급 승급 시험에 대해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야.

       

       C등급 시험.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나는 느슨했던 자세를 고쳐 앉고 집중했다.

       

       “C등급 승급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데?”

       -시험 내용은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어. 살짝 알려주자면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면, 너는 시험을 통과하거나, 포기하기 전까지 밖을 나갈 수 없어.

       “…거기서 시험에 통과할 때까지 자야 된다는 소리야?”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건 좀 안 좋은데.

       그렇다고 시험을 포기할 수도 없고.

       나는 고개를 돌려 드래곤 녀석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슉-! 슈슉-! 내 오른손은 수면제! 왼손은 황천길!”

       

       화련이는 허공에 산만하게 섀도우 복싱을 갈기고 있었다.

       

       “…”

       

       수련이는 가만히 내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흠냐… 흠… 저희느은… 나무를 지켜야 해요…”

       

       초련이는 잠꼬대하며 환경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얘네들만 두고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고?’

       

       밥은 누가 주고.

       사고 치면 누가 수습하지?

       나는 스마트폰에 대고 한지수에게 말했다.

       

       “일단 알았어, 선배. 나중에 일정 나오면 알려줘.”

       -그래, 호출이 있을 때까지 딸이랑 함께 편히 쉬고 있어.

       “응.”

       

       뚝-

       통화가 끊어지고, 나는 다시 한번 녀석들을 확인했다.

       녀석들은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얘네들만 두고 어떻게 시험을 보러 가!”

       

       절대 안 되겠는데?

       내가 속으로 아주 깊은 고민을 하고 있자.

       수련이가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툭툭-두드리며 물었다.

       

       “아빠, 전화 누구야?”

       “한지수라고 내 선배야. 화련이는 직접 본 적도 있고.”

       “그래?”

       

       수련이는 열심히 주먹을 뻗는 화련이를 향해 다가가서 물었다.

       

       “화련 언니.”

       “엉?”

       “한지수라고 알아?”

       

       화련이는 주먹을 멈추고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게 누군데! 난 몰라!”

       “…아빠, 화련 언니는 모른다고 하는데?”

       

       한지수를 두 번이나 마주치지 않았나?

       모를 리가 없는데.

       나는 도마뱀 기억력으로 의심되는 화련이에게 물었다.

       

       “화련아, 한지수 기억 안 나?”

       “몰라! 내가 왜 기억해야 하는데!”

       “영웅 시험장에서 만났고, 서점에서도 만났는데. 진짜 몰라?”

       “아, 기억났다!”

       

       그제서야 기억난 걸까.

       화련이는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한지수에 대해 대답했다.

       

       “아빠한테 말 걸던 암컷이잖아!”

       “…암컷이 아니라. 여자. 여자라고 해볼까, 화련아?”

       “암컷!”

       

       이 짐승 녀석.

       화련이는 한지수를 끝까지 암컷이라 부를 생각인가 보다.

       수련이는 그런 화련이의 대답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며 내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배웠는데. 업무 시간이 아닌데 전화를 거는 건, 민폐라고 했어. 친한 관계가 아니라면.”

       “대체 어느 사이트를 들어갔길래-”

       “아빠, 그 여자랑 친해?”

       

       내 말을 끊으며 신속하게 질문하는 수련이.

       

       ‘…얘가 나랑 한지수랑 친한 걸 왜 궁금해하지?’

       

       살짝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는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

       

       “친하지는 않아.”

       “…그래?”

       “이상한 오해를 해서, 더 친해질 수도 없고. 그냥 직장 상사야.”

       “…그럼 됐어.”

       

       수련이는 내 대답을 듣고, 이제는 딱히 상관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눈 이후, 나는 잠시 몸을 벽에 기대어 다시 시험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시험을 안 볼 수는 없다.

       

       ‘집을 비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맡아줄 사람이라도 구해야 하나?’

       

       얘네들을 잠시 맡아줄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이 없는데.

       특히 다른 사람에게 녀석들을 맡기면, 뿔과 꼬리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들킬 수 있다.

       

       ‘…내가 집을 비워도 밥은 챙겨줄 사람이 필요한데.’

       

       밥을 챙겨줄 수 있고.

       사고를 치면 수습해줄 수 있는 사람.

       집을 비웠을 때 내 딸을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

       그게 누가 있을까.

       

       “흠…”

       

       나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져만 갔다.

       

       

       ***

       

       

       빚을 최대한 빨리 갚기 위해서라도.

       시험은 필수로 봐야 하는 법.

       결국 이하준은 시험을 위해 집을 비워야만 했다.

       이하준은 아이들을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얘들아, 아빠 없는 동안 얌전히 있을 수 있겠니? 아빠 보고 싶다고 막 사고치고, 울부짖고, 간장 붓고 난리 치면 안 된다. 알겠지?”

       

       아빠 없다고 울지 마라.

       이하준은 그리 말하며 아이들의 머리를 걱정스럽게 쓰다듬었다.

       한참을 귀찮게 괴롭히고 있자, 화련이가 이하준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다.

       

       탁-!

       

       “흥, 아빠가 없다고 내가 왜 울어! 내 머리 마음대로 만지지 마!”

       

       절대 울지 않는다.

       전혀 서운하지 않겠다.

       그리 선언하는 화련이.

       그 옆에서 수련이도 말을 거들었다.

       

       “난 어린애가 아니야, 아빠. 울지 않아. 조용히 놀고 있을 테니까. 다녀오면 돼.”

       

       수련이는 어른인 척하며, 쿨하게 인사를 보냈다.

       그 옆에 있던 초련이는 아쉬운 듯이 입을 앙 다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잘 다녀오세요,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보고 싶을 거예요!”

       “…너밖에 없구나, 초련아. 일루와잇!”

       

       와락-!

       이하준은 곧바로 초련이를 안았다.

       그 모습을 본 화련이가 곧바로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그냥 저리 가! 빨리 나가라구!”

       

       그르릉-

       화련이는 이하준과 초련이의 사이를 떼어놓고서는 만족하며 팔짱을 꼈다.

       그렇게 이하준은 아쉬운 얼굴과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식사 시간마다 사람이 올 테니까. 문 열어주고, 뿔이랑 꼬리 숨겨야 한다.”

       “네에, 아버지…!”

       “잘 지내고 있어. 아빠 곧 돌아올게.”

       

       이하준은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쾅-!

       

       아버지가 사라진 원룸에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

       “…”

       “…”

       

       아무 말 없이 현관에 서 있는 아이들.

       이하준이 하루 동안 자리를 비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이 상황 자체가 낯설었다.

       

       “…흥, 마음대로 가라고 해. 나는 신경 안 써!”

       

       화련이는 이하준이 사라진 현관문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몸을 돌려 TV의 앞에 앉았다.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흥, 마음에 안 들어. 시험이 뭐라고…”

       

       화련이는 괜히 무릎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어루만졌다.

       

       “…곧 돌아올 텐데. 나는 딱히 신경 안 써.”

       

       툭-

       수련이는 가만히 벽에 등을 붙이고, 책을 펼쳤다.

       말로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책의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다들 솔직하게 아버지를 보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언니들은 왜 저렇게 솔직하지 못할까요.

       초련이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모두 마찬가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푹 가라앉은 분위기 속.

       이하준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슬슬 아이들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하던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이들의 적막을 깼다.

       그에 화련이가 번쩍-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아빠 왔다!”

       

       화련이는 습관처럼 자리에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이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화련 언니. 저거 아빠 아니야.”

       “…아, 맞다.”

       “밥을 주러 온 사람이야. 뿔이랑 꼬리 숨길 준비해.”

       “…어.”

       

       시무룩-

       화련이는 입을 삐쭉 내밀며 뿔과 꼬리를 숨겼다.

       아이들은 모두 숨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어 밥을 주러 온 인간을 맞이했다.

       

       끼이익-

       

       아이들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건물 주인.

       할매의 얼굴을 보며 소리쳤다.

       

       “괴물이다아!!”

       “아빠가 말했던 사람인가…?”

       “저는 알고 있어요! 아버지가 할매라고 했어요!”

       

       허어-

       할매는 아이들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하준 이놈 자식이. 진짜 아이를 키우고 있었어? 이 비좁은 곳에서?”

       

       할매는 혈압이 올랐지만, 아이들의 앞에서 최대한 화를 숨기며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그 썩을 놈.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면 나한테 말을 하던가 했어야지. 답답한 녀석.”

       

       스윽-

       할매는 바닥에 두었던 음식 쟁반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자신의 집이 침범당하는 기분이라 좋지 않았지만.

       할매는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고서, 곧바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집을 나가기 전에 한 가지 말을 남겼다.

       

       “쯧, 밥 더 필요하면 말해. 더 줄 테니까.”

       

       할매는 그 말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쾅-!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분노했다.

       

       “왜 아빠한테 뭐라고 해! 나만 뭐라고 할 수 있는데!”

       “…”

       “그래도 착하신 분 같아요…”

       “흥, 난 몰라! 밥이나 먹자! 얘들아!”

       

       타다닥-

       화련이는 화를 풀기 위해 곧바로 식탁에 올라갔다.

       그리고, 쟁반에 담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수련이와 초련이도 화련이를 따라 밥을 먹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식탁에는 적막함이 가득했다.

       

       “…”

       “…”

       “…”

       

       식탁에 비어있는 자리.

       아이들은 그 자리를 바라보며, 밥을 느릿하게 입에 넣었다.

       

       “아빠 언제 오지.”

       “…그러게.”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오늘따라 아이들은 밥맛이 없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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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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