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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어제 이태원 레볼루션 봤냐?”

       “봤어. 재밌더라.”

       “에이, 반응이 참 너답네. 오랜만에 927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 다들 아주 난리가 났는데. 근데 첫 화부터 평균 시청률이 37프로가 나오는 건 조금 무섭긴 해.”

         

         

       나는 차무식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녀석의 말대로 이태원 레볼루션의 1화는 역대 모든 드라마의 1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였다.

         

       그 이유에는 내 차기작이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동 시간대에 방영하는 방송들이 싹다 이태원 레볼루션을 피해 방영 시간을 바꾸거나 아예 일정을 미뤄서 그렇다.

         

       만약 체급이 높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최대한 그 프로와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다른 프로들을 배치하는 것.

         

       이건 체급이 낮은 프로그램의 폐사를 막기 위한 방송사의 기본적인 전략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이태원 레볼루션 역시 주말 밤 8시라는 황금시간대를 홀로 독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 괴랄한 수치가 마지막 화까지 계속 유지될지가 관건이었다.

         

         

       “히히.”

         

         

       그때였다.

         

       문뜩 옆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옆을 쳐다보니 친구 놈이 휴대폰으로 커뮤니티에 어떤 댓글을 적고 있었다.

         

       나는 친구 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곁눈질로 녀석의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박하준이 누군지 아냐고요? 제가 알고 있는 배우 중에 최고였어요……

       ㄴ얘 저번에 박하준 듣보냐고 댓글 달았던 놈 아니냐?

       ㄴ아오 이제 겨우 2화 방영했는데 호들갑 뭔데

       ㄴ근데 진심으로 어제 거의 혼자 캐리하긴 함 ㅋㅋ 듣기로는 박하준도 927 작가가 직접 뽑았다던데?

       ㄴ아, 아… 또 당신이냐고 젠장

       ㄴ이제는 진짜 GOAT긴 해

         

       

       여기까지가 비교적 ‘정상적인’ 댓글이었고, 이제부터가 친구 놈이 직접 작성하고 있는 댓글이었다.

         

         

       –이제서야 우리에게 세 번째 작품을 내려준 927 작가. 오늘부로 당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그래…….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팬이 있다면 반대로 싫어하는 안티도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문제는 친구 놈이 작성하고 있는 댓글이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부터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927 작가와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 된다. 그러니 927 작가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세상에 70억명의 927 작가의 팬이 있다면, 나는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1억명의 927 작가의 팬이 있다면,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천 만명의 927 작가의 팬이 있다면, 나는 여전히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백 명의 927 작가의 팬이 있다면, 나는 아직도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한 명의 927 작가의 팬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나일 것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의 927 작가의 팬도 없다면, 나는 그제서야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927 작가, 나의 사랑.

         

       927 작가, 나의 빛.

         

       927 작가, 나의 어둠.

         

       927 작가, 나의 삶.

         

       927 작가, 나의 기쁨.

         

       927 작가, 나의 슬픔.

         

       927 작가, 나의 고통.

         

       927 작가, 나의 안식.

         

       927 작가, 나의 영혼.

         

       927 작가, 나.

         

         

       …….

         

       시바 얘 요즘 무슨 종교 다니냐?

         

       뭔가 절대 봐선 안 될 거를 본 기분.

         

       그리고 가만 보니 며칠 전에 나를 어디 가둬놓고 대본만 쓰게 하고 싶다던 그놈이랑 닉네임이 완전히 일치했다.

         

         

       “무식아 너 혹시 927 작가 팬이냐?”

         

         

       그렇기에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물었다.

         

         

       “음? 그렇지? 야, 야. 근데 갑자기 무섭게 팔은 왜 걷어.”

       “아, 이거? 요즘 스트레스를 조금 많이 받고 있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아무래도 너인 것 같다.”

       “그래서?”

       “너가 좋아하는 927 작가가 나니까 시원하게 한 대 정도는 맞아줄 수 있지?”

       “……하?”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차무식.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927이라는 소리를 절대 믿지 않는 얼굴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예전부터 평범하게 친구로 지내왔던 놈이 다짜고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재 작가라고 말한다면 나 같아도 안 믿는다.

         

         

       “후… 됐고. 네가 927 작가의 팬이니까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만약 927 작가가 이번 작품을 끝내고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 거냐?”

       “갑자기 불길한 소리를 하네……. 그건 어떤 사유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차무식은 이렇게 말했다.

         

       부당한 이유라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고.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927 작가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거다.

         

       그렇다면 반대로.

         

       만약 사유가 정당하다면?

         

         

       .

       .

       .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다음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압박과 원성 때문이라는 거지?”

       “맞아.”

       “음…….”

         

         

       차무식은 서은우에 말에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했다.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입이 겨우 열렸다.

         

         

       “야, 서은우. 내 아버지가 그래도 명색이 무한신문 부사장이잖아? 덕분에 세상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대중들의 심리가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거든.”

       “그래서?”

       “……만약 네가 말했던 사유라면 진짜 사람들 난리 난다. 아마 커뮤니티, 뉴스 등등 모든 미디어에서 927 작가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이어질걸? 그리고……”

       “오, 그래?”

         

         

       이미 원하는 답을 얻었기에 서은우는 차무식의 다음 말을 굳이 들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럴 거였으면 진작에 해버릴걸 그랬나?’라고.

         

         

       “뭐… 어느 정도 대답은 된 것 같네.”

         

         

       다만 오늘따라 뭔가 이상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차무식은 쓴 미소를 지었다.

         

       결국 마지막에 하려던 말이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렸지만, 딱히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가 마지막에 서은우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그저 가정, 정말 최악의 가정에 관한 얘기일 뿐…….

         

       927 작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중이다.

         

       그런 927 작가의 은퇴 사실도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텐데 그 이유가 국민들 때문이다?

         

       아마 전 세계에서 한국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거다. 덤으로 그걸 기회로 여기는 자들도 분명 나타날 거고.

         

       예를 들면…….

         

       자신들의 나라에 927 작가를 이주시키기 위해서 그에게 접근하려고 들 수도 있겠지.

         

       한국에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927 작가라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차무식은 그 뒤의 미래를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말 그대로 최악의 가정이었으니 가정으로 그쳤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10월이 찾아왔다.

         

       여름에 첫 방영을 시작했던 이태원 레볼루션은 첫 화부터 시작해 마지막 화까지 계속 상향세를 그렸다.

         

       마지막 화의 시청률은 무려 40.2 프로.

         

       역시 믿고 보는 927 작가라며 대중들의 반응도 좋았다.

         

       보통 사람인 강철의 거침없는 행보는 현실에 타협하고 사는 사람이나, 강철과 마찬가지로 험난한 길을 걷는 시청자들에게 아마 카타르시스와 강한 자극을 주었을 테지.

         

       솔직히 이태원 레볼루션의 방영이 끝나고 며칠 동안은 대중들의 반응과 성적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다시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나 PD님에게 연락 한 통이 왔다.

         

       안타깝게도.

         

       고작 2주 만에 이전 사태와 마찬가지로 스튜디오엔믹스에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의 내용 역시 똑같았다.

         

       대다수가 927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냐는 압박 전화였다.

         

       어차피 별로 기대도 안 했다.

         

       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저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겠지.

         

       그래. 이참에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취미는 그저 취미일 뿐.

         

       이 기회에 제대로 은퇴해 다른 진로를 찾아보는 것도……

         

         

       “다른 진로는 개뿔.”

         

         

       진로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뜩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첫 작품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부터 시작해 세 번째 작품인 ‘이태원 레볼루션’까지 모두 스튜디오엔믹스의 주식을 돈 대신 받았다.

         

       작년 스튜디오엔믹스의 1주(株)는 대략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무려 11배나 뛰어 11만이 되어있었다.

         

       덕분에 내가 보유한 스튜디오엔믹스의 주식을 현금으로 환전한다면 뒷자리의 0의 개수가 뭔가 이상해진다.

         

       사실상 이 정도면 대주주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래서 박용오 국장님이 나한테 그렇게 깍듯하게 굴었던 건가?

         

       어쨌든.

         

       음… 그래.

         

       돈 때문이 아니라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이쪽 분야가 맞고, 가장 좋아하는 것도 이쪽 분야가 맞다고.

         

       그렇다고 절대 은퇴를 번복하는 건 아니다.

         

       이전에 차무식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대중들의 반성을 위해서라도 그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러니 대중들의 태도가 고쳐질 때까지 영구 은퇴 말고 잠정 은퇴를 하는 건 어떨까?

         

       아, 참고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돈 때문은 아니다.

         

       ……진짜 아니라고.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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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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