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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에벨아스크의 수련장.

   그곳에서 크라슈는 자기 오른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그런 행위를 한 것은 검귀의 팔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아직은 남의 팔이라는 자각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검귀의 거합술에 관해 어디까지 아느냐.”

   “아는 건 거의 없지. 거합술이 대단했다는 것뿐.”

   “회귀자라는 놈이 그런 것도 모르는 주제에 냉큼 검귀의 팔을 달라한 거냐?”

     

   크라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신이 회귀할 줄 알았나.

     

   “나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인간을 어찌 알아.”

   “쯧쯧, 준비성도 없는 녀석 같으니.”

     

   크림슨가든은 크라슈의 머리를 부리로 몇 대 쪼곤 그의 앞으로 내려왔다.

     

   “검귀의 거합술은 네가 사용하던 일검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크림슨가든은 그러면서 크라슈에게 검귀의 거합술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러나저러나 크라슈를 강해지게 하고자 진심으로 노력하는 그녀였다.

     

   “검귀의 거합술은 우선, 검집의 내부에 있는 검에 오러를 불어 넣는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거합술과 같았다.

   그렇게 내부에 깃든 오러와 함께 최속으로 검을 뽑아 휘두르는 것.

     

   그게 거합술이었으니까.

     

   물론 그래봤자 대부분은 이미 뽑은 검을 휘두르는 게 더 빠르다.

   거합술이란 본디, 기습적인 공격에 대응하여 무기를 빠르게 발검 하고자 만들어낸 기술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검귀의 거합술은 궤를 달리했다.

     

   “그리고 검귀는 거기서 오러를 잘게 쪼개어 탄성을 준 뒤 내부에서 폭발시켰다. 그 결과 검에서 오러들은 작은 알갱이가 되어 검집 안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지.”

   “무슨 기행이래.”

   “기행이 있기에 비기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어쨌든, 검집 안 오러는 감속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집 내부를 두드린다. 검집 내부는 오러의 힘으로 가득 차고, 그것이 절정을 찍은 그때.”

     

   검은 뽑혀 나온다.

   그 폭발력을 등에 업고 정말로 최속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검귀의 거합술은 일반적인 거합술과 궤도를 달리했다.

     

   오러의 폭발력을 바탕으로 검을 뽑은 이들보다도 먼저 상대의 목을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폭발력에서 나온 파괴력은 차원을 달리했다.

     

   사실상 검귀의 거합술은 일종의 필살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상대를 정말로 일격에 보내 버리기 위해 한계치까지 오러를 압축시켜 폭발시키는 준비 과정 말이다.

     

   “이해했느냐?”

     

   크라슈는 검집에 들어간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만 듣고 바로 이해했다면 자신은 천재였을 거다.

     

   아쉽게도 그는 천재가 아니었다.

     

   백문이 불여일행

   백 번 듣는 것보다야 한 번 하는 게 낫다.

     

   “해볼게.”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의 지시를 따라 검을 잡았다.

     

   “넌 지금 검귀의 팔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검귀의 육체 기억이 오롯이 네 오른팔에 담겨 있다는 소리다.”

     

   그 말대로 검귀의 팔은 이제 크라슈의 팔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검귀의 팔은 자신만의 거합술을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을 넘게 단련해왔다.

     

   그 경험은 오롯이 그의 팔에 남아 있었다.

     

   “네 팔의 의지를 따라라. 그렇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다.”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곤 검집 내부에 서서히 오러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불어 넣어진 오러는 잠시 후 서서히 탄성을 얻어갔다.

   일검을 사용하기 위해 매일 같이 오러 운용을 연습해온 크라슈였기에 다행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

   그러니 크라슈는 시간을 들여 최대한 오러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러기를 몇 분.

     

   투둑-

     

   크라슈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천천히 흘렀다.

   그가 무척이나 깊게 집중하고 있다는 뜻과 같았다.

     

   오러를 쪼개는 데만, 이 정도 시간을 투자했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조용히 집중했다.

   그는 촉박함을 느끼지 않는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기에 그는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늘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런 크라슈를 보며 크림슨가든 또한 헐뜯지 않았다.

     

   비술이란 하루, 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비술을 익히는 그 하루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러기를 또 몇 분.

   크라슈는 결국 모든 오러에 탄성을 부여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검 내부에 오러를 폭발시킨다.’

     

   이윽고, 크라슈의 검 내부에서 오러의 폭발이 시작되었다.

   그에 따라 검집 내부에서 오러들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집의 내부를 박고, 또 박으며 그 힘들은 점차 검 내부에서 쌓여가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검집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검귀의 팔은 그립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없는 집중력과 함께 크라슈는 오직 정신을 검집 내부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찰나.

   검귀의 오른팔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그 타이밍이 교차한 그 순간.

   크라슈의 검이 폭발적으로 뽑아 나왔다.

     

   콰가가각!

     

   오러의 폭발과 함께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거세게 수련장 안을 울려 퍼졌다.

   일순간 바람이 일렁일 정도로 거센 휘두름에 크라슈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하아, 하.”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 크라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거합술을 사용한 오른팔이 지끈지끈했다.

     

   검귀의 팔은 거합술이 익숙하다.

   하지만 그 거합술을 견디기 위해 강화해야 하는 오러가 모자랐던 탓이다.

     

   땡그랑!

     

   그 결과 크라슈는 결국 검을 놓치고 말았다.

   크라슈의 오른팔이 파르르 떨렸다.

     

   거합술의 폭발력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한 대가였다.

     

   하지만 성공했다.

   그것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크라슈는 검을 다시 쥐어 들어 검집에 천천히 넣었다.

   그의 오른팔은 충격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크라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재가 될 수 없다면 근성이라도 지녀야 하니까.

   익힐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할 뿐이었다.

     

   “시작해라.”

     

   그리고 크림슨가든도 그 사실을 알기에 그에게 바로 시작하라 명령했다.

   크라슈도 그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좋은 스승, 검귀의 팔.

   모든 게 있다.

     

   남은 건 자신의 의지뿐.

   그러니 크라슈는 다시 눈을 감고 집중력을 시작했다.

     

   검귀의 거합술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끝없이 반복하기 위해.

     

     

   * * *

     

     

   며칠 뒤 크라슈는 8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오늘은 메이드 복장 대신 몸에 딱 달라붙는 슈트 같은 것을 입고 있는 8호는 여전히 검은색 토끼 귀를 단 채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곤 봉을 한 바퀴 돌려 쥔 채 크라슈에게 말했다.

     

   “언제든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래.”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는 오른손을 그립 위에 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채엥!

     

   8호의 몸이 뒤로 한차례 물러났다.

   동시에 그녀가 쥐고 있던 봉 쪽에서 소음이 거세게 울려 퍼졌다.

     

   크라슈의 검은 순식간에 발검해 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본 8호는 대답했다.

     

   “보입니다.”

   “쯧, 아직인가.”

     

   크라슈는 검을 허리 춤으로 되돌리며 혀차는 소리를 내었다.

   검귀의 거합술은 상대의 눈이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발검하는 비술이다.

     

   하지만 8호는 크라슈의 발검을 인식해 막았고, 심지어 그 파괴력도 아직 검귀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

   크라슈는 자기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사이 훈련이 얼마나 억셌는지 손은 죄다 상처투성이였다.

   검귀의 팔이라고 한들 상처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슬슬 가닥이 잡힐 거 같긴 한데.’

     

   결국 타고난 오러량이 문제인지라 이 부분은 스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청송관으로 돌아가 다음 비술을 익혀야 할 듯싶었다.

     

   “고마워. 계속 상대해줘서.”

   “별말씀을. 크라슈 님은 조금 더 자신감 가져도 됩니다. 저와 같은 10호 안쪽의 넘버들은 마스터급의 실력자들이니까요.”

     

   9호 안팎으로 들어오는 에벨아스크의 시체들.

   그들은 하나 같이 마스터급의 괴물들이다.

     

   그렇다 보니 크라슈의 발검을 동체시력으로 쫓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크라슈는 그 말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나중에 상대해야 하는 건 그런 마스터 급보다 더한 놈들이거든.”

     

   재능을 빚어 만들어낸 놈들 투성이인 창공의 세대다.

   그놈들에게 스킬을 빼앗으려면 여기서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말은 고마워. 네 덕에 도움 많이 됐다.”

   “저도 도움 되어 기쁩니다.”

     

   8호에게 미소 지어준 크라슈는 그녀와 함께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는 순간 때마침 복도를 지나가는 에벨아스크가 보였다.

     

   그녀는 방금 일어났다는 듯 피로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

   티셔츠는 죄다 늘어나 가슴을 아슬하게 가릴 정도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해서 엉망진창이었다.

     

   그 꼴을 크라슈는 쓰레기를 보듯 하였다.

     

   자신이 다루는 시체는 이렇게 번듯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왜 저 꼴일까.

   나태라는 단어를 가장 딱 질색하는 크라슈였기에 그는 다시금 에벨아스크와는 함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그리고 때마침 에벨아스크 쪽도 크라슈를 인식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더니 가슴을 손으로 슥 가렸다.

     

   “음흉하긴! 너도 남자라 이거지! 하, 하긴 내가 좀 글래머하고, 10대 애의 마음을 홀릴 정도는 되니까. 그런 마음을 품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응.”

     

   크라슈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자기 전에 본 관능 소설이 저런 류였으리라.

     

   “오늘로 발하임으로 돌아갈 거다.”

     

   하덴하르츠에 자기 팔이 돌아온 것은 무사히 인식 시켜줬다.

   그걸 본 비앙카가 또 한 번 울음을 터트리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없을 때라 문제는 없었다.

     

   멜리오칸도 그 뒤로 별다른 말 없이 크라슈의 뜻대로 신관을 불러 팔을 복구 시켰다고, 발하임에 말해 놨다 하였다.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도 별문제 없으리라.

     

   “어, 그, 그럼 나는?”

   “알아서 하던가.”

     

   크라슈는 에벨아스크가 따라오든 말든 이제 별로 상관없었다.

   애초에 원래도 그녀에게 자유롭게 다니라고 말하던 크라슈였다.

     

   “으음, 어쩌지.”

   “여기 남아도 상관없다. 발하임이라면 너라도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들킬 거다.”

     

   크림슨가든처럼 종을 이용하는 거면 모를까, 본체인 에벨아스크는 세계 침식자답게 그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

   발하임에는 수많은 괴물이 살고 있다.

     

   그것은 직계뿐만이 아니라 크라슈의 아버지인 발록과 세대를 함께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발하임의 다섯 장로.

   그들이라면 십중팔구 에벨아스크의 기척을 맡을 게 분명했다.

     

   “으엑, 무서워.”

     

   그녀는 두려운 눈으로 몸을 한차례 떨었다.

   제국에게 잡혀 살았던 그녀이니 다시 잡히고 싶지는 않겠지.

     

   “그러니 여기 남아라. 개인적으로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으응, 어떤 건데?”

   “독왕이라는 녀석이 있다.”

     

   천하십강 중 한 명이자 하덴하르츠를 박살을 낸 인물.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만약, 2황자가 또다시 하덴하르츠에 망명한다면 그는 언젠가 제국의 명을 받고 하덴하르츠를 찾아올 것이다.

     

   “그 녀석이 하덴하르츠에게 헛짓거리 못 하도록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시간 벌기라도 좋으니까.”

   “천하십강을 말이야? 그거 쉽지 않은데…….”

   “딱히 정면으로 막으라고는 안 해. 하덴하르츠의 가주인 더글라칸만 살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 당장 벌어질 일도 아니니 말이다.

     

   “알았어. 그 정도라면야.”

     

   그녀는 순순히 부탁을 들어 주었다.

   크라슈는 예전에 심장을 되찾아 준 건 거래라고 하긴 했지만, 에벨아스크는 이래 보여도 아직 크라슈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크라슈의 부탁을 쉽게 수용해준 것이다.

     

   “너도 나중에 부탁할 거 있으면 해라.”

     

   자신이 부탁한 만큼 상대의 부탁도 들어준다.

   그런 것은 확실히 짚고 가는 크라슈였기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 말을 남기고, 에벨아스크의 아지트를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에벨아스크는 어쩐지 피식하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주인님, 따라가지 않으셔도 괜찮겠습니까?”

     

   크라슈는 에벨아스크가 발하임으로 오면 들킨다 했지만, 그녀 또한 작정하고 숨는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먼 옛날의 나였으면 따라갔을지도 몰라.”

     

   한때 그녀도 이제는 세계 침식자이지만 누군가와 세상을 모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옛날이고, 이제 당시의 의지는 많이 퇴색되었다.

     

   크라슈는 분명 그만큼 수많은 세계를 돌아다니겠지.

     

   “잠깐, 혹해서 여기까지 따라오긴 했는데. 그때의 동료들과 쟤를 동일시하게 돼버릴 거 같으니까.”

     

   그러니 그녀는 크라슈를 더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만 할래. 나는 아웃도어파도 아니니까.”

     

   세계 침식자 중에서도 특이한 인물 중 하나인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건 있었다.

     

   크라슈의 행보를 보건대 그는 분명 자신 말고도 수많은 세계 침식자와 엮이게 될 거다.

   그들 중에는 진짜로 위험한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크라슈를 알아보겠지.

     

   ‘그때가 된다면.’

     

   심장 값 정도는 제대로 갚아 주는 것도 괜찮겠다고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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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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