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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크리안과 시어도어가 성공적으로 마물들을 흐트러뜨리고, 아담 형이 한 마리의 우두머리를 이끌고 떠나자, 나의 우두머리 조가 활약할 순간이 왔다.

     

     

    토벌해야할 우두머리는 생디엄.

     

    생디엄 토벌에 관해서는 오랜 추억이 있다.

     

     

    생에 첫 출진에서 만났던 우두머리가 바로 생디엄이다.

     

    첫 출진에 아담 형이 도살했던 우두머리도 바로 생디엄이었고.

     

    그때 형에게 처음으로 기이한 존경심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생디엄은 두꺼운 두 다리와, 기나긴 팔을 지닌 이족보행하는 우두머리였다.

     

    미끄러운 점액이 흐르는 생닭같은 피부.

     

    머리는 또 괴상하리만치 크다.

     

    눈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사람같은 이빨도 지녔다.

     

    묘하게 인족같은 모습 덕에 더 징그럽기도 징그러웠다.

     

     

    초보 용병이 가장 무서워하는 우두머리도 바로 이 생디엄이다.

     

    워낙에 특이하고도 괴이한 모습을 지니기도 했고, 이족보행을 하는만큼 덩치가 커보이기도 하니까.

     

    처음보는 입장에서는 대체 어떻게 토벌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아담 형이 더 대단해보였다.

     

     

    생디엄은 그 큰 키 덕에 약점인 머리를 노리는게 어려운 우두머리다.

     

    그러니 토벌의 우선 순위는 이 생디엄을 넘어뜨리는 일이었다.

     

    아니, 그게 다라고 봐도 무방했다.

     

    넘어진 생디엄은 잘 일어나지 못하니까.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생디엄의 다리에 다가서는 것부터가 어렵다. 상처를 내는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를 도와, 생디엄의 주의를 흐트러뜨려 공격하는게 중요했다.

     

     

    크리안과 시어도어가 미처 정리하리 못한 생디엄 근처의 마물을 하나씩 죽여가며 우리는 기회를 노렸다.

     

    우두머리 토벌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교전시간을 늘리지 않는 것인만큼, 우리는 빨리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말을 몰며 생디엄 주위를 돌고 있자니 숀이 자신을 뒤따르는 한 용병에게 말한다.

     

     

    “번즈, 생디엄을 마주하니 어때!”

     

    번즈는 우두머리 조로 편입된 신병이었다.

     

    우두머리 조는 용병단 내에서도 조용히 기피되는 분대인만큼, 언제나 신병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생각보다 덜 징그러운 것 같습니다!”

     

    패기로운 신병의 말에 몇몇 우두머리 조 대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분위기는 좋았다.

     

    나도 집중을 풀지 않은채 미소를 지으며 생디엄을 바라보았다.

     

     

    숀도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웃으며 외친다.

     

    “신병 잘 들어왔는데!”

     

    “우두머리 조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

     

    그가 우두머리 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잭슨이 신병을 챙기며 외친다.

     

    “번즈! 잊지 않았겠지! 생디엄을 토벌할때는-”

     

    “-팔에 주의하겠습니다!”

     

    “그렇지! 그리고 언제나 본능을 믿어! 전투에 들어서면 대열은 없는거야! 멍청하게 죽지 말라고!”

     

    “네!”

     

    그 순간, 진입 순간이 포착된다.

     

    “혹여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부단장을-이럇!”

     

    내가 수신호를 보내자, 모두가 하던 대화를 멈추고 한순간 옆으로 말을 몰아 꺾는다.

     

     

    -쿵….! 쿵….!

     

    생디엄이 대지를 뭉개며 만드는 진동이 점차 커져간다.

     

    우리는 조금씩 우두머리에게 가까워져 갔다.

     

    숀이 로프가 묶여있는 갈고리를 들고 가볍게 돌리기 시작한다.

     

    “가-”

     

    -부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

     

     

    그 순간, 전장에 아담 형의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진다.

     

     

    우두머리 조 전부가 그 소리를 파악하고는 다시 생디엄과 거리를 벌렸다.

     

    “뭐야?”

     

    숀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게 다시 안전거리로 벗어난 뒤, 나도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가 울려퍼졌던 아담 형의 방향을 살폈다.

     

     

    저건 일이 틀어졌다는 신호였다.

     

     

    “부단장…! 단장님 방향에서 새로운 우두머리가 출현한 듯 합니다!”

     

    금세 전황을 파악한 바란이 뒤에서 말했다.

     

    바란의 말처럼, 아담 형의 방향에서 새로운 우두머리가 나타나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다브락.

     

    그 어떠한 우두머리보다 빠른 이동력을 보유한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정찰이 어제밤에 이루어진 것과, 먼 거리를 한번에 줄일 수 있는 다브락의 기동력이 합쳐져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듯 했다.

     

     

    신병인 번즈도 돌발 상황에 제 의견을 피력했다.

     

    “다, 단장님을 도우러 가야하는 건가요?”

     

    비명과 고함이 커진다. 지축을 울리는 다브락의 울음소리도 함께였다.

     

     

    “…”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다시 생디엄을 바라보았다.

     

    “아니. 우리는 우리대로 이어간다.”

     

     

    번즈는 이런 선택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하, 하지만 이번 단장님의 부대는 굉장히 적은 수로 이루어-”

     

    “-괜찮아.”

     

     

    나는 번즈가 의문을 품었다해서 그가 싫지 않았다.

     

    외려 이렇게 물어올 수 있는 용기를 높이 샀다.

     

     

    나는 번즈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형을 아직 몰라서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생디엄의 토벌을 시작했다.

     

     

    ****

     

     

    네르는 뿔나팔 소리가 전장을 휘여잡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동시에 출현한 새로운 우두머리의 모습이 보였다.

     

     

    저 덩치로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베르그와는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지만, 더 심하게 걱정되기 시작하는 건 똑같았다.

     

     

    네르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말의 고삐를 꽉 쥐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만 있는데도 너무나 힘들다.

     

     

    네르는 다시금 눈을 돌렸다.

     

    정말 바라보기 너무도 힘들다.

     

    그녀는 자신이 베르그에게 해주었던 주술이 도움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네르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긴장한 듯 보이는 엘프 호위대.

     

    베르그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는 아스칼.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 그대로인 아르윈.

     

     

    다른 엘프들은 새로운 우두머리의 등장으로 미약하게나마 동요를 하고 있었지만, 아르윈만큼은 그대로였다.

     

     

    아무런 관심도 없어보였다.

     

    감정을 잘 숨기는 것인지, 정말로 그 어떻지도 않은건지 네르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아르윈은 문득 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르가 같이 자리에 있다는걸 잊은 듯 물었다.

     

     

    “여기서 베르그가 죽으면 저는 어떻게 되죠? 그대로 자유인가요?”

     

     

    아스칼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르윈. 입 조심하거라.”

     

    “궁금해요, 아버지. 알려주세요.”

     

    “그건 문제가 터지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 말을 하기에는 일러.”

     

    꾸짖듯 아스칼이 말했지만, 아르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죽기를 바란다는게 아니었잖아요. 왜 그렇게 화내시는지.”

     

    “네르가 있지 않느냐…!”

     

    이어지는 아르윈의 말에 아스칼이 언성을 높였다.

     

    “…”

     

    아르윈은 네르를 바라보다, 아스칼을 다시 바라보았다.

     

    “네르에게도 축복이 아닐까요. 결국 네르도 원해서 맺어진 혼인인것도 아닌데. 다 같은 귀족끼리 뭘 숨긴다고.”

     

    아스칼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네르는 치솟는 감정에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원체 성격이 이러기도 했었고, 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로써 어떻게 풀어내야하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답답함인지,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혼란스러움인지 알지 못했다.

     

     

    “아직 대화 한마디도 안나눠본 인족이 죽었다고 제가 아쉬워한다면 그거야말로 위선이죠. 아버지도 그렇잖아요? 베르그가 죽을까 두려운게 아니라, 세계수가 걱정되는거면서.”

     

    “…”

     

     

    아스칼은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네르를 바라보며 사과한다.

     

    “네르. 미안하구나.”

     

    하지만 아르윈이 다시금 끼어들었다.

     

    “네르에게 미안할거 없어요. 네르도 저와 같은 마음이라니까요. 네르가 저 평민 인족용병과 혼인하길 원했겠어요?”

     

    “…”

     

    네르는 그 말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고작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베르그와의 혼인을 떠올리며 베개를 적셨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도 베르그를 걱정하고는 있지만…평화롭게 베르그의 곁을 떠나기 위해서 아르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한다해도 위선으로 뱉어질 것이었다.

    아르윈은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죠. 네르도 저 인족에게 친구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그렇다고 한다면 네르도 저 인족이 죽길 바라지는 않겠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어쩌면 여기서 저 인족이 죽는게 네르를 위한 일일지도-”

     

    “아르윈!”

     

    아스칼이 큰 목소리를 냈다.

     

    네르는 어깨를 흠칫 떨며 몸을 움츠렸다.

     

    하얀 꼬리가 제멋대로 말렸다.

     

     

    전장의 잔인함과 대화의 차가움이 섞여 어느때보다 더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네르는 방금 전 아르윈의 말을 곱씹었다.

     

    정말 그런걸까?

     

    베르그가 걱정되는 건, 오로지 친구라 여기고 있기 때문일까?

     

    정말 그가 죽는게 자신의 미래를 위한 일일까?

     

     

    …알수가 없었다.

    지금은 공포에 이성이 잡아먹힌 상태였다.

     

    그저 베르그가 안전히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이건, 너무나도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네르. 다시 한번 사과하마.”

     

    아스칼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네르는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칼이 입을 다물었다가 덧붙였다.

     

     

    “…베르그에게 방금 일은 말하지 않아줬으면 좋겠구나.”

     

    네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도 베르그에게 알려져서 좋을게 없는 이야기였다.

     

     

    아스칼은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아르윈에게 말했다.

     

     

    “넌 항상 그게 문제란다, 아르윈.”

     

    “…”

     

    “너는 네 차가운 성품을 다스릴 필요가 있어. 그 못된 심성을 억누를 필요가 있단 말이다.”

     

     

    하지만 아르윈은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누군가를 170년이나 같은 지역에 가둬놓고 착하길 바라는게 맞는건가요?”

     

    “고귀한 셀레브리엔의 엘프라면 누구나 성년까지는 겪는 생활이다. 세계수를 위해-”

     

    아르윈은 아스칼의 말을 잘라들었다.

     

     

    “-세계수는 무슨. 저 나무가 뭐라고. 쓸데없는 전통 때문에 얼마나 더 고통 받아야하는건지.”

     

    엘프 호위대조차 움찔하는 아르윈의 말.

     

     

    하지만 아르윈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 차가운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잔인할지언정, 영지를 벗어난 이곳이 훨씬 좋네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minmin98님! 5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큰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말 연참을 하고 싶기는 한데 요새 여건이 되질 않네요ㅠ 휴재해야하는 상황이 최근에 자주 나는데, 그럴때마다 연참분으로 쌓아뒀던 비축분이 날아갑니다. 연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후원 감사해요.

    잠시 여태 나온 용병단의 캐릭터를 한번만 짚고 넘어가자면,

    단장-아담
    부단장- 베르그
    간부- 바란, 시어도어, 크리안
    우두머리조 대원- 숀, 잭슨, 번즈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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