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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쿵!

         

       테오도라가 내 책상에 서류 뭉텅이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응?”

         

       평소와 다르게 기분이 정말 안 좋아 보이는 테오도라를 보며 내가 말한다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살기 어린 눈빛으로 기괴하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소름이 돋는다.

         

       “아니요? 아무 일 없는데요?”

         

       “그…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살기 어린 붉은 눈빛을 피하며 서류를 보며 말한다.

         

       “수율(收率)이 별로네.”

         

       비료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마나석을 보며 내가 투덜댄다.

         

       “단가도 너무 높고. 우선 다음에 교수들 만날 때 이 부분부터 해결해 달라고 해. 비료가 같은 무게의 은만큼 비싸면 만드는 의미가 없으니까.”

         

       “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지만…

         

       해 맑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전혀 없는데요?”

         

       왜 저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내 팔뚝에서 소름이 돋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그… 그러면 다행이고.”

         

       그리고 다시 침묵이 흐르자 시세 조작 계획안을 꺼낸다.

         

       전쟁이 시작되기까지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

         

       최종적으로 혹시 어디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다.

         

       “그건 뭐예요?”

         

       “이건…”

         

       이걸 테오도라에게 말해도 될까?

         

       이제 막 행정에 대한 기초가 끝난 그녀를 바라본다.

         

       슬슬 이런 더러운 짓도 가르쳐야 하긴 하지.

         

       깨끗하게 제국을 통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나는 그런 방법 따윈 모르니까.

         

       “자 오늘은 새로운 걸 알려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소파에 앉아볼래?”

         

       내 말에 순순히 따르는 그녀를 보며 내가 시세 조작 계획안을 건네주며 말한다.

         

       “한번 읽어봐.”

         

       내 말에 계획안을 받아 들고 떨리는 눈으로 말한다.

         

       “이건?”

         

       “마저 읽어봐.”

         

       그렇게 첫 장을 넘기자 이내 안색이 창백해지는 테오도라.

         

       “다… 당신 이탈한 반황제파 귀족과 전쟁을 일으킬 건가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왜… 왜 이런 짓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에게 내가 말한다.

         

       “우리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반대편에 앉으며 내가 이어서 말한다.

         

       “테오도라, 지금 제국의 정세를 어떻게 생각하지?”

         

       “지금 전쟁이랑 그런 얘기랑 무슨 상관이죠?”

         

       내 말에 이를 앙다물고 나를 노려보는 테오도라를 보며 말한다.

         

       “상관이 있어. 곧 제국은 내전에 휩싸인다.”

         

       내가 요아네스와 맺은 강화는 서로가 피해를 보지 않고 정치적 실리를 얻기 위한 협상의 결과.

         

       이런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요아네스에게 에피루스와 에집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침착한 어조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내가 말한다.

         

       “황제파, 반황제파. 이 두 개의 파벌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이제 진짜 시작이야.”

         

       내 말에 생각보다 차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당신 요아네스랑 강화를 맺은 거 아닌가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하지만 왜 유리한 위치의 요아네스가 아니 로만을 빼고 모든 귀족의 지지를 받는 그가 왜 나와 강화를 맺었다고 생각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을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피식.

         

       “그건 간단해. 요아네스는 이 제국을 자신 거로 만들고 싶은 거야.”

         

       “…”

         

       내 말이 충격이었을까?

         

       테오도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몸을 살짝 떨며 입술을 깨문다.

         

       “많이 놀랐어?”

         

       내 말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요. 저를 강제로 당신과 결혼시켰을 때. 언젠가 그가 저를 황좌에서 끌어내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그러면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황제파를 다시 규합하려는 건가요?”

         

       -짝짝!

         

       황실에서 커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내가 박수를 친다.

         

       “그 말도 맞아.”

         

       “근데 이 시세 조작 계획안은 뭔가요?”

         

       그 말에 내가 답한다.

         

       “별거 아니야. 비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 계획이지.”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을 넘긴다.

         

       -스륵.

         

       그녀가 몇 장 더 종이를 넘기며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정말 풋옵션이라는 걸로 대공국이나 이탈한 반황제파가 져도 돈을 벌 수 있어요?”

         

       “응 진짜야.”

         

       지구에서도 기원전부터 있었던 유명한 파생상품인 옵션.

         

       옵션(option)이라는 건 특정한 상품 100개를 지금 가격으로 미래에 사거나 파는 권리를 뜻한다.

         

       100개 중 1개의 상품 가격을 계약금으로 치루는 걸로 계약이 성립하는 간단하고 손쉬운 계약 방법.

         

       그중에 콜(call)은 미래에 현재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 풋(put)은 미래에 현재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원래 옵션을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상회나 은행에서 리스크를 줄여주는 헷징의 수단으로서 주로 이용한다.

         

       그게 여기에도 있다는 걸 알고 나는 이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아마 상대도 마찬가지일 거다.

         

       현재 내가 속한 반황제파의 군사력과 이탈한 반황제파의 군사력은 비등비등한 상황.

         

       즉 내가 채권을 발행하면 저들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시세 조작 방법이다.

         

       만약에 내가 우리가 이기고 지는 걸 정할 수 있다면 채권 시장이 과연 어떻게 될까?

         

       사실 나와 아그리파가 짠 전쟁 계획은 반황제파를 방심시키려고 일부러 중요한 거점을 내어주고 대공국의 영토에서 일망타진할 계획을 짰었다.

         

       방심한 그들을 최대한 빠르게 손쉽게 적들을 물리칠 방법이니까.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위험하겠지만 명장이 아그리파가 제안한 방법을 토대로 짠 거니 아마 확실한 승리 방법이라 생각이 된다.

         

       즉 내가 일부러 패배를 유도하는 순간.

         

       내 차명으로 되어있는 상회가 대공국 채권의 풋옵션을 대량으로 팔 생각이다.

         

       이미 대공국 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대공국이 전쟁에 져서 손해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불티나게 팔릴 거다.

         

       그와 동시에 이탈한 반황제파 채권의 콜옵션도 대량으로 매도해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프란체스코 대공국을 상대로 막대한 이득을 챙길 반황제파를 고려하면 투자자로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그들이 봤을 때 나는 어디서 많은 돈을 얻은 호구처럼 보이겠지.

         

       미심쩍게 생각할 겨를도 없다.

         

       눈앞에 너무나 큰 이득이 보이니까. 풋옵션을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말 그대로 권리이니 산다면 돈만 버리면 끝이니 말이다.

         

       즉 지금 당장 사지 못하면 손해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금 30만 톤짜리 채권과 상회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신용과 자산으로 옵션을 팔아 모은 돈으로 대공국 채권 콜 옵션을 대량 구매할 것이다.

         

       아마 지고 있다고 소문난 채권의 콜옵션을 대량 구매한다면 여러 상회에서 미친놈처럼 생각하고 많이 팔거라 생각한다.

         

       대공국이 질 가능성이 너무 높으니까.

         

       제국 내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못산다면 연합왕국 쪽 투자회사에도 콜옵션을 구매 의사를 제안할 생각도 있다.

         

       그리고 투자사 모두 나를 바보처럼 여기겠지.

         

       아마도 시중에 풀린 채권보다 더 많은 옵션을 살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대공국 콜옵션을 팔기만 하면 그냥 공돈으로 수만 골드를 얻는다고 느낄 텐데 참을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판 채권보다 더 많은 콜옵션 계약이 풀릴지도 모르지.

         

       그러면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생기겠지.

         

       하여간 그들은 대공국이 지는 순간.

         

       콜 옵션을 판 그들은 엄청난 돈방석에 앉을 걸 기대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기면 이 모든 게 반대가 되어 버린다.

         

       가격이 많이 오른 대공국 채권을 헐값에 살 수 있다.

         

       종이 쪼가리가 된 이탈한 반황제파 채권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 수 있다.

         

       즉 이탈한 반황제파 풋옵션 1개로 1브론즈도 안 하는 반황제파 채권을 사서 100만 골드 이상으로 팔 수 있다.

         

       채권 옵션의 최소 거래 단위가 100만 골드니까.

         

       시중에 돌아다니는 채권들을 최대한 산다면 얼마가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인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이득이 더 있다.

         

       채권은 원래 이자 지급과 전쟁에서 이겼을 때 얻은 이득을 공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내가 발급한 채권을 싼 가격에 내가 사게 되면 발급한 금액과 재구매한 시세에 분명한 차액이 생긴다.

         

       거기다가 지급해야 할 이자는 오히려 사라진다.

         

       내 스스로 내 채권을 구매해서 소각하면 되니까 말이다.

         

       즉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내 양심만 깎는다면 정보부와 비료 생산에 필요한 금액을 모두 충당하고 많이 남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테오도라는 이해가 가지 않는지 전부 다 읽고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후우… 솔직히 이게 너무 복잡해서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당연히 알기 어렵지. 이건 상업이나 금융 종사자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게 정상이니까.”

         

       “그럼… 이걸로? 그 많은 돈을 전부 벌 수 있는 거예요?”

         

       그 말에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맞아.”

         

       내 말에 테오도라가 멍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후우…, 당신은… 진짜 천재예요. 저는 아마 당신처럼 못할 거 같아요.”

         

       그 말에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응? 왜?”

         

       “그거야… 저는 여기 적힌 거 중에서 콜 옵션이니 풋옵션이니 하는 것들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괜찮아. 지금부터 배우면 돼. 그나마 채권은 알아서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며 내 책상 서랍을 뒤지며 종이를 꺼내어 채권이라 적힌 단어를 만년필로 지우고 테오도라에게 건네준다.

         

       “자 받아.”

         

       내가 건네는 종이를 받고 되묻는다.

         

       “이건 또 뭔데요?”

         

       “네가 모를 거 같은 것들을 정리 해놨어. 이거 전부 외우고 오늘부터 내가 자기 전에 한 시간씩 금융이랑 상업 수업 해줄 테니까. 열심히 배워.”

         

       내 말에 얼굴이 핼쑥해지는 테오도라가 소리친다.

         

       “당신… 진짜 너무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헤헤 다들 사랑해요~

    그리고 오늘 한편더 올릴거에요…

    너무 옵션 얘기만해서… ㅜㅜ 지성합니다. ㅜㅜ

    하지만 옵션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거 같아서 설명하다보니… 설명충이 되어 버렸어요… ㅜㅜ

    다음화는 이것보다 재미있어염~

    사실 옵션은 그냥 이런 방법으로 돈벌었다 정도면 될거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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