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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묘한 위화감이 뼛속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정작 그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오늘 품삯으로 받은 감자를 집까지 안전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기드온은 약육강식의 도시, 강자에게는 한없이 자비롭지만.

       

       

       약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잔혹한 도시였다. 그리고 아이작은 약자의 입장에 속해있었다. 당장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것도 벅찰 정도였으니까.

       

       

       “우리도 여유 없으니까 꺼지세요!”

       

       

       “어이구!”

       

       

       “……?”

       

       

       그러나 한참 바쁘게 발걸음을 독촉하고 있었던 그때. 짧은 소음을 흘리며 어떤 노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열려있던 문은 쾅하고 매정하게 닫혔다.

       

       

       노인은 거적떼기를 걸치고 있었으며. 드러난 얼굴과 피부에는 각종 오물까지 묻어있었다. 아무리 봐도 땡정 한 푼 없는 부랑자로 밖에 안 보였다.

       

       

       “매정하기 짝이 없구나.”

       

       

       “저기.”

       

       

       “음?”

       

       

       당장 가족들을 먹일 여유조차 없었건만. 어째서인지 아이작은 노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싸구려 동정 따위는 어떤 도움도 되어주지 못할 텐데.

       

       

       “괜찮으면 저희 집에 오시겠어요?”

       

       

       “정말로 괜찮겠나?”

       

       

       “네?”

       

       

       “자네도 그렇게 사정이 좋아보이지는 않네만…….”

       

       

       “적어도 비바람을 피할 정도의 집은 있습니다.”

       

       

       노인은 물끄러미 아이작을 바라보더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아이작은 노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길을 걸으며 노인이 질문했다.

       

       

       “보기 드물게 성실한 청년이군. 헌데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데,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실에 절망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호오.”

       

       

       “그것보다,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필레몬이라고 한다네.”

       

       

       필레몬과 아이작은 거리를 걸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럭저럭 즐거운 대화가 끝나갈 무렵에, 아이작과 필레몬은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형 왔다!”

       

       

       “형! 나 배고파!”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동생들이 꽤 많구만.”

       

       

       “진짜로 피가 이어진 동생들은 아닙니다.”

       

       

       신의 아이들은 기드온에서 부모에게 버려진 고아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당연히 아이작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작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아이들은 최대한 돕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아이작은 힘없이 웃으며 감자 포대를 올려놓았다.

       

       

       가게에서 궃은 일을 하고 품삯으로 그날 남은 채소나 과일을 약간 얻어오는데. 오늘은 특히 주인이 인심을 써서 상당히 많은 감자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동생들과 자신이 하나씩 먹으면 하루만에 전부 사라질 양이었지만. 화로에 장작을 넣고 있었던 아이작은 그제야 문제를 하나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손님이 한 명 있었어.’

       

       

       예상하지 못한 손님 때문에 감자가 모자르게 되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잠시 후, 화로에 대충 구워진 감자를 들고 아이작은 식탁으로 향했다.

       

       

       “자, 완성. 하나씩 먹어라.”

       

       

       “잘 먹겠습니다!”

       

       

       “……자네는 안 먹는 겐가?”

       

       

       “저는 이미 일터에서 먹고 왔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가게 주인은 모든 끼니를 제공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숨기며 아이작은 감자를 건네주었다.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필레몬은 아이작에게서 감자를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나고 아이작은 남은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원래는 씻을 수 있도록 물이라도 받아놔야 하는 건데…….”

       

       

       “괜찮네. 비바람을 피하고 배를 채울 수 있는 게 어디인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나저나, 힘들지 않나? 당장 이곳에 있는 아이들만 해도 7명은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집이 비좁아서 바닥에 눕는 것조차 매우 힘든 실정이었다. 덕분에 아이작과 필레몬은 부엌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게다가 하루에 먹는 양도 엄청났다.

       

       

       “물론 힘들지요.”

       

       

       “그런데도 어째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겐가?”

       

       

       “글쎄요.”

       

       

       생판 모르는 남에게 들었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째서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있는 걸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아이작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한들, 가족을 어찌 버리겠습니까.”

       

       

       “피가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겐가.”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데, 그게 가족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렇군, 확실히 그녀가 애지중지 아낄만 하군.”

       

       

       뒷정리를 하느라, 마지막 말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겨우 일을 끝내고 쉬려고 바닥에 누웠던 바로 그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필레몬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혹시 바라는 소원이 있는가?”

       

       

       “네? 소원이요?”

       

       

       “그렇네, 소원. 혹시 있다면 말해보게.”

       

       

       또다시 아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거짓 하나 없이 전부 고해야만 하는 듯한 기분. 흡사 절대자를 눈앞에 두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었다.

       

       

       소원. 소원이라.

       

       

       당연히 빌고 싶은 소원은 많았다. 천지를 개벽하게 하는 힘이라거나. 평생 써도 모자람이 없는 돈도 괜찮겠지. 그러나, 지금 그는 딱 하나를 떠올렸다.

       

       

       “제 가족이 건강하고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소원을 비는가.”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합니다.”

       

       

       “이상하지.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고결하구나.”

       

       

       그 소원.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네.

       

       

       * * *

       

       

       “응엌.”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아이작은 경련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요란한 기상에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웃을 법도 했건만. 아쉽게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뭔가 심오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바로 잊어버려서 기억나지 않았다. 그나마 기억나는 꿈의 파편은 춥고 굶주렸다는 것. 아이작은 눈을 돌렸다.

       

       

       어느새, 창밖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려오고 있었다. 엘리스의 오물을 처리하고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벌써 한 해의 끝인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1년째인가.”

       

       

       새삼스레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아이작이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시간이 빠를 수밖에. 사자왕부터 시작해서 엘리스까지 많은 의뢰가 있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작은 해피 엔딩으로 의뢰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엘리스에서 마석을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돈이 되어줬다.

       

       

       당연히 황금 사슴과 연결된 철의 방패는 하데스의 보복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상당한 물자들을 들여와서 길드를 더더욱 강성하게 키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처음에 쓸쓸했던 철의 방패 길드는 지금 대형 길드 못지 않게 화려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작은 거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스터, 나 들어가도 될까?”

       

       

       “소피아인가. 무슨 일이지?”

       

       

       “마스터가 말한 ‘복지’에 대해서 보고하려고.”

       

       

       “그렇군.”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단순히 부랑자들을 돕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길드원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 또한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갈고 닦아냈다.

       

       

       물론 아직은 시범 단계라서 문제점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길드원들 또한 반응이 나쁘진 않았고. 소피아는 혀를 찼다.

       

       

       “어떻게 이런 귀신 같이 돈 쓰는 방법을 떠올리는 거야?”

       

       

       “칭찬인가?”

       

       

       “절반은.”

       

       

       “그럼 나머지는 욕이겠군.”

       

       

       그러나 소피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길드의 발전에 돈을 쓰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복지니 뭐니 하면서 생판 모르는 곳에 돈이 쓰이니까.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게 우리의 마스터인데.

       

       

       게다가 마스터의 힘으로 직접 벌어온 돈이나 다름 없기에. 소피아는 불만은 있어도 그 이상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기도 했고.

       

       

       “괜찮은 의뢰는 들어왔나?”

       

       

       “하나 있어. 랭크로 따지면 C랭크 짜리 의뢰인데.”

       

       

       “저번 사자왕 같은 의뢰는 아니겠지?”

       

       

       “당연히 다르지. 황금 사슴의 의뢰인데.”

       

       

       기드온에서 패권을 장악한 하데스와 다르게. 황금 사슴은 어디까지나 상인이기에. 하데스처럼 대놓고 의뢰 랭크를 대충 정할 수 없다. 신용이 떨어지니까.

       

       

       그래서 황금 사슴은 철저하게 의뢰를 조사하고 랭크를 매겨서 중개한다. 그걸 알고 있는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피아가 가져온 의뢰지를 읽어보았다.

       

       

       “청동괴조맨? 전에 들었던 이름이군.”

       

       

       “청동괴조맨 자체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모양이야. 문제는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

       

       

       “불사신인가?”

       

       

       “언데드 같은 느낌은 아니라던데.”

       

       

       “어찌 되었든,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겠군.”

       

       

       돈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도, 아이작은 의뢰를 거부하지 않았는데. 이는 돈 때문에 영웅의 가치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소피아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이 돈이 영원히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만약을 대비하여 실력은 언제나 갈고 닦아야 한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의뢰를 가볼까.”

       

       

       디에고, 사샤, 헤르스는 저번 의뢰에서 상당한 활약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정식 의뢰를 통해서 실력을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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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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