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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학교에 불려온 예르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었다.

    딱히 학교에 오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학교에 오면 척 봐도 루크와 종족이 다른 자신때문에 혹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탓이었다.

    원래 뿔이나 귀같은 수인의 형질은 보통 한 세대, 두세대만을 걸쳐 발현되기 때문에, 뿔과 귀가 동시에 달린 루크같은 형상이 되려면 적어도 부모 두 쪽 모두가 특정 수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학교에 오지 않으려 했지만, 보호자 호출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일까.

    루크도 딱히 그 이유는 잘 모르는 것 같던데.

    그때, 쭈뼛거리며 교무실 앞에 서있는 엘프를 발견한 교사가 웃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루크의 보호자분 되시죠?”

    “ㅇ, 예! 맞는, 데요.”

    “일단 들어와 앉아계세요.”

    긴장한 탓일까, 예르나는 조금 숲지기스럽게 대답하고 말았다.

    “넵!”

    “하하, 굉장히 절도있으시네요.”

    ——-

    당시 루크가 시루드의 서클을 안정화시키는 과정에서 탄생된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예르나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영창을 음절단위로 끊어서 짜맞추는 행위’는, 덧셈과 뺄셈만으로 고등수학을 풀어내는 수준으로 규격이 다른 행위니까.

    “그런게 보통 가능한 일인가요?”

    담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가능할리가요. 1클래스용 지팡이로 그런걸 하려면…. 계산기를 써도 그 시간엔 못 맞춰요.”

    아마도, 식을 손으로 직접쓰는데만 1시간은 걸려야 할거다.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뇌에서 바로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머리가 그만큼 좋은걸까요…..?”

    담임은 걱정을 담아 말했다.

    “루크가 평소에 집에선 어떻게 생활하나요?”

    “별건 없고요…. 평소 학습지를 풀거나, 책을 읽거나…. 뭐 그런거죠.”

    “음……”

    그 말만 들으면 평범한 아이같은데.

    능력은 너무도 평범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럼 이전에 지팡이를 접한 적은 전혀 없다는 말씀이시죠?”

    “네, 제 앞에서는요.”

    지팡이를 전혀 접해본 적 없는 아이가 어떻게 그런 고차원적 주문변형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 접한 적이 있다고 해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루크가 평소 공부를 하는 것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 묻는다.

    “그럼, 아이는 평소 어떤 공부를 하죠?”

    “집에서 푸는 문제지는 4클래스 학습지로 공부하고 있어요. 마법사가 꿈이라고 해서……”

    멈칫, 담임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손을 들었다.

    “4클래스요?”

    “네.”

    예르나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담임은 다시한번 확인차 물었다.

    “4클래스라면 벌써 매직아카데미수준인데, 정말 그렇단 말인가요?”

    “네?”

    어라……? 그런수준인건 몰랐는데.

    그냥 요즘 애들은 이게 기본인줄 알았다.

    루크는 스스로 알아서 잘 풀었으니까.

    예르나의 천진한 표정을 보고 그것을 깨달은 선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면, 그래서 루크는 지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걸지도 모르겠네요.”

    어쩐지 매번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니.

    이미 4클래스를 공부하는 아이가 1클래스 마법수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당연히 심심하고 유치해보였겠지.

    “아마 또래랑 수준차이가 심하게 나다보니까, 괴리도 좀 느끼는 것 같고요. 하지만 첫날이라서 뭐라고 딱잘라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그냥 그런 인상을 받았다 정도로만 생각해주시겠어요?”

    “아, 그렇군요……”

    “그 이야기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낫겠네요. 그런데 선생의 입장에서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보호자분께서 아이에게 물어봐주시면 어때요?”

    교사의 말에 예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볼게요.”

    ——–

    첫 등교와 동시에 벌어진 사건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루크가 학교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거란 생각은 했었다.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고.

    차라리 바로 이렇게 일이 생겨서 다행인걸까.

    최소한, 너무 나중에 깨닫게되지는 않았잖은가? 그렇다해도, 첫날에 바로 보호자호출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최소한의 위안이랄까.

    한동안 운전하는데에나 집중하던 예르나는, 문득 루크에게 물었다.

    “루. 생각했던것보다 학교가 별로 재미 없니?”

    루크는 문득 정곡을 찔린 듯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표정을 바로하고는 말했다.

    “아니, 아니다. 나는 괜찮으니 그대가 신경 쓸 필요는…….”

    “억지로 다닐 필요는 없어. 다니기 싫다면 자퇴해도 괜찮아. 따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 세레나한테는 내가 얘기해줄게.”

    “…….”

    제안이 조금 혹하기는 하다.

    솔직히, 아카데미처럼 바쁘고 정신없는데다, 틀에 박힌 삶은 더이상 경험하고싶지 않았다.

    루크는 항상 느긋하며 안정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바래왔으니까.

    아카데미는 그런 루크의 희망과 정 반대되는 삶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생각해보겠다. 언제나 신경써주니 고맙구나, 예르나.”

    루크는 허허 웃었다.

    파이가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기죽은듯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지만, 일단은 며칠 더 다녀보면서 결정하는게 낫겠지.

    아직 첫날일 뿐이니까.

    그런 일이 있은 후에 곧바로 학교를 그만둔다면, 그 아이들도 괜히 걱정하지 않겠는가.

    흔쾌히 학비를 대준 세레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가능하다면 졸업을 하는게 맞지않을까, 그래.

    주어진 시간은 많으니까.

    ——-

    며칠 후, 여느때와같이 루크는 아카데미에 가기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것은 힘없는 발걸음이었다.

    ‘아카데미는 역시 피곤하구나.’

    배움의 장이라는 아카데미는, 루크에겐 단지 아주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기위한 장소 이상의 것이 되지 못했다.

    과거엔 처음이었고, 승급에대한 욕구가 있었기에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지금은? 글쎄.

    지위나 승급에대한 욕심은 없다.

    그러나, 이 시대에서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걸 루크는 안다.

    어린이를 아카데미에 보내지 않는게 학대라니.

    과거엔 아카데미에 다니는게 축복이었거늘,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뀐 것이다.

    지금 루크가 아카데미를 향하는것은 관성.

    완전히 싫은 일만 있지는 않으니까 그만두지 않는 셈이다.

    특히, 그 도서관은 참 좋았다. 분위기도 좋았고, 장서량도 상당히 괜찮았다.

    알 수 없는 역사에 관한 문제는 불만이다만, 그 외에 다른 자료들은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문학부분이 쓸만했다.

    덕분에 루크는 꽤 많은 사회적 상식을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더욱 좋은것은 학생은 이용이 완전히 무료라는 점이었다.

    예르나에게 부담도 지우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지않은가.

    급식도…. 솔직히 좋았다.

    매번 영양밸런스를 고려한 맛있는 식사가 배부르게 주어지는데, 어찌 싫어하겠는가. 여태껏 나온 모든 식사는 루크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제 집에서 먹는 식사가 조금 불만이 생길 정도라고할까.

    물론 그녀의 앞에서 티는 내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수업시간과 아이들의 대화는 꽤나 고역이었다.

    수업시간엔 집에서 가져온 다른 학습지로 공부하며 시간을 때우고, 선생들도 구태여 그런 루크를 건드리진 않으니 버틸만 하다만.

    아이들을 대하는건 쉽지 않았다.

    결국 루크는 적당히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끽해봐야 시루드나 메리와 대화하는게 전부랄까.

    아무리 아이들이 좋아도,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것을 좋아하는것과, 그들과 직접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과는 다른것이다.

    또, 루크는 또래를 다뤄본 경험이 서툴렀다.

    그는 언제나 너무 뛰어난 능력탓에 늘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자들만은 상대해왔고, 어느 기점을 넘어서는 언제나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상대만을 대했다.

    현재 루크에게 ‘같은 지위’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은 단 두명.

    케일 프롭슨과 레니에 아린세이아.

    3영웅중에 둘을 제외하고는 동등한 지위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케일 프롭슨, 그대가 지금의 날 본다면 웃어버리겠지.”

    가장 먼저 죽어버렸던 그 남자가 오늘따라 떠오른다.

    ‘푸하하! 뭐냐, 그 꼴은! 그런 취미라도 있는거야?’따위의 말을 하며 손가락질을 해댈게 분명하겠지.

    그런 손가락질이 오늘따라 그립단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루크의 시선에, 누군가 걸렸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건지, 그 청년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인사했다.

    “어, 안녕. 나 기억하냐?”

    “마르코라고 했던가? 반갑구나, 마르코 알비.”

    과거에 만났던 아카데미의 학생, 마르코 알비였다.

    —–

    마르코알비가 입고있던 옷은 이제보니 교복인 모양이었다.

    이전에 봤을땐 그냥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인줄로만 알았는데.

    어쩌면 청년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시대에선 만 19세 미만은 미성년자라는 모양이니.

    “테네간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했던가.”

    마르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하고있구나? 다행이네. 네가 날 못 알아봤으면 뻘쭘할 뻔 했어.”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마르코.

    잠시 후 그는 말을 이었다.

    “그 교복은 티그 아카데미지? 역시 공부 잘할거같더니만, 명문아카데미아냐? 거기 입학시험 엄청빡세다던데.”

    “별로 그렇지는 않단다. 그냥 알고있는 답을 쓰면 될뿐인 쉬운 시험이니까.”

    “그야, 답을 알면 당연히 쓰겠지!”

    푸하하, 웃어버리는 마르코의 반응에 루크는 조금 의아했다.

    그 답을 모를수가 있는건가, 해서.

    학습지에 다 답이 나와있는데, 틀릴 이유가 없다.

    “그대도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점도 가능할텐데. 그리 겸손해하지 말거라.”

    “나? 에이, 난 그렇게 공부 못해. 겨우 중상위권 유지하는것도 벅찬데.”

    “그렇느냐?”

    중상위권이라면 꽤 괜찮은 수준이 아닌가?

    그는 지금 겸손을 떠는게 아닐까.

    “뭐, 아무튼. 교복 잘 어울리네. 아, 이거 작업거는거 아니다. 어디가서 신고하고 그러지 마.”

    “푸흡, 내가 그대에게 왜 그러겠느냐.”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농담에 루크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웃음에 마르코도 피식 하면서 말했다.

    “이제 좀 표정이 풀리네.”

    “음?”

    “아까는 꽤 우울해보였거든.”

    루크는 마르코의 말에 문득 자신의 표정을 의식하게되었다.

    그렇게 심각해보였던건가.

    루크는 문득 고개를 돌려 파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그랬단 말인가?”

    -루크, …….

    파이도 마치 그렇다는 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요즘 안절부절 못한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다만, 그런 걱정이 있었던겐가.

    예르나의 앞에선 일부러 걱정끼치지 않기위해 남들에게는 아무렇지않은 척 했지만, 이런 등하교시간엔 딱히 표정을 관리하지 않았던게 떠올랐다.

    “이전에 봤을땐 좀 천진난만하게 잘 웃었던것 같은데, 지금은 꽤 우울해보여서. 학교에서 무슨 일 있는거야?”

    “무슨 일이라…..”

    있기야 하다만.

    말해도 되는건가.

    조금 꺼려지기는 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르코는 어찌보면 가장 고민을 터놓기에 좋은 상대가 아닌가?

    그는 자신과 관련된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의 걱정이 누군가에게 퍼질 걱정따윈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루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르코, 혹시 그대는 아카데미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가?”

    “나? 당연히 맨날 하지. 안그런사람이 어딨어?”

    “역시 그런게냐?”

    “뭐야, 너도 그냥 학교가 싫은거구만.”

    마르코는 루크의 너무도 아이다운 모습에 푸하하하고 웃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다는 말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여자애라니!

    왠지 귀엽고 웃기잖은가.

    말걸어보길 잘한것 같았다.

    “왜 가기 싫은데?”

    “왠지 시간낭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다니는게 의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한가?”

    그러고보니 의무교육 자체에 의문을 품어본적은 없었다.

    그냥 다들 다니는데 안다니기도 그렇고, 그냥 다닌거지.

    “뭐, 자퇴라도 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게 좋아, 꼬마야.”

    “‘루크 이루시’라 부르거라.”

    “그래, 루크.”

    ‘이크. 꼬마라는 말이 그렇게 싫은건가.’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그랬던가.

    마르코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자퇴같은걸하면 사회적인 시선이 별로 안좋아지니까.”

    마르코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루크는 여전히 시원찮은 표정.

    사회적인 시선이란게 그렇게 확 와닿지 않는건가?

    루크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야…..

    “아, 맞아. 너, 마법사 되고싶다며?”

    “그렇다만.”

    “마법사는 아카데미졸업증이 꼭 필요하거든? 자퇴를하면 그런건 못따겠지.”

    “그런겐가?”

    “그래. 그건 졸업시험을 봐야만 주는거니까. 티그아카데미의 졸업증이라면 마법사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될텐데….. 자퇴는 아깝지않냐?”

    티그아카데미의 졸업장.

    그것은 엘리트코스의 입장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아무래도 자퇴는 아깝지.

    루크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역시 졸업을 하는게 낫겠지.”

    졸업시험.

    역시 빠르게 졸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미리 치를수는 없는걸까, 한번 교사와 상담을 하는게 좋겠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마법사가 될 수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들떴다.

    5클래스 이상의 마법서적은 일반적으로는 유통되지 않는 모양이었으니까.

    마법사가 된다면 그런걸 손에 넣기도 쉬워지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표정이 풀려가는 루크를 보며, 마르코는 뿌듯함을 느끼며 생각했다.

    내가 학교가기 싫어하는 여자애를 성공적으로 설득시켰구나 하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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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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