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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아셀라가 가져다준 황금 장미 덕분에 사탕을 강화할 수 있었다.

     

     

    ―――――――――――

     

    · 황금 벌꿀 사탕

     

    · 섭취 시 효과

    – 내출혈에 의해 감소한 체력이 6시간에 걸쳐 1.5 치료됨

    – 복통이 감소함

     

    혀가 녹아내리는 맛입니다!

     

    ―――――――――――

     

     

    감소량을 커버하고도 좀 더 회복되는 훌륭한 성능의 사탕이 완성됐다.

     

    바로 입에 물어넣으니 간신히 죽음으로 달려가는 레이스에서 탈주한 느낌이다.

     

    ‘이제는 노란 장미로도 부족해졌어.’

     

    아셀라가 황금 장미를 꽤 따온 덕분에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

     

    황금 장미를 어떻게든 재배해야 하는데, 황궁에서 쓸 수 있는 땅은 기껏해야 월광궁 뒤뜰 정도니 본가에 씨앗을 보내야겠다.

     

    네리아에게 비닐하우스 제작법과 같이 맡겨두면 금방 산 하나를 황금 장미로 채워놓겠지. 든든한 여동생이다.

     

    ‘어쨌든 이번엔 아셀라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건가.’

     

    참, 몇백 번이나 반복하다 보면 별일도 다 있구나 싶었다.

     

    빚을 지긴 졌으니 갚아야겠지.

     

    “황녀님.”

     

    “응.”

     

    “이번에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일개 주치의에게 하사하신 은덕을….”

     

    “쉿.”

     

    아셀라는 짜증난 표정으로 자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말했잖아. 나, 답답한 말투 싫어해.”

     

    “그랬죠. 사실 저도 그래요.”

     

    10년 후에서는 조금이라도 예의를 안 지키는 귀족은 즉시 손가락을 아작냈던 아셀라였는데.

     

    아직 권력 맛을 덜 봤나 보다.

     

    “그럼 오늘 일의 대가는 어떻게 지불하도록 할까요?”

     

    “대가 말이지.”

     

    아셀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팡이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간다.

     

    “공자, 너는 최고의 주치의가 될 거니?”

     

    “최고일지는 모르겠지만 뭐, 제일 유명한 의사는 되고 싶네요.”

     

    “그래.”

     

    아셀라가 무슨 의도로 그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원하는 답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럼 나는 제국의 황제가 되겠어.”

     

    “예?”

     

    왜 결론이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셀라의 사고는 나같은 범인이 따라가기에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내 반응에 시큰둥해하며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걸로 부족해?”

     

    “아뇨, 그럴 리가요.”

     

    황제가 부족하면 대륙 대통일이라도 하시게요.

    그랬다간 없던 멸망 루트도 생겨서 배드엔딩이 천 개로 늘어나겠다.

     

     

    [No. 012 : 제국의 멸망 30% → 8%]

     

     

    반대로 시스템은 제국의 멸망 엔딩의 확률 감소를 알려줬다.

     

    아셀라가 황궁에 가진 증오가 감소해, 최소한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의미였다.

     

    오늘 대부분의 기사단원은 마지막에 아셀라의 활약을 보고 환호했다.

    티는 안 내지만 칭찬을 좋아하는 아셀라다. 그런 점에서 황실을 살려둬도 되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을까.

     

    “슬슬 리콜 한 번 정도는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

     

    아셀라가 정신을 집중한다.

     

    시전을 끝내자 그녀의 손 위에 아까 시연에 썼던 해츨링이 퍼덕이며 앉아있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번쩍이며 얼기설기 기운 오두막을 반파시켰다.

     

    무너진 통나무를 밟으며 걸어 들어온 노인이 우스꽝스러운 수염을 튕긴다.

     

    “원, 한참 찾았다네. 좀 더 빨리 위치를 알릴 순 없었는가?”

     

    시모어가 껄껄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스승님.”

     

    “덕분에 휴가가 엉망이 됐어. 두 제자가 모두 무사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네만. 어이쿠, 내가 좀 더 늦게 왔어야 했나? 괜히 좋은 분위기를 방해했나 보구먼.”

     

    “이럴 때까지 농담하지 마십쇼. 당장에라도 침대에 쓰러지고 싶습니다.”

     

    “자네 혼자서?”

     

    “그럼요?”

     

    이상한 질문을 해대는 시모어였다. 노친네가 노망이 난 게 분명했다. 아셀라도 슬슬 짜증이 나는지 매서운 표정이고.

     

    “준비됐으면 돌아가세나. 하이 텔레포트.”

     

    시모어가 지팡이를 휘둘러 여섯 개의 마법진을 그려 연결한다.

     

    한숨만 나오게도 또 텔레포트였다.

     

    이동 몇 시간 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으니 멀미약을 찾을 생각으로 가운 안주머니를 뒤졌다.

     

    “으응.”

     

    뭐가 많이 없어졌다.

     

    “아까 빗물에 젖었어.”

     

    황녀님께서 죄의식 하나 없이 덤덤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래요, 다 가지세요.

     

    황궁으로 돌아간 나는 결국 다음 날까지 골골대며 앓아야 했다.

     

     

     

    ***

     

     

     

    “주치의가 주군보다 먼저 쓰러져? 한심해 죽겠어.”

     

    시모어의 텔레포트로 무사히 월광궁으로 돌아온 아셀라는 라스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라스는 마스크 너머로 기침을 삼키며 아셀라의 욕도 함께 묻어버렸다.

     

    후유증으로 비실대는 그를 보며 시모어는 즐겁게 껄껄댔다.

     

    “오늘 업무는 이만 쉬게나. 아셀라의 마력회로는 내가 점검하겠네.”

     

    “현자님께 민폐를 끼칠 수는….”

     

    “돌아가라면 돌아가.”

     

    아셀라가 명령해서야 라스가 어기적어기적 몸을 움직였다.

     

    월광궁 공부방에는 아셀라와 시모어만이 남았다. 시모어가 하회탈처럼 활짝 웃었다.

     

    “대단한 마법을 보여줬던 모양이야, 아셀라. 사룡을 토벌했다지.”

     

    “네.”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볼까. 비무대회의 본대는 예정대로 내일 귀환한다고 하는 모양이니.”

     

    “내일 귀환한다고요.”

     

    그만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황제는 꽃놀이를 충실히 즐길 생각이었다.

     

    하긴 고작 마물 따위에 연례행사가 취소되는 그림이 더 안 좋다.

    적국들에게 제국의 기세가 약해졌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사라진 자신을 직접 찾지 않는 건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리콜은 금지될게야. 네게는 공간마법 봉인주인이 걸릴 거다. 비무대회에 있었던 마법사도 전부 포함해서. 내가 하게 되겠지.”

     

    “그런가요.”

     

    아셀라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시모어는 방 안을 천천히 걸을 뿐 의자에 앉지는 않았다. 감각이 없어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구축식은 예상이 간다. 네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일 게 뻔해. 다섯 번째 마법진을 고차원 방향에서 관통시켰지?”

     

    “맞아요. 역시 스승님이네요.”

     

    “리콜이 타국에 유출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만, 황제야 생각이 다르겠지. 그 친구도 나이를 먹으니 겁이 많아졌어.”

     

    “하지만 누군가 사룡을 전이시켰어요.”

     

    “카밀라겠군.”

     

    그 이름이 나오자 침묵이 흘렀다.

     

    아셀라에게 마법을 가르쳐줬고, 그녀의 마법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이 세상에 두 명이 전부다.

     

    한 명은 여기 있으니 남은 한 명이 범인인 게 분명했다.

     

    “증거는 어디에도 남지 않았겠지. 사룡의 둥지는 중간계가 아니라 동쪽 산맥 너머 미개척지에 있었다. 의외의 장소였어. 비무대회장에서 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어마마마께서 왜 그러셨을까요?”

     

    “그 질문을 하려면 아셀라, 카밀라가 왜 황궁에 들어왔을까부터 해야 하겠다.”

     

    시모어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 건으로 확실히 카밀라는 네 적이 되었다 봐도 무리 없겠지. 당분간은 조심하거라. 아군과 적군을 잘 구분해야 할 게야.”

     

    “스승님은 제 아군인가요?”

     

    “하하, 영특한 꼬맹이 같으니.”

     

    시모어가 씨익 웃으며 아셀라의 정수리를 톡 두드렸다.

     

    “잘 알고 있구나. 나는 더 가치 있는 마법사의 편이다.”

     

    “네.”

     

    아셀라도 시모어와 오래 교류했기에 그가 고위계 마법에 집착하는 괴팍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었다.

     

    설령 수제자라도 과도한 애정을 주지는 않는다.

     

    “확실한 아군을 원하는가. 그럼 네 주치의를 챙겨야겠구먼.”

     

    “라스는….”

     

    아셀라는 그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느냐?”

     

    “무의식은 관측한 순간 오염되지요.”

     

    “반대로 관측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다. 생각을 관측하는 걸 대화라고 한단다.”

     

    라스와 속을 터놓은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시모어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아셀라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하지만 정치적으로 얽힌 혼약자이기도 하다.

     

    주도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 그는 알 수 없도록, 하지만 그의 모든 걸 캐내고 싶다.

     

    ‘수첩.’

     

    그곳에 적혀 있던 기묘한 문장들이 생각났다.

     

    “스승님, 세상의 멸망이나 자신이 죽는 방법을 수도 없이 가정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요.”

     

    “둘 중 하나겠지. 환자, 아니면 예언자.”

     

    생각지 못한 단어에 아셀라가 반문했다.

     

    “예언자요?”

     

    “그래. 경우의 수를 수도 없이 준비해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미리 예지했다고 거짓말할 수 있거든. 예언자는 백이면 구십구 사기꾼이니 말이다.”

     

    “흐응….”

     

    아셀라는 어쩐지 시모어의 말이 귀에 꽂혀 들어왔다.

     

    “그럼 한 명의 진짜 예언자는요?”

     

    “천리안을 쓸 수 있는 실력 좋은 마법사 아니겠느냐.”

     

    “천리안.”

     

    새로운 단어에 호기심을 보인 아셀라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어떤 마법인가요?”

     

    “시간 계열 마법이다.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사건을 관측하지.”

     

    “모든 가능한 사건이요?”

     

    “하하, 무수한 가정을 보는 것뿐이다.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를 봤다고는 할 수 없단다. 쓸모없는 마법이야.”

     

    “예를 들어서요?”

     

    “내가 지금 주사위를 굴린다. 결과는 1부터 6까지 여섯 가지라고 생각하느냐?”

     

    “그렇겠지요.”

     

    “천리안은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테이블에 부딪혀 깨지거나, 굴리던 와중 누가 방에 들이닥치는 장면도 전부 보여준다. 물론 전부 가능한 일이지. 다른 시간선에서는 이미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주사위를 굴려서 무슨 눈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군요.”

     

    “그래. 주사위를 굴렸을 때 무엇이 나올지는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어.”

     

    시모어의 설명을 들은 아셀라가 잠시 상념에 빠졌다.

     

    어쨌든 현재를 기반으로 가능성을 도출하는 마법이다.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해, 된 후에도 모든 정치적 시나리오를 상정해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상당히 쓸모 있으리라 생각됐다.

     

    “배워보고 싶어요.”

     

    “그러냐?”

     

    “어차피 공간 마법은 금지당할 테니까요. 제가 시공간 감각이 좋다고 하셨죠.”

     

    “공간이 안 되면 시간이라. 으음, 알았다. 내 옛날 서적을 뒤져봐야겠구먼. 오늘은 우선 쉬어라. 마력회로가 다 말라붙었어.”

     

    천리안을 배우면 라스가 꼴사납게 파멸하는 미래도 수도 없이 보이리라.

     

    수정구에 녹화라도 해서 실컷 놀려줘야지.

    그러면 겁에 질려 내 치맛자락을 붙잡아올지도 모르고.

     

    라스의 모습을 상상한 아셀라는 그만 즐거워져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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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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