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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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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화. 지켜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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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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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아가리가 크게 벌어지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미카에르가 급히 날개를 펼쳐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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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간 일대가 전부 녀석의 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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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벌어진 녀석의 아가리는 이미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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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차원의 틈 특유의 허무적인 특성이 움직임을 방해했다. 검에서 날아간 불꽃은 평소보다 훨씬 약했고, 팔다리에 돌이 걸린 듯 무겁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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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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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에르를 포식하는 건 데보라에게도 도박이었다.

        ‘포식’은 데보라가 가진 가장 강력한 권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포식한 이후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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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달린 녀석을 먹어 치운 다음 소화를 마치는 동안 나는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저 녀석에게 계속 발목을 잡힌다면 죽는 건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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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대로 미카에르를 ‘포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걱정하는 그 이후의 일, 소화하는 동안 ■의 추적에 대한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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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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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아가리가 벌어진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지고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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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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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렁쩌렁한 음성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한 줄기 검은 태풍이 몰아치는 것마냥, 거대하고 또 거대한 무언가가 데보라와 미카에르 사이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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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스러운 우자여. 이 몸이 그대의 끝을 심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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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아아! 이 더럽고 불쾌한 녀석! 죽어라! 죽어서 너의 죄를 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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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흐흑. 으흑. 으흐흐흑…. 깃털쟁이는 결국 우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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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의 지배자, 이시디움.

        여덟 개의 손에 쥐고 있는 무기가 유려한 궤적을 그렸다. 사방에서 원을 그리듯 오묘하게 움직이는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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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캉!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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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아가리가 거대한 방패에 부딪힌 것마냥 튕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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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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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이 눈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반동이 크게 돌아왔다. 본래라면 단숨에 튕겨내고 으깨버렸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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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탄탈로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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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을 알아본 미카에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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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우매하고 우둔한 막내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위대하신 분의 명을 받들어 우리가 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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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아! 이 몸이 부족한 동생을 위해 친히 먼 걸음 행차했으니! 갈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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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흑. 으흐흐흑. 으흑…. 어찌 동생이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푼수 모지리들뿐인가… 어흑! 맏형으로서 참 고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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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개의 입이 하나씩 열리는 족족 미카에르의 속을 박박 긁는 것들이라.

        반가운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울컥 분이 솟은 미카에르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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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주러 온 것이면 입 다물고 도와주기나 해라! 아니라면 썩 꺼지고! 너의 도움 없어도 나 혼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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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힘없는 짐승일수록 시끄러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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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하! 본디 막내라는 것은 앵앵거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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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흐흐흑. 으흑. 저런 막내라도 맏형이니 품고 가야겠지…. 으흐흐흑!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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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은 담담히 미카에르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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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 무례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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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에르가 길길이 날뛰었다.

        적을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천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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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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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는 갑작스레 난입한 이시디움을 흘겨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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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는 셋, 팔은 여덟, 거기에… 굉장히 강하다.

        날개 달린 녀석과 동등하거나 더 강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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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둘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건… 무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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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적응은 확실히 강력한 권능이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었다. 분명한 약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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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룬 데보라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 이상의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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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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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그머니 뒤돌아 도망치려는 데보라의 눈 앞에 날카로운 철창이 날아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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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긴 것처럼 하는 행실도 미꾸라지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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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아아아ㅡ! 너, 너너너너! 너를 찢고 죽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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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흐흑. 으흑. 너, 너는 부질없는 지푸라기처럼 사그라질 것이다…. 으흐흑. 으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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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이 여덟 개의 팔에 움켜쥔 무기를 풍차처럼 휘둘렀다. 척 보기에도 실린 힘이 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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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오거라,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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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누가 누구더라 막내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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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이시디움의 다리 근육이 폭발하듯 부풀며 앞으로 솟구쳤다. 그 뒤를 따라 미카에르가 공중을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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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야ㅡ, 아니 적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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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다.

        데보라의 몸이 은백색 갑질로 뒤덮이기도 전에, 이시디움의 철퇴가 데보라를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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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헉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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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 떠오른 데보라의 거구. 

        솟구친 미카에르의 불타는 검이 춤을 추듯 궤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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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하아아악!》

       

       데보라의 몸이 불에 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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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이 눈을 찌푸리며 몸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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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음. 그렇군. 이런 곳인가? 단번에 터뜨릴 심산이었다만… 기묘한 공간이구나. 막내가 쩔쩔 맨 이유를 알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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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느낌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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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흐흐! 본신의 3할도 못 내는 곳이라니! 답답하구나! 크하아아아!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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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조차 부정하는 허무의 공간, 차원의 틈이기에 제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초월자의 격을 이룬 이시디움, 미카에르였기에 이 정도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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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무용하다.

        3할의 위력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3할의 힘으로 3배 많이 때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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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결국 100퍼센트의 타격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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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흐흐! 막내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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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막내가 아니다! 미카에르라는 이름이 있단 말이다! 이름으로 불러라,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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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덜거리면서도 서로 합을 맞춰 돌진하는 미카에르와 이시디움. 서로가 서로의 사각을 보완해주는, 그림 같은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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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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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의 철창이 데보라의 은백색 갑질에 튕겨 나왔다. 그 짧은 사이에 참격에 대한 적응을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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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확인한 미카에르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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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에게 한번 통한 공격은 두 번 통하지 않는다!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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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 막내여, 괜한 걱정이로다. 우리의 손은 여덟이오, 그 손에 든 무기 또한 여덟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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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고, 후려치고, 두들기고, 으깨고, 찢고,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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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흐흑. 으흑…. 확실히 기묘하고 까다롭구나. 허나, 우리가 가진 수단은 천변만화의 팔이라. 으흐흑. 너, 너는 얼마나 더 기묘한 술수를 부릴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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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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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을 가르며 철창이 날아온다. 다시 한번 은백색 갑질로 몸을 덮은 데보라.

        허나 이시디움은 두 개의 손을 기묘하게 움직이며 철창 대신, 철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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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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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데보라의 외피는 참격에 대한 적응이었다.

        충격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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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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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의 몸이 진탕 흔들리며 내장이 뒤틀렸다. 다시 적응을 해야 한다.

        ​

        곧 충격에 적응하며 몸의 내부부터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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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후. 확실히 기괴망측한 술수를 부리는 녀석이로고.》

        ​

        《우리의 팔은 여덟이되 여덟 그 이상이다!》

        ​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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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기둥처럼 굵은 이시디움의 팔이 데보라의 몸을 후려쳤다. 

        데엥- 맑은 종소리가 울리며 데보라의 내부가 진탕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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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 허억!》

        ​

        데보라의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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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응을, 적응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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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에 대한 충격, 아니다. 초재생의 적응으로 녀석의 공격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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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너의 작고 앙증맞은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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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디움이 훌쩍 뛰어올라 우락부락한 팔근육으로 데보라의 머리통을 터뜨릴 듯 조이기 시작하는데.

        뭔 놈의 피부는 강철보다 튼튼하고, 근육은 억센 쇠사슬이나 다름없어서 데보라가 아무리 난동을 부려도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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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헉, 끅! 끄으으윽! 커헥! 켁, 케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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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골이 으스러지다 재생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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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다시 적응을! 적응, 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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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에 대한 적응을 포기한다.

       

        대신 몸을 바꾼다.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하고 미끄럽게.

        미끈한 점액질이 데보라의 몸에서 흐르며 이시디움의 구속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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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잊고 있던 것은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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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르륵! 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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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아아악! 네, 네놈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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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신히 한숨 돌리기 무섭게 미카에르의 불타는 수레바퀴가 작열한다.

        화르륵! 데보라의 몸을 뒤덮은 점액질이 거세게 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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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불에 타는구나. 아까 전에는 분명 불에 닿아도 멀쩡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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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에르의 눈이 흥미롭게 빛난다.

        ​

        《실로 그러하구나. 우자여, 그대의 괴상망측한 능력은 꽤 성가신 종류의 것이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로고?》

        ​

        《크하하하하! 시간이냐? 아니면, 종류? 옳거니, 개수로구나! 몇 개냐! 네 놈이 견딜 수 있는 종류는 몇 종류나 되는 거냐! 아니! 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 몸이 직접 너의 몸으로 알아내겠노라! 흐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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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런.’

        ​

        적응의 권능은 생존이라는 부분에서 최강이라 불러도 좋을 권능이다.

        허나, 딱 하나.

        ​

        데보라의 몸이 동시에 견딜 수 있는 적응의 개수는 다섯 개가 최대였다.

        ​

        하나는 차원의 틈에 대한 적응으로 쓰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본인의 권능, 포식의 반작용을 견디기 위한 적응으로 쓰고 있다.

        ​

        따라서 데보라가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은 세 개.

       현재 세 가지는 초재생, 참격, 구속에 대한 적응이었다.

       

        데보라는 직감했다.

        ​

        ‘이, 이건ㅡ’

        ​

        진짜 큰일 났다고.

        ​

        ​

        ​

         * * * * *

        ​

        ​

        ​

        “후. 이거 진짜 뭐 하는 새끼야?”

        ​

        뜨끈하게 열이 오른 머리를 식히려 깊은 호흡을 반복했다. 

        차원의 틈에서 이 모든 일의 원흉을 발견한 건 요행에 가까웠다.

        ​

        연옥이 개판 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미카에르가 부재중이라는 것으로 확인.

        그 즉시 차원을 가르고 영혼의 바다로 향했다.

        ​

        회사고 나발이고.

        그때는 눈이 돌아가기 직전이라 이성적으로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모한 결정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생각이었어.’

        ​

        지금이 아니었다면, 녀석의 덜미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

        미카에르가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기에, 또 추적하는 길에 흔적을 남겨뒀기에 잡을 수 있었다.

        ​

        “하아아….”

        ​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달고 있던 별의 거인에서 다시 인간 모습으로 돌아왔다.

        ​

        차원의 틈은 내가 간섭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차원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좁다고 해야할까. 그러니 나 대신 미카에르를 도울 녀석이 필요했다.

        ​

        ‘이시디움을 보냈으니 아마 괜찮을 거야.’

        ​

        발가르를 보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미카에르가 고전하는 이유는 차원의 틈에서 매개체가 없는 별빛이 사라지는 특성 때문이다.

        ​

        그 점을 생각한다면 순수 무력이 강한 이시디움이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

        ​

        ‘혹시 모르니까 발가르도 보내둘까?’

        ​

        일단 언제라도 발가르를 보낼 수 있도록 준비만 해두자.

        ​

        “열 받아 죽겠네 진짜.”

        ​

        도대체 저 썩을 물고기 새끼는 왜 연옥에 분탕질한 거야?

        딱 보니까 대악마인 것 같기는 한데, 저 녀석도 펜리르처럼 나에 대한 복수가 말뚝인가?

        ​

        “만약 그런 거라면 조금 곤란한데.”

        ​

        펜리르도 나에 대한 복수를 갈망하기는 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는 않았다. 넘기 직전에 내가 막은 것이지만.

        ​

        저 물고기 녀석은 다르다.

        명백히 선을 넘었다. 무고한 희생자 수십 수백을 만들었다.

        ​

        복잡한 머리를 달랠 겸, 차원의 틈을 갈라 미카에르와 이시디움을 살폈다.

        ​

        – 《크하하하하! 너를 다지고 또 다져버리겠다!》

        ​

        – 《느리구나. 너의 모든 것이 느리도다.》

        ​

        – 《아까처럼 그 악취 나는 아가리를 벌려봐라. 벌려보라고!》

        ​

        투두두두두!

        ​

        – 《크에에에에엑!》

        ​

        음.

        이시디움과 미카에르가 신명 나게 분탕충 물고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딱히 변수는 없어 보인다.

        ​

        균열을 닫았다.

        그제야 열이 올랐던 머리에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

        “……씁. 뭔가 찝찝한데.”

        ​

        분탕을 치던 녀석도 잡았고, 개판이 된 연옥은 다시 복구하면 된다.

        ​

        다만 마음 한 구석이 영 편치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

        “위, 위대하신 분이시여! 여, 여기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

        영혼의 바다로 거울을 만들어 지상을 살피고 있던 케넬름과 리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득달같이 달려가 리아의 거울을 살폈다.

        ​

        “이건….”

        ​

        지상의 모습이었다.

        다만, 대륙의 곳곳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날붙이와 피의 향연이 가득했다.

        ​

        “전쟁? 도대체 누가 전쟁을….”

        ​

        얼마 전에 봤을 때만 하더라도 전쟁의 기미는 없었는데.

        ​

        “아뇨. 전쟁이 아닙니다. 저기를 보세요.”

        ​

        케넬름이 거울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성을 끼고 치열한 공성전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

        – “기름을 가져와! 끓는 기름을 부어! 어서!”

        ​

        – “아아아악! 녀석이, 내, 내 눈을 바라봤어! 으아아아아!”

        ​

        “카, 카를로스! 젠장, 카를로스의 몸이 돌로 변해간다! 뒤로 후송해! 사제님들에게 데려가!”

        ​

        – “캬흐야아아아아으카!”

        ​

        다만 공성전에서 성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

        물고기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고, 눈이 여섯 개 달렸고, 뱀의 몸통과 물고기의 얼굴을 가진 기괴한 괴물이었다.

        ​

        “…이, 이건 도대체 무슨….”

        ​

        형태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물고기의 대가리를 보고 눈치챌 수 있었다.

        ​

        연옥을 개판으로 만든 물고기 괴물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의 녀석이다.

        ​

        “저 새끼들이 도대체 왜 지상에 있어?”

        ​

        “아마 동일범의 짓이겠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

        케넬름이 꾸드드득, 장도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 저기, 그, 손잡이 부분이 조금씩 파이고 있는데.

        ​

        음.

        나와 리아는 서로 눈을 마주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대륙의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물고기 괴수의 습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처하기는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저 물고기 괴수들의 기묘한 능력으로 날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기에.”

        ​

        과연.

        연옥에 있던 물고기 녀석들도 비슷하게 창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

        – 꽈릉ㅡ!

        ​

        내 손짓을 따라 벼락이 떨어졌다. 성벽을 타고 오르던 물고기 괴수는 순식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졌다.

        ​

        – “우, 우오오오오ㅡ! 시, 신의 벼락이다! 신께서 우리 성을 지켜 주셨다!”

        ​

        – “우리가 이겼다! 만세! 만세ㅡㅡ!!”

        ​

        함락 직전이던 성은 축제 분위기다. 다른 곳에서도 물고기 괴수의 공격이 한창이었기에 나는 바쁘게 거울을 옮겨가며 벼락을 떨궜다.

        ​

        – 꽈릉! 콰르르릉! 콰광!

        ​

        물고기 괴수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 연옥에 있던 것이 수십 마리라면 대륙에 풀어놓은 것은 수백 마리인 것 같다.

        ​

        의외라면 생각보다 잘 대처한 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

        케니스가 있는 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신성 제국에서도 황제가 직접 전선에 나서 왕홀의 기적을 십분 발휘하며 전선을 사수했다.

        ​

        거기에 나한테서 무기를 받아간 모험가들이 있는 곳은 대체로 피해가 적었다. 그간 대륙에 뿌린 무기가 많은 만큼, 여기저기 퍼진 모험가들도 많았다.

        ​

        ‘…내 무기를 받은 애들은 물고기 괴수한테 공격이 통했는데, 왜 천사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지?’

        ​

        …차이가 뭐지?

        오히려 천사들의 공격이 더 잘 통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연옥에는 조금 더 강한 녀석들을 푼 것이 아닐까요? 지상에는 상대적으로 숫자를 늘리고, 약한 녀석들을 풀었다던가….”

        ​

        “오.”

        ​

        리아가 그럴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

        – 콰르르릉! 꽈쾅! 콰아아앙!

        ​

        그러면서도 벼락 떨구기를 멈추지 않았다.

        ​

        “…이게 전부인가?”

        ​

        기계적으로 벼락을 떨구며 물고기 괴수를 죽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게 끝일까?

        ​

        아닐 것이다.

        분명 뭔가 더 있을 거다.

        ​

        뭐지? 뭘까?

        연옥까지 찾아가서 분탕질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상에도 분탕을 치는 녀석이다.

        ​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은밀하게 나를 엿먹이려고 했다면 훨씬 더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

        하지만 이건, 너무 화려하고 대놓고 보란 듯이 저질렀다.

        마치 나에게 꼭 봐달라고 하는 것처럼.

        ​

        ‘………내 시선을 돌리려고?’

        ​

        무엇으로부터?

        내가 신경 쓰지 못하면 하는 것이 있다면, 도대체 그게 뭐지?

        ​

        내가 뭘 놓치고 있지? 

        ​

        “……….”

        ​

        ​

        ​

        ​

       

        차원의 틈에 생긴 땅굴?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서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흐흑… 정말로, 정말로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참새처럼 앙증맞은 탓에… 자꾸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듯… 합니다…… 퇴고에 조금 더 유의하고…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어흐흑…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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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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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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