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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0

       

        

        

        

        

        

        

        

        

        

       “엥, 적 팀에 로키 있네.”

        

       “이 티어가 그렇죠. 저도 친구창 뒤져보면 유어스페이스 하는 분도 있고, 프로 2군으로 뛰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뭐, 그렇긴 한데….”

        

        

        

        힐끔.

        

        그와 동시에 단검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던 나와 팀원들 간 시선이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 그러더니 급하게 변명하기 시작한다. 평균 티어가 그랜드마스터 중반에 수렴하는 친구들이 내 눈치만 슬슬 보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지이이. 딱히 별다른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저쪽의 표정이 실시간으로…뭔가 형용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가더니 이내 황급히 덧붙였다.

        

        

        

       “아, 물론 유진 선생님이 짱이죠. 최고존엄.”

        

       “…아무런 말도 안 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재만으로 압박을 주는데 어떻게 입을 안 털고 배기겠습니까 선생님

       -과도한 아부는 그 자체로 음해가 된다….

       -그?래서 로키가 누구임??????

       -글아너 스트리머인?듯

        

        

        

        흐음.

        

        아직 게임이 시작하려면 조금 남았으니 한 번 모르는 것만이라도 적당히 물어볼까. 언제나 그렇듯 교전에 돌입하기 전에 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어야만 했고, 더군다나 랭크 게임은 경기 시작 전 획득 가능한 적 정보가 적었으니까.

        

        뭘 먼저 물어보면 좋을까 싶기도 했고, 유어스페이스 채널을 운영한다고 했으니 경기 시작 전에 검색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안인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정보 정리가 끝났고, 막 유어스페이스 검색창을 키려는 찰나 팀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주로 클레이모어 공략 올리는 사람이에요. 전전시즌 프로였고, 전 시즌에는 챌린저 중상위까지 올라갔어요. 랭겜에서 만나면 상당히 무섭긴 해요.”

        

       “되게…잘 아시네요.”

        

       “여긴 보통 다 이래요. 랭겜 3판 돌리면 아까 만난 사람 또 만나고, 적으로도 만나고, 팀으로도 만나고 그래가지고…누가 무슨 빌드를 얼마나 잘 쓰는지 서로 다 알고 있거든요.”

        

        

        

        그와 동시에 찾아온 침묵.

        

        방금 전까지 이런저런 말을 하던 친구도 입을 닫았다. 갑자기 뭔가 싶어 힐끔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그가 아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유진 선생님 빼고요.”

        

       “아유, 증말.”

        

        

        

       -저말할라고 뜸들인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앙증맞네 ㅋㅋ

       -하긴 누가 꼴랑 일주일도 안 되서 그마를 찍냐고 ㅋㅋㅋㅋ

       -단검(알고도못피함)

       -알면 잡혀간다고wwww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건 아니다.

        

        천상계의 생리라. 그런 걸 진득하게 느껴보기도 전에 꼭대기로 올라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생경한 경험이었다. 특히나 애초에 타 유저들과 말도 섞을 시간이 없는 AP였으니, 같은 위치에 놓여있었던 이들과 대화해볼 시간조차 없었지.

        

        직접 근거리에서 무기를 맞대고, 때로는 팀원의 도움도 빌리며 함께 판세를 이끌어나가야만 하는 도미네이션 모드에서만 가능한 교류. 아마 내가 에이펙스 프레데터 대신 다크 존의 점령전을 메인으로 굴렸더라면 익숙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좌우지간, 그렇게 느낀 점을 이리저리 정리하고 있었을까.

        

        경기가 시작된다.

        

        

        

       “…와, 설치형 발리스타에 샤먼까지 들고 나왔네. 방어 제대로 굳히려나보다.”

        

       “폐허 맵이니까, A에 한 번 설치해두면 꽤 골치아플 것 같은데…그래도 팀에 닌자 있으니까 연막탄 던지면서 조준 방해하고 샤먼 끊으면 꽤 할만할 것 같네요.”

        

       “샤먼이 발리스타 조작할거고, 샤먼 호위하는 사람 한 명까지 합치면 두 명이니까…나머지는 전부 B에 전력 몰빵하겠죠. 팀 전체의 기동성이 떨어질 테니 C에 빈집털이는 안 올 것 같고.”

        

        

        

        설치형 발리스타, 특수기.

        

        적은 A 가까이에 리스폰 지점이 있었고, 우리 팀은 C 가까이에 리스폰 지점이 있었다 – 그리하여 상대는 오버차지를 통해 A에 발리스타를 박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고정포대였고 재장전이 느린 만큼 그 대미지 하나는 상당했다.

        

        그리고 샤먼 – 클래스 중 디버프를 담당했다. 모종의 주문을 외우거나 주술적 의미가 담긴 참을 벽에 붙여 팀원의 공격속도나 스태미너 회복 속도를 높이기도 했고, 반대로 적에게 디버프를 걸기도 했다. 대신 이런 막강한 성능을 대가로 근접무기가 딸랑 의식용 글라디우스 한 자루였다.

        

        폐허 맵은 A와 C가 B 거점을 내려다볼 수 있는 특징이 있었으니, 어찌 보면 상대가 머리를 잘 쓴 것이었다.

        

        

        

       “…유진 선생님. B에서 다가오는 친구들을 싸그리 잡아먹는 게 편하신가요, 아니면 A에서 화살만 날려대는 저 깜찍한 친구들을 리스폰 창으로 사출시키는 게 편하신가요?”

        

       “흠.”

        

        

        

        게임 시작까지 3초.

        

        단검을 빙글 돌리며 덧붙였다.

        

        

        

       “둘 다 해보죠.”

        

       “…역시. 믿겠습니다.”

        

        

        

       -존 내 멋 있 다

       -왜 이사람이 말하는 건 허세로 안들릴까 ㅋㅋㅋ

       -카토같은 애들이 저랬으면 개소리말라는 말부터 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들 당근흔드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ww

       -그만멋있으라고미친련아제발!!!!!!!!

        

        

        

        8월의 중반, 어느 더운 날.

        

        챌린저 티어 등반은 순조로웠다.

        

        

        

        

        

        

        

        

        

        

        

        

        

        

        

        

        

        

        

        

       

        

        

       “요즘 발리스타 빌드 꽤 많이 보이든데, 이거 좋아요?”

        

       “A나 C가 고지대에 있는 맵에서 쓰면 상당해요, 이거. 누가 처음 유행시켰는지는 몰라도 꽤 골때려요. 샤먼 한 명 끼면 생각보다 유지력도 좋아서 버티기도 수월할걸요.”

        

       “하긴, 뭐….”

        

        

        

        어깨가 무겁다.

        

        측면에 LOKI라는 각인이 새겨진 클레이모어를 든 캐릭터가 뚱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팀원 중 한 명은 진즉 대형 발리스타를 설치한 뒤 B로 지원을 간 지 오래였고, 그리하여 감시탑이기도 한 A에는 한 명의 샤먼과 로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수십 개의 화살이 하나로 묶인 대가 발치에서 굴러다녔다. 화살의 크기는 팔뚝만했다. 수성 병기만한 크기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이 운반하며 설치할 수 있는 크기였기에 자연스럽게 화살 사이즈도 그 정도에 수렴한 것이었다.

        

        그것을 장전한다. 도르래를 힘겹게 돌린 샤먼이 그 위에 화살을 끼워넣었고, 조준한 뒤 발사한다. 수십 명의 미니언과 그 사이에 섞여있는 유저들. 이들의 위로 대형 화살이 날아들었고, 이어 미니언 한 마리의 몸을 꿰뚫는다.

        

        미니언이 금빛 폴리곤 덩어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샤먼이 덧붙였다.

        

        

        

       “단점이 있다면…사람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 정도. 대신 한 발 맞으면 적어도 HP의 50%는 날려버릴 수 있고, 머리 맞추면 원샷원킬이거든요. 한 번 쏜 다음 다시 장전하고 발사하는 데 10초 넘게 걸리긴 하는데…!”

        

       “…이제부터는 못 도와줘요. 적 두 명 오니까 여차하면 화살 그만 쏘고 전투 참여하시고.”

        

       “아유, 물론이죠.”

        

        

        

        절그럭.

        

        불길한 금속음이 계단을 타고 들려온다. 붉게 도색된 갑주를 입은 로키와는 다른 청색 일색의 갑옷. 손에 든 방패와 플레일, 다른 한 명은 폴액스. 긴장이 어려있었지만 압도당하지는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진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을 쉽사리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상대의 어깨에 붙은 그랜드마스터 패치가 이를 증명했다. 둘 다 대분류로 따지자면 기사였다. 강하고 둔중하며 딱딱하다.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모독적인 주술 언어, 그리고 선명한 금빛으로 빛나는 부적들. 손에 들린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좀 더 가벼워지고 몸에 활력이 차오른다.

        

        

        

       ───스윽.

        

        

        

        검을 들어올리고 겨눈다.

        

        서로 공격 자세를 취한다. 인사는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경의를 담아 상대하겠다는 암묵적인 존중이었고, 그리하여 이곳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기 위해 친히 A까지 행차한 두 명의 적이 차분하게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2 : 2의 구도. 오른손에 글라디우스를 든 샤먼은 왼손을 느릿하게 움직이며 영창을 이어나간다. 상대하는 적은 플레일과 방패를 든 기사 클래스. 그에 반해 로키는 폴액스를 든 인도자 클래스와 대치했다. 강과 강의 싸움이었다.

        

        둔중한 사바톤 소리가 첫 번째로 교차했고, 두 번째는 철과 철이 맞부딪히며 들려오는 굉음이었다.

        

        

        

       “흐읍…!”

        

        

        

        부웅!

        

        둔중한 폴액스가 공기를 찢어내며 세로로 떨어졌다. 모든 것을 일도양단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듯 옆으로 회피한 로키는 왼발을 한 발짝 앞으로 내딛으며 횡베기를 날렸다. 육중한 날이 허공을 가로로 갈랐다.

        

        하지만 그것마저 예상했단 듯, 후딜레이 캔슬을 통해 폴액스를 회수한 적 전사는 검의 궤적에 폴액스의 봉을 가져다대었다. 쩌렁쩌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한 발짝 뒤로 빠진 적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상단 올려베기를 시전했고, 그 상태에서 우측에서 좌측으로 내려베기를 연계했다. 그 후 이어지는 찌르기. 그러나 로키는 폴액스의 스피어팁과 도끼날 사이에 클레이모어를 갖다대어 해당 공격을 방어했다.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는 수준높은 공방.

        

        수많은 사선을 거쳐오며 인간병기로 단련된 유저들이 자아내는 검무였다.

        

        

        

       -ㅗㅜㅑ;;

       -진짜 간지 하나는 미쳐버린게임ㅋㅋ

       -눈치싸움 클래스 ㅈ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로키가…비록 좀 모자라지만…께임은잘혀,,,,

       -적도 개빡고수네 ㅋㅋㅋㅋㅋㅋ

        

        

        

        하나하나가 HP를 뭉텅이로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전부가 그 사이를 누비며 기어코 빈틈을 찾아내 역공을 하는 일에 통달한 사람들이었고, 이러한 전투는 대개 아주 사소한 판단 미스 혹은 추가적인 버프의 누적으로 인해 승패가 갈리는 상황이 잦았다.

        

        그리고 로키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으며, 그동안 상대한 수많은 폴액스 유저들의 공격 패턴과 강점, 약점 등을 실시간으로 머리에서 시뮬레이션하면서 버프로 인해 증강된 신체능력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 그리하여 첫 강공이 상대의 머리를 둔중하게 후려쳤다.

        

        HP가 사정없이 깎여 내려갔고, 돌바닥에 금빛의 피가 몇 번이고 흩뿌려졌다. 그러나 선제 타격을 성공시킨 로키는 그 순간 지체없이 특수기를 발동시켰다 – 전의 고양, 1 : 1 대결에서 먼저 선제 타격을 성공시켰을 때 10초간 공격 속도와 대미지가 상승하는 퍽이었다.

        

        

        

       “후우…!”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네 번이 된다.

        

        그리하여 적 폴액스 유저가 반쯤 빈사 상태가 되었을 때, 로키의 HP는 아직 ⅔에 수렴하였으며 – 그는 워크라이를 시전함과 동시에 전투 함성 보너스를 받아 적에게 처형기를 시전하였다.

        

        두터운 판금 갑옷을 버터처럼 뚫고 들어간 클레이모어. 금빛의 피가 잔뜩 묻어나온 그것이 허공을 휭하고 갈랐고, 이어 폴액스 유저의 머리와 목이 분리되며 그는 퍼스트 블러드를 차지하였-으나, 그것이 끝이었다.

        

        기쁨에 빠져들 틈도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순간, 플레일에 신나게 두들겨맞은 탓에 빈사 상태가 된 샤먼은 자신의 가슴팍에 단검을 꽂아넣음과 동시에 스스로를 희생하여 A에 걸린 아군 증강 주술의 활성 시간을 5분 더 연장하였다.

        

        털썩.

        

        그리하여 2 : 1은 1 : 1이 되었다.

        

        

        

       “…그래도 오래 버티셨네.”

        

        

        

        금빛 핏물에 흠뻑 젖은 플레일 유저가 로키의 말을 듣고는 작게 한숨을 토해냈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대검이 또다시 허공을 갈랐고, 증강 주술은 1분에 걸친 짧다면 짧은 교전 동안 히터 실드의 내구도를 착실히 갉아먹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기사마저 바닥에 무릎을 꿇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그가 남긴 발악은 실로 통렬했다.

        

        스파이크 강화. 플레일의 스파이크가 한순간 더더욱 날카롭고 뾰족해졌고, 적은 마지막으로 그의 허벅지를 거세게 후려친 뒤 리스폰 창으로 사출당하고야 말았다.

        

        출혈 상태이상, 빠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하강하는 HP. 안 그래도 10%밖에 남지 않았기에 로키는 침을 꿀꺽 삼켰으나, 적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아군 거점에서의 HP 회복 기능이 그의 실혈사를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A는 조용해졌고, 로키는 살아남았다.

        

        

        

       “…휴, 진짜 뒤질 뻔했네.”

        

        

        

        쉽지 않은 전투였다.

        

        샤먼이 오랫동안 버텨주었고, 마지막 증강 주술 연장까지 걸어주지 않았더라면 A를 꼼짝없이 뺏길 수도 있었으리라. 아마 상대팀도 가장 강력한 사람을 A로 보낸 거겠지.

        

        그랜드마스터에는 이런 미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났다. 전 시즌에 챌린저 중상위까지 찍은 경험이 있는 로키조차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승리를 만끽할 시간이었고, B에서 힘겨루기 중인 아군을 위해 적의 머리 위에 화살비를 쏟아내줄 차례였다.

        

        

        

       ───끼기긱…!

        

        

        

        줄이 감기고, 화살을 올려놓은 뒤, 트리거를 잡아당긴다.

        

        그 순간 팔뚝만한 화살이 시원하게 날아가며 적을 관통한다. 귓전에 들리는 타격음이 시원하다 못해 청량하기까지 했다. 글로리 앤 아너는 그 무엇보다도 타격 이펙트와 손맛, 사운드를 신경쓴 게임 중 하나였고, 당연하게도 한 명씩 시원스럽게 나가떨어진다.

        

        전체적인 팀원의 전력을 깎아내면서까지 설치형 발리스타를 들고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스팸질을 어떻게 참아.

        

        

        

       “흐히히히히….”

        

        

        

       -어어 로키 미쳐간다

       -악마가 여기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역겹다! 좆 키 ! ! ! ! !

       -진짜 설치형발리스타메타는 누가 가져온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우 쓰레기 우우

        

        

        

        실로 경박한 목소리.

        

        어느 누가 이 마성의 무기에 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순간 그는 마치 전장을 굽어보는 신이라도 된 것마냥 전능감에 휩싸인 채 장전과 발사를 반복했고, 당연하겠지만 적의 전열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상대 역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저 멀리에서 중갑 미니언이 대형 사다리 하나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유진을 견제하던 그였지만 사다리를 들고 접근 중인 적을 가만히 보고 있는 건 불가능했다.

        

        퍽. 그런 소리와 함께 허공을 찢어내며 쇄도한 화살 하나가 미니언의 어깨에 박혔다. 중갑을 착용 중이었기에 한 발로 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면 한 발을 더 먹이면 될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금 도르래를 감았고, 이어 조준기에 비틀거리는 미니언을 놓았다.

        

        

        

       ───피잉!

        

        

        

        퍽.

        

        그리고 미니언은 사다리와 함께 나자빠졌다.

        

        이걸로 더 이상 그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 분명했고, 그는 다시금 도르래를 돌린 뒤 화살을 장전했다. 크로스라인에 적을 놓고 트리거를 잡아뜯는 것보다 재미있는 건 글로리 앤 아너에도 몇 개 없으리라.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B를 눈으로 보며 외마디 음성을 토해냈다.

        

        

        

       “…어?”

        

        

        

        유진이…없다?

        

        그 순간 그는 황급히 발사기에서 몸을 떼었고-

        

        

        

       “크학…!”

        

        

        

        푹!

        

        허벅지와 옆구리에 단검이 틀어박히는 것을 그대로 용납해야만 했다.

        

        등에 매어진 클레이모어를 다시 들기도 전 단검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오른쪽 손목을 그대로 관통한 후 빠져나왔다. 끔찍한 탈력감이 느껴진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종합격투기 선수 앞에 놓인 초등학생이 된 듯한 기분과 함께, 그는 신체를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힘줄이 순식간에 끊어지고 있음을 실로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은 금방 찾아왔다.

        

        

        

       “업보를 꽤 쌓으신 것 같은데, 정산할 준비는 되었길 빌죠.”

        

        

        

        푹, 그리고 으직.

        

        몸에서 빠져나가는 피와 함께, 몇 초의 사망 유예 동안 그는 자신의 클레이모어를 든 유진이 발리스타를 말 그대로 때려부수는 것을 강제로 시청해야만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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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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