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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0

       반그로우가 요리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그녀의 바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여느 때처럼 농장의 관리와 회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병행하고 있으려니 사장이 나타나 요리 게임을 만들거라 이야기했기에 거기에 참여했을 뿐이었지.

       

       ‘기본적인 틀은 요리게임인데 마지막에 여러 이종족들을 만나 그들의 모습과 식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가능하지?’

       

       명확한 부분보다는 대략적인 부분이 많은 까탈스러운 부탁이었지만 반그로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초 슬로우쿡이란 게임이 설계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대충 요리에 대한 조언만 해주고서 뒤로 물러날 생각이었으니.

       

       사장의 요구 사안이 아무리 까다롭다 한들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문제였다.

       

       허나 이 별 관계없어 보이던 사안이 그녀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 문제로 번질 때까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아니했다.

       

       반그로우가 요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이상 그녀에게 요리 게임을 대충 만든다는 선택지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반그로우가 평소에 하던 일마저 내팽개치고서 몰두하며 만들어낸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은 힐링 게임이라는 베이스에서 한참은 벗어난 괴악한 것이 되어 있었다.

       

       슬로우쿡의 시스템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기초를 알려주는 1장.

       

       그를 기반으로 해서 식당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해보는 2장.

       

       수많은 요리사들이 일하는 뷔페에서 여러 요리를 접해보게 하는 3장.

       

       앞선 경험을 기반으로해서 자신만의 시그니쳐 코스를 만들어내는 4장까지.

       

       이미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은 이종족의 문화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게 하려는 느긋한 게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요리사를 키워내기 위한 극악한 난이도의 요리 게임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게임의 개발자들이 반그로우를 가만 내버려 두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반그로우의 폭주를 막으려 노력했다.

       

       다만 그 노력에 권력이 따르지 못했기에 결과까지 도달하는 데 실패했을 뿐.

       

       어쩌겠는가. 회사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이자 식량의 관리자인 반그로우는 회사 권력의 최상위. 게임의 개발자들 따위가 감히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슬로우쿡이란 게임의 5장이 여러 세계와 지역에서 다양한 인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식당을 차리는 것이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반그로우의 폭주를 수습할 수 없었으니 그 뒤에 식당개설이라는 미션을 넣어 여러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개발자들 나름의 몸비틀기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슬로우쿡 출시 초기부터 슬로우쿡의 악명이 너무도 드높아지는 바람에 3장에서 4장까지만 클리어하고 떠나가는 이들이 부지기수였기에.

       

       하여튼 반그로우는 슬로우쿡이라는 게임 하나하나에 관여를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요리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만큼이나 커다란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슬로우쿡을 수도 없이 클리어한 것으로도 모자라 사장의 허락 하에 마이튜브에 공략 영상을 올릴 정도로.

       

       그런 그녀이니만큼 반그로우는 슬로우쿡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완벽히 암기하고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

       

       지금 화령의 방송에 나오는 장면은 반그로우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걸 먹어보라고요? 진짜요?’

       ‘먹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중식 파트에 존재하는 NPC 두 사람. 속칭 개노답 중식 남매라 불리는 이들은 일부러 친화력이 부족하게 설계된 이들이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저들과 천천히 친해지며 중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반그로우의 의도였으니까.

       

       헌데 화령과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은 달랐다.

       

       아직 만나고서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화령의 옆에서 떠나지 못 한 채 화령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 싫다면 내 재밌는 것을 알려주마. 지금 내 손에는 식칼이 들려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확하게는 조언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려나.

       

       ‘먹. 먹을게요! 먹겠습니다!’

       ‘먹으면 되잖아요! 잠시 기다. 으에엑. 이게 뭐야아아.’

       

       자신이 지닌 특유의 위압감을 아낌없이 발휘한 화령은 두 사람이 조언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두 사람을 실험대 삼아 요리의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 듯 하지?’

       ‘뭐가 문제냐고요? 다 문제인데요.’

       ‘튀김이 눅눅해요. 기름을 제대로 안 빼신 거겠죠.’

       ‘소스의 농도가 너무 묽어요.’

       ‘그리고 애초에 소스 맛이 없어요.’

       ‘맞아요. 대체 무슨 짓을 하셨기에 탕수육 소스가 이딴 게 될 수 있는 거죠!?’

       ‘흠흠. 그렇군.’

       

       중식 식당에서 오래 일했다는 설정 때문에 어지간한 성격으로는 짓누를 수 없는 저 두 사람이 완벽하게 제압당하다니. 역시 아라님이라고 해야 할까.

       

       ‘좋아. 다시 한 번 해보지.’

       

       뭐. 사실 이것까지는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다.

       

       개노답 남매의 기가 강한 편이기는 해도 두 사람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 아라라는 초월적인 존재의 압박을 견딜 수 없는 것이 정상.

       

       정작 반그로우가 기이하다고 여긴 부분은 다른 지점이었다.

       

       ‘또요? 아니 저기. 슬슬 뷔페 오픈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맞아요. 언제까지 연습을 하고 있을 수는.’

       ‘시끄럽다. 본인이 하겠다면 하는 것이다.’

       

       바로 3장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본래 3장은 튜토리얼을 끝마치고 나서 바로 실전으로 진입을 해야 한다.

       

       유저의 사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무언가가 시작되어야 하지.

       

       현장에서 신입 한 사람의 문제에 의해 가게가 멈추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유저가 잘하건 못하건 간에 일을 진행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로 3장을 클리어할 수 있을지 없을 지가 결정되어야 할 터인데.

       

       기이하게도 아라는 3장의 튜토리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뷔페의 운영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선배인 저 두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데 두 사람이 아라님에게 붙잡혀 있으니 운영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는 거겠지.

       

       이런 버그가 생겨날 수 있다니. 선배 NPC를 강제로 붙잡는 게 가능한 사람이 없었기에 여태까지 발견하지 못했네.

       

       나중에 개발자들한테가서 이 부분 수정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저기요. 반그로우님?”

       

       이제는 아예 반그로우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겨버린 백호는 옆에서 반그로우 대신 서류를 처리하다가 슬며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는 슬슬 일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거 조금만 더 보고요.”

       “그 소리만 벌써 반나절 째인데요.”

       “어떡하나요. 아라님께서 방송을 끄질 않는데.”

       

       아라님이 방송을 꺼야 일을 할 거 아니냐는 반그로우의 말에 백호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반그로우라는 존재가 지닌 입지를 생각해보면 백호는 그녀에게 그 어떤 말도 해선 안 되는 입장이었으니까.

       

       흑. 나도 분명 그렇게 낮은 위치는 아닌데 왜 계속 갑질을 당해야 하는 걸까.

       

       백호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자기 아래에 있는 놈들을 죽어라고 굴리겠다 결심하며 펜을 움직였다.

       

       아직 그가 집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할 때까지는 길고도 긴 시간이 걸릴 듯 했다.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일갔다가 퇴근하고 왔는데 왜 아직도 여기임?]

       

       – 씻고 야식먹고 술마시고 자고 와도 여기일 걸.

       – 계속 보고 있었는데 나도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어.

       – 근데 슬슬 실험 하는 거 보면 좀 있다가 깰 것 같긴 한데.

       – 지금도 깰 수는 있을 걸?

       

       “…시고 짜.”

       “왜 우리가 선배인데 왜 우리가 고문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서 투덜거리는 두 사람을 보던 나는 머릿 속으로 방향성에 대한 수정을 더했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유쾌함보다는 불쾌함이 더 많아지는 듯 하구나. 이해했다. 그렇다면 다른 시도를. 띠링.

       

       [아라야. 언제 일어날 게냐! 본인은 배가 고프다!]

       

       바루에게서 날아든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어냐.

       

       분명 냉장고에 그대가 먹을 아침과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을 터인데?

       

       어제 편의점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을 하던 그대가 직접 고른 것들이 있지 않나. 그것을 벌써 다 먹은 것이야?

       

       그 자그마한 몸에 어찌 그리 식욕이 넘쳐나는 것인지.

       

       “아해들아.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느냐.”

       

       바루가 이렇게 투덜대는 것을 보면 점심 무렵이 된 것 같기는 하다만.

       

       정확한 시간이 어찌 되는 지 궁금하구나.

       

       – 정보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금 오후 4시 17분. 방송 시작하고 18시간 정도 지났음.]

       

       “…허? 본인이 벌써 이 게임을 시작하고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단 말이더냐.”

       

       꽤 긴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다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내가 만든 중식의 실험대가 되어 준 둘의 반응이 재밌어서 흥을 내다 보니 어느새 상당한 시간이 지나게 되었구나.

       

       – 안 힘듬?

       – 보는 사람도 힘들엌ㅋㅋㅋ

       – 다들 보다가 갔다가 보다가 하는 거 아냐?

       – 난 방송보다가 뻗었었음. – 출퇴근 하고 왔어요.

       – 난 이제 출근하는데…

       

       “본인은 딱히 힘들지는 않다.”

       

       과거 무아지경으로 수련에 몰두할 시절에는 일주일 내내 몸을 움직이면서도 피로를 느끼지 않은 적도 있으니.

       

       아직 채 하루조차 지나지 않은 지금은 피로는커녕 피곤하다는 생각도 안 든다.

       

       오히려 지금 점차 요리실력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어 즐겁기만 하구나.

       

       “그래도 현실에서 식사는 해야 할 터이니 실전을 한 번 경험해 보고 잠시 쉬다가 오겠다.”

       

       이미 인간으로써의 한계를 초월한 지 오래인 본인에겐 식사도 잠도 필요하지 않은 게 사실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식사는 챙겨 먹어야 할 터이니.

       

       바루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 메시지를 보낸 나는 내 눈치를 보며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아해들아. 슬슬 일을 시작하자꾸나.”

       “드디어?! 드디어 놓아주는 겁니까?!”

       “해방이다아아아!”

       “해방은 무슨. 네 놈들은 어차피 내 옆에 있어야 할 터인데.”

       “맞다아아…”

       “퇴직서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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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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