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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0

       

       

       

       

       —벌컥! 

       

       고등경찰과장실 문이 난데없이 벌컥 열리고, 난초에 물을 주고 있던 미와 과장은 고개를 들어 문을 돌아보았다.

       

       『그쪽은……』 

       

       이라고 말하며 말을 잇기도 전에,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오는 것을 미와는 느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과장실 문에 서 있는 방문객은, 붉은 기운이 도는 흑장발이 치렁거리는 여학생.

       

       여학생의 뒤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 양복의 사내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여학생은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미와를 노려보며, 오른손은 칼자루에 가져다대고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뽑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미와는 그 여학생을 손쉽게 알아보았다. 

       

       『그 시마즈의 아가씨가 아니시오. 연락도 없이 어찌 오셨소이까?』 

       『시라바야시 데쓰젠.』 

       『음?』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아.』

       

       미와는 난초에 물을 주던 물뿌리개를 놓고, 손을 털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 시마즈의 아가씨께서는 그 생도와 친분이 있으셨지……. 형무소에 입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셨소?』

       『그렇습니다만.』

        

       렌까는 

       

       『경찰에 체포되어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납득 가능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마디 한 마디 끊어 말하는 렌까의 태도는 살벌했다. 납득 가능한 설명이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행패를 부릴 듯한 모습에, 렌까를 따라나선 조합원들은 심장이 철렁했다.

       

       엽사조합이라는 존재 자체가 원채 일종의 사설 무력집단인 만큼 경찰과는 이래저래 마찰이 많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협력관계가 아니던가.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렌까 휘하의 조합원들은 렌까를 말리거나 진정시킬 수 없었다. 지금 렌까의 심기를 건드리면 분명히 모가지가 날아갈 것임이 분명했으니까. 물론, 물리적으로.

       

       아까 부하의 실수를 눈감아주었듯이 너그럽게 용서해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렌까의 시선을 받아내며, 미와 과장은 자리에 앉은 채 느긋한 태도로 태연하게 대꾸했다. 

       

       『걱정 마시오. 그는 내 비밀 임무를 받고 위장 입소한 것이니……. 일단 앉으시오. 냉차라도 한 잔 하시겠소?』

       

       ‘비밀 임무?’

       

       렌까는 생각했다. 진짜로 수감된 것이 아니라, 뭔가 뒷 사정이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백철연은 예전에도 경찰로부터 받은 임무를 여러 차례 해오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라면……

       

       렌까는 미와 건너편의 의자에 앉으며 다소 진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들지요. 무슨 임무입니까.』

       『요시노 경부보! 냉차 두 잔만…… 그래. 우리 고등계 소관의 임무인데…… 그 전에, 부하들을 좀 물려 주겠소?』

       

       렌까는 슬쩍 고개를 들어 뒤를 바라봤고, 다까히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들을 몰고 과장실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미와  과장은 수염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형무소에 들어가 뭔가를 알아내오는 일이외다. 그가 형무소에 입소한 것은, 그래, 요컨대 경마 식으로 말하면 ‘다 된 레이스(出来レース)’지.』 

       

       달리 말해, 사전에 모의해서 행동한 일종의 꾸며낸 연극이라는 뜻이었다.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 거죠?』

       『미안하지만 그 이상은 아가씨에게도 설명드릴 수 없겠구려. 그래서 나도 그에게, 타인에게는 일체 말하지 말라고 일러두었소.』 

       

       미와 과장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느긋하게 말했다.

       

       『아가씨는 데쓰젠과 친분이 있어 놀랐겠지만 걱정 마시오. 머지 않아 나올테니. 

       

       그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수화기 너머의 함서주라는 조선인 계집애도, 백철연이 ‘곧 나올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갔다고 했다. 정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입소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렌까는 생각했다. 

       

       ‘시라바야시 상. 저도 타인이라는 건가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함께인 운명공동체이자, 누구보다도 각별한 사이인 자신도 타인이라는 것일까? 뭐, 그것까지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렌까였다. 

       

       하지만, 비밀임무의 내용까지는 못 말해주더라도, 적어도 약속에 못 나올 것 같다고 미리 연락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얄미운 사람!’

       

        렌까는 그것이 야속하고 섭섭하였다. 모처럼 오늘을 위해서 일정도 다 비워놓고, 아베크를 즐길 루트까지 다 준비해 뒀는데……

       

       ‘……각오하세요.’

       

       백철연이 나오기만 하면 단단히 혼쭐을 내주리라고 렌까는 생각하였다. 

       

       『아아. 요시노 경부보, 고맙네. 자아, 드시오.』 

       

       렌까는 건네받은 냉차 잔을 두 손으로 쥐며 미와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시라바야시 상은 언제쯤 나오나요.』

       『그것은 미정이오. 임무를 마치는대로, 혹은 임무를 실패하더라도 나올 수 있으니 기다려 주시오.』 

       『……나올 수는 있는 건가요? 시라바야시 상의 임의로?』

       

       그 질문에, 미와 과장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데쓰젠과 그 일행을 담당할 간수는 내가 배치해둔 부하로,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으니 데쓰젠이 나오고 싶다면 그 간수를 통해 언제든 나올 수 있소이다.』

       『면회나 차입(差入)은 가능한가요? 우편의 전달이라든가.』

       

       미와 과장은 냉차를 호로록 마시고는 대답했다. 

       

       『면회나 차입, 우편…… 모두 주에 1회 가능하기에 아마 내주 일요일에나 가능하겠지만…… 허나, 그 전에 임무를 마치고 출소하지 않겠소?』 

       『그런가요?』 

       『유능한 생도라고 들었소. 전부터 무라사끼 서장의 일을 도운 적도 많고, 시마즈 아가씨 당신에게도 신임받는 생도가 아니오? 누가 보면 연인이라고 할 만큼 친분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아, 방금의 말은 실례. 그런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는 말이었소.』 

       

       그 말을 들은 렌까는, ‘나와 시라바야시 상의 관계가, 제3자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렌까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실례라고 할 것도 없지요. 실제로, 저는 그를 매우 신임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소? 아무튼……』

       

       미와 역시 렌까의 미소를 받아주, 후덕하게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능력있는 생도인 만큼, 오래지 않아 나올 것이오. 그리 고생하지도 않을테니 심배 마시오.』 

       

       

       

       ***

       

       

       

       미와 과장의 임무를 수락한 이후, 굉장히 빠른 약식 절차를 거쳐 이틀만에 입소되게 되었다. 

       

       버스는 교소도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버스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밖에 있던 간수가 곤봉으로 버스 문을 탕탕 두드리며 외쳤다.

       

       “내려! 하야꾸 오리로! 신속하게 내린다!” 

       

       간수들의 윽박지름을 받아가며 버스에서 내리니, 위압적인 보안청사 건물이 정면에 우뚝 서 있고, 곤봉을 든 간수들이 다시금 입소자들을 향해 고압적으로 외쳤다.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빨리 움직여!”

       

       당연하겠지만, 이 형무소도 남자 구역이랑 여자 구역이 나뉘어져있는 것 같네. 홍옥례는 여성 입소자들을 따라 줄을 서며 나에게 외쳤다.

       

       “백 동지! 송 동지! 나중에 봐!”

       

       홍옥례는 다른 여성 입소자들과 함께 입구 바로 왼편의 옥사(獄舍)로 줄지어 걸어들어갔다. 

       

       음. 이런 곳에서, 여자애 혼자 가게 두는게 좀 걱정되지만…… 뭐, 괜찮겠지. 우리를 담당할 간수는 진작에 미와의 명령을 받은 간수니까 허튼 짓을 할 리도 없을 뿐더러,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같은 재소자들과의 다툼인데…… 어차피 여성 재소자들과 지내게 되는 데다가, 홍옥례가 싸움으로 어디서 꿀릴 애는 아니었으니까 그리 걱정할 것은 없을 거다. 

       

       그보다는 이 녀석이 걱정이었다.

       

       “후, 후후…… 난 괜찮네! 무서울 것이 무에 있나! 사내가 되어서 감방 신세 한번 안 져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그렇잖은가? 게, 게다가 이번은 임의로 나갈 수 있으니, 이, 일종의 견학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야!”

       

       송병오 녀석은 감방 체험 따위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254번, 제13옥사! 255번, 제12옥사!』

       

       곤봉을 든 간수가 외쳤다. 송병오는 제12옥사로, 나는 제13옥사로 갈라지게 되었다.

       

       “흐흐, 흐…… 나, 나중에 보세!”

       

       결국 다들 이렇게 따로따로 떨어지네. 뭐, 미와 과장이 심어뒀다던 담당 간수를 통해 서로 연락은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254호, 따라 와!』

       

       나는 혼자서 간수의 압송을 받아가며 이동되었다. 혹시나 해서 이 사람이 담당 간수인가 싶어 흘깃 바라보았지만,

       

       『이 놈이, 뭘 쳐다보는 거냐! 똑바로 걸어!』

       

       하고 곤봉을 치켜드는 것을 보니 이 사람은 아닌 듯 했다. 내 담당 간수는 어떤 사람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송되다보니, 눈 앞에 길쭉한 모양의 붉은 벽돌 건물이 보였다. 제13옥사였다.

       

       ‘제13옥사라……’

       

       이 옥사에는 별명이 하나 붙어있었는데, 이른바 각성자 수감동. 말 그대로 수감자들 중 각성자가 수감되는 옥사다. 

       

       세명 다 각성자인데 홍옥례와 송병오는 일반 수감자가 가는 옥사에 수감되는 반면에, 왜 나만 이곳에 수감되냐면, 

       

       일정 등급 이하의 각성자는 흔한 마력억제제 등으로 쉽게 무력화가 가능하지만, 나 정도 되는 각성자는 통제에 주의를 요하기 때문에 별도 관리되는 것이라고 한다. 

       

       ‘상태창.’

       

       파앗—!

       

         [K-HUNTER’S STATUS SYSTEM ver.3.2.2]

        [유저 정보]

        성명 白哲然(백철연)

        연령 만 17세

        마력 E급

        각성 마력감지/C급

           강기/B급

           독 저항/B급

        상태 보통

        [▷메인 화면]

       

       독 저항 능력 때문에 별도의 용매가 들어간 비싼 마력억제제가 필요한 것 뿐만 아니라, B급의 강기에 힘입어 조그만한 막대기도 흉기처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통제에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각성자 취급인 것이다.  

       

       ‘인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각성자 전용 수감동이라니. 

       

       어쩐지, 다른 곳보다 더 빡셀 것이 예상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MI: 실제 서대문 형무소에는 제12옥사까지밖에 없었습니다. 제13옥사는 창작입니다.

    한편 더 올라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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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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