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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1

       *** ***

         

       다그닥. 다그닥.

         

       “끄으응…”

         

       “앗, 당소열 소저! 정신이 드십니까?”

         

       당소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용케도 살았군.’

         

       천운이 따랐는지 머리가 녹아내리지는 않았던 모양. 당소열은 부산해지는 주변의 기척을 느끼며 살짝 손을 들어올렸다.

         

       “물, 물을 찾아봐요!”

         

       “여기 있어요!”

         

       당소열은 자신의 입에 잔이 닿는 감촉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거부 의사를 읽었는지 금새 잔이 떨어져 나갔다.

         

       목구멍이 바짝 말랐는지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소열은 기력을 짜내 입을 열었다.

         

       “담배, 담배좀…”

         

       한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물이나 먹이죠.”

         

       “우부붑!!”

         

       물을 강제로 급여당하고, 겸사겸사 탕약과 환약까지 입에 쑤셔 넣어진 당소열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기운 없는 당소열의 시선이 주변을 훓었다.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 혁기린의 눈에는 그렁그렁한 눈물까지 고여 있을 정도였다.

         

       “몸은 좀 어때요? 의원 말로는 엄청난 과로로 쓰러진 사람이나 보일 법한 몸 상태라고 했는데요.”

         

       “뭐, 그럭저럭 살만하다.”

         

       일행들이 한시름 놓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당소열은 아까부터 느꼈던 의문점을 입에 담았다.

         

       “후우, 호천안은?”

         

       모두의 얼굴에 다른 의미로 먹구름이 끼었다.

         

       당소열은 자신이 기절한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당 소저가 기절한 이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요.”

         

       흑묘는 당소열의 기절한 이후의 일을 입에 담았고 당소열은 조용히 흑묘의 말을 경청했다.

         

       “혈존이, 호천안이 자신의 혈육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그 자리에서 절연을 선언했지만…혈존은 그런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언제라도 혈교로 복귀해도 좋다는 말을 남기며 강을 타고 도망쳤죠. 무림맹 무인들이 혈존과 흑사의 뒤를 쫓았지만 결국에는 놓치고 말았어요.”

         

       그랬겠지.

         

       당소열은 평소의 반의 반도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도 그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상상해 낼 수 있었다.

       

       진법의 핵심인 각문허리띠가 박살난 오성진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나한들은 추격에 합류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을 터.

         

       비풍산해대의 구성원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공동을 탈출하기 위해 체력과 내공을 아낌없이 불살랐으니 흑사를 추격할 만한 힘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기력이 남아 있었더라도 강에 뛰어든 흑사를 추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흑사는 수맥에 흐르는 강한 물살을 헤치고 지상까지 올라올 정도로 자맥질에 능한 녀석이었으니까.

         

       “…그 뒤의 일은 어떻게 되었지?”

       

         

       “갑논을박이 벌어졌죠.”

         

       흑묘는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산채로 수장당할 뻔한 조사대. 기습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지상의 무인들. 피해만 잔뜩 보았을 뿐 결국 목전에서 놓치고 만 혈존.

         

       모두가 격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었을지도 모를 호천안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의심. 분노. 두둔. 혼란.

         

       지금 건 모두 연극에 불과하고 호천안이 혈교의 끄나풀이라 의심하는 자들.

         

       결국 호천안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아니냐 화를 내는 자들.

         

       지금까지 혈교와 맞서 싸운 호천안이 그럴 리 없다 두둔하는 자들.

         

       호천안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현 상황을 온전히 따라오지 못하는 자들.

         

       호천안을 중심으로 현장의 무인들은 사분오열되었다.

         

       “그 난장판을 운종 선사님께서 수습해 주셨어요.”

         

       다만 운종 선사라 할지라도 현장의 혼란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었다. 운종 선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호천안에 관한 사한은 무림맹으로 돌아가 논의해봐야 한다는 중재뿐이었다.

         

       흑묘의 말을 들은 당소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무림맹에 도착하면 호천안의 처우가 결정된다는거군. 그래서 무림맹에는 언제 도착하는거냐?”

         

       흑묘는 말없이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당소열은 욕설을 내뱉었다.

         

       “염병.”

         

       당소열은 그제야 자신이 오랜 시간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천마차는 이미 무림맹의 목전에 도달해 있었다.

         

       *** ***

         

       “지금부터 맹의회를 개최하겠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문파 대표가 참석한 모습이었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우선 모용서 대협과 운종 선사께 이번 일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들어 보겠소이다.”

         

       두 사람의 입에서 강서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나열되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문파 대표들의 시선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 그리고 혈존의 피가 묻은 소매.

         

       “무량수불. 호천안 소협. 혈존과 혈연관계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무당파 대표의 말에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혈존이 혈연관계라는 사실은 혈존의 피가 묻은 소매가 있는 이상 증명될 수밖에 없다.

         

       내 시인에 대전이 술렁거렸다.

         

       “뇌검낭인께서는 혈교가 부모의 원수라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혈존과 피가 이어져 있다니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혈존과 피가 이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고 혈존이 제 부모님을 해한 것은 사실입니다.”

         

       내 대답에 대전에 파문이 일었다. 내 대답은 그만큼 도덕적으로 충격적이었으니까.

         

       “솔직히 나는 믿기가 어렵소! 방금의 발언을 증명해 줄 증거나 증인이 있소?”

         

       혈존과의 사투로 많은 제자들이 다친 모산파의 대표가 나를 노려보았다.

         

       “안타깝지만 없습니다.”

         

       “하! 이 또한 거짓말이로군!”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풍영대주가 모산파 대표의 말을 받아쳤다.

         

       “지금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시오? 혈존의 혈육이 무림맹에 침투하여 수많은 맹원들을 함정에 빠트리는 일이 일어났소! 하마터면 그 많은 인원들이 모두 전멸할 뻔했단 말이오!”

         

       “호천안이 보타문을 탈환한 것은 잊었습니까? 지금까지 혈교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이를 두고 비난이 너무 심하시군요.”

         

       “뭐라고?”

         

       풍영대주와 모산파 대표 사이에 살벌한 기운이 흘렀다.

         

       나는 풍영대주와 모산파 대표 곁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풍영대주 곁에는 발언을 마친 모용서와 운종 선사님이 서 있었고 모산파 대표 곁에는 이번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본 남궁세가와, 산동악가의 대표가 서 있었다.

         

       나를 옹호하는 문파와 나를 적대하는 문파가 갈라선 듯한 모양새.

         

       “두 분께서는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맹주의 중재에 두 사람이 마지못해 시선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무거운 눈으로 바라본 연천백은 문파 대표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맹원분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 보고 싶습니다.”

         

       맹주의 시선이 가장 가까운 무당파 대표에게 닿았다.

         

       “무량수불. 본도는 뇌검낭인이 악의를 가지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는 여기고 싶지 않습니다. 허나 뇌검낭인께서는 고의적으로 혈존과의 관계를 은폐하셨지요. 그 점만큼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뇌검낭인께서도 수문 안에 함께 갇힌 것이 아닙니까? 뇌검낭인께서도 위험을 겪었는데 피가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혈교와 한 배를 탔다는 것은 억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뇌검낭인께서 이끄시는 오행진이 현 무림맹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라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에게 직접적인 은원이 없는 문파의 의견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그러나 그런 문파 대표들의 눈에 공통적으로 깃든 감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껄끄러움이었다.

         

       계륵.

         

       지금의 나는 계륵이었다.

         

       혈교와 뚜렷한 접점이 드러났으니 함께 하기에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내치기에는 아까운 전력이기도 했다.

         

       어떻게 위험은 제거하면서도 오성진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대부분의 문파 대표들의 얼굴에는 그런 고민이 떠올라 있었다.

         

       “무림맹 동도 여러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저는 이반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무림맹을 떠나 독자적으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역시 무림맹을 떠나야겠다고.

         

       *** ***

         

       무림맹에 위치한 모용세가의 숙소.

         

       모용세가의 숙소 앞에서 서성이는 그림자들이 있었으니.

         

       그 그림자의 주인은 무림맹회에 참가한 모용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용연화와 모용모였다.

         

       “후우, 형님…”

         

       모용모의 걱정 어린 한숨을 소리를 들으며 모용연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하였던가.

         

       조사대가 무림맹으로 복귀했을 때에는, 이미 조사대의 소식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소식이 되어 있었다.

         

       모용세가의 숙소로 찾아와 소문이 진짜냐고 묻는 이들까지 있었으니까.

         

       모용연화는 호천안을 생각하며 앞섶을 꾹 쥐었다. 호천안과 혈존이 마주보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할 말은 그게 다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되묻던 뒷모습에서 느껴지던 슬픔과.

         

       그 자리에서 슬픔과 미련을 모두 잘라내고 마음속에 벼리어진 칼날을 세우던 뒷모습을 보며 어찌나 안타깝던지.

         

       “숙부!”

         

       모용모의 외침에 모용연화 역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얼굴에 구름이 잔뜩 낀 모용서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소식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숙소 이곳저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용연화의 신경은 모두 모용서에게 달려가는 모용모에게 쏠려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됐습니까?”

         

       모용모의 채근에 모용서가 짧게 답했다.

         

       “후우, 이런저런 의견이 많더구나.”

         

       “그걸 묻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형님은요?”

         

       모용서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모용모와 모용연화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호천안 소협은 무림맹을 떠나 개인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아아….”

         

       모용연화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호천안이 단독으로 움직인다고?

         

       고작해야 일곱 명의 인원과 마차 한 대만으로 혈교의 영물과 혈인들을 상대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혈인들은 기지를 발휘해 어떻게 잘 떼어낸다고 치더라도 오성진만으로 정말 혈교의 영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

       검치호와 같이 민첩한 영물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오성진의 형을 제대로 변환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지구전이 될 터.

         

       잽싸게 치고 빠져도 모자랄 판에 지구전이라니.

         

       모용연화는 도무지 호천안과 일행들의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가 없었다.

         

       문득 모용연화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치솟아 올랐다.

         

       무림맹의 무인들이 철저하게 보호해 줄 것이기에 필요 없을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며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한 단어.

         

       육성진.

         

       육성진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모용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호천안과 일행이 머무르는 숙소 방향을 바라보았다.

         

       오성진의 빈틈을 메워 줄 고수들의 지원이 없어진 지금, 호천안이 영물들과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육성진이 반드시 필요했다.

         

       “연화야.”

         

       모용서의 나직한 부름이 모용연화의 정신을 일깨웠다.

         

       모용연화는 그제야 숙소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깊숙이 가라앉은 모용서와 모용모의 눈빛과 어느새 몰려나온 모용세가의 인원들의 시선에 모용연화는 발이 얼어붙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모용연화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혈교의 무리들과 피를 흘리며 싸웠고 얼마 전에는 공동 속에서 수장당할 뻔한 위험마저 겪은 이들이었다.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 섬서분타를 재건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무림맹에 와 함께 동고동락한 가족들을 남겨두고 어디로 가려 했단 말인가.

         

       “누님.”

         

       듣기 힘든 모용모의 진중한 목소리에 모용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실망감 어린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십시오. 누님.”

         

       그러나 모용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용연화의 생각과는 달랐다.

         

       모용연화는 놀란 눈으로 모용모를 바라보았다.

         

       “가서 형님을 도와주십시오.”

         

       모용연화는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용서도, 그 외 분타의 인원들도 모용모의 발언에 놀라기는커녕 조용히 모용연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니 놀랄 것 없다.”

         

       “숙부?”

         

       “계속해서 호천안 소협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느냐.”

         

       모용서의 말에 더욱더 당황한 모용연화는 황망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돌아볼 뿐이었다.

         

       “하오나 어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용연화 앞에 누군가 다가갔다.

         

       모용석질이었다.

         

       “우리 섬서분타의 방계들은 직계들과 본가를 원망했었다. 직계와 본가의 존재는 섬서분타에게 오히려 벽으로 작용했으니까. 그럼에도 직계와 본가는 우리들의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었지.”

         

       “어르신…”

         

       “그리고 우리를 깨우쳐 준 것은 연화, 너였다.”

         

       모용석질은 혼란에 빠져 있는 모용연화를 바라보며 계속해 말을 이어나갔다.

         

       “멋대로 본가를 적대하고 앙심을 품었던 우리 섬서분타의 방계들을 가족으로 대해주었고, 열과 성을 다해 우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지. 늘 그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모용석질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네가 섬서분타가 재건되기를 바랬듯이 나 역시 네가 마음의 품은 이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구나.”

         

       “어르신…”

         

       “섬서분타의 재건은 우리에게 맡겨 두거라. 네가 열심히 노력해 본가에서 이리 기회를 주었으니 기회를 잡는 것만큼은 스스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모용석질은 모용연화를 부드럽게 떠밀었다.

         

       “허허, 안 그래도 가문의 명예에 먹칠한 어른이거늘, 이제는 네 혼삿길조차 망친 가문의 어른이 되기를 바라느냐?”

         

       “어, 어르신!”

         

       모용연화가 부끄러워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용세가의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틈만 나면 비천마차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으면서 이제 와서 뭘 부끄러워하는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작 섬서분타 안에서는 그리 뻔뻔하게 뇌검낭인과 사랑다툼을 하더니 말입니다!”

         

       모용연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섬서분타 내에서 벌였던 연인 연기는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짓이었다.

         

       호천안을 휘두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세가의 가족들 앞에서 과시하듯 뽐냈으니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모용연화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숙소에서 뛰쳐나왔다. 숙소를 뛰쳐나온 모용연화가 뒤를 돌아보니 숙소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모용연화는 그 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망신살이 뻗쳐서 돌아가지도 못하겠구나.”

         

       모용연화는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호천안을 향한 연심을 깨달은 이후 모용연화의 마음속에는 늘 저울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쪽의 천칭에는 호천안을 향한 연정이 그리고 또 다른 천칭에는 가문과 섬서분타에 대한 걱이.

         

       그렇기에 모용연화의 마음은 언제나 무거웠다.

         

       마음속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더라도, 그 저울에 올려져 있는 추의 무게는 늘 모용연화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문득 모용연화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그 무게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을까.

         

       모를 일이었다.

         

       모용연화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모용세가의 숙소 쪽을 한 번 돌아본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호천안의 숙소로 향하는 모용연화의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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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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