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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1

       [설아 씨. 지금 방송 보고 계시죠?]

       

       어두운 방 안 속 몇 개의 모니터만이 불빛이 되어주는 방 안.

       

       그 앞에 앉아 영상을 편집함과 동시에 화령의 방송을 보고 있던 설아는 하린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거기에 대답을 하진 않았다.

       

       수다스러운 하린의 성격상 저 메시지에 대답하는 순간 족히 한 시간은 대화에 어울려줘야 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지금의 설아는 과거 하린이 아라를 독점한다 생각했던 때처럼 그녀를 미워하진 않지만 그렇다 하여 하린이 무슨 헛소리를 하건 웃어넘겨줄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무시하지마요! 채팅창 참여 목록에 다 나오거든요?!]

       

       아. 맞다. 그걸 깜빡하고 있었네.

       

       하린의 메시지를 확인한 설아는 뒤늦게나마 계정을 로그아웃했다.

       

       어차피 들킨 김에 하린을 더 화나게 만들어야겠다는 의도를 담은 설아의 트롤링에 하린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지듯 날아든다.

       

       [지금 나간다고 제가 본 게 사라져요?!]

       [읽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대답하세요!]

       [대답하라고!]

       [자꾸 그러면 신림 파티 퀘스트 같이 안 해 준다?!]

       [아. 그건 좀.]

       

       최근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에서 내공을 올리는 데에 가장 좋은 효율을 자랑하는 신림의 파티 퀘스트.

       

       과거 혼자서 신림의 의뢰를 수행할 때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스러울 만큼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그 퀘스트의 앞에서 설아는 얌전히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화령의 가르침을 꾸준히 받으며 실력이 늠에 따라 내공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이전보다도 더 내공에 대해 욕심을 내고 있었으니까.

       

       [있었잖아요! 왜 대답 안 했어요!]

       [일하고 있었어요.]

       [메시지는 다 보고 있었으면서!]

       [아무튼 일 하고 있었어요.]

       [흐아아악!]

       

       하린이 열불이 터져하건 말건 무심하게 메시지를 보낸 설아는 슬쩍 옆으로 고갤 돌렸다.

       

       분노에 가득 차 쏟아지는 메시지가 끝날 때까지 화령의 방송을 보며 기다릴 생각으로.

       

       ‘자. 이제 무엇부터 준비하면 되겠느냐.’

       ‘…뭐 시키면 제대로 할 거야?’

       ‘그럼. 작금의 본인은 그대들의 부하일지언데. 어찌 그 말을 듣지 않을까.’

       ‘선배를 식고문 시키는 부하가 대체 세상 어디에.’

       ‘어허. 본인의 손에 아직 식칼이 들려있는 게 보이지 않는가?’

       ‘그! 뭐부터 하면 되냐면…’

       

       드디어 저 두 사람을 대상으로 극악무도한 실험을 펼치는 걸 그만두시고 게임을 진행하려 그러시는 구나.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하실 수 있으시려나.

       

       처음 화령이 요리 방송을 켰을 때 설아는 화령이 일부러 요리치 컨셉을 잡는 것이라 생각했다.

       

       초인이라는 말로 묘사하는 것조차 부족함이 있을 극강의 강자인 화령이.

       

       현재 세계 최강의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파이스마저 압도한 무인인 그녀가.

       

       내기 과정에서 벌인 기행 때문에 세상마저 굴복하는 사상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는 분이.

       

       요리 따위를 못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화령이라는 사람을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설아는 화령이 방송의 재미를 위해 컨셉을 잡았다고 여겼고.

       

       초반부 여러 괴식을 먹으며 맛있는 체를 하는 화령의 모습을 보면서도 점점 방송을 하는 데에 익숙해지시는 구나 따위의 생각을 했었다.

       

       허나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시청자들의 온갖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괴식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요리를 못하는 체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초반 몇 시간 동안 화령에 대한 환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이라 서투르신 걸 거야. 조금 연습하고 익숙해지시면 금방 나아지실 거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화령의 성장을 지켜보려던 그녀였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방송이 시작되고서 18시간이 지났으며. 중간에 자다가 왔음에도 달라진 부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화령을 본 설아는 화령님도 인간이라 못 하는 게 있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분명 3장에서도 몇 번이나 실패하시겠지.

       

       고객에 맞추어 레시피를 수정하다 그러다가 계속 실패하실 게 분명해. 반나절 쯤 지나서도 분명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저기요! 설아 씨! 또 무시하는 거에요?!]

       짜게 식은 눈으로 재료 손질을 하는 화령을 바라보던 설아는 하린의 분노가 담긴 메시지를 보고는 다시 고갤 돌렸다.

       [뭔데요?]

       [모니터링 교대 좀 해주세요. 저 지금 피곤해서 죽어버릴 거 같아요.]

       […설마 18시간 동안 한숨도 안 잔 건 아니죠?]

       [안 잤는데요.]

       [왜 그랬어요? 어차피 한숨 자고 와도 똑같은 지점인데.]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눈을 감는 순간 성공해버리면 억울할 것 같다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단 하린의 이야기를 들은 설아는 어차피 방송 계속 보고 있을 거니까 자라 이야기하고는 편집 프로그램을 끄고 방송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도 괜찮을까요?]

       [여태까지 봤으면 알지 않아요? 반나절 정도는 여기서 반복이라니까요.]

       [그…렇겠죠?]

       

       그럼 자러 가겠다며 하린이 떠나간 후. 설아는 메모장을 키고서 화령의 방송을 유심히 바라봤다.

       

       여전히 재료 준비 같은 기본적인 부분은 잘하신다니까. 선배 NPC 두 명이 끼어드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될 지경이니 말야.

       

       분명 슬로우쿡의 육신은 일반인의 몸에 불과할 텐데 어찌 저리 잘 움직이시는 건지.

       

       화령님 정도 수준에 이르면 육신의 수준 따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까.

       

       저 무의 경지 중 일부라도 요리에 투자하셨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텐데…

       

       ‘이제 밑준비는 끝났고 요리를 해볼까.’

       ‘저기 그건 우리가 할게!’

       ‘맞습니다. 화령님께서 준비를 다 하셨으니 나머진 저희가.’

       ‘가만 있어라. 그대들의 역할을 실험대가 되어준 것으로 끝났으니 말이다.’

       

       괜히 끼어드는 쪽이 방해라는 화령의 단호한 말에도 선배 NPC들의 시선 속 불안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저들이 여태까지 봐온 것이 있고 당한 것이 있는데 어찌 화령이 하는 것을 가만 지켜볼 수 있을까.

       

       상대가 화령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이 아니었다면. 새하얀 손에 날카로운 식칼이 있지 않았더라면. 선배 NPC들은 당장에라도 화령을 부엌에서 끌어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저런 요소들이 있기에 선배 NPC들은 엄지 손톱을 잘근거리면서도 화령이 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무한 리트 각인가.

       – 뒤에 안달복달 하는 거 왜케 웃기지ㅋㅋㅋ

       – 이 뷔페는 망했어.

       – 그러게 누가 고용하라고 칼 들고 협박함?

       – 협박 하고 있잖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이 광경을 녹화중인 편집자도. 옆에서 요리를 하는 걸 지켜보는 NPC도. 어느 누구 하나 화령이 성공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화령은 느긋이 요리를 시작했다.

       

       시작은 소스부터였다.

       

       먼저 커다란 웍에 간장을 부어 중식 특유의 화력으로 끓인 후.

       

       – 응?

       

       그 다음 미리 손질해 둔 채소를 넣고.

       

       – 머임?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맞춘 다음.

       

       – 왜 멀쩡하게 함?

       

       전분 물을 통해 농도를 맞추는 것으로 끝.

       

       – 아니 왜 아무것도 추가 안 함?!

       

       여태까지 했던 대로라면 화령은 여기에서 자기만의 특색을 추가한답시고 이것저것을 추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화령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 움직일 뿐 다른 무언가를 더하지 않았다.

       

       “…뭐지?”

       

       너무나도 정상적인 모습에 설아가 의문을 표했을 무렵 화령은 완성된 소스를 내버려 둔 채 탕수육을 튀기기 위해 움직였다.

       

       커다란 웍에 기름을 올리고.

       

       미리 만들어둔 전분에 깔끔하게 손질해 둔 고기를 넣고.

       

       그것들이 서로 들러붙지 않게 조심하며 고기를 던져 넣은 후.

       

       1차적으로 튀겨졌다 판단되었을 때 슬쩍 꺼낸 다음 탕수육을 겉을 두드려 살짝 깨트리고서에 다시 기름에 빠트려 2차적으로 튀긴다.

       

       지극히 정석적이며 정상적이고 화령답지 않은 방식에 시청자고 NPC고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3장에 돌입하고서 몇 시간 동안 보아왔던 화령은 저렇게 정상적인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 너누구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뭐야! 너 누구야! 내가 아는 화령은 이런 정상적인 요리 안 해!]

       

       ‘그럼 여기에 있는 본인은 누구냐. 귀신이라도 되는 것이야?’

       

       – 이거 꿈인가?

       – 귀신 들렸다는 게 차라리 설득력있긴 하네.

       – 나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 아닠ㅋㅋㅋ 그럼 여태까진 저 두 사람 괴롭힌다고 일부러 장난 친 거야?

       

       ‘딱히 일부러 저 둘을 괴롭힌 것은 아니다. 그저 저 두 사람의 입맛을 기준으로 잡고 어디까지 허용이 되나 시험을 해본 게지.’

       

       본인이 이 게임을 하는 동안에 배운 것들이 있는데 기초를 잡은 상태에서도 계속 괴악한 것을 만들 리가 없지 않으냐는 화령의 말에 설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말이 맞기는 한데.

       

       저게 정상이여야 하기는 하는데.

       

       왜 화령님이 말씀을 하시니까 설득력이 없지?!

       

       ‘뭣보다 말이다. 이 뷔페라는 것은 개인에게 맞추기보다는 다수의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해야 하는 곳이지 않나. 본인의 마음대로 바꾸기보다는 모두가 맛있어 할 만한 음식을 만드는 편이 낫지.’

       

       그리 이야기를 하며 탕수육을 완성한 화령은 바로 다음 음식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뷔페의 중식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여러 가지 것들.

       

       깐풍기니 유린기니 고추잡채니 짜장이니 하는 것들이 화령의 손 위에서 차례차례 완성되기 시작한다.

       

       주방에서 움직이는 화령의 움직임은 무의 극의에 달한 이답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또한 스쳐지나는 바람마냥 신묘했으니.

       

       선배 NPC 두 사람이 뒤에서 멍하니 구경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뷔페의 중식 코너가 운영되는 데에는 한 치 부족함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냥 3장 클리어 하시겠는데요.”

       

       이렇게 하실 수 있으셨으면서 왜 지금까지는 기행만 벌이셨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설아는 문득 방금 전에 잠을 자러 가겠다는 하린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보다가 자러 가라 그럴 걸.

       

       나중에 나한테 원망을 쏟아내면 어떡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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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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