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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1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우효]

       [기쁘긴한데 뭔가 과한 것 같기도 하고]

        

       채팅창의 화력이 어마어마했다.

        

       하긴 나라도 게임 속 히로인과 닮은 여자들이 죄다 모여서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면 안 들어가고는 참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그 게임이 대단히 메이저한 게임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들만 알아서 하는 중소기업 개발 게임이니 더 그렇다.

        

       밀레니엄 사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까?

        

       보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언제 한 번 콜라보 같은 거 해볼 수는 없는 걸까.

        

       “그런데, 크리스마스 방송이라고 했습니다만, 뭘 해야 합니까?”

        

       나는 클레어에게 물었다.

        

       참고로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방송 방이 아니라 거실이었다.

        

       임시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모니터 대신 TV에 컴퓨터를 연결해두었다. 캡쳐보드 물려서 커다란 TV 하나를 모니터 여러 개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남자 두 명이 빠진다고 해도 여자만 아홉 명이다. 방송 방은 절대 좁지는 않았지만 아홉 명이라는 인원을 감당할 만큼 크지도 못했다.

        

       여기는 방음 공사를 따로 하지 않았으므로, 일단은 너무 떠들지만 말자고 약속한 참이다.

        

       클레어는 TV에 연결해둔 콘솔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역시 직관적인 게임이 좋겠지?”

        

       카트 레이싱 게임이었다. 한 번에 네 명씩 플레이가 가능한.

        

       “하지만 그 전에.”

        

       클레어는 그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옆에 내려놓더니 말했다.

        

       “크리스마스이기도 하니, 우리 다 같이 영화라도 보는 건 어때?”

        

       “영화를 TV에 띄우자는 소리는 아니야. 우리가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동시에 틀어서 각자 TV나 컴퓨터에서 같이 보자는 소리지.”

        

       아, 그런가.

        

       그런 컨텐츠도 있다는 모양이긴 하다. 다 같이 애니메이션 보기 같은 거.

        

       “아, 물론 이거 보려면 돈 내야 하긴 해. 그러니까…… 음,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냥 우리 방송 보면서 이야기나 하던가?”

        

       좀 무책임한 말 아닌가?

        

       하긴, 그런데 우리는 굳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살 것도 아니니, 평소에는 아제르나에서 지내다가 휴가가 필요할 때만 이곳으로 와 느긋하게 지내며 통장의 돈을 쓰다가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아 이거 아는 영화네]

       [지금 로그인하러 갑니다]

       [오랜만에 보네 추억이다]

       [아 어제 구독 끊었는데]

        

       채팅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대부분은 어린 시절 봤던 영화라고 좋아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고 있긴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구독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뭐, 그런데 그런 거 안 하면 우리가 할 얘기가 없기도 했다. 나, 클레어, 앨리스, 샤를로트, 미아 이 다섯 명은 여기서 꽤 오래 지내서 할 이야기가 넘쳤지만, 이 아이들은 아제르나에서의 이야기밖에는 할 것이 없었으니까.

        

       “아, 남자애들은 방 안에서 따로 보기로 했으니까 안심해.”

        

       클레어가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두 사람, 그래도 꽤 친하긴 하지만 괜찮을까?

        

       크리스마스에 남자 둘이 영화보는 것만큼 칙칙한 것도 별로 없는데. 하긴 얘네들로서는 크리스마스 같은 건 따로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긴 했다.

        

       “그런데, 무슨 영화를 보는 겁니까?”

        

       평소에 만화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레나는 눈을 반짝였다.

        

       이미 TV로 이쪽 세계의 만화나 영화의 개념을 확실하게 체험하기도 했으니 우리가 보려는 영화가 기대되는 모양이다.

        

       “이거!”

        

       클레어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영화를 선택하며 말했다.

        

       꽤 오래된 크리스마스 영화였는데, 내가 어릴 때면 크리스마스마다 수많은 방송사에서 틀어주던 그 영화였다. 어린아이가 자기가 지내는 곳에 들어오려는 도둑들을 막아내는 영화.

        

       “어릴 때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럼 내가 잘 골랐네.”

        

       클레어는 웃으며 대답했다.

        

       “자, 그럼 방송 보는 사람들 모두 준비해! 5분 뒤부터 볼게!”

        

       클레어는 웃으면서 화면을 향해 외쳤다.

        

       *

        

       “……진지하게 하는 소리인데, 발을 저렇게 찔리고 저렇게 돌아다니면 다리를 잃을 수도 있어요.”

        

       “자, 잔인하네요…….”

        

       음.

        

       소피아와 로티가 영화를 보며 하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잔인한가, 하면 잔인하긴 했다. 그런데 이건 어린아이가 보라고 만든 영화고, 그 잔인함도 아동용 만화와 같이 과장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 앉아있는 아이들이 모두 ‘진짜 전투’를 겪어봤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야 대못에 발이 박히고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웃을 수 있지만, 무려 칼로 베고 총으로 쏘는 전투를 한 입장에서는 그 장면이 좀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소리다.

        

       아니, 나도 어릴 때 잔인하다고 느끼긴 했던가?

        

       “사람이 해골이 되었는데 어떻게 돌아온 거죠?”

        

       전기에 감전되어 해골이 되었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 화면만 본다면 뭐 그렇게 표현할 수 있지만, 저건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감전된 사람의 몸에 뼈가 비춰 보이는’ 장면을 나름대로 실사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릴리의 눈에는 사람이 갑자기 해골이 되었다가 돌아온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아직 전기라는 것이 낯설지. 게다가 실제로 감전당한다고 뼈가 비춰 보일 일도 없고.

        

       만화적인 표현을 알지 못한다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마 제일 이 영화를 즐긴 사람이 있다면, 레나였다.

        

       레나는 만화를 꽤 즐겨보는 편이니까. 이것도 최근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래서 20세기 초기 방식으로 시도되는 만화적인 과장됨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문제는…….

        

       입을 막은 채 억지로 웃음을 참는 모습이, 어, 뭐랄까.

        

       솔직히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애들 사이에서 혼자 웃는 것으로 보여 조금 무시무시했다.

        

       [비정상 사이의 정상은 비정상이다]

       [새로 온 사람 중에선 한 명만 정상이네]

       [아 이쪽도 컨셉 묵직하네ㅋㅋㅋㅋ]

        

       화면 구석에 작게 띄워놓은 채팅창에서 올라가는 채팅은 그런 내용이었다.

        

       그러게.

        

       정상인이 있어도 비정상 사이에 있으면 오히려 이쪽이 비정상으로 보이는 법이다.

        

       평소의 레나는 컨셉충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반대였다.

        

       *

        

       나와 함께 있던 네 사람은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라도 문자 학습이 필수적이었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뭐 신분증이야 있긴 한데, 어차피 여기서 여가 활동만 하다가 돌아갈 생각이니 그다지 진지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클레어가 고른 게임이 레이싱 게임.

        

       버튼만 누를 줄 알면 어떻게든 플레이할 수 있고, 아이템도 꽤 직관적이다.

        

       방송을 마치고도 우리는 다 같이 게임에 빠져있었다.

        

       나는 사실 온라인 게임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RPG가 온라인이 되어버리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FPS가 온라인이 되어버리면 협력을 강요당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모여서 게임을 하니 왜 온라인 게임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아는 사람과 게임을 하니 너무 즐겁다.

        

       “이겼……다!”

        

       “아!”

        

       참고로 지금 하고 있는 건, 방송 끝나고 남자 두 명까지 포함한 진짜 결승전.

        

       결승까지 올라온 사람은 클레어와 레오였다.

        

       남매간의 경쟁에서 끝에 이긴 사람은 레오.

        

       “누나한테 결승 양보하는 게 그렇게 어렵니!”

        

       “누가 누나라는 거야?”

        

       클레어가 성을 내고, 레오는 어이없어했다.

        

       그렇게 싸우는 둘을 보면서 우리는 웃었다.

        

       바닥에는 까놓은 과자가 잔뜩 있었고, 배달시킨 요리의 흔적도 있었다.

        

       벌써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을 플레이한 거다.

        

       결승까지 했으니, 슬슬 치우고 정리할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아제르나에서도 내일은 휴일이잖아? 그냥 다 같이 자고 내일 오후에 돌아갈까?”

        

       청소하는 도중 클레어가 그런 의견을 냈다.

        

       “그럼 영화 한 편 더 봐도 될까요?”

        

       레나가 물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밤을 새우지 않는 선에서 조절한다면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거실에서 주무실 분들, 괜찮으신가요?”

        

       “아예 다 같이 거실에 모이는 건 어때?”

        

       제이크가 제안했다.

        

       “나나 레오가 무슨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하잖아? 옷만 갈아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

        

       “…….”

        

       “뭐 어때.”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클레어였다.

        

       “우리한테 ‘정말로’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파자마 차림이라도 큰 문제는 없지 않겠어? 특히 두 사람은…… 알잖아?”

        

       우리는 로티를 보았다.

        

       “……제가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소피아에게 향했다.

        

       “어? 예? 저요?”

        

       소피아는 매우 당황한 듯 말했다.

        

       뭐, 둘 다 딱히 사귀는 건 아니고, 레오도 매우 둔감한 걸 대놓고 티 내고 있으니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려면 한참 멀긴 했지만……

        

       그래도 마크할 사람 한 명 정도 있으면 좋으니까.

        

       “나도 도울게.”

        

       클레어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그럼, 자기 전에 영화나 보도록 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나에게 말했다.

        

       “어떤 종류의 영화를 보고 싶습니까?”

        

       “추천해주실만한 것이 있으십니까?”

        

       “저요!”

        

       그 말에 미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만화 봐도 괜찮을까요?”

        

       “상관없겠죠.”

        

       샤를로트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레나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레나한테도 피규어나 하나 사다 줄까, 하고 잠깐 생각했을 정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외전은 내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남은 다른 외전들과 후일담에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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