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52

       

        

        

        

        

        

       “비얌이 대회 랭크 방송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년이야.”

        

       “…근데 왜 이번 년도에는 없죠?”

        

       “그건 당사자한테 물어봐야지, 이 모지리야.”

        

        

        

        8월 4주차 주말, 토요일.

        

        제4차 파이널 챔피언십으로 가는 첫 번째 길목이기도 한 대회 랭크가 열린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커뮤니티는 마치 용광로의 한복판처럼 뜨끈뜨끈해졌으며, 드물게도 구름 한 점 없는 맑고도 뜨거운 날씨에 박차를 가하듯 이카루스는 사방팔방에 광고를 뿌려대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틀어졌던 다크 존 광고가 며칠씩 전광판에 걸릴 정도였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작년 유진의 존재로 인해 한참이나 커져버린 AP 영역의 파이를 통째로 집어삼킨 이카루스는 당시 벌어들인 비용의 극히 일부를 대회 랭크, 예선 랭크, KSM, 아시아 예선전에 신나게 뿌려대었다.

        

        명목도 가지각색이었다. 신인 발굴 지원 프로그램, 프로게이머 데뷔 지원금, 대회 랭크 우수 인원 특별 상금 등…확실한 건 각 구단에서 신경써서 육성하던 연습생, 2군, 1군을 제외하고도 자타공인 실력 좀 있다고 하는 이들이 무더기로 뛰어들었단 점이었다.

        

        대혼란이 벌어지기엔 실로 안성맞춤인 무대가 완성되었다.

        

        

        

       “와, 주말이라고 한국 동접자수만 400만이네. 미쳤나봐.”

        

       “이걸…이걸 서버가 감당한다고?”

        

       “얘네 작년에 강원도에 데이터센터 하나 더 지었잖아. 그거 합쳐서 우리나라에만 데이터센터 5개 정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거 안 지었으면 이번에 서버 한 번 터졌을 것 같긴 하네.”

        

        

        

        실로 끔찍한 인파가 몰렸지만,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감당해낸다.

        

        간혹 극소수의 방이 통째로 튕기기도 했지만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였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해당 사실을 신경쓰지 않았다. 도리어 이번 년도에 새로이 추가된 대회 랭크 게임의 MMR 노출 시스템에 의해 누가 현재 1등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훨씬 흥미로운 주제로 떠올랐다.

        

        아쉽다면 아쉽게도 유진은 없었다. 당장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1등을 차지했으니 대회 랭크부터 차근차근 올라갈 필요 없이 객원으로서 본선에 참여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 만약 선수로서 참가를 원한다면 아시아 예선전을 플레이할 필요는 있었지만 – .

        

        다이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후배 프로게이머의 멘토로서 종횡무진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작년에 파이널 챔피언십 4등을, 로건과 유진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2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등수를 차지한 사람이 뭣하러 대회 랭크부터 시작하겠는가.

        

        

        물론, 다르게 말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소수 존재했다는 뜻이었다.

        

        

        

       “…그, 파이널 챔피언십 20등 안에 든 사람들도 좀 아시아 예선전부터 시작하라고 해주면 안 되나?”

        

       “미카엘, 갬빗, 잉크, 블루밍, 하모니…아니, 미친. 하모니는 왜 저기 있어.”

        

       “그럼 저기 없을 이유는 또 뭔데?”

        

        

        

        미카엘, 갬빗, 잉크.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의 토탈 등수가 나왔을 때 15등 이내로 빠져나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삼위일체이자 다이스에게 가려진 정신나간 실력자들 셋.

        

        블루밍.

        

        그 다이스의 1호 제자.

        

        

        그리고 하모니.

        

        

        

       “이런 시발, 도대체 뭐에 죽은 거야.”

        

       “…7분 21초 전에 설치한 함정으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아니, 제발! 이 폭탄냥이 좀 누가 말려봐-!”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건 한 번 설치된 채 희생자를 기다리는 트랩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미카엘이 작년보다도 한참은 원숙해진 방패 다루기 기술로 마주치는 적들을 말 그대로 쓸어담고, 잉크와 갬빗이 미친 피지컬로 어리숙한 친구들을 로비로 즉각 사출시켜줬다면, 킬로그에 떠오르는 하모니라는 닉네임은 같은 세션의 플레이어들이 강제로 방패를 들게 만들었다.

        

        어디에 어떤 함정이 설치되어있을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설령 그것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탄도 방패라도 하나 있어야만 목숨을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 그러나 그것이 당사자와의 정면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단 뜻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탄도 방패를 든 순간 주무기는 최대 카빈 라이플 혹은 SMG로 한정되었기에, 적이 7.62mm를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화력적으로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듀오나 스쿼드로 넘어가는 게 나으려나.”

        

       “데리고 갈 믿음직하고 실력 넘치는 팀원은 있으시고?”

        

       “환장하겠네, 증말.”

        

        

        

        농담 삼아 작년에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은 1년 정도 경기를 쉬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을 지경.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결론적으로 보았을 땐…어쨌든 비얌이 잘못한 것으로 여론이 수렴하고 있었다. 한 명의 사람이 불러온 파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했지만, 정작 그 당사자가 이번 년도 파이널 챔피언십을 깔끔하게 포기했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만 문은 더더욱 좁아진다. 대회 랭크가 열린 지 보름 가량밖에 안 되었지만, 난이도와 분위기는 불지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지금 어디에 있냐 하니-

        

        

        

       ───부우웅!

        

        

        

       “…이건 몇 번이나 봐도 무섭네요.”

        

       “누가 모션 캡쳐 장비를 입고 실제로 검을 막아…내네.”

        

        

        

        여의도의 연양갱, 그 중에서도 글로리 앤 아너 총괄부서.

        

        그 안의 대형 모션캡쳐실 내부, 신체 곳곳에 패치형 센서를 붙인 유진이 놀랍도록 섬뜩하게 휘둘러지는 대검을 회피하고, 어떤 건 쳐낸다. 단검이라는 특성 상 후자보다는 전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그 와중 발이나 핸들캡을 이용한 가드브레이크 동작 비율도 높았다.

        

        유진의 공격 스타일과는 달랐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나의 클래스로 출시되는 이상 글로리 앤 아너의 클래스라는 틀에 기존 스타일을 구겨넣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닥 많지는 않았지만 패링의 존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강공격 패링 불가능이라. 그동안 그닥 신경쓰지는 않았는데, 얼마나 큰 디스어드밴티지인가요?”

        

       “절반 이상의 공격을 직접 받아낼 수 없다는 뜻이니, 상당히 곤란하죠.”

        

        

        

        클래스 – 암살자.

        

        이번에 유진을 모티브로 출시될 예정인 해당 직군은 기존에 출시했던 수많은 캐릭터들과는 굉장히 많은 차이점이 존재했다 – 강공과 약공 대신 카운터 공격이 주를 차지했고, 공격을 회피하거나 약공, 혹은 일부 범위공격을 패링할 때마다 어새시네이트 게이지, 즉 암살 게이지가 찼다.

        

        해당 게이지가 완전히 차올랐을 때 시스템은 모든 변수를 읽어내고 판단을 시행했다 – 가령 상대의 스태미너 게이지가 ⅓ 이하인지, 적의 체력이 절반 이하인지, 적이 가드브레이크를 몇 번이나 당했는지, 상대의 갑옷 내구도가 어떤지, 본인의 스태미너와 HP가 어느 정도인지 등.

        

        암살자 유저는 게이지가 완전히 충전된 순간 30초 동안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30% 향상되며, 특수 공격을 사용해 암살 게이지를 소모할 수 있었고, 적의 급소를 락온한 후 특수 공격을 적중시키는 순간 강력한 대미지와 상태이상을 동시에 입힐 수 있었다.

        

        물론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푹!

        

        

        

       “…어이구야.”

        

        

        

        실제 사람을 정교하게 모방한 실리콘 로봇의 목 안쪽으로 깊숙하게 단검이 파고든다.

        

        유진은 단 두 번의 공격만으로 목을 완전히 열어버렸고, 이어진 발차기를 얻어맞은 로봇은 뒷걸음질함과 동시에 무기질적인 음성으로 이것이 즉사 판정의 공격임을 덤덤하게 선언했다.

        

        바로 이것이 암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 적의 스태미너와 HP의 합이 일정 이하일 시, 암살자 클래스는 남은 HP의 양과 상관없이 즉사기를 사용하여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처형기랑은 완전히 다른 암살자만의 특수한 기술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해당 기술을 그 무엇보다도 깔끔한 형태로 선보인 유진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실리콘-로봇을 뒤로 하 채 해당 데이터를 기록하던 엔지니어 두 명에게 다가왔다.

        

        이카루스 측에서 제공해준 두 자루의 단검은 어느샌가 검집 안으로 들어간 상태.

        

        

        

       “오늘, 각기 다른 모션의 즉사기가 몇 개 필요하다고 하셨죠?”

        

       “아…최대한 많이 부탁드려요. 10개 이상이면 더더욱 좋고.”

        

       “많기도 하네요.”

        

       “그래도 유진 씨 같은 경우에는…거의 모든 캡쳐 데이터를 단 한 번만에 수집할 수 있어서, 시간이 그렇게까지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전에 어떤 형식으로 모션을 구성할지에 대해 논의한다.

        

        만들어진 모션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를 무술 감독 및 스턴트맨 등과 논의한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해당 모션을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습을 시행한 뒤, 준비가 되었다고 여겨졌을 때부터 모션 캡쳐에 들어간다.

        

        물론 그 과정을 몽땅 생략한 존재가 눈 앞에 있었긴 했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만 할지, 그리 생각한 두 엔지니어는 방금 수집했던 데이터 영상을 재생했다. 유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다가왔고, 이내 자신의 모습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바퀴 회전하며 안쪽으로 파고든 뒤 양쪽 팔목 안쪽에 단검을 박는다. 그 다음 역수였던 오른손의 단검을 해머 그립으로 전환, 목 우측에 검의 선단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 그 상태에서 손을 옆으로 미는 것만으로도 목은 가로로 반쯤 절단된다.

        

        그 상태에서 발로 뻥 걷어차는 것도 실로 즉사기에 어울리는 끝마무리였다.

        

        

        

       “와.”

        

        

        

        딱히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유진과 달리, 엔지니어 두 명은 경탄을 터뜨리며 그 과정을 보았다.

        

        물론 그 와중 건너편에서 잘린 목의 파츠 교환이 끝났고, 다시 그들로부터 멀어진 유진은 엔지니어들이 제시한 요구 조건을 한 번 훑어본 다음 어떤 식으로 공격을 시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구상을 시작했다.

        

        다시금 두 자루의 단검이 유진의 손 위에 들렸다.

        

        이들이 요청한 방대한 모션캡쳐 데이터를 한시라도 빠르게 채우려면 바삐, 하루종일, 그리고 몇 주일 동안 움직여야만 했다.

        

        

        

       “시작하죠. 전 준비됐습니다.”

        

       “…확인. 모션 캡쳐 장비 작동 시작합니다.”

        

        

        

        중압감마저 느껴지는 파공성.

        

        당사자인 유진이 직접 요청하여 막대기 대신 실제 대검을 가져왔기에, 엔지니어들은 심장을 졸이며 그 광경을 끝도 없이 봐야만 했다.

        

        클래스 출시를 위한 모션 캡쳐 데이터 수집이 어느덧 10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유진은 여전히 바빴다.

        

        세상은 그렇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도 9월에 대회 있는데에….”

        

       “광고 너무 빡세게 하는 거 아니냐, 다크 존 십새들아-!”

        

       “동접자수 400만 명에 방송 시청자수까지 합쳐서 600만…? 이건 너무하지 않니?”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한쪽이 빛날수록 그림자는 짙게 진다.

        

        어지러울 정도로 빛나고 있는 다크 존의 아래에는 글로리 앤 아너가 있었다. 비록 이들 역시도 평소 동접자 수 170만 가량에 빛나는 게임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 세계 서버를 기준으로 했을 때였고, 한국 동접자 수의 비중은 생각보다도 많이 적었다.

        

        일종의 팀킬이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 그렇다고 대놓고 저쪽에 무어라 불만을 표할 수도 없는 것이, 다크 존에서부터 벌어들인 막대한 비용의 일부는 말 그대로 낙수효과가 되었고, 글로리 앤 아너 쪽에도 흘러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부럽고 부럽지만 입은 다물어야 했다. 저쪽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를 잇는 거대한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고, 9월에 하는 글아너 대회는 아쉽게도 한국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으니. 게다가 범세계적인 글로리 앤 아너 경기는 2월부터 시작했다.

        

        

        본래라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 자체인 상황이었지만, 이번 년도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이럴 때에 중대 발표라니, 도대체 뭐가 나오려고….”

        

       “요즘 글아너도 뭔가 빡세게 하는 것 같네. 근데 타이밍 너무 심하게 안 좋은 거 아닌가?”

        

       “…아니, 야. 잠깐만. 신규 클래스 출시한다는데…이거 설마 그 사람 모티브로 한 거 아니냐?”

        

        

        

        곧 있을 한국 대회 소개를 포괄하는 글로리 앤 아너 총괄 방송.

        

        근래 다크 존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인터넷 상이 떠들썩해진 것도 그렇거니와, 컨텐츠가 상당히 풍성할 예정이라는 감언이설에 홀린 골수 글아너 성애자들, 그리고 근래 한참이나 이어진 유진의 광고 방송으로 인해 뭔가 재미있는 게 있나 싶어 찾아온 찍먹 예정 유저들까지.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예상을 내놓았고, 그 숫자가 많아질수록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을 넘어 3분기의 막바지에 접어들 즈음 새로운 클래스와 맵 등을 출시하거나, 혹은 PVP 또는 PVE 모드, 시나리오를 추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반만 들어맞았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단검 두 자루를 든 클래스가 그 무엇보다도 멋들어지게 나온 순간 – 기존 유저들은 무어라 반응해야만 하는지를 모른 채 어안이 벙벙했고, 해당 클래스가 무엇을 모티브로 했는지를 아는 일부분만이 열광적인 반응을 토해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골수 유저들은 유진이 광고 방송을 받은 지 그닥 오래되지 않았으며, 글로리 앤 아너가 뭔가…비교적 급하게 신규 클래스를 내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점차 진행될수록 반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니, 무슨 퀄리티랑 모션의 상태가…미친 거 아니야?”

        

       “도대체 모션이 몇 개야!?”

        

       “와, 암살? 조건만 맞으면 공격이 즉사기가 된다고? 진짜로?”

        

       “진짜, 아니, 무슨…와….”

        

        

        

        모든 이들의 입에서 그저 감탄사만을 토해내게 만드는 수많은 공격 및 즉사기 모션들.

        

        단순히 멋들어진 장면만을 짜깁기하여 보여주는 시네마틱이 아니었다. 구태여 누군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아도 해당 클래스를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당사자가 실제로 플레이한 1인칭 시점을, 그리고 그것을 3인칭으로 녹화하여 편집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재생 중이었다.

        

        그 증거로,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어떤 정도의 무장을 하였으며, 무기는 무엇이고, 소속은 어딘지만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던 기존 클래스 소개 영상과는 다르게, 실제 플레이 영상 및 그것을 한 발 앞서 플레이해본 유명 글로리 앤 아너 스트리머들의 후기가 이어진 것이었다.

        

        상기된 표정, 머릿속에서 생각이 넘쳐나는 탓에 무어라 말해야만 할지 모르겠단 듯 옴짝달싹 중인 입술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모든 캐릭터들을 최소 수십 번 이상 플레이해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이것만은 그 어떤 거짓도 없이 맹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맛이 진짜, 와…미쳐버린 수준입니다.

        

       -요즘 랭크전에서 굉장히 핫한 분 있잖아요? 저도 그 분이랑 마주쳐본 적 있는데…그 분이 어떤 시선에서 어떻게 적을 마주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파공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이런 맛이었다고 해야 할지….

        

       -메타를 바꿀 수 있…는 클래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런 특색 넘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애들이 좀 자주 나와야 순수 재미적 측면에서 잠재적 유저층에 어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난이도가 좀…빡세긴 하네요.

        

        

        

        누가 보아도 힘을 빡 주다 못해 브레이크까지 뽀개버린 채 만든 듯한 모션 퀄리티.

        

        그동안 글로리 앤 아너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스템.

        

        수호자 클래스와는 차별화된 절도있는 쌍-단검술까지.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했다.

        

        

        

       “클래스를 이렇게 내놓고 지르지 말라고 하네, 미친 놈들.”

        

       “쌍검…패배…망할, 모르겠다. 이게 무슨 패배의 상징이야, 이걸 어떻게 참아?”

        

        

        

        물론, 그것만이 모든 호의적인 반응의 원천은 아니었다.

        

        골수에까지 냉병기뽕이 가득히 들어차 다크 존을 쳐다보지조차 않았던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의 인기에는 당연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해당 클래스의 모티브가 된 당사자는…쉽게 말해서, 인정하기 싫지만, 구세주나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유진이 하루이틀 정도 적당히 게임을 찍어먹어본 다음 이걸로 끝났다- 하고 다시 다크 존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날것의 랭크를 본인의 실력만으로 돌파하며 벌어지는 한 편의 인간승리는…그야말로 한 편의 대하드라마 그 자체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옆집에서 총을 쏘다 오든 말든, 저 사람은 단순히 광고를 받아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아닌, 모든 글로리 앤 아너 유저들이 기다리던 군신이었다.

        

        

        좌우지간, 발빠른 사람은 벌써 해당 내용을 사방팔방에 퍼나르기 시작했다.

        

        확실한 것은, 일단 저 클래스가 출시되는 순간 해당 스트리머의 시청자들 중 꽤 많은 숫자가 글로리 앤 아너로 밀려들 것이리라.

        

        

        

       “신선한 뉴비…이걸로 대잔치 중인 옆집에 넋 놓고 밀려나지 않을 수 있어…!”

        

       “점유율 방어를 도와주는 장본인이 다크 존에서 1위를 찍고 온 사람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다 있나….”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건 인정.”

        

        

        

        누군가는 뉴비를 핥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누군가는 글아너 코인의 떡상을 기원하며.

        

        누군가는 순수하게 고퀄리티 클래스의 출시 및 신규 이벤트를 기대하며.

        

        저마다 이번 기회에 자신만이 원하는 목표가 달성될 것을 고대하며, 전 세계를 다 합쳐 수백만 명이나 몰려든 글로리 앤 아너 공식 방송의 시청자들은 앞으로 있게 될 선명한 분홍빛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적어도 이번만큼은 행복회로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신규 클래스 출시까지 1주일이 남은 어느 날이었다.

        

        

        

        

        

        

        

        

        

        

        

        

        

        

        

       “300명.”

        

       “300명이라.”

        

       “전투에 극도로 능한 EM급 발현자와 300명의 무장 병력이 마주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전열이 발현자의 기세에 눌려 와해되지 않기를 바라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한편,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한국 지부 빌딩의 어딘가.

        

        수면 밑에서 또 다른 이벤트의 준비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개멋있고 성능도 좋은데 못하는 사람이 잡으면 똥만 싸게 됨 = 일겜과 랭겜의 멸망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