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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2

       *** ***

         

       무림맹을 떠나겠다.

         

       내 선언에 긴 토론이 이어졌지만 결국 무림맹은 내 의사를 받아들였다.

         

       나를 의심하거나 적개심을 품은 문파들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이야기였다.

         

       그 문파들이 나에게 적개심을 품은 이유는 내가 혈교의 세작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고 혈교의 세작이 제 발로 무림맹을 나간다니 반대할 필요가 없었다.

         

       나를 믿거나 내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도 결국 긴 토론 끝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라고 딱히 나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믿을 수 없는 자를 중요한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까.

         

       무림맹에 남아 변두리 작전에 투입되느니, 차라리 자유롭게 무림을 떠돌며 혈교 세력에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오행진을 중심으로 무인들을 붙여 온전한 부대를 만드는 편이 이상적이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나 혼자서 혈교를 상대하는 것도 무림맹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이야기였다.

         

       무림맹의 결론은 내 예상보다 훨씬 깔끔했다.

         

       결과적으로 나를 옹호해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함정에 빠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다방면으로 무림맹에 도움을 주었으나 이번 일로 무림맹에 큰 피해를 입힌 것도 사실. 공과 과가 상쇄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솔직히 무림맹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심의 작전은 실패했고 소림사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십팔나한들 중 절반이 장기간 요양해야 할 부상을 입는 등, 손해만 잔뜩 입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희생양을 앞세워 책임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도 무림맹은 나에게 책임을 떠밀지 않았다.

         

       만약에 무림맹이 아니라 사도련이었어 봐. 약점을 잡았다고 판단하고 아주 그냥 뼛속의 골수까지 빨아먹으러고 달려들었겠지.

         

       딱히 사도련 같은 악성 집단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이들이 모인 집단이었다면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했을 것이다.

         

       역시 유서 깊은 정파가 모인 무림맹. 믿고 있었다고.

         

       무림맹과의 일을 마무리지은 뒤 서둘러 숙소로 복귀했다.

         

       무림맹으로 돌아오는 동안 혹시나 모를 도주 우려 때문에 비천마차나 일행과는 쭉 격리된 상태였다. 무림맹에 도착한 이후로는 곧바로 무림맹회에 참석하게 되었으니 실제 당소열의 상세를 살핀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오랜 기간 의식을 회복하지 않은 당소열이 간신히 의식을 차렸다니 절로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혹시나 무슨 후유증이 생기거나, 아니면 간신히 의식을 차렸을 뿐 부상을 털고 일어나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만 걱정을 안고 마주한 당소열은.

         

       “어여~ 왔느냐? 제자야.”

         

       …제대로 살판 난 모습이었다.

         

       당소열은 과시라도 하듯이 혁기린의 뺨을 쭈욱 늘렸다. 볼살이 늘어난 혁기린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폭발하기 직전이었으나 정작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혁기린의 찹쌀떡을 주물거리고 있는 당소열의 어깨에는 흑묘의 손이 올라가 있었다.

         

       정확히는 안마를 해 주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겠지.

         

       현재 흑묘가 마음속으로 심한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 재산을 걸 수 있을 만큼 흉흉한 눈빛이 당소열의 뒤통수를 노려 보고 있었지만 정작 움직이는 손은 정성스럽게 당소열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당소열에게 부채질을 해 주고 있는 여일예도 있었다.

         

       “지금 이 꼴이 뭡니까 스승?”

         

       당소열이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빈 담뱃대를 나에게 겨누었다.

         

       “어허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보게. 세상 천지에 누가 스승 겸 ‘생명의 은인’에게 그런 말버릇을 보인단 말이냐?”

         

       단번에 지금 상황이 이해되었다.

         

       본인이 저렇게 기세등등하니 아니꼽긴 하지만 당소열이 우리의 목숨을 구한 건 사실. 그러니 일행들도 어쩔 수 없이 당소열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모양이다.

         

       “예, 스승님 겸 생명의 은인님. 하혜와 같은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그래서 옥체는 강녕하십니까?”

         

       답은 흑묘에게서 나왔다.

         

       “안 그래도 아까 무림맹 소속 의원분이 다녀가셨어요.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으니 이대로 정양만 한다면 된다는군요.”

         

       “무림맹 의원이 보증한 환자이니 성심성의껏 돌보거라~”

         

       전문가의 소견을 들으니 제법 안심이 되었다.

         

       한시름 놨군.

         

       “실례합니다.”

         

       그렇게 당소열 때문에 졸였던 마음을 놓고 한숨을 토하고 있을 때였다.

         

       “모용세가의 연화 소저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 ***

         

       “호천안 대협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보타문을 탈환했을 때 모용연화는 우리를 찾아와 육성진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일행에 합류하여 육성진의 일원이 될 것이냐는 흑묘의 질문 앞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나는 그런 모용연화의 고민을 이해했다.

         

       섬서분타의 일이 마무리 되었을 때, 모용연화는 나에게 입을 맞추며 마음을 고백하면서도 섬서분타를 재건하기 위해 본가로 향하는 선택을 했으니까.

         

       그 뒤로 한동안 나와 일행들 주변을 맴돌며 미련을 보이던 모용연화는 어느 순간부터 나와 일행들 주변을 맴돌지 않았다.

         

       그렇기에 섬서분타의 일을 우선하기로 결정 내렸다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늘 나를 찾아온 모용연화의 눈에는 늘 깃들어 있던 망설임과 근심 대신 확신만이 가득했다.

         

       “섬서분타의 일은 어쩌시고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쫓겨났습니다.”

         

       “예?”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입으로는 쫓겨났다고 말하는 모용연화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만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니 호천안 대협께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결코 짐은 되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원하신다면 진법대의 일원으로 부리셔도 좋습니다.”

         

       “저는 곧 무림맹을 떠나 독자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혈교의 영물과 혈인들에게 노려질 위험도 크고요. 그런데도 저를 따라오시겠다는 말입니까?”

         

       모용연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이 완전히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모용연화가 일행에 합류한다.

         

       앞으로의 행보를 고려해보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오성진만으로는 전투력 높은 혈교의 영물을 상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서문연이 직접 모용연화의 합류를 권했으니 전력 보강 효과는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

         

       “시간을 좀 주실 수 있겠소?”

         

       그러나 모용연화를 일행으로 받아들인다는 일은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심사숙고하여 결론을 내려 주시지요.”

         

       “고맙소.”

         

       나는 접견실을 나서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모용연화 소저는 뭐라던가요?”

         

       “일행에 합류하고 싶다고 하더군.”

         

       나는 담담한 눈빛을 보이는 일행들을 보면서 이미 일행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한 발 나아가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흑묘와 여일예를 향한 사과였으며, 동시에 오행진을 구성하는 혁기린과 독고이설을 향한 사과이기도 했다.

         

       “…선배?”

         

       “은공? 뭘 하시는 겁니까?”

         

       “미안하다.”

         

       일행들의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섬서분타를 떠나기 전, 모용연화에게 마음을 고백받았다. 섬서분타를 재건하고 방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본가로 떠난다고 했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마 일행들도 의심 정도는 품고 있었겠지만 직접 내 입으로 사실을 전해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겠지.

         

       “연인이 둘이나 있는 몸이기에, 혁기린과 독고이설 소저가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모용연화의 의중을 전하는 나를 용서해다오.”

         

       나는 나 자신을 협객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사이다패스 환자라 취급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맞서고, 당당히 가슴을 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사실 약하고 비겁한 사람이었다. 혈존과 적대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멋대로 혈육의 정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도망쳤고, 뻔히 보이는 함정조차도 애써 외면하며 제 발로 걸어들어갔다.

         

       그 결과 일행과 함께 함정에 빠지고.

         

       그런 나와 일행을 구하기 위해 당소열이 쓰러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날 도구 취급하는 혈존에게 끝까지 농락당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내 나약한 마음이 외면하고 있던 일은 비단 혈교의 일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용지맹이 되었던 시절의 인연인 독고이설.

         

       그리고 오성진의 수련 도중 알게 된 혁기린의 마음까지.

         

       흑묘와 여일예를 연인으로 받아들였으면서도, 나는 어영부엉 독고이설을 일행으로 받아들였고, 오성진을 통해 알게 된 혁기린의 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흑묘와 여일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독고이설과 혁기린은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이도 저도 아닌 행동을 반복하며 미적대고 있었고 그런 내 모습은 연인인 흑묘와 여일예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을 테고, 독고이설과 혁기린에게도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내모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일행들과 오행진을 펼치며 지금까지 혈교의 영물들과 맞서 싸울 수 있었으니.

         

       그저 일행들이 나를 위해 참아주었기에, 배려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선배.”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흑묘였다.

         

       “미안해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줘요. 선배는 모용연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일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해. 오성진의 힘만으로는 강한 영물을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반대한다면 모용연화의 제안은 거절할 생각이야.”

         

       “정말로요?”

         

       “그래.”

         

       이는 진심이었다.

         

       일행들은 나를 위해 많은 부분을 이해해주고, 인내해주었으니까.

         

       “은공.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일예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요히 빛나는 독안은 마치 내 속내를 꿰뚫는 듯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용연화를 일행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이유는 그뿐입니까?”

         

       그뿐이라.

         

       나는 심호흡을 했다.

         

       더 이상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드러내겠다 결심했음에도 쉽지 않은 말이었으니까.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오.”

         

       나는 흑묘를 바라보았다.

         

       “처음 흑묘를 만났을 때만 해도 이용할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점차 이런저런 모험을 하다보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뒷골목 들고양이 같은 여자는 조금만 가다듬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뒤로는 여일예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악연이라고 시작한 관계였으나 그대가 깨달음을 얻은 뒤 보이는 행보를 보며 어쩐지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려. 그때의 일은 지금도 대체 어쩌고 싶었던 것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말이오.”

         

       그 다음은 혁기린이었다.

         

       “두 가지 신분을 오가며, 남장여자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달팠을 텐데도 늘 밝은 모습으로 타인을 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그 등을 밀어주고 있었지 뭡니까.”

         

       마지막으로 독고이설에게 시선이 닿았다.

         

       “독고이설 소저 역시 마찬가지요. 호천안이 아닌 용지맹을 찾아왔지만 이설 소저를 거절하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용지맹을 애정하던 이설 소저의 마음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그러니 인정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그대들의 보석과 같이 빛나는 매력에 이끌렸다고 생각하오. 그저 손을 내밀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니까. 능력있는 미모의 여고수와 경지도 낮고 근본도 없는 무인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정철이라는 적이 있었으니까.

         

       동료로서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으니까.

         

       그렇기에 서장에서 벌어진 흑묘와 여일예의 다툼에도 나는 그저 침묵을 택했다.

         

       사실은 누구 한 사람 마음에 품는 것이 두려워서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나는 쓰레기다.

         

       “용기도 내지 못한 주제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마음에 품었으니 내 그대들에게 어찌 고개를 들수 있겠소.”

         

       그 누구를 택할 용기를 내지도 못한 주제에 여러 사람에게 마음만 품은 쓰레기.

         

       내 말이 끝난 뒤에는 지독한 침묵이 감돌았다.

         

       결국 나는 모용연화에게도 감정이 있다 시인한 셈이었고 나에게 연심을 품은 일행들에게 그런 모용연화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꼴이었으니까.

         

       흑묘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아니 흑묘만이 아니었다 일행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그 모습을 지켜볼 자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참 뭐라고 해야 할지….”

         

       흑묘가 앞으로 나섰다.

         

       “우선은, 기뻐요.”

         

       …흑묘가 건넨 말은 전혀 의외의 말이었다. 놀라 고개를 들자 웃고 있는 흑묘의 얼굴이 보였다.

         

       언제 보아도 영롱할 정도로 아름다운 흑묘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배는 제 고백을 받아주고도 저에게 좋다는 말 한번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내심으로는 불안했어요. 그저 부담감에 못 이겨 연인이 된 것이 아닌가. 나 혼자만 선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참으로 못할 짓을 했다.

         

       “선배는 저를, 여일예 소저와 혁기린 소저를 돕고 싶다 말했죠? 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 선배는 내심 독고이설 소저도 돕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모용연화 소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결국 섬서분타에서 모용연화 소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니까요.”

         

       다 알고 있었나.

         

       미안함과 민망함에 절로 고개가 내려갔다.

         

       “선배가 저를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듯이 저 역시, 아니…이곳에 있는 모두가 선배를 돕고 싶어하고 있어요.”

         

       “예. 그렇습니다. 은공께서는…지금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니까요.”

         

       여일예가 흑묘의 말을 받았다.

         

       “그런 은공을 돕고 싶기에 저는 이곳에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 역시.”

         

       여일예의 말에 호응하듯이 혁기린과 독고이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연화 소저와 함께하도록 해요.”

         

       흑묘가 쇄기를 박았다.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데, 선배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용연화 소저의 힘까지 필요하다니..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선배가 이번 일을 말끔하게 해결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건 나인데.”

         

       “…미안하다.”

         

       자꾸 내려가는 고개를 흑묘가 붙잡아 올렸다.

         

       “대신 약속해줘요.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그리고 모든 일이 정리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사랑해주기로.”

         

       강제로 마주한 흑묘의 눈. 그 눈 속에는 나를 향한 애정이 엿보였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애정을 받고 있었나. 그리고 동시에 이런 애정을 제대로 봐주지도, 받아주지도 않았던 것일까.

         

       여일예를, 혁기린을,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의 눈에서도 손쉽게 애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제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한 이가 받기에는 너무나 고맙고, 동시에 과분한 애정이었다.

         

       그러니 결심했다.

         

       “약속할게.”

         

       혈존과의 일을 마무리 지은 뒤, 지금까지 받은 것을 배로, 아니 그 이상으로 돌려주겠다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기약없는 약속일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네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가지 말씀드릴 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후원 감사 인사는 후원메세지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후원이라는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어떤 식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는 편이 좋을까 고민하던 와중 ‘독자님이 어느 회차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최신 회차에 후원 감사 인사를 적어봐야 제대로 전달이 될까?’ 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결국 후원메세지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달할 수 있음에도 굳이 전달력이 떨어지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후원메세지가 생긴 지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야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어떤가 싶지만요.

    이상 신문물 적응이 느린 검은주사위였습니다.

    꾸벅.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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