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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2

       – 뻒꾺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속보) 화령 3장 클리어 하고 밥 먹으러 감]

       

       – 벌써?

       – 이상하다. 방금 전까지 괴식 만들고 있었는데.

       – 왜 난이도가 올라가는 데 점점 더 공략 속도가 빨라지는 거지.

       

       “그건 제가 묻고 싶네요. 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데 속도가 더 빨라지시는 거죠!? 도대체 왜!”

       

       엔리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은 한 장이 넘어갈 때마다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게임이다.

       

       당장 과거의 엔리만 하더라도 1장을 겨우 2시간 만에 클리어 해놓고 3장을 클리어 하는 데에는 6시간을 넘게 들여야 했었지 않았나.

       

       그러니 상대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장이 넘어갈 때마다 클리어 타임이 줄어드는 일이 가능할 리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상대는 보통 혹은 정상이라는 단어와는 한없이 먼 곳에 존재하는 이였다.

       

       아라.

       

       얼마 전까지 최강의 VR게이머라 여겨지던 파이스를 간단히 압도할 만큼의 피지컬을 지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괴멸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요리 실력을 지니고 있는 이.

       

       슬로우쿡이라는 요리 게임에서 정확하게 ‘요리’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할 줄 알던 사람.

       

       어찌 보면 그녀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른 클리어 속도를 보이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요리’만을 못하던 사람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요리’의 실력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부분이야 애초에 만개해 있던 사람이니 부족했던 요리가 채워지는 순간 만성하는 것이 정상이지 않은가.

       

       “와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아라가 슬로우 쿡 3장을 클리어하는 영상을 지켜보던 엔리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러 버렸다.

       

       주방에서 일을 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깔끔했다.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그림을 그리기라도 한 것처럼 물흐르듯 이어지는 여러 동작들.

       

       거기에 더해지는 잔뜩 과장된 만화에서나 볼법한 경이로운 속도.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처하는 임기응변력.

       

       중식의 주방에는 선배 NPC둘을 비롯해 세 사람이 머물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라 뿐이었다.

       

       선배 NPC들이 억지로 일을 떠맡겼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아라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셋이서 일을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에 만들어진 결과.

       

       그 광경을 가만 지켜보던 엔리는 차마 굳어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화령 씨 너무 사기 캐릭 아니에요?”

       

       – 그걸 이제야 알았냐.

       – 그러게 왜 도발에 넘어가섴ㅋㅋㅋ

       – 스스로한테 뒤통수 맞았죠?

       – 엔리 킥!

       

       저걸 어떻게 이겨! 기본 스펙부터가 너무 다르잖아!

       

       요리를 괴멸적으로 못 하시기에 엄청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잠깐 사이에 저렇게 실력이 올라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답이 없잖아! 답이!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충 보니까 4장 클리어 하는 것도 얼마 안 걸릴 것 같은데.]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너무 무섭네요.”

       

       지금까지 아라 씨가 보여주신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코스 요리를 짜는데 반나절 쯤 걸리실 테고, 그리고 나면 클리어하는 데까진 채 한 시간도 안 걸리지 않으실까.

       

       아니지. 어쩌면 코스 요리를 짜는 데에 그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아라 씨는 공략을 보지 않고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으니 계속 맨땅에서 트라이를 반복하며 답을 찾아 나가실 터.

       

       그러니 아직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렇게 짧지 않을 거야.

       

       문제는 내가 그 안에 5장을 클리어 할 수 있냐 없냐지.

       

       “여러분들. 화령 씨께서 벌칙으로 뭐 고를 예정이라는 이야기 같은 거 없었나요?”

       

       어중간한 거라면 차라리 벌칙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엔리가 약한 소리를 내뱉었더니 시청자들이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 장난감 공장 새 파트 나왔지?

       – 캬. 이번엔 찐으로 엔리 혼자 공겜 가는 거야?

       – 아쉽다. 화령의 암살식당도 재밌었을 텐데. 이젠 화령이 요리를 너무 잘해.

       – 옛날 기준이면 그건 진짜 암살이잖아 ㅋㅋㅋ

       – 너 나랑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지 않을래?

       – 화령한테 무공 수련 받아서 화룡 무인 보스 하나 켠왕하는 것도 재밌을 텐데.

       – 오랜만에 우주 구경 한 번 하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생겨나네요.”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여러 벌칙 게임의 향연을 본 엔리는 포기하는 순간 끔찍한 미래가 찾아올 것임을 깨닫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재도전을 눌렀다.

       

       그리고 주변에 새롭게 구성된 풍경은 태엽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풍경이었다.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모를 회색의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과 그 속에 가려진 태양. 회

       

       색의 하늘에 별 대신 자리하고 있는 몇 개의 비행선들.

       

       벽돌로 된 도로를 매연과 함께 내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

       

       서양의 정장을 걸치고서 걸어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그 모습 하나하나를 가만 살펴보던 엔리는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무어라 묘사하는 지 떠올렸다.

       

       “스팀펑크.”

       

       – 진짜 배경 하나는 잘 뽑는다니까.

       – 너무 맛있다.

       – 이것도 차기작으로 나올 게임 중 하나인가.

       – 겜 좀 빨리 만들어 줬으면.

       

       증기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미래 세계의 모습에 압도된 엔리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눈을 번쩍 떴다.

       

       “여러분! 여러분! 여기 어딘가랑 많이 닮지 않았어요?!”

       

       – ???

       – 갑자기 무슨 소리야?

       – 스팀 펑크면 보통 그 나라 배경 아닌가?

       – 영국 말하는 거 맞지?

       

       “네! 맞아요! 영국이잖아요! 영국!”

       

       좋은 추억보다는 안 좋은 추억이 더 많은 엔리의 고국.

       

       1년에 한 번씩은 돌아가지만 그 때마다 엔리의 입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장소.

       

       영국.

       

       평소 고향과 비슷한 분위기의 풍경을 마주할 때면 미간을 찌푸리곤 하는 엔리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최소한 자신이 아는 것과 비슷한 장소라도 나오길 바라던 엔리에게 스팀펑크의 풍경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요! 여기가 제가 아는 영국과 비슷한 곳이라면 분명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거에요! 그도 그럴 게 영국에 존재하는 요리는 하나 같이 쓰레기 같으니까요!”

       

       – 아닠ㅋㅋㅋ 자기 나라 비하하면 어떡해.

       – 영국인이 영국요리밈을 쓰면 밈이 아니게 되잖아.

       – 오크들 한 가운데나 밀림 한 가운데 떨어지는 것보다야 낫긴 한데.

       – 엔리엔리야. 그게 무슨 소리니.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쉬울 거 같다고 대충하다가 망하는 그림인데.]

       

       “당연히 농담이죠. 제가 영국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무작정 밈을 믿겠어요?”

       

       영국 요리가 괴악하다는 것이 모두 다 거짓말인 건 아니지만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니. 그 이야기의 진상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영국 요리는 말이에요. 중간이 비어 있어요. 샌드위치처럼 간단히 떼울 수 있는 요리는 꽤 괜찮은 편이고. 또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나오는 요리도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지만 그 가운데가 부족하죠.”

       

       영국 요리가 괴식이라는 평가를 얻은 데에는 이런 이유가 컸다.

       

       다른 나라에서 영국으로 여행을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상위나 최하위의 요리보다는 이 가운데의 요리를 찾기 마련인데.

       

       이 평균값의 요리가 부족하니 여행객들의 입장에서는 영국 요리가 괴식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에 괜히 카레 같은 요리점이 유행한 게 아니에요. 그 음식점들이 이 부족한 가운데를 채워주거든요.”

       

       만일 이 스팀펑크의 세계가 엔리가 생각한 것처럼 영국과 비슷한 곳이라면.

       

       가운데 부분이 텅 비어 있는 장소라면.

       

       지금 이 장소는 여태까지 엔리가 발을 디뎠던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세계였다.

       

       – 생각한 것보다 겁나 디테일해서 놀랐다.

       – 진짜 각이야?

       

       – 킹기다킹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침착해! 이번 기회 놓치면 끝장이야! 주변 확인부터 하자!]

       

       “…그쵸. 이제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거니까요.”

       

       엔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하다가 스모그를 들이 마쉬고는 몇 번이나 헛기침을 내뱉었다.

       

       분명 이 세계가 좋은 기회가 될만한 장소란 건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살기 좋은 장소는 아닌 듯 했다.

       

       *

       

       “대체 무엇이 그리도 재밌어서 본인의 식사마저도 잊어버린 것이냐.”

       

       자신이 얼마나 배고팠는지 아냐고 투덜거리는 바루에게 맛난 음식을 시켜 준 나는 그녀에게 내가 슬로우쿡에서 해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본인이 서양의 음식과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졌노라고 말이다. 허나 나의 이야기를 듣는 바루의 얼굴에는 자그마한 신용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대가? 요리를? 하하. 차라리 하늘에서 태양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적이겠구나.”

       

       바루의 빈정거림을 들은 순간 본인이 요리 실력이 늘어나는 것과 하늘에서 태양이 떨어지는 것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눈을 반짝거리면서 짜장면을 후루룩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실로 아쉽구나! 바루가 조금만 덜 귀여웠더라면 이 녀석에게도 백호처럼 예의를 알려주었을 터인데!

       

       그렇게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서 다시 VR의 세계로 돌아온 나는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내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 화하!

       – 금방 왔네?

       – 자러가는 거 아녔음?

       – 안 피곤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앞서 말했듯 본인은 며칠 밤을 새도 괜찮은 인간이니.”

       

       – -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젊음이 부럽다. 나도 예전엔 며칠 밤을 샐 수 있었는데…]

       

       – 아재요.

       – 안 서죠?

       – 허리 망가졌죠?

       – 머리카락 없죠?

       – 왜 다들 공격만 하는 거임?!

       

       나이 타령을 하는 이를 본 순간 가소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그를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본인의 실제 나이를 알려준다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슬슬 시청자들이 다 모였다 생각이 든 나는 4장으로 넘어가겠냐는 문구를 보다 그 아래에 있는 ‘아니요.’를 눌렀다.

       

       – ???

       – 터치 잘못 한 거 아님?

       – 피곤하긴 한가보네.

       – 그냥 쉬다 와.

       

       “딱히 본인은 잘못 누른 것이 아니다만?”

       

       본인이 어떤 인간인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겠느냐.

       

       전혀 피곤하지 않긴 하다만 설령 피곤하더라도 손을 움직이는 데에 실수할 일은 없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머임? 3장 깼는데 또 하게?]

       

       “그래.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중식 이외에 다른 영역도 있다하지 않았나.”

       

       본인은 그 모든 영역을 섭렵한 후에 다음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 미친. 또 괴식 만드는 걸 구경하고 있어야 한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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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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