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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2

    <452 – 이런 시합은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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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

    -화요일 5교시 20시~23시

    -교수 : 피타고라스

    -마법학부, 교양

    ━━━

     

    길었던 하루를 끝마칠 겸 마지막 강의장에 들어왔는데 먼저 와있던 티토소가가 울상이었다.

     

    “강의는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벌써 3단계에 도달하기 직전이야?!”

    “으앙. 오크노디이. 마탑원로들의 수제자들이 시험상대로 왔대. 우리 시험 망했어!”

     

    가만 보니 티토소가뿐만 아니라 함께 강의를 듣던 2학년들도 줄초상 분위기였다.

     

    “왔냐, 후배.”

    “빅스톤 선배까지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물어보냐. 비겁하게 양학이나 하러 온 샌님들 때문에 개빡쳐서 그러지.”

    “시험상대가 뭐하다 온 사람이든 아카데미에서 직접 배우는 저희만큼 실전적이지는 않잖아요!”

    “우리 시험은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다. 오래 배울수록 더욱 정확하게, 신속하게, 부작용 없이 마법을 발동한다고. 마탑원로들의 수제자들은 최소 5년 이상은 배운 것들을 데려왔단 말이다.”

     

    배움의 시간으로만 따지자면 아카데미 재학기간만 1년에서 2년 사이인 수강생들과 5년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상대들!

     

    “밖에서 뭣 좀 배우다 들어온 마탑 출신들은 그나마 덜하겠지. 근데 이 강의는 마법 존나 못쓰는 놈들이 요행껏 마법 써보고 싶어서 들어본 교양강의 마법찍먹충들만 듣는 강의라고.”

     

    빅스톤 선배의 말이 맞았다.

    적색마탑의 로지니나 황색마탑의 샌드쿠커처럼 기존에 마법을 쓸 줄 아는 학생들은 굳이 지식판정에 의지해서 마나보드로 마법을 쓸 필요가 없다.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이들이 익힌 마법지식이라고 해봤자 마탑에서 전문적으로 배워온 원로들의 수제자보다 못한 것이 정상!

     

    “우는 소리는 거기까지다, 풋내기들아. 시험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잡소리가 나오면 바로 벌점을 매기겠다.”

     

    파타고라스 교수님의 엄격한 선언과 함께 교관들이 시험용 마나보드와 과녁을 배치했다.

     

    “킥킥. 허접들 쫀 것봐.”

    “낙승이네.”

    “스승님도 참, 이런 양학은 안 해도 된다니깐.”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며 원로회 수제자들이 노골적으로 비웃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 교수는 정색하고 원로들을 노려보았다.

    원로들은 한가로이 허허 웃으며 수염이나 쓰다듬거나 카페 나와서 애들은 방목하고 뛰어놀든 말든 여유를 만끽하는 게으른 양치기부모마냥 느긋했다.

     

    “마탑의 원로들의 명성도 뜬소문에 불과했군. 시험에 임하는 제자들 하나 똑바로 간수하지 못하다니.”

     

    화기애애했던 마탑측 분위기가 싸하게 얼어붙었다.

    원로회의 대표 격인 황색마탑의 최고원로가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감당할 수 있겠나? 시험 전에 우리를 도발해서 그대의 제자들이 겪게 될 뒷감당을.”

    “원로야말로 내 학생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감히 내 시험장에서 통제에 따르지 않는 수강생은 두 발로 걸어서 나갈 수 없을 터이니.”

     

    우왕. 우리 교수님 짱 멋지다.

    마탑원로고 나발이고 그냥 들이받으시네!

    근데 티토랑 빅스톤 선배의 표정은 왜 저렇게 어두워졌지?

    아항.

    저녁을 과식해서 체했나보다.

    으휴, 아무리 시험이 기대되어도 그렇지 정말 철이 없다니깐.

     

    “자, 이거 먹어. 소화가 잘되는 사탕이야!”

    “오크노디… 네 사탕은 먹으면 내장까지 소화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 마. 그건 검은색 사탕이고 이건 까만 점이 찍힌 흰 사탕이야!”

    “으. 그거라도 하나 줘봐라. 이대로는 도저히 떨려서 시험 못 보겠다.”

     

    빅스톤 선배가 사탕을 받아가자 티토소가의 눈이 격렬하게 떨렸다.

    티토도 참.

    밤에 단 거 먹으면 살찐다고 먹기 싫다고 해도 저렇게 먹고 싶으면 하나쯤은 괜찮은데 고집이 너무 세!

     

    “마탑의 명예에 도전하고도 곱게 물러날 생각은 아니겠지. 이 시험에서 우리 측 제자들이 더 많이 승리한다면 스승인 네가 대가로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그러지.”

    “?!”

     

    빅스톤 선배가 청심환 대신 사탕을 받아먹고 우물우물거리는 와중에 일이 더욱 커졌다.

     

    “반대로 우리가 이긴다면 너희 수제자들은 2학기 기말고사까지 시험상대로 아카데미에 남아라. 마탑원로의 수제자가 얼마나 하찮은 지위인지 너희 제자들이 깨닫게 해주지.”

    “이런 고얀 녀석을 봤나!”

    “허어. 젊은 것이 혈기가 과하군.”

    “일흔도 안 된 것이 노마법사들을 이리 천시하다니, 열불이 나는군.”

     

    원로들의 분노에 동의하듯 황색마탑의 최고원로는 로브자락을 거칠게 펄럭이며 외쳤다.

     

    “좋다! 판을 키우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지. 대신 무릎을 꿇는 정도로는 끝낼 수 없다. 교수직을 반납하고 6개월 간 휴식기를 가져라.”

    “기꺼이.”

     

    졸지에 교수님의 교수직이 걸린 굉장한 대결을 하게 된 학생들은 부담백배가 되었다.

     

    “대결종목은 간단하다. 수강생은 상대를 지목하고 강의시간에 배운 마법 중 하나를 골라라. 해당마법의 지식판정 대결을 동시에 시작해서 보다 우수한 결과를 낸 쪽이 승리한다.”

     

    시험이 시작했지만 수강생들은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다.

    마탑의 이름값 앞에서 위축된 탓이었다.

     

    “티토, 이런 건 먼저 나가야 이득이야.”

    “으으으. 무서워. 망신만 당하면 어떡해?”

    “거꾸로 생각해봐. 조금 늦게 해봤자 망신당할 실력이면 허접한 건 똑같지만 최초도전 보너스로 포인트라도 더 받을 수 있잖아!”

    “너무해!”

     

    울상을 지으면서도 티토소가는 결국 가장 먼저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티토소가라고 해요.”

     

    원로측 수제자들이 얼빠진 얼굴로 티토소가를 쳐다보다가 박장대소했다.

     

    “키 존나 작아.”

    “손에 끌고 나온 저건 뭐야. 조명대?”

    “밤에 날벌레 많이 꼬이겠다. 벌레술사인가?”

    “촌스러워.”

    “아카데미 수준도 알만하네.”

     

    사방에서 빗발치는 비웃음에 가뜩이나 작은 티토소가의 어깨가 움츠러들어 더욱 왜소해졌다.

     

    “저런 나쁜 녀석들.”

    “티토소가를 욕하지 마!”

    “지들은 얼마나 잘났다고 저러는 거야?”

     

    티토소가는 울기 직전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학생 한 명을 가리켰다.

     

    “네 친구 괜찮겠냐?”

    “괜찮아요.”

    “뭘 보고?”

    “방금 제일 크게 비웃었던 놈을 가리켰잖아요.”

    “응?”

     

    빅스톤 선배의 눈에 호기심이 일었다.

     

    “진짜네?”

    “티토도 열 받았다는 증거죠. 화난 티토소가는 무섭다고요?”

     

    티토소가는 울먹거리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 대결주제는 <라이트>로 할게요.”

    “아닛, 저 녀석의 라이트는?!”

    “쉿!”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검지를 들어 입을 가리자 빅스톤 선배도 웃음을 참으며 입을 다물었다.

     

    “푸하하하. 저 녀석들 봐봐.”

    “차마 눈 뜨고 볼 수도 없어서 눈을 가리는 건가?”

    “동료들한테도 불신 받을 실력이라니 가관이네.”

    “시스. 너무 괴롭히지 말고 끝내. 우리 차례가 되기도 전에 다 기권하면 재미없잖아.”

    “그건 안 되겠는데. 허접새끼가 날 찍었다는 건 내가 만만해보였다는 거잖아. 벌레술사를 벌레술사라고 부른 게 어땠다고 감히 날 지목해? 박살을 내주겠어.”

     

    아주 매를 버네!

    손을 들어 눈을 가린 우리들이지만 티토소가의 패배를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다.

    반대로 티토소가가 다른 마법은 몰라도 라이트, 빛의 기초마법에 한해서는 얼마나 지식이 뛰어난지를 알고 있기에 자기보호를 하려고 그러는 거다.

    생각해보라.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는 아는 만큼 잘 쓴다.

    티토소가는 빛을 내뿜는 조명대를 병실환자가 링거대 가지고 다니듯이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닌다.

    환자도 심심하면 눈에 띄는 링거대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링거가 어떤 성분을 지니는지 알게 되는 마당에 티토소가라고 빛 마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과녁대 설정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빛을 이용한 마법의 위력을 측정합니다. 마나보드에 손을 올리십시오. 카운트다운 제로에 시작합니다. 3, 2, 1, 0!”

     

    티토소가와 시스가 동시에 마나보드에 손을 올렸다.

    라이트는 기초 중의 기초마법.

    시전에 필요한 지식은 그리 많지도 않다.

    이런 기초마법은 누가 먼저 발동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누구나 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누가 더 세게 발동하는가.

    어느 쪽의 마나보드에서 나온 빛이 상대의 마나보드에서 나온 빛을 잡아먹는가로 겨뤄진다.

     

    번쩍!

     

    시스의 마나보드는 상당히 강한 빛을 발산했다.

    던전의 깊은 어둠도 꿰뚫어볼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뻗어나가는 빛이었다.

     

    “덤빌 수 있으면 덤벼봐라. 망신만 당하겠지만.”

    “이야아아압!”

     

    티토소가가 기합을 내질렀다.

    그리고 은은하게 손바닥 너머로 비치던 노란색의 빛이 사라졌음을 눈치 챘다.

    티토소가가 조명대의 전원을 끄고 손을 놓았다.

    마나흡수의 영향 없이 맨몸으로 마나보드에 손을 올린 것이다.

    평상시에도 마나억제기로 작동하던 조명대에서 완전히 떨어졌으니 그 막대한 마나가 모두 마나보드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즈파아아앗!!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가렸는데도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시험장을 가득 메웠다.

     

    “아아악! 내 누우우운!”

    “제발 저거 좀 꺼줘어어어!”

    “눈끼야아아악!”

     

    티토소가의 마법시연이 끝나고 모두가 조심스레 눈을 가린 손을 떼었을 때에는 원로회 수제자들이 눈을 가리고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특히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티토소가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도발하던 시스는 눈에서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봐요. 막상 별거 아니죠?”

    “저건 티토소가니까 가능한 거잖아!”

    “맞아. 재능충이랑 우릴 비교하지 말라고!”

     

    어째서인지 화를 내는 2학년들을 보며 나는 당황했다. 티토소가의 빛 마법이 특별하기야 하지만 그렇게 강한 편이었나?

     

    “잘했다. 승자는 티토소가. 아카데미 측 1승.”

     

    교관님이 승리선언을 하며 깃발을 들었다.

     

    “교관님. 거긴 황색마탑 원로회 방향인데요.”

     

    눈부심을 참지 못해 두 눈을 꾹 감은 교관님이 멋쩍어하며 반대쪽 손에 든 깃발을 들었다.

    …티토소가는 좀 강한 편인가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티토는 시력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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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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