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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3

       제법 오랜 시간에 걸쳐 중원으로 돌아온 백우진과 일행들.

         

       “와아…, 여기가 중원이군요.”

       “북해와는 달리 따뜻하지?”

       “네! 밖에서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다니…, 정말 좋네요.”

       “후후…, 중원에 처음 입성한 우리 막내에게 보여줄 게 많겠는걸?”

       “언니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전!”

         

       여독을 풀기가 무섭게 밖으로 쏘다니기 시작한 여인들.

         

       명목상으론 분명 중원이 처음인 용설란에게 구경을 시켜주기 위함이라는데, 글쎄.

         

       “어째 자기들이 더 신나 보이는데.”

         

       구경을 시켜주겠단 사람들이 더 신나 보이는 것은 왜일까.

         

       “뭐, 나야 좋은 일이지.”

         

       어느 쪽이든 백우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영웅은 삼처사첩이라고 하였다.

         

       하나 삼처사첩을 들인 모든 영웅이 행복했을까?

         

       그럴 리가.

         

       “여자들의 암투가 제일 무서운 법이지.”

         

       사내는 하나인데 여자는 많다.

         

       한 사람을 조각내어 찢어 가질 수 없으니 그의 눈길을 조금 더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한 여인들의 치열함을 어찌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암투에 이르게 된다.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고, 미워하며 그들 사이는 멀어지고 중간에 놓인 남자는 그로 인한 피로에 얼마나 시달릴까.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나는 천국에 있는 거나 다름없지, 암.’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그들의 사이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툼도 없고, 오히려 자신이 없어도 자기끼리 잘 뭉쳐서 돌아다니기까지 한다.

         

       그 모습이 가끔 서운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싸우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나도 내 할 일이나 해야지.”

         

       오랜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낸 백우진이 향한 곳은 한 객잔이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하오문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쟤네는 왜 저기 있대.”

         

       구석 자리에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구왕수와 장삼.

         

       “이보게, 삼이.”

       “왜 부르는가.”

       “우리는 잠시 꿈을 꾼 것이 아닐까? 북해빙궁에서 있었던 일들이 사실은 전부 꿈이었던 것 아니냔 말일세.”

       “…꿈이길 바라는 겐가? 아니면 현실 부정이 하고 싶은 겐가.”

       “둘 다일세, 흑흑!”

         

       왜 그렇게 울적한 표정을 짓고 있나 했더니, 아직도 북해빙궁에서 떠나온 게 아쉬운 모양.

         

       뭐…, 충분히 그럴 만하다.

         

       북해에서 그들이 누린 적잖은 인기를 생각하면 말이다.

         

       “어휴.”

         

       물론 그래도 그들은 한심해 보인다.

         

       저렇게 후회할 거면 차라리 그중 한 여인이라도 붙잡고 청혼이라도 하지.

         

       그랬으면 나중에 중원으로 데려와 살림을 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이래서 사람이 추진력이 중요한 거야, 추진력이.”

         

       아마 자신이었으면 그중 하나가 아니라 셋에서 넷 정도는 데리고 오지 않았을까.

         

       실제로 둘과 밤을 함께 지새우기도 했고 말이다.

         

       “흠흠.”

         

       문득 떠오른 그날에 잠시 얼굴을 식히는 백우진.

         

       그러고선 미련 없이 두 사람에게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렸다.

         

       “알아서 하겠지.”

         

       한심해 보여도 경지에 오른 무인들이다.

         

       몇 날 며칠 슬퍼하기야 하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금세 정신을 수습할 터.

         

       백우진은 곧장 객잔 이 층 끄트머리에 놓인 객실의 문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렸다.

         

       똑 똑똑 똑 똑똑똑

         

       이는 하나의 암호였다.

         

       하오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접선 암호.

         

       문을 두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이 저절로 열린다.

         

       “어서 오십시오, 대협.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와 그를 맞이한 이는 다름 아닌 하오문주.

         

       “안으로 드시지요.”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북해에서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다행히 수행신주를 확보하여 돌아올 수 있었지.”

       “그렇다면 이제 토행신주 하나만 남은 것입니까.”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린 백우진이 뒤를 이어 물었다.

         

       “내가 부탁한 정보는 어찌 되었소.”

         

       북해를 떠나와, 하오문과 접선한 백우진은 곧장 문주에게 서찰을 남겼다.

         

       “서장 포달랍궁에 대한 정보 말씀이시군요.”

         

       뒤를 이어 떠날 목적지, 서장과 그곳을 주름잡는 포달랍궁에 대한 정보를 모아달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돠 대충이라고 알고 가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기에.

         

       “서장과 포달랍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긴 했습니다만.”

         

       그의 물음에 답하던 하오문주의 얼굴이 조금 어둡게 변했다.

         

       “애석하게도 쓸모는 없어진 듯합니다.”

       “쓸모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의아한 그의 물음에 하오문주가 답했다.

         

       “대협께서 서장에 가실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서장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습니다, 대협.”

         

       하오문주가 한층 더 심각해진 표정을 지은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전했다.

         

       “포달랍궁이 멸문했습니다.”

       “……!”

         

       이어지는 충격적인 말에 백우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포달랍궁이 어떤 곳인가.

         

       북해빙궁과 더불어 수백 년간 명맥을 이어온 새외 지역 최고의 문파 중 하나다.

         

       그 힘은 구파일방과 비교해도 전혀 속색이 없을 만큼 강대하다고 들었건만.

         

       “그 포달랍궁이 멸문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대협.”

         

       백우진은 그가 던진 말들을 조합해 보았다.

         

       포달랍궁이 멸문했고, 자신은 그곳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포달랍궁의 멸문은 분명 충격적인 일이나, 엄밀히 말해 그것은 백우진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토행신주.

         

       서장의 대고원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구슬을 얻기 위함이기에.

         

       하오문주 또한 이를 모르지 않을 터.

         

       그런데도 서장에 갈 이유가 없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토행신주가 이미 마교의 손에 넘어갔다고 보시오?”

         

       한발 앞서 서장으로 떠난 마교가 토행신주를 손에 넣었다는 것.

         

       그의 물음에 하오문주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십중팔구는 그렇습니다.”

       “근거는 무엇이오.”

       “가장 먼저 포달랍궁을 멸문시킨 존재가 마교로 추측되기 때문입니다.”

         

       하오문주가 직접 모은 정보에 의하면 발단은 소수의 침입자에 의해서였다.

         

       포달랍궁에서 지정한 성역 또는 금지에 제멋대로 발을 들이는 수상한 이들의 등장에 그들은 곧장 무인을 파견했고, 그들은 전부 불귀의 객이 되어 돌아오지 못했다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포달랍궁은 그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적잖은 전력을 투입했으나, 그들 또한 전부 죽어버렸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파견한 무인들을 이끄는 수장이 포달랍궁 궁주의 장남이었습니다.”

         

       죽은 이들을 이끌던 수장이 궁주의 장남이자, 소궁주였던 것.

         

       자식을 잃은 아비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버린 침입자를 천 갈래, 만 갈래로 도륙하기 위해 그는 직접 출정했고, 마침내 궁주와 그들의 뒤를 따르는 부하들 모두 죽고 말았다.

         

       궁주를 비롯한 주요 전력을 모두 잃어버린 포달랍궁은 호시탐탐 그들의 자리를 노리던 문파들에게 습격당했고, 수백 년을 이어온 그들의 역사는 그리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이를 모두 들은 백우진이 물었다.

         

       “한데 포달랍궁이 멸문했다고 하여 꼭 토행신주가 마교의 손에 넘어갔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니오? 아직 못 찾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듯한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나, 제가 그리 확신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무엇이오?”

       “대협께서 말씀하셨지요. 서장에 있는 대고원 어딘가에 토행신주가 있을 것이라고요.”

       “그랬소.”

       “그 서장에 놓인 대고원 곳곳에 누군가 멋대로 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머나먼 땅의 고원에 닿은 하오문도들이 본 것은 곳곳에 파인 구덩이들이었다.

         

       자연적으로는 생길 수 없는,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흔적들.

         

       “그리고 그중 하나에는 무언가를 봉인해놓은 듯한 특이한 진법의 술식이 담긴 곳이 있었는데, 그 또한 누군가 이미 다녀간 듯 텅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토행신주가 있었고, 마교도들이 이미 털고 지나갔다…?”

       “그리 보는 게 아무래도 타당하겠지요.”

       “음….”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십중팔구 토행신주는 빼앗겼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오늘 그가 전해준 정보가 틀렸을 확률은 적다.

         

       이유인즉, 하오문주 또한 지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으니까.

         

       그러한 중요한 정보를 허투루 수집하지는 않았을 테지.

         

       ‘난감하네.’

         

       쓰게 웃는 백우진.

         

       설마 시작도 전에 토행신주를 빼앗기게 될 줄이야.

         

       ‘소수 정예는 이런 게 문제라니까.’

         

       인력이 널널한 마교는 북해와 서장, 그리고 초원에까지 동시에 일을 벌였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어떤가?

         

       초원의 일을 가까스로 해결하고, 그제야 북해로 넘어가지 않았나.

         

       다행히 두 장소에서 일을 잘 해결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세 곳에서 전부 허탕을 쳤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천만다행인가.’

         

       모르는 사이에 빼앗기는 두 개는 차치하고, 남은 세 개 중 두 개를 손에 넣었으니 아쉬워할 게 아니라 일이 잘 풀렸다고 좋아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본디 얻은 두 개보다 빼앗긴 한 개를 더 아쉬워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가슴에 저미는 이 찝찝함은 그런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가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렸을 즈음.

         

       이를 기다리고 있던 하오문주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대협, 이제 다음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천마,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핵심 기물로 지목된 오행신주는 모두 주인을 찾았다.

         

       세 개는 그녀의 손에, 두 개는 자신의 손에.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르겠네.’

         

       생각나지 않는다.

         

       애초에 무언가 이상한 낌새라도 느껴져야 거이에 얼굴이라도 들이밀 것 아닌가.

         

       하여 백우진은 다음 행동 지시를 요청하는 하오문주를 향해 이리 말했다.

         

       “당분간은 마교를 유심히 살펴주시오.”

       “알겠습니다.”

         

       조만간 그녀는 움직일 것이다.

         

       제 손에 있는 오행신주를 찾기 위해서든, 아니면 그냥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든.

         

       백우진이 움직이는 것은 그 뒤가 될 터다.

         

       그러면 그때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수련과 휴식.’

         

       한계까지 몸을 몰아붙이고 또 한동안 소홀했던 여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위급한 상황에 무슨 여유냐, 누군가 그리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것도 모르고, 쯧쯧.’

         

       하루를 전부 수련에만 몰두한다고 답이 뚝딱 나오면 세상에 고수가 아닌 이가 어디 있을까.

         

       깨달음이란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것.

         

       그녀들과의 행복한 시간 자체로 그에게는 더없이 큰 마음의 위로요, 깨달음이니.

         

       “이만 일어나겠소. 혹 중요한 정보가 들어오면 내게 전해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러니 이제는 열심히 칼을 휘두르고, 웃으며 때를 기다릴 차례.

         

       아마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터다.

         

       당장 내일이라도 그녀가 십만대산을 훨훨 날아 중원에 도달할지도 모를 일이니.

         

       ‘하루든, 열흘이든 최선을 다할 뿐.’

         

       각오를 다진 백우진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파페포포 님!

    후원 감사합니다!! 매번 기념적인 날마다 이리 후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 완결까지 잘 달려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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