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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3

       

        

        

        

        

        

        

       <봄꽃의이펙트 님이 1,000원 후원해주셨습니다!>

       -아니싯팔 선생님 왜 혼자서만 저런 재미있는거하고 우리한테 말도 안해줌????????

        

       “…노 코멘트로.”

        

        

        

       -야!!!!!!!!!!!!!!!!

       -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왜우리만빼고재밌는거해?

       -아니 저런거 체험은 도대체 언제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비얌이 광고 시작한지 한달도 안 되지 않았나? 이게 이렇게나 빨리 나온다고????

       -코이츠 공식방송에 나올 거 알면서 무슨깡으로 중계방까지 킨wwwww

        

        

        

        한순간 이어진 적막.

        

        시청자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무엇보다도 보편적으로 표출 가능한 반응이었던 물음표를 마구잡이로 난사해댔고, 이어 정신이 조금 돌아왔을 때 공식방송에 나올 걸 알면서 인터뷰까지 한 양반이 아무 것도 모르는 척을 했단 사실을 깨닫고는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스트리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시청자들도 진지하게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해당 영역은 회사와 스트리머 간 밝혀져서는 안 되는 약조였고, 이를 악물고 그걸 캐내려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매니저봇에 걸려 순식간에 강제로 퇴장당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층 열기가 가시자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한 달, 아니. 그것보다도 적잖아 5일 가량은 더 짧았다 –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길이는 천차만별이었지만, 적어도 전 세계의 유저 전부를 모았을 때 평균 150만 명에서 플러스마이너스 20만을 오가는 게임에 새로 출시할 클래스를 만드는 것을 기준으로 한 달은….

        

        지나치게 짧다 못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설령 사방팔방에 외주를 준다고 하더라도 모든 데이터 파일을 종합한 뒤 그것을 이리저리 최적화시키는 작업만도 한 달이 걸릴 것이었다. 과거에 비해 작업 편의성이 몇 배나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게임이 막 서비스되었을 즈음 클래스의 수는 32개였고, 그로부터 4년 가량이 지났으니 글로리 앤 아너의 클래스 수는 정확히 50개 – 1년에 4개씩, 한 분기에 하나씩 클래스를 출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빨랐다.

        

        물론 스트리머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한 지 오래였다.

        

        

        채팅창을 가득히 메우는 물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는 오늘을 기점으로 엠바고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 하나씩 답해드리기 전에 전직 게임 개발자로서 말씀드리자면, 하나의 클래스를 글로리 앤 아너에 새로이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클래스의 컨셉트를 정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그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게임의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난상토론이 발생하며, 그 과정에서 전부 OK를 받게 된다면, 그 이후 공격 방식과 HP의 총량, 피해 면적, 방어구의 종류, 신장을 비롯한 수많은 데이터가 결정되고, 구겨넣어진다.

        

        두 번째로, 짜인 설정을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구축하고, 게임의 물리엔진과 호환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경우 수정 작업을 해야 하며, 그것까지 완료된 후엔 디테일을 살리고 현실성을 집어넣기 위해 실제 스턴트맨과 무술인 등을 섭외하여 다양한 모션 캡쳐 데이터를 수집한다.

        

        당연하겠지만 첫 번째 과정에서 짜낸 컨셉트에서 비롯된 시뮬레이터-모션을 가지고 현실성이 없느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동작이라느니-와 같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난항을 조율하는 것 또한 필요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을 때, 소위 QA 직원 분들과 법적 조율이 끝난 일반 참여자들이 해당 클래스를 실제로 운용해보고, 물리엔진 충돌이나 버그, 개선점 혹은 단점, 미흡한 점들을 찾아서 전달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기존의 시네마틱 영상은 대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세 번째 단계까지 와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세부 내용들이 정리됐을 때, 시청자들은 유진의 존재로 인해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수많은 과정이 일거에 생략되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 그것이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불가능에 준할 정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힐끔. 아마 다른 방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리라 짐작한 그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얼추 풀렸음을 직감하고는 이들이 가장 의문을 품은 부분을 속 시원히 털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튼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적으로 그렇고…아마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따로 있겠죠. 해당 클래스가 재미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가장 듣고 싶어할 테니까요.”

        

        

        

       -당근빳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대로만 나오면 암살충 사방팔방에 판칠 거 같은데 ㅅㅂ

       -소신발언)최소 플래티넘 이상만 구매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난이도 ‘최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난이도 최상은 이번이 처음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대로였다.

        

        난이도 최상. 단순하게 상중하로, 유저들이 따로 조금 더 세분화하여 하, 중하, 중, 중상, 상으로 나누어져있던 난이도였으나, 불과 십수 분 전 공식 방송은…그 무엇보다도 당당하게 난이도 ‘최상’을 들고 나왔고, 그 두 글자로 이루어진 한 단어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때려박혔다.

        

        당연하겠지만 수백만의 시청자들 중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나는 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100명이나 있을까. 확실한 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거의 대부분이 ‘나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 판단을 마친 스트리머는 호흡을 가다듬었고, 코웃음이 나오려는 걸 강제로 참아가며 덧붙였다.

        

        

        

       “일단 저기서도 말했지만…당연히 재밌습니다.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영상에도 나왔겠지만, 암살자는 초근접 클래스라는 특성 때문에 패시브로 동체시력에 15% 가량의 보너스를 받아서 생각보다 무지막지하게 힘들지는 않지만, 한 번 눈 앞에 검이 스쳐지나가면…모골이 송연해질걸요.”

        

        

        

       -오우쉣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게임하는놈들은 그 소름돋는 감각 느끼려고 게임한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다 스릴변태밖에 없는데 그게 더 무서워진다? 오히려좋아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도대체 어떻길래 다들 재미 하나는 끝내준다고 극찬을 하는거임?????

        

        

        

        그러게나 말이다.

        

        그 자신도 그 이외의 다른 어떤 말로 이걸 설명해야만 하나 끝없이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그게 이번 클래스를 설명하기에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적합한 단어일 확률이 높았다.

        

        채팅창에서 말했듯이, 사실상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죄다 스릴 변태들이었다. 저어기 옆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초근접 전투의 스릴을 더욱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판단을 한 번이라도 실수했다간 대차게 얻어맞는 초근접 클래스의 출시는…어우.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만이 장점의 끝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두 번째 요소인 암살 시스템 역시도 말씀드려야겠지요. 물론 이 또한 정말…참신합니다. 여러분들이 또 모션에 죽고 못 살지 않습니까. 그 점에서 보았을 때, 암살 시스템이 발동했을 때 모든 모션이 완전히 새롭게 변하는 점은 충분히 맘에 들 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번에는 최소한 모션과 성능은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발동하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며, 시야가 좁아지고, 심장 박동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세상의 색깔 역시도 조금씩 흐릿한 회색으로 물든다 – 그러나 그 사이, 찔러야만 하는 부분만이 엷게 발광한다.

        

        적의 공격을 막거나 회피한 후 안으로 파고들었을 때 글로리 앤 아너의 판정 시스템은 해당 공격의 방어 가능 여부를 판정하고, 암살자의 적이 그것을 방어하지 못한다고 판정하였을 때 모든 공격을 치명타, 혹은 즉사기로 판정한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공격의 형태와 신체의 위치, 적 클래스, HP, 상태이상…그 모든 것들이 판정되는 순간 암살자는 그에 맞는 치명적인 일격 또는 즉사기를 사용하고, 이 모션은 최소 수십 개에 달합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아주 좋아할만한 소식이 아닐까….”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 엠바고 풀렸다고 막나가네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언제출시하는데!!!!!문열어!!!!!!!!!!!!!!지갑열었다고!!!!!!!!!!!!!!

       -님은안대요 ㅋㅋㅋㅋㅋ

       -이거 출시하기 전에 빨리 랭크 주차 안시키면 좃대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이르기 위해 적잖아 한참의 시간 동안 두들겨 맞았긴 했지만….

        

        당연하겠지만 그건 그가 신경쓸 부분이 아니었다. 말해주지 않았긴 했지만 그 전부터 몇 번이고 암살자 클래스의 난이도가 최상이라고 말해줬으니, 남은 건 그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둘 뿐.

        

        딱히 거짓말도 안 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열광으로 물든 채팅창을 바라보며 느슨하게 웃었다.

        

        

        

       “공식 발매일은 앞으로 2주 후니, 그 전까지 부디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됐다.

        

        그걸로 그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이었다.

        

        

        

       ‘…중요한 걸 안 알려주긴 했지만, 원래 클래스 적응은 노가다잖아?’

        

        

        

        결과물은 까봐야 아는 것이었지만, 일단 그는…적어도 암살자가 출시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랭크 게임을 플레이하여, 최대한 높은 티어에 주차하기로 결심했다.

        

        글로리 앤 아너가 혼돈으로 물들기까지 2주 전의 일이었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그런지 슬슬 단검에도 대응하는 친구들이 많네요.”

        

        

        

       -대?응이요??

       -소신발언)대응이 아니라 마지막 발악이다

       -선생님 그렇게 상대 올려쳐준다고 해서 딱히 저쪽의 실력이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근데 챌린저 찍으니까 적팀 중 한두명은 미리 읽고 반응하긴 하더라 ㅋㅋㅋ

       -메모…챌린저 중 일부는 유진 공격에도 대응한다….

        

        

        

        날씨는 맑았고, 시체는 많았다.

        

        어깨에 붙어있는 녹색 패치가 어느덧 상당히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대략적으로 한 2주 가량 되었으려나. 당연하겠지만 챌린저 패치였다. 앞으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긴 했다. 사실 다크 존에서도 딱히 랭커의 반열에 든 적은 없었기도 하고.

        

        요컨대 대회가 아닌 랭크 게임 이야기였다 – 당시 대회 랭크의 참여 조건은 기본적으로 TIER 2부터였고, 대회 랭크는 일반 랭크와 MMR 선정이 별개로 돌아갔기에 나 역시도 당시 적당히 주차만 해놓고는 옆으로 건너갔으니.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아무튼 공식적으로 천상계의 끄트머리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란 소리.

        

        그 결과가 바로 방금 나지막하게 내뱉은 말이었다.

        

        

        

       ───카앙!

        

        

        

       “오.”

        

       “큭…!”

        

        

        

        부드러운 살을 뚫고 안으로 파고들어야만 했던 검이 중간에서 끊긴다.

        

        궤도를 예측하고 공격을 캔슬하며 내 단검이 향하는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방어해낸 것이었다. 건틀릿 안쪽의 손이 꽤나 찡했다. 반응속도로 막았다고 하기에는 반응이 여유로운 것을 보아 읽힌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에 분노하기보단 흥미롭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상 내가 이러한 방향성을 의도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게 싫었더라면 ‘단검두자루쓰는이하생략’방을 만들지조차 않았겠지. 허락은 더더욱 안해줬을 거고.

        

        해당 방의 운영자로서 존재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상 신경을 꺼놓은 지 오래였기에 안에서 어떤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제법 유효한 듯싶었다.

        

        

        그렇다면 조금 변칙을 섞어볼까.

        

        

        

       “이건 어떻게 반응하실 건지.”

        

       “…!”

        

        

        

        자세를 달리 하고, 몸을 낮춘다.

        

        본격적으로 트리키한 움직임을 추가했다. 수비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인 형태로 전환함에 따라 적은 상당히 당황할 것이었고, 이는 공격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빈틈을 찾으려는 내 행보에 따라 더더욱 심화되었다.

        

        그렇게 세네 번 가량 파고드는 척을 하며 자세가 무너지는 틈을 노린다 – 그리고 그 순간, 왼손에 들고 있던 칼을 던진다. 목표는 얼굴. 당연하겠지만 이걸로 심대한 HP 손실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맞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다.

        

        전조 동작은 없었지만 적 역시도 반응속도가 상당했기 때문에 단검을 가까스로 막아냈-으나, 한순간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발차기가 복부를 가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컥…!”

        

        

        

        왼손의 검은 대략 7m 떨어진 뒤쪽에 안착. 회수하긴 무리였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조차 없이 연속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적은 카타나를 두 자루 사용했기 때문에 한 번 승기를 잡았을 때 그대로 몰아쳐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 라고는 해도 내심 나에 대한 분석이 얼마나 이루어졌나 싶어 대응법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적은…상당히 우악스러운 방법으로 내 공격을 봉쇄했다.

        

        일부러 팔에 빈틈을 내준 다음 도리어 내 팔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었다.

        

        

        

       ───푸욱!

        

        

        

       “…예상 외네요.”

        

       “후우…!”

        

        

        

        챙강.

        

        적이 왼손에 들고 있던 카타나를 떨어뜨렸다. 팔뚝에는 길다란 단검이 박혀있었다. 사실 내가 미처 빼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상황의 전말은 이러했다. 나는 역수로 쥔 단검을 적 사무라이의 왼쪽 팔에 박았고, 그것을 내리그어 한쪽 팔을 완전히 쓰지 못하도록 만들려고 했으나, 적이 오른손에 든 카타나를 휘두르는 것이 한 박자 더 빨랐던 것이었다. 아마 단검을 억지로 회수하려 했으면 내 오른손이 날아갔겠지.

        

        그리하여 나는 멀쩡했으나 무기가 없었고, 적은 왼손을 내주었다. 카타나를 역수로 잡은 적이 왼손에 박힌 검을 빼어 저 멀리 뒤쪽으로 던져버림으로서 일종의 확인사살까지 끝냈다.

        

        내가 무기가 없다는 사실은 마치 바람에 실린 소문마냥 빨랐는지, 어느덧 추가적으로 두 명이 근방으로 다가와 흉흉한 무기를 들고 나를 둘러쌌다.

        

        

        

       “생각보다 머리를 꽤 잘 썼군요.”

        

       “나름 궁리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잠시 눈알을 데구르르 굴린 다음, 무어라 말해야만 할지를 고뇌했다.

        

        발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 친구들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했으니…이제부터는 그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치뤄야만 하리라.

        

        일종의 짧은 치마처럼 살짝 늘어뜨린 천 안쪽에 손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쌍-단검술을 표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자루의 검을 몽땅 빼앗겼을 때의 방도조차 궁리하지 않는다는 건…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요. 그렇지 않나요?”

        

       “…네?”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어???????????????어?????????????????

       -시발택티컬토마호크떴다wwwwwwwwww

       -?? : 미안해요 다이스…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이스한테 왜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좃 됐 다 ! ! ! ! ! ! !

       -뭐??? 단검을 뺏겼어? 응 어쩔도끼~

        

        

        

        스윽.

        

        그런 무미건조한 소리와 함께 숨겨진 공간 안에서 검은 토마호크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실로 익숙한 그립감. 손잡이에 새겨진 EUGENE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단검 두 자루를 사용할 때와는 달리, 앞으로는 시체의 상태가 좀 더 지저분해질 것이었다.

        

        

        

       “…아, 아니. 선생님. 심화교육을 수강한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갑니다.”

        

        

        

        단검과는 전혀 다른 둔탁하고 우악스러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듯, 단검이 없으면 도끼를 쓰면 그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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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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