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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3

       *** ***

         

       무림맹주 연천백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혈교가 등장한 이래 무림맹과 혈교의 싸움은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영물을 사냥할 수 있는 진법대를 재건하는 무림맹 문파들과 그런 무림맹 문파에게 타격을 가해 진법대를 와해시키려는 싸움이 천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던 본거지 급습도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으니.

         

       연천백은 기존의 혈교 대응에 더해, 이번 실패에 대한 후속 조치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에 처했다.

         

       “후우.”

         

       각지에서 날아드는 문제를 해결하던 연천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앞에서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또 새로운 고민거리가 추가되겠군.

         

       “보고드립니다.”

         

       “말하게나.”

         

       “뇌검낭인이 맹을 떠났습니다.”

         

       서신을 작성하던 연천백의 팔이 멈추었다.

         

       “특이사항은 없는가?”

         

       “모용연화가 호천안 일행에 합류했다 합니다.”

         

       “흐으음…그들이 어디를 향해 떠났는지는 아는 바가 있는가?”

         

       “송구합니다. 목적지에 대한 정보는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알아볼까요?”

         

       “아니, 되었네.”

         

       연천백은 잠시 붓을 내려놓고는 생각에 잠겼다. 모용연화가 호천안 일행에 합류했다라.

         

       “허허허.”

         

       연천백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현 호천안의 상황은 빈말로도 좋지 않았다. 말이 단독 행동이지 구도만 따지면 무림맹에서 의심을 받고 퇴출당하는 셈이었으니까.

         

       아무리 모용세가에 은혜를 입혀 두었다 할지라도 모용세가의 직계, 그것도 이름난 후기지수를 일행으로 삼다니 참으로 재주가 용하다 싶었다.

         

       ‘그 용한 재주에 걸어 봐야 하는 것일까.’

         

       연천백은 산동으로 출전하기 전, 독대를 청했던 호천안을 떠올렸다.

         

       [혹시나 이번 작전이 잘못되어 제가 맹으로 귀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하여 맹주님께만 제 행선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망설임과 혼란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던 호천안.

         

       그때는 그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부담감에 짓눌렸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사건이 벌어진 지금은 그 말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호천안이 남긴 전언은 혈존의 함정에 걸려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을 때를 대비한 안배였다.

         

       [일이 틀어져 맹으로 귀환할 수 없게 된다면, 저는 천마신교로 향할 것입니다.]

         

       천마신교.

         

       천마를 지상최강의 무인이라 여기며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하고 공경하는 신앙집단.

         

       신을 모시는데 신앙의 증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천마신교의 구성원은 신앙의 주체인 천마를 수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천마가 정녕 지상최강의 무인이라면 다른 무인들로부터 천마를 지킨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것으로부터 천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명의 무인으로는 대적할 수 없는 존재.

         

       바로 영물이었다.

         

       ‘천마가 영물을 상대로는 힘을 쓸 수 없기에, 천마신교의 진법이 발달했다는 설도 있지만…’

         

       연천백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버렸다.

         

       신앙의 증명을 위한 수단으로 진법대를 꾸린 것이든, 영물을 상대할 수 없는 천마를 지키고자 진법대를 꾸린 것이든 무슨 상관일까.

         

       중요한 것은 천마신교의 진법대들이 혈교를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과 그런 천마신교를 움직이기 위해 호천안이 신강으로 향한다는 사실이었다.

         

       천마신교는 어째서 마교라 불리우며 두려움의 대명사가 되었는가.

         

       천마신교의 행보가 도무지 무림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독단적이고 그 생태가 이질적이기 때문이었다.

         

       중원과 교류하지 않는 마교에서 흘러나오는 무인들이라고는 마공을 익히다 미쳐버린 마인들 뿐.

         

       그런 마인을 수습하는 마교의 무인들조차 강자존을 외칠 뿐 도무지 무림과 화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인식을 얻었다.

         

       그런 마교를 어떻게 해야 움직일 수 있을까. 연천백은 대체 무슨 수를 써야 천마신교의 무력대를 움직일 수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로 호천안이 마교를 움직이는데 성공한다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한 수가 될 터였다.

         

       ‘부디, 성공하기를 빌겠네.’

         

       연천백은 호천안의 성공을 기원하며 다시 붓을 집어들었다.

         

       마교라는 치명적인 비수가 혈교의 등 뒤를 찔렀을 때, 그 기회를 잡아 혈교를 몰아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끄응.”

         

       연천백이 마음을 다잡고 서류와 씨름하고 있는 시각.

         

       다그닥! 다그닥!

         

       비천마차는 신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환자인 당소열 덕분에 상식적인 속도로 달리는 비천마차에 타게 된 모용연화.

         

       찍찍?

         

       당연히 비천마차에 숨어 있던 서공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비천마차에 탄 모용연화를 보며 호기심을 드러내는 서공.

         

       “으음.”

         

       모용연화는 서공을 복잡미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분타주가 변화한 건 서공의 탓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 서공을 살갑게 대하기는 어렵겠지.

         

       시간이 필요한 문제였다.

         

       시간이 필요한 건 서공과의 관계만이 아니었다. 독고이설이 합류할 때는 그나마 혁기린이랑 억지 친분이라도 있었지 모용연화는 의례적인 관계를 제외하고 나면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약간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바로 무림맹을 나서고, 인사 한 마디 주고 받은 뒤로 곧바로 마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깬 것은 당소열이었다.

         

       마차라는 특성 때문에 부채질과 어깨 안마는 포기했지만 혁기린의 뺨은 포기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혁기린을 옆에 끼고 있는 당소열. 그런 당소열의 몸에 머리를 올리고 있는 혁기린의 품에는 서공이 안겨 있었다.

         

       “그래. 신강으로 향한다고 했지? 그런데 마교에 가서 소천마나 천마에게 의탁할 생각이냐?”

         

       모용연화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이 크게 떴다.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갑자기 마교로 간다니 놀라기에 충분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함께 움직이려면 알고 있어야 할 일이었다.

         

       나는 모용연화를 위한 부연설명을 섞어가며 입을 열었다.

         

       “뭐 도움을 청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천마신교는 수많은 절진과 우수한 진법대를 여러럿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적지 않은 기간동안 마교에서 생활해온 흑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확실히 중원무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

         

       그러나 마교의 기원을 따져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흑룡혈의 저주를 받아 더 이상 영물을 상대할 수 없게 된 천마. 그런 천마를 중심으로 발전해 오늘날에 이른 천마신교.

         

       천마는 현재 천마신교를 이룩한 신앙의 중심이었다. 그런 종교적인 의미를 제하더라도 천마가 깨달은 무(武)는 곧 천마비고의 근간.

         

       영물로부터 천마를, 그리고 천마신교를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진법을 연구하고 다수의 진법대를 꾸리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금 당장 영물과 싸울 수 있는 진법대 전력만 따지면 무림맹보다 천마신교 쪽이 훨씬 높을 겁니다.”

         

       “세상에….”

         

       무림맹의 문파들 대다수가 자파의 진법 수련을 등한시 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물은 더 이상 실질적인 위험의 대상이 아니었고, 이미 덩치가 커진 문파들은 영물 사냥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반면 천마신교는 다수의 진법대와, 진법대의 훈련 강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신앙.

         

       설령 천마신교를 위협하는 영물이 없을지라도, 진법대를 꾸리고 진법을 연습하는 것은 천마를 향한 신앙의 증명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 천마신교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력대는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되어 영물과 맞설 수 있는 훈련 강도를 유지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느냐?”

         

       당소열이 담배 마렵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천마나 소천마를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마교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친분 따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

         

       “물론입니다.”

         

       위서련도 위지천도 나에게 호의적이긴 하지만 그렇다 한들 천마의 책무까지 내던지고 날 도와줄 사람들은 아니었다.

         

       설령 두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다고 할지라도 천마신교를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해야겠지.

         

       초대 천마가 천마신교를 세운 이래 천마신교는 중원무림의 행사에 개입한 적이 없었으니까.

         

       천마신교가 중원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니 천마신교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적당히 값을 맞추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러니 선물을 준비해야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던 천마신교의 엉덩이를 펄쩍 뛰어오르게 만들기 위한 선물.

         

       그 선물을 천마신교에 안겨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선물을 줄 준비의 준비부터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궁금함이 가득한 일행들의 시선을 받으며 차근차근 계획을 설명했다.

         

       *** ***

         

       현재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그건 모용연화가 사용할 각문 허리띠의 제작과 독고이설이 사용하던 각문 허리띠의 수리였다.

         

       인생 막사는 동네 양아치처럼 보이는 당소열이지만 그 실력만큼은 천하에서 손꼽히는 장인 중 한명.

         

       서문연은 당소열의 실력에 맞추어 각문허리띠를 설계했으니 각문허리띠의 제작이나 수리에 필요한 대장기술은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으음…이건 어렵겠군.”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금자는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까.”

         

       “미안하지만 이건 도무지 내가 제작할 수가 있는 물건이 아니오. 다른 대장간을 찾아가보시게나.”

         

       그 덕에 이렇게 섬서성에서 발품을 파는 처지가 되었다.

         

       “쓰읍.”

         

       실력 있는 대장간이라고 추천해준 곳들을 둘러 보았지만 각문허리띠를 제작할만한 대장장이는 만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일행들 중 누군가는 실력 있는 대장장이를 만났길 바라는 수밖에.

         

       그렇게 성과없이 모용연화와 당소열이 쉬고 있는 객잔으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습니까. 호천안 소협.”

         

       “음. 별일은 없었소?”

         

       모용연화가 슬쩍 웃어 보였다.

         

       “별 일이랄 것은 없었습니다. 두 분께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무슨 일이 있었나.

         

       어쩐지 기운 없어 보이는 모용연화가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침상에서 빈둥대고 있던 당소열이 히죽 웃었다.

         

       “어디 나만한 장인을 찾기가 쉬울 줄 알았느냐. 스승의 위대함도 몰라보는 고얀 놈 같으니라고.”

         

       배를 벅벅 긁으며 말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내가 허탕을 치고 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하여간 남 골탕 먹는 걸 보고 이렇게 기분 좋아할 수 있다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따로 없었다.

         

       나는 그런 악질 당소열에게 눈을 부라렸다.

         

       “뭐 했습니까?”

         

       “뭐를?”

         

       나는 방금 모용연화가 빠져나간 방문 쪽으로 턱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모용연화 소저한테 뭔 짓을 했냐고요.”

         

       “제자야 내가 뭘 어쨌다고 지랄이냐?”

         

       “뭘 어쨌는지는 제가 아니라 스승이 아시겠죠.”

         

       방을 빠져나간 모용연화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일행에 합류한 모용연화가 벌써부터 시들시들해질 이유가 뭐가 있을까.

         

       뭐 비천마차가 전속력으로 달렸다면 또 몰라.

         

       당소열 덕에 정속주행한 비천마차를 탔을 뿐인데 저렇게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당소열이 뭔 짓을 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자야, 지 여자가 기운 빠졌다고 스승에게 눈을 부라리는 꼴이 가관이구나.”

         

       당소열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아닌가?

         

       당소열이 악질이기는 하나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잡아뗄 정도로 거짓말을 일삼는 악질은 아니었다.

         

       “초절정 고수가 기껏해야 심부름에 안마 좀 시키고 부채질 좀 시켰다고 기가 죽고 자괴감이 들거나 괴로울 리가 없지 않겠느냐.”

         

       맞는 모양이다.

         

       “그렇게 안마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나는 당소열의 발목을 잡고 반대편 손 검지손가락으로 용천혈을 있는 힘껏 눌렀다.

         

       “으갸갹! 으갸갸아악!”

         

       가장 민감한 혈을 있는 힘껏 자극당한 당소열의 몸이 활어처럼 펄떡였다.

         

       하여간 고작해야 지압일 뿐인데 엄살은.

         

       온 정성을 담아 양발의 용천혈을 안마해 주니 발작하던 당소열의 추욱 늘어졌다.

         

       그러게 악질짓도 적당히 해야지.

         

       기분좋은 안마를 받고 꿀잠에 빠진 당소열을 뒤로하고 모용연화를 찾아 방을 나섰다.

         

       모용연화는 객잔 안뜰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영락없이 당소열의 수발을 들다가 회의감에 빠진 모양새였다.

         

       “여기 계셨소.”

         

       “아, 소협.”

         

       “스승, 그러니까 당소열 소저가 한 짓은 그냥 흘려 버리시오. 본래 쉬이 기고만장해지는 사람이니…악의는 없었을 거요.”

         

       “아…괜찮습니다. 저 역시 당소열 소저에게 목숨을 구함받은 처지니까요. 저를 구하려 노력하다가 저리 몸이 상하셨으니 제가 도와드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렇게 말하는 모용연화의 얼굴에는 가식이라고는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당소열 때문이 아닌가?

         

       그렇게 모용연화의 기색을 살피고 있자니 모용연화가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제가 당소열 소저 때문에 회의감이라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으음…부인하지는 못하겠소.”

         

       “후후,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그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살짝 혼란에 빠졌다.

         

       비천마차 때문도 아니고 당소열의 악질 짓도 아니라면 모용연화가 이렇게 축 처질 이유가 있을까.

         

       “고민이 있다면 털어놔 줄 수 있겠소?”

         

       모용연화는 살짝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사실 어제는 많이 놀랐습니다. 호천안 소협은 물론이고 다른 일행들분까지도 소천마와의 친분을 드러내셨지요. 뿐일까요. 다른 분들은 저로서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계획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더군요.”

         

       새로이 합류한 모용연화에게 아무래도 천마와의 친분은 충격적인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분들의 틈바구니에 서서 제가 과연 제 몫을 할 수 있을까…부끄럽게도 그런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음.

         

       솔직히 모용연화의 고백은 당황스러웠다.

         

       섬서분타에서 모용연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던가. 섬서분타의 방계들이나 하인들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날 휘두르는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당찬 여성이었다.

         

       뿐일까.

         

       나에게 감정이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섬서분타를 살려야 하니 본가로 향하는 길을 택하며 줏대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뒤로 무림맹에서 마주할 때마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종국에는 결심을 내리고 나를 찾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런 모용연화가 합류하자마자 기가 죽어 ‘내가 할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땅을 파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는 그제야 모용연화의 눈에 짙게 드리운 피로감을 읽어냈다.

         

       피로감을 읽어내니 그 원인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모용연화는 섬서분타에서 나와 헤어진 이후 지금까지 섬서분타의 재건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그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까.

         

       열정적으로 일에 임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사람은 지친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일시적인 기쁨에 가려져 있었을 뿐, 오랜 시간 축적된 모용연화의 피로감은 그대로 내면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피로감은 ‘어차피 나 같은 건 뭘 해도 안 돼’ 같은 부정적 생각으로 이어졌겠지.

         

       그러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바로 위로.

         

       “모용연화 소저는 충분히 할 수 있소.”

         

       “후후, 심려를 끼쳐 드린 모양이로군요.”

         

       그런데 어째 역효과가 난 것 같았다.

         

       ‘역시 나 같은 건 호천안 소협의 걱정거리에 불과해’ 같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모용연화.

         

       아무래도 말 한마디로는 내 진심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일까.

         

       그렇기에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말했다.

         

       “나는 정말로 모용연화 소저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소.”

         

       “…소협.”

         

       …그랬더니 이번엔 모용연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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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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