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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3

       처음 중식이라는 것에 손을 댔을 때 나에게 이런저런 지식을 알려준 두 사람은 중식과 양식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었다.

       

       두 가지 요리 방식이 추구하는 바는 다른 것일 지어니. 같은 방식으로 조리를 하게 되면 방향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랬지.

       

       허나 정작 본인이 중식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느낀 건 둘의 방향성이 다르기는 하나 그 근원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어느 나라에 살건 간에 그 곳에 거주하는 것이 사람인 이상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비슷한 종류가 될 수밖에 없으니.

       

       각 나라의 음식이 추구하는 바의 한 가운데에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류귀종.

       

       무공을 수련하는 자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

       

       한 무술의 극한에 이르면 자연스레 다른 무술에도 능하게 된다는 전설과도 같은 말.

       

       본인은 안다. 그 누구보다도 멀리까지 걸어온 본인이기에 안다.

       

       만류귀종이라는 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각자의 무공이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언정 그 근원에 존재하는 건 비슷할 수밖에 없으니.

       

       무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라면 무의 길을 걷는 어느 순간 자연스레 만류귀종의 존재를 알게 되기 마련이다.

       

       무라는 분야에서 만류귀종을 느낀 본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전에 시청자들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았기 때문일까.

       

       중식을 배우던 중에 혹시나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 본인은 3장에서 해야 할 일을 끝마쳤음에도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다른 요리에 도전을 해보았다.

       

       본인의 생각이 옳다면 이것이 정답일 게 분명했기에.

       

       얼핏 보면 돌아돌아가는 느려터진 길이 진정으로 빠를 수 있는 길임을 알았기에.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무시하며 무작정 세 번째 장을 반복했다.

       

       그리고 재차 세 번째 장을 완수하는 순간에 확신했다.

       

       만류귀종이라는 것이 요리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기반에 존재하는 것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바라는 것은 정해져 있어.”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단맛을 바란다.

       

       현실의 풍경을 비춰주면 설탕이 이만큼 들어가야 한다고?!라 소리치며 기겁을 할 정도로.

       

       본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그러했으니 다른 이들이라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극적인 맛을 바란다.

       

       감칠맛도. 짠맛도. 고소함도.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개 중에는 이런 자극적임에 미간을 찌푸리는 이도 있기 마련이지.

       

       허나 대개의 사람들은 분명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뷔페의 요리가 자극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분명하잖은가.

       

       …물론 이러한 것들을 시험하는 도중 적당한 지점을 찾느라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기는 했다만 뭐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식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은 대부분 비슷하다.

       

       바삭함. 쫄깃함. 아삭함. 부드러움 등.

       

       사람들은 그 음식의 자신의 입 안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남기길 바란다.

       

       이것이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배우긴 했다만.

       

       어쨌건 적절히 사용을 한다는 전제 하에 대중이 좋아하는 식감은 대부분 이런 쪽이란 건 분명하다.

       

       많고도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이러한 배움을 얻은 본인은 점차 빠른 속도로 3장에 존재하는 여러 음식들을 배워나갔다.

       

       결국 각 나라의 음식이라는 것은 결국 저 마다의 방식으로 이 선호에 다다르는 과정일 뿐일 지어니.

       

       만류귀종이라는 깨우침을 얻은 본인에게 있어 각 나라의 요리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요리가 어떤 방식으로 선호에 도달하기로 결정했는지 배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걸로 3장도 끝인가.”

       

       마지막 남은 곳에서 성과를 거두어낸 후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냐는 문구를 맞이한 본인은 느릿하게 기지개를 켰다.

       

       이제 본인이 할 일은 그저 이전에 얻은 깨우침을 앞으로 보내는 것 뿐인가.

       

       그리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후원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 안자?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게임이 재밌는 건 알겠지만 이러다 큰일나요.]

       

       – 아니 진짜 좀 쉬다 와야 하지 않음?

       – 이러다 훅갈 것 같아서 무서운데.

       – 갈! 천마님께서 겨우 이틀 밤을 새운 걸로 쓰러질 리가 있는가!

       – 천마도 사람이잖아ㅋㅋㅋ

       – 방송을 오래 해주는 게 좋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하는 걸 바라진 않았어.

       

       “거 괜찮다고 몇 번을 이야기 하느냐. 본인이라는 인간은 바란다면 평생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은 인종이다.”

       

       스스로의 경지로 세계의 규칙을 뒤바꾸는 이가 겨우 며칠 밤을 샌 정도로 잘못될 리 없잖은가.

       

       솔직히 말해 본인은 평생 먹지 않고 자지 않아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듯 하다마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시청자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에 저들은 본인을 초월자를 흉내 내는 인간일 뿐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본인의 이런 말을 허세 혹은 연기라 여기는 것일 테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송하다 쓰러지면 또 이상한 기사 난다고!]

       

       “기사?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 VR초창기 때 생각나네.

       – 현실 대신 가상현실을 택한 젊은이들.

       – 사람 죽이는 VR게임. 이래도 괜찮은가.

       – 왜 기사 제목들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거야 ㅋㅋㅋ

       – 예전에 당한 게 한 둘이어야지.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진짜 걱정대서 그럼. 좀 자고 와.]

       

       – 벌칙 받기 싫은 건 알겠지만 적당히 해야지.

       – 지금 엔리도 화령 체력 못 따라와서 뻗은 지 오랜데.

       – 고로롱거리면서 자는 게 좀 귀엽긴 한데.

       – 님?

       – 지금 엔리 하는 거 봐선 하루 자고 와도 별 차이 없을 걸.

       

       본인이 이런 걱정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채팅창에서 저마다의 걱정을 표출하는 이들을 구경하며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 보았다.

       

       최초에 무림에 떨어졌을 무렵에는 수명을 깎아가며 수련을 하는 게 당연시 되었으니 본인에게 잠이라는 것은 사치였다.

       

       그 후 도망을 칠적에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는 순간 본인의 목이 달아나는 상황에 어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빙궁에 있을 적에도 본인의 피로를 걱정하는 이는 없었고.

       

       은인과 함께할 적에도 피로를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졌으며.

       

       그 후 본인이 천마신교의 새로운 천마가 되어갈 무렵엔 본인의 주변엔 본인을 걱정하는 것을 불경이라 여기는 이들로 가득해졌으니.

       

       허허. 진정 본인의 수면을 걱정해준 인간은 이들이 처음이란 말인가.

       

       그 사실을 깨닫고서 헛웃음을 흘리던 나는 4장으로 넘어가겠냐는 문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알겠다. 네 놈들이 그리 호들갑을 떠니 4장의 구경만 하고 잠시 쉬다 오마.”

       

       – 진짜로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구경만 할 생각 맞지?]

       

       – 구경(6시간)

       – 아이쇼핑(둘러보는 것만 4시간)

       – 이 사람 또 중간에 집중하다 몇 시간 날려먹을 것 같은데.

       

       “허어. 어찌 본인이 이리 신용이 없는 사람이 된 건지.”

       

       본인이라는 사람도 길고도 긴 구경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당장 엔리와 함께 옷을 사러 가면 그녀의 의향에 맞추어주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어지간하면 힘들단 이야기를 하지 않는 본인의 입에서 적당히 하자 말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 본인의 구경은 결코 길 수 없을 터.

       

       – 하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편집자도 사람입니다. 살려주세요.]

       

       – 엌ㅋㅋㅋㅋ

       – 지금 편집해야 할 영상만 몇 시간이야.

       – 진짜 과로사하는 거 아님?

       

       “걱정하지 말래도?”

       

       나는 하린에게 가벼이 대꾸를 해주며 다음 장으로 향하겠다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며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애리카의 얼굴을 다시금 마주하게 됐다.

       

       “파견 가서 일한다고 고생했어.”

       

       거의 보여주지 않는 웃음과 함께 나를 맞이해준 그녀는 가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읊기 시작했다.

       

       가게 인테리어를 바꿨다느니. 주방을 교체했다느니. 요리사 몇 명을 더 고용했다느니.

       

       “아. 참. 이번 주말에 예약을 받아서 파인다이닝처럼 코스요리를 대접할 예정이거든? 이 계획을 네가 짜볼래? 파견가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 번 보여줘.”

       

       그 이야기의 끝을 맺은 것은 본인의 성장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였다.

       

       “코스 요리?”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디저트까지 제공하는 걸 말해. 쉽게 말하자면 요리로 극의 기승전결을 써내려가는 셈이지.”

       

       전채부터 시작을 해서 마지막 떠나는 그 순간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줘야 한다는 것인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구나.

       

       “우리 식당 컨셉에 맞다면 어떤 요리를 해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생각해봐.”

       

       애리카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식의 요리를 해 본 적은커녕 먹어본 적도 없는 탓에 쉬이 답이 나오질 않는구나.

       

       경험이 너무도 부족해.

       

       대략적으로 느낌이 잡히기는 한다만 그 뿐. 이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겠군.

       

       거기까지 판단이 닿은 나는 식당 의자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머임? 또 뭐 하려고! 구경만 한다면서!]

       

       “그래. 구경을 하고 있지 않으냐. 이 식당의 음식을 먹게 될 이들이 누구인지를 말이다.”

       

       이것만 하고서 방송을 끌 것이라 이야기를 하며 시청자들을 안심시킨 본인은 느긋이 발을 움직였다.

       

       슬로우쿡의 시작과 1장, 2장을 애리카의 식당에서 한 나는 애리카의 식당에 방문하는 이들의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하도 불평불만을 들은 것이 많은지라 강제로 기억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 때문에 거리를 지나다니다 저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건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그래.

       

       저기 거리 한 쪽에서 소음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청년.

       

       제일 값싼 오일 파스타만을 시키던 녀석이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겠다 싶어 조금 맵게 만들어 주었더니 위장에 구멍을 낼 생각이냐고 노발대발했던 것이 생각나는구나.

       

       그 때에나 지금에나 녀석을 관찰하며 보이는 것은 비슷하다.

       

       저 녀석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맵고. 짜고. 고소하고. 어찌 되었든 혀를 자극해주는 것을 바란다.

       

       다만 처음과 지금이 다른 것은 저 녀석이 얼만큼의 자극을 바라는 지 대충 알 것 같단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냐고?

       

       그야 본인은 저 녀석의 도를 눈에 새길 수 있으니까.

       

       저 녀석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인생사를 거쳐 왔는지.

       

       어떤 기분을 지니고 있는지.

       

       작금의 본인이 도달한 경지와 긴 시간 갈고 닦아온 요리의 경험을 더하면 저 녀석이 어떤 맛을 바라는 지 추측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지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전의 본인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것 또한.

       

       “…일단 저 녀석의 바람은 대충 알았으니 몇 사람을 더 둘러보도록 할까.”

       

       이 거리의 대중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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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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