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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3

    <453 – 깜짝등장>

     

    황색마탑 제자들은 처참하게 발린 시스를 향해 비난을 퍼붓지 못했다.

     

    “운이 나빴어. 설마 2학년들보다 1학년이 더 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

    “저 작은 키도 실은 무릎을 접고 키를 30cm쯤 숨긴 걸지도 몰라. 괴담으로 들어본 아카데미의 괴인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

     

    비난 대신 쏟아지는 위로!

    시스의 고개는 잘 익은 벼처럼 숙여졌다.

     

    “크흑. 다들 미안합니다. 선봉으로 나가서 이런 개망신만 당하다니. 부디 제 몫까지 복수해주십시오.”

     

    빛마법에 호된 꼴을 당한 뒤로는 저들도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덕분에 연이어 나간 2학년 선배들은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을 고르고도 승패가 반반으로 갈리는 치열한 접전을 이어나갔다.

    그걸 본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빅스톤 선배. 2학년들이 왤케 강해요?”

     

    원래 980기는 이렇게까지 강하진 않은데!

    솔직히 말해서 나랑 티토 빼고는 다 발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하고 있다.

     

    “니 입에서 나올 말이냐? 다 너 때문이잖아.”

    “넹? 저요?”

    “선배 잡는 후배들 때문에 980기 명성이 땅에 떨어진다고 상급반 녀석들이 하도 달달 볶아대서 애들이 휴일도 없이 자체보충학습을 하고 있다고.”

    “오.”

    “오죽하면 1년 전에 980기가 반으로 찢어져서 개싸움을 벌이던 시절보다도 다들 열심히 수련하겠… 아차. 이건 못 들은 걸로 해라.”

    “980기가 반으로 찢어져서 개싸움을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하아. 널 믿어도 되나 모르겠네.”

     

    우리가 푸념하는 와중에도 다른 선배들은 도전을 끝마치고 어느덧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어레레? 우리가 지고 있었네요!”

     

    수강생 vs 원로회 제자들.

    스코어는 16 vs 17.

    우리가 1점 지고 있었다.

     

    “먼저 하실래요, 제가 할까요?”

    “너 먼저 해. 나가서 내가 지면 자괴감에 울지도 몰라.”

    “제가 이겨서 17 대 17이 되면 더 떨리지 않아요?”

    “거꾸로 지면 내가 이기든 지든 이미 확정패배니까 마음 편하게 시험 볼 수 있잖아.”

    “우우, 비겁해요 선배!”

     

    빅스톤 선배는 들은 체도 않고 피식 웃었다.

    머 저 선배는 2학년치고는 제법 강한 편이고 마지막 순번을 맡긴다고 못미더울 정도는 아니지.

    나는 부담 없이 앞으로 나섰다.

    아직 선택받지 못한 다섯 명의 제자들 중에서 흥미로운 사람이 하나 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마나가 명백히 많고 실력도 훨씬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응?”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아는 사람과 닮았다.

     

    “아스타로트?”

    “…나를 아는가?”

     

    로브를 뒤집어쓴 원로회 제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꽁꽁 몸을 숨긴 자.

    구석진 곳에서 가능하면 존재감조차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자신을 감추고 있지만, 역으로 그런 태도가 한 캐릭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0티어 남캐! 전쟁세대! 와!”

     

    이슈타르로 대표되는 평화의 세대.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된 전쟁의 세대를 대표하는 자.

    그가 바로 아스타로트.

    이슈타르가 죽고 평화의 세대가 끝나면 등장하는, 장차 용사의 지위를 물려받을 ‘예비용사’였다.

    “내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군.”

    “그건 곤란해요. 원로들이 억지를 부려서 아스타로트를 빅스톤 선배와 싸우게 만들면 필패가 확정되는걸요. 아스타로트는 무조건 저와 겨뤄야 해요!”

     

    아스타로트가 곤란해 하는 기미가 여실히 느껴졌다.

    원로들의 속셈을 제대로 간파했는지 뜨끔해하는 원로들의 기척도 느껴졌다.

    그럴만도 하지.

    전쟁세대의 일원이라 함은 각 조직의 비밀병기.

    황색마탑에서도 비밀리에 육성해온 결전병기임을 의미하니까.

    그 병기를 꺼내서라도 자존심을 채우려던 원로들의 계획이 크게 무산된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 나는 강하다. 섣불리 덤벼봤자 수치만 당할 거다.”

    “알고 있어요!”

    “…내 이름을 안 것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지. 그렇다면 더욱 잘 알고 있을 텐데. 손해 보는 역할이 꼭 너여야 할 필요는 없다.”

     

    예비용사답게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다.

    그에게는 상대가 누구건 이기는 건 자신이라는 확신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때와 장소, 모든 것이 그에게 불리했다.

     

    “그래도 도전할게요! 아스타로트가 절대로 저를 상대로 이길 수 없는 마법을 알고 있거든요.”

     

    나는 넘쳐흐르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으며 대결마법을 제시했다.

     

    “저희가 지식판정으로 사용할 마법은 물생성마법이에요!”

    “…대지마법을 다루는 황색마탑의 마법사는 물마법에 약하리라 여긴 건가. 머리는 잘 굴렸군.”

     

    이슈타르와 다르게 솔직히 상대를 칭찬하는 아스타로트. 그러나 그의 자신감 역시 내 것에 비해 손색은 없었다.

     

    “하지만 유감이군. 한 가지 좋은 걸 알려주지.”

    “먼데요?”

    “나는 모든 속성의 마법을 전부 다룰 수 있다. 그리고 마법발동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마탑에 머무르며 오래도록 쌓아왔다.”

     

    지식판정에 있어서는 대적할 자가 없는 강자.

    그것이 아스타로트라는 남자였다.

     

    “과녁대 설정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물생성을 이용한 마법의 위력을 측정합니다. 마나보드에 손을 올리십시오. 카운트다운 제로에 시작합니다. 3, 2, 1, 0!”

     

    티토소가의 빛마법은 더 밝은 빛이 약한 빛을 집어삼킬 수 있다.

    물마법도 다르지 않다.

    더 강한 물이 더 약한 물을 집어삼킬 수 있다.

     

    ‘술식을 비비꼬아서 연결하면 <물생성>마법이 <수탄>이나 <회오리> 따위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1위계 마법을 억지로 늘려서 고위계 마법으로 늘려 쓰는 과정은 복잡하고 성가시다.

    요구되는 지식의 양도 많아지고 단순히 압축공식과 술식을 사용한 고위계 마법의 발동보다 쓰이는 마나와 시전에 걸리는 시간도 모두 거추장스럽다.

     

    <물생성>

    <변칙 – 수폭>

     

    아스타로트의 물생성 마법이 마나보드 위로 물방울 하나를 생성했을 때, 2학년 선배들은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고작 하나?”

    “오크노디가 아니라 우리가 나서도 됐겠는데.”

    “저 녀석, 방금 엄청 잘난 체 하지 않았어? 모든 속성을 전부 다룰 수 있다 어쩌고.”

    “풉.”

    “개망신 어쩌…”

     

    한참 비웃던 선배들에게는 안됐지만 작은 물방울은 갑작스럽게 굉음을 내며 전방으로 쏘아졌다.

    과녁에 뚫린 구멍은 사람이 맞으면 어떤 꼴이 될지 누구나 손쉽게 상상하게 해주었다.

     

    “히끅.”

     

    2학년들 뒤에 숨어서 구경하다가 깜짝 놀란 티토소가의 입에서 딸꾹질이 나올 정도의 위력!

    심지어 마나보드 위로 직전과 같은 물방울이 하나도 아니고 수십, 수백 개가 더 맺히기 시작하자 선배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저게 다 발사되면 압승 확정이잖아!”

    “오크노디는 뭘 하는 거야?”

     

    아스타로트가 꽁꽁 싸맨 로브 너머로 시선을 보냈다.

    실컷 도발해놓고 구경만 할 거냐.

    물론 그럴 수는 없다.

     

    “히히. 먼저 쓴다고 꼭 이기라는 법은 없다고요.”

     

    <물생성>

    <부여 – 암흑마나>

    <변칙 – 오염>

     

    내가 생성한 물생성 마법이 마나보드를 통해 사출되며 검은 물방울을 잔뜩 띄웠다.

    물방울들은 둥실둥실 느릿하게 아스타로트의 마나보드 앞을 향해 날아갔다.

     

    “뭐야 저 느려터진 물방울은.”

    “1학년이래잖아.”

    “저딴 게 학년수석? 기프트 아카데미 별거 아니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

    “근데 물 색깔은 왜 저래?”

     

    2학년 선배들처럼 비웃음을 짓던 원로회 제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들을 가르친 원로들은 물방울에 담긴 힘을 감지하고 모두 표정이 굳었다.

     

    “압축대회전.”

    “속성부여도 있소.”

    “반사역장도 감지되었군.”

     

    원로들의 말에 대운동회를 경험했던 2학년 선배들도 물방울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야, 야. 저거 설마 피구할 때 봤던 그거냐?”

    “마, 맞는 것 같은데?”

     

    4단계 피구공 암흑데스볼.

    도감을 수집할수록 위력이 상승하는 <모으기>로부터 파생된 속성중첩의 힘은, 당연히 예전보다 도감수집률이 올라간 지금이 더 강하다.

    그런 암흑데스볼을 생성한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모조리 정성들여 새긴 술식에 부여했다.

     

    <수폭>

     

    다속성의 균형이 맞추어져 느릿느릿 날아가던 물방울이 아스타로트의 수폭에 적중하는 순간, 수폭의 힘을 흡수하며 물방울의 성질을 변화시켰다.

    수십, 수백 개의 물방울 모두가 아스타로트 선배의 수폭을 흡수했다.

    그 전부를 ‘내 것’으로 빼앗아 발사했다.

    아스타로트 선배의 수폭이 향할 예정이었던 경로의 반대방향으로.

    구경하던 2학년 선배들 대신 원로회의 제자들을 향해서.

     

    “흐허억!”

    “사, 사람 살려!”

    “엄마야!!”

     

    뒤로 나자빠진 원로회 제자들 앞에서 90도로 꺾인 수탄들이 정확히 과녁에 꽂혔다.

    아스타로트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내 마법에 실린 업의 무게를 넘어섰다고…?”

     

    업. 표현은 다르지만 플레이어식으로 해석하자면 이런 식이다.

     

    “제 도감수집률도 만만찮게 높거든요!”

     

    도감수집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기능인 <모으기>.

    이 모으기가 담긴 힘을 누군가는 도감수집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카르마Karma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업業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수많은 마법지식을 ‘수집’한 아스타로트는 분명 강했지만 배낭배낭의 수집효과 앞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이것이 파파와 재단의 힘!”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업은 황색마탑이 축적한 마도지식의 업을 능가했단 말인가.”

     

    아스타로트의 눈에 호전적인 빛이 번뜩였다.

     

    “상대가 나빴을 뿐이다. 개의치 마라, 아스타로트. 결코 황색마탑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야!”

     

    원로들의 다급한 외침에도 그의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마탑과 원로를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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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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