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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4

       

        

        

        

        

        

        

        

       “대회 랭크 때문에 잠깐 본업에 충실했더니, 그 사이…또 시체로 산을 쌓고 피로 강을 만들고 계셨네요. 거기다가 신규 클래스 출시에도 무지막지한 도움을 주고 계신 것 같고.”

        

       “첫 번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죠.”

        

       “…유진 씨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아아아아악-!”

        

        

        

        우드득, 그런 불길한 소리가 비명 소리와 합치되어 SSM 건물 내부를 시원하게 울렸다.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오나 싶더니, 나와 다이스가 참 기묘한 형태로 얽혀있는 것을 보고는 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 물론 얽혀있다는 것은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었다는 뜻이었다.

        

        하해와 같은 은혜 같은 소리 하네, 요게.

        

        물론 다이스에게 진심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기엔 상대의 몸이 실로 연약하였으므로 위력 가감은 당연히 해주었다. 아마 몸이 꽤 가벼워졌으리라. 아니면 말고 – 그렇게 오랜만에 기강을 실컷 다져주었으니 이젠 당근을 내밀 차례.

        

        

        

       “아-하세요.”

        

       “아앙.”

        

        

        

        꼬리 끝으로 감아둔 포크로 케이크를 푹 찍어 그대로 다이스의 입으로 가져다댄다.

        

        다이스는 부루퉁한 표정을 억지로 지어보려다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고, 그렇게 분위기는 즉각적으로 누그러진다. 역시 당근은 달달한 것일수록 효과가 좋았고, 거기에 꼬리도 한 스푼 섞는다면 당연히 조용해질 거라 생각했다.

        

        아무튼 사실적시 음해라는 명목으로 요 맹랑한 주사위를 참교육하는 첫 번째 과정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다시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될 뿐이었다.

        

        주제는 근래 있었던 나, 그리고 글로리 앤 아너 관련이었다.

        

        

        

       “어제 아주 그냥…유진 씨를 마주한 친구들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표정이든데, 왜 그런 거예요? 도끼 하나 들었다고 그렇게까지 놀란 건가?”

        

       “그러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고정관념이요?”

        

       “여지껏 계속해서 단검 두 자루만 써왔으니까요.”

        

        

        

        그 친구들이 놀란 이유라. 대충 짐작이 갔다.

        

        구구절절한 미사여구를 전부 다 떼고 말하자면, 저들은 그냥…내가 단검 말고 다른 걸 들 줄은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단검 두 자루를 몽땅 뺏긴 경우는 어제가 처음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했다. 저 친구들도 깜짝 놀랐겠지.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혹시나 모를 IF를 대비해야만 했고, 저 친구들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대비했다는 차이점이 있었으며, 택티컬 토마호크의 존재는 바로 그 증거였다 – 좌우지간 어제는 토마호크를 꺼내든 이후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마 다들 결말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불쌍하긴 했지만…어쨌든 멋있었어요.”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대회 랭크 중에 방송 챙겨볼 여력도 있고, 아주 편하시구만.

        

        물론 다이스는 나와 마찬가지로 지난 번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좀 많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대회 랭크와 예선 랭크, KSM을 신경쓰지 않고 아시아 예선전부터 준비할 수 있었다 – 물론 이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타 게이머들이 열심히 준비할 때 놀고 있단 뜻이지만….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서라도, 슬슬 주제를 바꿀 시간이었다. 오늘도 집 대신 성동구의 SSM 본사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최소한 노는 시간 중 일부는 커리큘럼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지 않을까.

        

        마침 신나게 칼 휘두르는 이야기도 했겠다, 지난 번부터 열성적으로 가르쳐준 CQC 이야기에 대해서 짧게나마 논해볼 시간이 온 듯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가르쳐준 건 소용이 있었나요?”

        

       “에, 지난 번에 가르쳐준 게…아, 그 CQC 강의 맞죠? 상당히 유용했죠.”

        

       “오호.”

        

       “어떤 애들은 무슨…주우라는 총은 안 줍고 시작하자마자 적들 찌르러 가든데요?”

        

       “하이구….”

        

        

        

        …그러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와중 다이스의 손짓에 의해 몇 개의 화면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거기에는…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택티컬 토마호크를 꺼내든 뒤 막 상자를 열고 있는 친구들을 후려갈기는 프로게이머 몇 명이 보였다.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빨 대신 도끼를 들었을 뿐이지.

        

        그 후에도 다이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는데, 대략 2주 가량이나 이어진 이 광란의 극초반 빌드는 이미 대회 랭크에서 상당히 유명세를 탄 지 오래였다나 뭐라나. 그럴 만도 했다. 수많은 개인 중계방들이 도끼 한 자루 꼬나쥐고 달려드는 친구들을 조망했었단다.

        

        당연하게도, 아까도 말했듯 좀비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기보단 두려움을 먼저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적어도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우다다 달려오는 모습은 확실히…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효용성은 충분히 증명되었네요. 저걸 따라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한데.”

        

       “…따라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아요. 근데 이번엔 생각보다 적네요. 대충 이유는 알 것 같긴 한데.”

        

       “뭐어, 그 부분은 개인의 선택인걸로. 효과가 좋다면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겠어요.”

        

        

        

        조금 대강대강 넘어가긴 했지만, 애초에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느낌으로 가르쳐준 것도 아니니만큼 각자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면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겠지.

        

        그 후로도 다이스는 몇 가지 말을 더 덧붙이긴 했지만, 종합적으로 요약했을 땐 나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다-정도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누군가가 없다고 삐그덕거릴 정도로 시스템을 적당적당히 만들고 나온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하여 대화는 다시 나와 관련된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다이스의 질문이 그 물꼬를 텄다.

        

        

        

       “그래서, 유진 씨는…요즘 뭐하세요? 계속 랭크 게임만 돌리실 예정이신지?”

        

       “아마 그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조금 방향을 달리 봐야죠. 슬슬 단검만으로 해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했으니 본격적으로 다른 무기도 시도해보고 싶네요.”

        

       “다…른 무기요?”

        

       “근래 관심이 가는 건 대형 클레이모어, 아니면 츠바이헨더네요.”

        

        

        

        부웅부웅.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었기에 어설프게 휘두르는 폼을 따라했다. 물론 다이스는 그 꼬라지를 보고 웃음을 참기 힘들었는지 얼굴을 돌리고 큭큭대기 시작했다.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조금 어설프긴 했다. 검을 휘두르는 것보단 골프를 치는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게임에서 휘둘러봤을 땐 꽤나 무거웠다. 현실에서는 이쑤시개처럼 휘두를 수 있었지만. 아마 그런 걸 인게임에서 솜씨 좋게 휘두르려면…꽤 어렵지 않을까. 몇 주일 전 처음으로 고급 AI와 대련했을 때 보여줬던 방식대로 – 원심력을 잘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하겠지.

        

        해당 무기를 사용하는 클래스를 고른다면 기존에 짜여진대로 다양한 강공격과 약공격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었기도 하고.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보니 관련 검술 자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어서, 아마 얼마쯤 후면 방송에서 대검을 휘두르고 다니는 저를 볼 수도 있겠네요.”

        

       “…하이구, 진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다이스도 한 번 이 게임 해보지 않을-”

        

       “안 해요, 증말.”

        

        

        

        오늘도 아쉽게도 실패했다.

        

        아마 다이스가 내 속마음을 들었다면 도대체 뭐가 ‘아쉽게도’ 실패냐라고 반문했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지적하는 건 멋이 없겠지 – 어쨌든 아직 대회 랭크밖에 안 되었고, 본선을 향한 여정은 순항 중이었으니 당분간 내가 관여할 부분은 없을 터였다.

        

        이따가 집에 가면 다시금 대검에 손대보기로 하자.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찰나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저녁 먹고 갈래요? 제가 살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

        

        

        

        거기까지 말하는 사이 아직 쨍쨍하다 못해 빵빵한 햇살이 충만한 바깥이 보였다.

        

        반쯤 사라져버린 어처구니와 함께 덧붙였다.

        

        

        

       “…그래요. 참 많이도 늦었네요.”

        

       “히히.”

        

        

        

        하여간 얘는.

        

        내 귀가시간은 대략 5시간 가량 늦춰질 예정이었다.

        

        

        

        

        

        

        

        

        

        

        

        

        

        

        

        

        

        

        

       “모두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대검, 그 중에서도 작은 사람의 키와 엇비슷한 크기의 장검의 전투는 거리조절의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앙!

        

        건틀릿을 낀 기사 한 명이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검을 땅에 박듯 내리친다. 흡사 검으로 만든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깨의 챌린저 패치가 선명하게 빛났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흥미와 열의 넘치는 표정으로 정면에 시선을 집중 중이었다.

        

        티어대는 다양했다. 물론 의도적으로 숨길 수도 있었다. 적어도 ⅓ 가량은 자신의 티어를 숨겼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모를 귀찮은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 좌우지간, 몸 앞에 각자 한 자루의 대검을 내려놓고 앞을 바라보는 중인 사람들의 정체는 간단했다.

        

        이들은 일종의 수강생이었다.

        

        나도 그러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딱히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다르게 말하면 돈을 주고 강의를 듣는 경우도 왕왕 있단 뜻이었다.

        

        주체가 게임일 뿐인 인터넷 강의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선행 강의 같은 걸 들은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니, 해당 사실을 전제로 이야기를 계속해보죠…존탁, 폼하우, 하프 소딩…대검술의 근본은 방금 언급한 검술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같지도 않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웅, 부웅.

        

        그와 동시에 정면에 선 챌린저 유저가 여러 공격을 손수 선보였다. 폼탁, 존하우, 크럼프하우, 옥스, 행엔, 쉴하우…사전에 입력해둔 듯한 자막이 유저 옆을 떠다니며 해당 공격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설명 중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스태미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검의 크기와 길이 때문에라도 롱소드보다 덜 기민했다. 파공성은 거대할지언정 실용성은 조금 떨어졌다 – 그리하여 그는 잠깐 스태미너가 회복되길 기다린 다음, 본격적으로 대검에 걸맞는 검술을 펼쳐보였다.

        

        모두가 홀린 듯이 그걸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나는 차이점을 조금씩 분석하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크로스가드 가까이 잡고, 왼손은 폼멜 언저리를 잡는다.’

        

        

        

        검의 크기가 큰 만큼 손잡이의 길이도 길었고, 잡는 위치 또한 달라진다.

        

        그리하여 팔목과 팔꿈치, 그리고 어깨 관절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었고, 롱소드로 구사하는 검술에 비해 속도가 확연히 떨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체력 소모야 꽤 있겠지만, 적과 마주하며 보낸 모든 시간을 전부 검 휘두르는 데 쓰지만 않는다면 괜찮겠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격을 종료한 그가 재차 입을 열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방금의 공격 형태를 실제 게임에서는 잘 볼 수 없단 걸 알아차렸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이렇게 휘두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견제기고, 방어를 단단하게 굳힐 수는 있겠지만, 적은 여러분에게 덤벼드느니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분을 원거리에서 견제할 겁니다.”

        

        

        

        검을 휘두르는 걸 그만둔 강의자가 영상을 틀어 예시를 보여주었다.

        

        연막탄이나 석궁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었고, 1 : 1 전투의 경우가 아닌 이상 한 명이 시선을 끄는 사이 몰래 뒤로 다가간 적군이 옆구리를 후려치는 상황도 있었다. 심지어 3 : 3 전투에서도 그러했다 – 더군다나 신명나게 검을 휘두르는 동안 아군이 맞을 뻔한 적도 존재했고.

        

        그 즈음에서 대충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되었다.

        

        요컨대-

        

        

        

       “-따라서, 여러분들은 짤막한 견제와 강공격, 그리고 약공격을 능숙하게 잇는 방법을 익혀야만 합니다.”

        

        

        

        그가 다시금 검을 들어올린다.

        

        견제-약공 또는 강공, 견제-견제-약공 또는 강공, 견제-약공 또는 강공-다시 견제…이러한 공격 묶음의 파생은 무한했지만, 이는 아무리 많아도 반드시 한 번의 약공 또는 강공, 범위공격을 포함했고, 공격의 횟수가 5번을 넘지 않았다.

        

        스태미너 문제, 그리고 적이 공격 대신 도망을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처음은 무조건 견제기로 시작하고, 자신만의 템포를 찾은 뒤, 주도권을 낚아채세요. 약공이나 강공을 하는 척하다가 캔슬한 뒤 견제기를 빙자하며 달려들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에도 말이 이어졌지만 그닥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상 뒷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되려 챌린저 유저는 시간 때우기를 빙자하며 자신만의 팁을 약간이나마 풀어놓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이 강의를 더 팔아먹기 위한 자잘한 수작 같은 게 아니라, 방금 보여준 공격과 결부된 이론적인 부분이 이 모든 강의의 핵심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 이미 다 알려줬는데 뭘 더 알려줄 수 있겠는가. 나머지는 자기가 형을 가다듬으면 될 뿐인데.

        

        그리 본다면 이런 대검을 가지고 하는 검술은 오랜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는 게 답이 아닐까.

        

        

        

       ‘…여태까지 클레이모어 들고 다니던 친구들이 뭔가 어설프게 시도하던 게 바로 이거였구만.’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는 옛 성현들의 말은 역시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어느샌가 설명도 끝났고, 이제부터는 사전에 대기하던 여러 사람들이 오늘 강의를 듣고 실습하러 온 사람들을 도와줄 예정이었다. 공짜치곤 꽤나 컨텐츠가 알찼기에 이래도 되나 싶을 수도 있었지만, 맨 밑의 주의사항에 유어스페이스 영상으로 쓸 예정이라 적혀있었기도 했고….

        

        그리하여 두 명씩 짝을 짓는다. 공교롭게도 내 순번은 맨 마지막이었기에, 나와 함께 할 불쌍한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

        

        

        

       “…아니, 유진 씨. 어깨의 챌린저 패치도 떼고 이런 곳에 숨어계시면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앗.”

        

        

        

        딱히 숨은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들켜버렸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때마침 타이밍 좋게 도우미들이 절묘하게 시야를 가리는 한편 대련을 시작한 수강생들의 동작을 봐주고 있어 이목이 끌리지는 않았다-라곤 해도, 나도 이리저리 배우러 온 건데 시작부터 들켜버리다니.

        

        그리하여 눈물겨운 해명이 시작되었다 – 나는 잠입한 게 아니라 근래 대검을 사용해보는 것이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때마침 자리가 난 김에 여기에 신청해보았고어쩌구저쩌구…까지 말하긴 했지만, 저쪽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이게 음해인가. 대강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강의자이기도 한 챌린저 유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렇다면…유진 씨는 오늘 클레이모어 검술에 흥미가 있어서 참여했고, 실제로 검을 휘둘러보는 것도 관심이 있어서 여기까지 와주셨단거죠?”

        

       “그렇죠. 만약 안 그랬더라면 지금 이걸 들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으음, 확실히.”

        

        

        

        아직 폼은 조금 어설펐 – 다고 생각했 – 지만, 나름 뭔가를 따라하는 건 자신이 있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옥스 자세를 취하자, 상대는 그거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 나를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순간적으로 이게 뭔가 싶어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해당 유저는 나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면서 입을 열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마침 인연이 닿았으니,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유진 씨에게 클레이모어의 즐거움을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열심히 배워보도록 하죠.”

        

       “그거면 됐습니다.”

        

        

        

        사람의 가슴 높이까지 오는 거대한 검 두 자루가 각기 다른 궤도를 그리며 휘둘러졌다.

        

        그리고-

        

        

        

        

        

        

        

        

        

        

        

        

        

        

        

        

        

        

        

       “…이런 말하긴 그런데, 발현자는 발현자끼리만 싸워야 하는 게 아닐지.”

        

       “이야, 얘도 대검사 클래스에서 15위 안에 드는 놈인데…아주 사람을 다짐육으로 만들어놓으셨어.”

        

       “선생님, 클레이모어로 사람을 패서 죽이는 건 룰 위반이에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로부터 2분 46초 후.

        

        나는 돈까스 망치에 실컷 두드려맞은 고깃덩어리 같은 비주얼을 하고 있는 오늘의 강의자이자 챌린저 유저 – 파스칼을 뻘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이게 아닌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옆길로 새는 비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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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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