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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4

       *** ***

         

       “나는 정말로 모용연화 소저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소.”

         

       호천안의 손이 모용연화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는 순간.

         

       모용연화의 머릿속에서는 섬서분타에서 호천안과 헤어진 후의 일이 쭉 떠올랐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혈교에게 이용당한 분타를 내버려 둔다면 천하에서 우리 모용세가를 어떤 눈길로 보겠느냐!

         

       -광산? 아무리 광산의 수익이 중하다 한들 이런 참람된 일이 일어났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본가의 중진들은 섬서분타를 보전하자는 모용연화의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동정하지 마시오!

         

       -결국 사태가 이 모양이 될 때까지 방치한 것은 본가가 아닌가!

         

       섬서분타의 방계들도 모용연화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지부장이 괴물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에 어쩔 수 없이 수긍했을 뿐 그들이 품은 불만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섬서분타의 재건은 모용연화 혼자서 짊어지기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모용서는 섬서분타의 방계들을 관리하기 위해 섬서에 남았고 모용모는 혐의점이 없다 한들 섬서분타 출신이었으니 본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까.

         

       모용연화는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면서 마음속으로 늘 호천안의 모습을 되새겼다.

         

       괴로운 시간을 이겨낼 희망이 필요했기에.

         

       모용모의 말처럼 섬서분타를 재건하고 호천안을 만나러 가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섬서분타의 재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던 모용연화는 서문연과 조우하게 되었다.

         

       제갈성찬이라는 연인을 찾아 먼 길을 찾아온 서문연.

         

       그런 서문연의 사연을 알게 된 모용연화는 서문연을 동경하게 되었다.

         

       여자를 위해 천리 길 마다하지 않는 사내들이 등장하는 연애담은 수도 없이 많으나, 남자를 위해 먼 길 길 마다하지 않은 연애담은 없었으니까.

         

       강하게 밀어붙이는 서문연과 그런 서문연에게 곤혹스러움을 표시하면서도 응해주는 제갈성찬의 모습은 곤란해하던 호천안의 모습에 큰 자극을 느낀 모용연화의 취향과도 딱 들어맞았기도 했으니까.

         

       입맞에 딱 맞는 연애담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은 오순도순 진법을 함께 그리며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으니 언젠가 호천안을 찾아가리라는 꿈을 키우고 있었던 모용연화에게 서문연이란 그야말로 성공한 선배 그 자체였다.

         

       그러니 모용연화는 자신을 서문연의 상황에 대입하며 호천안과 함께하는 단꿈을 꾸며 섬서분타의 재건에서 오는 피로를 달래곤 했다.

         

       그리고 혈교의 준동이 시작되었다.

         

       섬서분타의 재건을 밀어붙이던 모용연화에게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다.

         

       -후우. 그래. 혈교가 준동했다니 어디 한번 가문의 명예를 회복해 보거라.

         

       -결자해지 한다면 섬서분타의 존속을 허락하겠다.

         

       가문의 어르신들은 모용모와 모용연화의 노력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분타를 되돌릴 수 있다면 무림맹으로 향하겠소.

         

       -과오를 스스로의 손으로 씻을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오.

         

       모용연화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던 방계들도 그간 보여준 모용연화의 노력을 인정하며 마음을 열었다.

         

       출정 허락을 받은 모용연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펄쩍거리며 기뻐했다.

         

       드디어 섬서분타가 재건된다!

         

       혈교 준동의 소식이 전해지고 무림맹의 소집령이 떨어질 때만 해도 혈교의 준동이 진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 대신 낙관론이 팽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모용연화 역시 그리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전 무림의 난다긴다하는 정파가 모두 모여 혈교를 상대하는데 어찌 상대가 될까.

         

       공적은 따놓은 당상이니 섬서분타의 재건 역시 시간문제에 불과한 일.

         

       ‘이번 일이 끝나면…’

         

       호천안을 찾아갈 수 있을까.

         

       모용연화는 단꿈에 젖었다.

         

       재건된 섬서분타에서 방계들의 배웅을 받으며 멋지게 죽립을 눌러 쓰고는 천하 곳곳을 정처없이 누비는 호천안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홀로 객잔의 창을 통해 달을 보고 님을 그리며 빙그레 웃음짓는 여정을 거쳐 어느 날, 우연히 대나무 밭에서 호천안과 마주치는 것이다.

         

       솨아아아…!

         

       때마침 바람이 불어오고 시원한 대나무 소리와 함께 벗겨지는 죽립. 흔들리는 호천안의 시선. 점차 가까워지는 거리. 서로의 상체가 포개어지고 그대로 고개를 들고는…!

         

       모용연화가 침상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출정을 준비하던 모용연화.

         

       출정 준비의 일환으로 서문연에게 인사를 전한 모용연화는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는데 바로 호천안에게 서신이었다.

         

       모용연화에게 서신은 어떤 의미로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 서신은 호천안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명분이자, 호천안을 무림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암시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무림맹을 향해 출발한 모용연화는 바라던 대로 호천안과 운명의 재회를 맞이할 수 있었지만.

         

       낭만적이고 달작지근한 상상과 달리 현실의 상황은 팍팍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심각했다.

         

       보타문의 함락 소식.

         

       그리고 산동악가의 습격 소식까지.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보에 모용연화는 혈교의 준동이 일시적인 소란이 아닌 진짜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천안과의 재회와, 섬서분타의 재건, 그리고 무림의 위기가 하나로 얽혀들어가는 상황에 모용연화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저 흔들리기만 했다.

         

       편지를 전달하며 만난 독고이설과 호천안을 보며 호천안을 향한 연정을 되새겼지만.

         

       정작 서문연이 전해준 육성진이 품은 진짜 의미를 깨우친 뒤에도 호천안 일행에게 합류하는 대신 섬서분타의 재건과 방계들과 함께 조사대에 남았다.

         

       그리 조사대에 남기로 정했으면서 또 혈존의 함정을 겪고, 호천안이 무림맹을 떠난다 하니 또 마음만 졸였다.

         

       그리 갈팡질팡하는 꼴을 더 이상 참아주지 못했음일까.

         

       세가의 가족들이 기어이 등을 떠밀어 주었다.

         

       그렇게 간신히 호천안의 일행에 합류하게 된 모용연화의 마음 한 구석에는 기대감이 피어 올랐다.

         

       본가를 떠날 때 느꼈던 그 운명.

         

       매일 꿈꾸던 상황과 형태는 달라졌지만 혈교라는 시련을 함께 극복하면서 남녀가 가까워지는 것 역시 운명이 아닐까.

         

       모용연화는 독고이설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독고이설이 호천안과 그리 가까이 굴 수 있는 이유 역시 함께 이런저런 시련을 극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혈교라는 시련을 함께 극복하면 금세 호천안과 가까워지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그런 모용연화의 기대는 또다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박살이 났다.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전해듣게 된 호천안의 계획.

         

       천마신교를 움직이겠다는 호천안의 계획과 그 계획 안에 녹아 있는 충격적인 사실들과 장대함은 도무지 모용연화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 그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함께 육성진을 펼치며 어느 거점을 습격하거나, 혹은 기습을 가해오는 혈인들을 물리치는 와중 서로의 상처를 봐 주고 그러다가 불현듯 가까워진 거리를 자각하거나 서로의 손이 얽혀들며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는 소소한 상황 정도나 염두에 두고 있던 모용연화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시야가 달랐으니까.

         

       호천안이 품은 계획을 모두 들은 모용연화는 무심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호천안이 그리고 있는 계획에 모용연화가 꿈꾸던 달짝지근한 운명 같은 건 끼어들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호천안이 품은 의지와 천하 전체를 눈에 담는 시야에 비하면 자신이 품은 연심 따위는 너무 하찮은 것 같다고.

         

       호천안과 헤어진 이래 마음 한편에서 계속해서 키워왔던 운명에 환상이 현실과 만나 산산이 깨어졌다.

         

       그렇기에 깨어진 환상에 대한 상실감에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던 의욕도 단숨에 식혀버릴 당소열의 진상짓도 지금의 회의감에 한 몫 했을 테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냐하면 모용연화 소저는 지금까지 참으로 잘 해 왔기 때문이오.”

         

       운명이나 우연이라는 기회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호천안과의 낭만적인 순간이 지금 이 자리에 찾아왔다.

         

       가까운 거리. 자신을 바라봐 주는 따듯한 눈빛. 그리고 자상한 위로까지.

         

       모용연화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정말…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오.”

         

       힘을 주기 위함일까. 어깨에 닿은 호천안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모용연화는 그런 호천안의 행동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마음속 여우가 마구 날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더 약한 척 하라고! 마구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야!

         

       -이대로 머리라도 기대면서 거리를 좁히라고!

         

       모용연화의 머리가 호천안의 어깨에 닿았다. 호천안이 흠칫 놀라긴 했지만 호천안이 어떤 행동을 보이기 전 모용연화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결국에는 섬서분타조차 재건하지 못한 미력한 여인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어찌 그것이 연화 소저의 탓이라 할 수 있겠소. 오히려 지금의 상황까지 끌고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오.”

         

       모용연화는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더욱더 호천안에게 가까이 붙었다. 조금은 곤란한 몸짓을 보이는 호천안의 태도가 더욱더 모용연화를 자극했다.

         

       좀 더.

         

       좀 더 이 사람이 곤란해하면서도 나를 위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모용연화가 호천안의 팔을 단단히 옭아매었다.

         

       “흠. 흠.”

         

       호천안의 곤란한 듯한 헛기침에 모용연화는 호천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쩐지 이대로, 조금만 있어주신다면 힘이 날 것도 같습니다.”

         

       “…그렇소?”

         

       곤란해하던 호천안의 기색이 조금은 안정되었다. 그 모습에 모용연화의 내면에 있는 여우가 팔짝팔짝 뛰었다.

         

       -뭐 하는 거야! 천재일우의 기회잖아! 당장 입술박치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모용연화는 날뛰는 여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모용연화는 호천안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지 실제로 호천안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애타게 바란 순간이면서 뭘 그렇게 여유를 부리는 거야!

         

       모용연화는 내면의 여우를 타일렀다.

         

       이게 옳다.

         

       분명 호천안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걸 바라보는 일은 가슴이 꽉 조여올 정도로 좋았지만 호천안은 많은 것을 짊어진 사람이었으니까.

         

       -난 모르니까 알아서 해!

         

       내면의 여우가 등을 돌린 채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치며 성을 냈다. 모용연화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호천안을 올려다보았다.

         

       호천안은 아무래도 착 붙어 있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한 모양인지 슬쩍 딴청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이내 모용연화를 바라봐 주었으니 그 모습을 보며 모용연화는 확신을 가졌다.

         

       이번 기회가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여우의 말은 틀렸다.

         

       호천안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봐 줄 것이고.

         

       방금 전 여우가 기회라고 말했던 순간은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니까.

         

       모용연화는 호천안과 함께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자신의 마음을 시리게 하던 바람이었거늘 지금은 어째서 이렇게 훈훈한지.

         

       그저 곁에 한 사람이 있을 뿐인데 이렇게 달리 느껴질 수 있을까.

       

       “소협의 덕분일까요.”

         

       모용연화는 그 훈훈함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쩐지 뭐든 해낼 수 있는 기분이 드는군요.”

         

       “…다행이구려.”

         

       약간의 민망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다소의 안도감이 섞여 있는 호천안의 대답해 모용연화는 쿡쿡 웃었다.

         

       육성진을 준비하던 어느 날.

         

       두 사람만이 아는 짧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거의 일주일만에 한편을 올리게 되었네요.

    제가 흔들리는 모습에 많은 후원을 보내주신 독자님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냥 이렇게 유야무야 연재주기를 어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러니 이젠 그냥 무조건 하루에 한 편이라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쓰고는 있지만 막상 쓰고 나면 뭔가 아닌 것 같아서 거의 대부분을 지워버리고는 남는 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막상 남긴 것들이 정말로 좋은 작업물이냐고 묻는다면 또 아닌 것 같고.

    더 이상 고심해봐야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으니 그냥 기세로 밀어 붙이겠습니다.

    후원을 통해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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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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