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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4

       […까지 잘 생각임?]

       “흐엥?”

       

       귓가에 스며든 음성을 듣고 느릿하게 고개를 든 엔리는 자신의 앞에 떠 있는 ‘유저가 수면상태에 들어섬에 따라 게임을 일시 정지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눈을 끔뻑였다.

       

       아니. 음.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어제 나 슬로우쿡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수십 번 정도 리세마라를 한 끝에 그럴 듯한 장소를 발견했고, 그리고 나서는…

       

       “흐엑?!”

       

       자신이 게임을 진행하다가 그대로 뻗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엔리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 여러분! 저 얼마나 잤어요?!”

       

       – 한 네 시간 정도?

       – 아무리 도네해도 안 일어나더라.

       – 엔리 수면쇼 마이튜브 업뎃 예정.

       – 재밌긴 했어.

       

       “네 시간이나 잤다고요?!”

       

       이런 미친. 아라 씨가 턱 밑까지 추격해 온 상황에서 시간을 낭비하다니!

       

       자그마한 차이로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 없을 지가 결정되는 마당인데 이래선 곤란하다고!

       

       설마 아라 씨가 벌써 클리어한 건 아니겠지? 막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휙휙 4장하고 5장을 클리어해 버린 건 아니겠지? 그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걱정 마셈. 화령 쉬러 갔음.]

       

       “…진짜요? 저 속이는 거 아니죠?”

       

       – ㅇㅇ. 지금 방송 끔.

       – 정확하겐 방송 끄게 한 거긴 하지.

       – 아니 근데 솔직히 48시간 연속 방송은 너무 하잖아.

       – 근데 갈 때까지 화령 멀쩡해 보이지 않았음?

       – 글킨 했지. 졸린 티 하나도 안 나던데.

       – 대체 얼마나 체력이 좋은 거야.

       

       화랑 령이 나뉘어서 번갈아 방송을 하는 것 같았다는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엔리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라의 정체를 알고 있는 그녀는 아라가 정말 48시간 방송을 하고도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의 극한에 이르러 자신의 권능으로 세계를 뛰어넘고 세상의 규칙을 뒤바꾸는 존재가 어찌 며칠 밤을 샌 정도로 피곤함을 느끼겠는가.

       

       지난번에 말씀하시길 평생 자지 않아도 사는 데에 지장이 없을 거라 하셨으니.

       

       시청자들이 걱정을 보내지 않았다면 정말 슬로우쿡을 클리어 할 때까지 쭉 달리셨으리라.

       

       엔리의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었다. 엔리도 여러 스트리머들 중에서 체력이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사람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

       

       아니. 애초에 그걸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파이스님이라면 가능하긴 하겠다. 그 분도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으니 말야.

       

       바꾸어 말하자면 한 세계를 구한 용사님 정도는 되어야 아라 씨를 따라갈 수 있단 소리고.

       

       아직 개같이 멸망하진 않았다는 걸 깨달은 엔리는 기지개를 키면서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화령 씨 어디까지 공략을 해뒀어요? 이미 클리어 직전이라 그래도 별로 안 놀랄 것 같은데.”

       

       아라가 3장의 각 파트를 도장깨기하듯 넘어서는 걸 본 엔리는 이미 그녀의 요리 실력이 며칠 전의 아라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고 판단했다.

       

       엔리가 알고 지내는 요리 스트리머 중 한 사람은 아라와 계약한 악마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도 그 악마와 계약하고 싶단 이야기를 할 지경이었으니.

       

       분명 지금 아라의 실력은 엔리를 뛰어 넘었을 것이다.

       

       – 떡파스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4장 구경만 하고 갔음.]

       

       – 근데 말 하는 거 보니까 오자마자 바로 깰 것 같던데.

       – 대충 메뉴 구상 끝난 것 같고. 몇 번 리트 하다가 깨지 않을까?

       – 이젠 아무도 화령이 고생할 거라고 생각 안 하네.

       – 솔직히 그새 요리 실력이 너무 늘었어.

       – 첫 날 괴식을 만들던 추령령은 이제 없어 ㅠㅠ

       – 이쯤 되면 첫 날에 괴식 만들던 게 컨셉 아닐까 싶은 수준임.

       

       “그건 아니에요. 그건 컨셉일 수가 없어요.”

       

       엔리는 밥솥을 만져본 적조차 없던 아라를 알기에 컨셉 잡은 거 아니겠냐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요. 조개를 박박 씻다가 부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요!”

       

       – 엌ㅋㅋㅋ

       – 그치. 처음 슬로우쿡 켰을 때 보여준 게 너무 쇼킹했어.

       – 요리 할 줄 아는 사람이면 6시간 동안 괴식만 만들 순 없지.

       

       “그냥 화령씨는 다소 비정상적일 정도로 배움이 빠른 것 뿐이에요.”

       

       한탄하듯이 엔리가 내뱉은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동의를 표한다.

       

       슬로우쿡을 막 켰을 당시 아라가 보여준 것이 너무도 괴멸적이었기에 조작을 했다는 이야기조차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 재능충이잖아요. 아라 씨.

       

       내가 진지하게 배우질 않아서 그렇지 마음먹고 수련을 시작하면 이 정도는 가뿐하다는 말을 실현시키면 어쩌자는 건가요.

       

       보통 그런 건 허세용 대사잖아요. 잘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다가 개같이 멸망해야 정상인 거잖아요오오.

       

       도대체 왜 잘 하시는 거냐고요!

       

       왜!

       

       흑. 이럴 줄 알았으면 내기를 하는 게 아니었어.

       

       아라 씨가 이렇게 하루하루 성장할 줄 알았다면 그냥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을 텐데.

       

       – 화령이 좀 사기캐긴 함.

       – 왜 그런 사람이 인방이나 하고 있는 거지?

       – 찐으로 국가적 인재 손실이잖아.

       – 어디를 가도 국뽕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인데.

       – 요즘도 뽕은 잘 채워 주는데?

       – 레딧 가 봐. 화령이랑 관련된 이야기 겁나 돌고 있음.

       

       – 마교도1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이제 진짜로 못 하는 거 없지 않나?]

       

       “그으러게요. 몸 움직이는 거 만능이시고. 외국어도 이제 잘 하시고. 요리 잘 하시고. 마법도 잘 다루시고. 예쁘고. 멋지고.”

       

       너무 차이가 나서 질투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단 생각에 엔리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만능에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건 너무… 아. 맞다.

       

       “못 하는 거 하나 있어요. 동물한테 사랑 받는 거.”

       

       아라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동물에게 사랑받지는 못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물들은 그녀를 보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품게 된다는 모양.

       

       덕분에 아라는 최근에도 마이튜브에서 여러 동물들의 영상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 그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동물에게 미움을 사는 사람이라니.

       – 모든 걸 얻은 대신 동물에게 미움 받는 저주를 얻은 건가.

       – 그걸로 재능을 얻을 수 잇다면 나도 동물한테 미움 받을래!

       – 그거 요즘에도 그래?

       – 어제 4장 길거리 돌아다니다 만난 고양이가 하악질 하던데?

       

       “진짜요?”

       

       그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긴 엔리는 아라 방송의 클립을 살폈다.

       

       ‘한 번만! 한 번만 쓰다듬게 해다오! 그런다고 뭐가 닳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아아악! 하악!’

       ‘본인이 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그러는 것이냐! 보라! 본인은 무해하지 않은가!’

       ‘하아악!’

       

       결국 고양이가 도망쳐버린 후 시무룩해진 아라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단 말과 함께 방송을 꺼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느슨한 미소를 품은 엔리는 방금 전까지의 우울함이 날아가는 걸 느끼며 느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저거 보니까 힘이 나네요. 다시 열심히 해 볼까요?”

       

       어쨌든 간에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아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5장에 도달하지조차 못했다.

       

       그러니 그녀가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엔리가 슬로우쿡을 깨기만 한다면 그녀가 저지른 실수는 실수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깨기만 한다면.

       

       “제 기억이 맞다면 분명 상황 자체는 꽤 괜찮았을 거에요. 그쵸?”

       

       어제 아라가 3장의 모든 파트를 도장깨기 하는 동안 엔리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적의 기회를 얻은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우선적으로 했던 건 바로 스팀펑크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식당에 들리는 것.

       

       잘 나가는 식당. 손님이 없는 식당. 비싼 곳. 싼 곳. 그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들려 식사를 즐긴 엔리는 스팀펑크의 세계가 영국과 닮아있음을 확신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해 두었던 전략이 먹힌다는 확신을 얻은 엔리는 그 즉시 스팀펑크 세계의 시장에 들려 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가 무엇인지 찾았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라도 식재를 구하기 어렵다면 그 요리로 식당을 차릴 수 없다.

       

       그러니 쓸 수 있는 식재를 기반으로 요리를 구상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과거 슬로우 쿡에 도전했던 때에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었던 엔리는 그 때의 지식을 떠올려가며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어지간한 향신료는 다 있네요. 이러면 카레를 하는 게 제일 낫겠어요.”

       

       식재의 확인을 끝마친 후 할 요리를 정하고.

       

       “가게는 이 쪽이 괜찮겠어요. 공장 근처라 매연이 심하긴 하지만 대신 노동자분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거에요.”

       

       가게를 구하고.

       

       “여기는 딱 봐도 치안이 그리 좋지 못해요. 덩치 있는 종업원분을 하나 구하는 편이 좋겠어요.”

       

       가게를 지키기 위해 인상이 험한 오크 한 명을 고용하고.

       

       “에이. 조금 더 싸게 해 주실 수 있잖아요. 대량구매를 하는 건데요!”

       

       식기와 가구를 싼 값에 구하고. 그렇게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엔리는 가게의 영업을 시작하겠다 마음을 먹고 여러 계획을 짜다가 그대로 뻗어 버렸다.

       

       모든 준비를 끝 마친 상태에서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쓰러져버린 것이다.

       

       그러니 엔리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바로 가게의 영업을 시작하면 될 터이지만.

       

       “여러분. 제가 잠들고 나서 뭐 없었죠?”

       

       재개 버튼을 누르기 직전 엔리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되물음을 던졌다.

       

       – 뭔…일이 없지는 않았지.

       – 비밀.

       – 진짜 우리 최선을 다해서 깨우려고 그랬다?

       – ㄹㅇ임. 그 때 초 단위로 후원 터졌는데 절대 안 일어나더라.

       

       “뭔데요?!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건데요?!”

       

       – 등짝의상처는어쩌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사실 많았음.)]

       

       “아니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달라며 엔리가 소리를 내질렀지만 시청자들 중 그 누구도 시원한 답변을 내어주지 않았다.

       

       모두들 엔리를 놀리기만 할 뿐 그녀를 도와 줄 생각은 없는 것이다.

       

       “이 악질들 같으니!”

       

       결국 엔리는 순 나쁜 사람들밖에 없다는 말과 함께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한 채 게임의 재개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그리고 엔리가 마주하게 된 풍경은 엉망이 된 가게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몇 명의 사람들, 상처 투성이 오크 종업원의 모습이었다.

       

       “개업도 안 했는데 진상이 쳐들어와서 대충 처리했습니다.”

       “…어. 넵. 감사합니다.”

       “아뇨. 별 일도 아닌데요 뭐.”

       

       …나 이 동네에서 5장을 클리어 할 수 있을까.

       

       엔리는 피투성이가 된 괴한들의 얼굴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300만 조회수가 돌파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네요!

    와! 300만! 너무 기쁩니다!

    독자 여러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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