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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4

    <454 – 비열한 사람들>

     

    아스타로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건넸다.

     

    “오크노디 1학년. 재단에 들어가면 누구나 너처럼 거대한 업을 쌓을 수 있는가?”

    “음… 누구나는 아니겠죠! 저는 파파의 딸인걸요.”

    “혈연은 이길 수 없지. 그렇다고 해도 장래가 유망한 강자에게는 지원을 약속할 수 있지 않은가.”

    “아스타로트면 쌉가능이긴 하죠!”

    “재단의 지원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얘기를 전해주길 바란다.”

     

    황색마탑 원로가 정색하고 난입했다.

     

    “재단 소속 고위인사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목당하는 것을 모르는가? 마탑은커녕 세계각국에 맘 편히 발을 들이지도 못할 것이다.”

    “마탑에서 제게 약속한 지원은 충분한 힘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제게 열어주신 지혜의 문이 더욱 깊었다면 저 역시 황색마탑 너머를 넘보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마탑에 돌아가거든 5위계 이상의 고위지식 접근권한을 허락하지.”

     

    아하.

    전쟁세대가 주류가 아닌 평화의세대에서는 아스타로트가 밖에서 뭘 하고 다니나 했더니 마탑에서 지식수집만 하고 있었구나?

    물리용사에 가까운 이슈타르와 달리 마법용사에 가까운 아스타로트라면 납득이 가는 배경설정이다.

     

    “그냥 저한테 배우지 그래요? 황색마탑 비전지식은 저도 다 알고 있는데!”

    “거짓말! 재단이 아무리 잘났기로서니 어찌 마탑의 비전지식을 알 수 있단 말인가.”

    “황색마탑의 비전인 대지마법의 약점인 긴 캐스팅시간을 미리 새겨둔 술식으로 줄이는 룬마법을 제 입으로 굳이 다 말해야 해요?”

     

    원로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허세다! 어디서 룬마법의 존재나 주워듣고 허세를 부린다고 속을 줄 아느냐!”

    “흥. 저위계 마법을 거대마법이 담긴 룬으로 펼치면 5위계의 시작이 되죠. 3위계 속박주문은 5위계 속박의 룬이 되고 3위계 양분흡수주문은 5위계 흡수의 룬이 되고요. 룬을 즉시 발현시키는 룬 폭발 주문도 있고 같은 룬을 중첩시켜서 강화 룬을 만들거나…”

    “그만!!”

     

    황색마탑 원로가 믿을 수 없다며 기함을 내질렀다.

     

    “황색마탑에도 재단의 스파이가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5위계 이상의 주문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스파이라니, 대체 언제부터!”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저한텐 아닌데요. 저한테 중요한 건 아스타로트가 원하는 황색마탑 고위계 주문지식도 제가 줄 수 있고, 다른 지식도 제가 줄 수 있다는 거죠!”

    “재단이 아닌 너를 따르라 이거냐.”

    “넹!”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야.”

     

    아스타로트가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제 도움이 필요하면 아카데미 통신실로 연락해서 절 찾으세요! 통신마도구 암호코드는 교무실에 들르면 받을 수 있어요.”

    “기억해두지.”

     

    끝내 아스타로트의 설득에 실패한 원로가 씩씩거리며 내게 삿대질을 했다.

     

    “재단의 요망한 작은 악마여. 황색마탑은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작은 오크노디는 이 일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닷!”

    “억.”

    “윽.”

    “커헉.”

     

    감사인사를 하니까 수석원로 뒤로 원로 세 명이 머리를 부여잡다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저런… 늘그막에 너무 멀리 마실 나와서 바람에 몸이 상했나보다!

     

    “저런. 치유실 안내해드릴까요?”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 네가 나빴어.]

     

    불쌍한 어르신들의 명복을 빌어주는데 시험장에서 또 다른 소란이 일어났다.

     

    “커, 커허억!! 숨이, 숨이이!”

    “꺄아악! 독살이야!!”

    “빅스톤, 왜 그래? 야 인마 정신 차려!”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진 빅스톤 선배!

    선배의 대결상대로 지목 받았던 원로회 제자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내가 한 거 아니라고!”

    “저런 비열한 자식들. 승부에서 질 것 같으니까 독을 쓰는 짓까지 서슴지 않다니!”

    “정말 내가 아니라니깐!”

     

    거의 울 것처럼 소리치는 제자의 외침에 아스타로트가 끼어들었다.

     

    “저희 밀라가 실력은 부족해도 심성은 고운 아이입니다. 독을 살포하기는커녕 벌레도 못 잡아서 매일 대지연공법을 하면서도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죠.”

    “그럼 빅스톤은 숨만 쉬었는데 독에 중독당하는 체질이라도 된다는 거야?!”

    “밀라는 그럴 깜냥이 못 되지만 스승인 황색마탑 원로들은 다릅니다. 가령 밀라의 스승인 에이언 원로님은 대지로부터 광물독을 추출하는 독포집 주문을 알고 계시죠.”

     

    스승과 제자니 사문의 옛정이니 안중에도 없는 의심으로 가득 찬 아스타로트의 진술!

     

    “저딴 배은망덕한 놈에게 황색마탑의 지식을 베풀어주다니, 마탑의 법도가 땅에 떨어졌구나!”

    “황색마탑은 원래 땅에서 수련하니까 제자리로 돌아간 거 아닐까요?”

     

    은근슬쩍 얼짱각도로 귀엽게 얼굴을 내밀며 의견을 피력해봤는데 에이언 원로의 얼굴이 거멓게 물들더니 왈칵 피를 토했다.

     

    “원로님이 각혈을 했어!”

    “진실을 은폐하려고 저러시는 건가?”

    “우리가 봐도 학생한테 독을 쓰는 건 심하긴 했어.”

    “하씨 쪽팔려. 원로님은 괜히 왜 오버해가지고 열심히 싸운 우리까지 망신주는 거람.”

     

    마탑제자들조차 각혈한 스승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안쓰러운 모습!

     

    [오크노디.]

    “넹?”

    [황색마탑 원로회를 홧병으로 멸문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10분만 입 다물고 있어. 네가 먹인 사탕 때문에 일어난 난리잖아.]

     

    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만 원로들한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앨리스 선배는 나만 미워해!

     

     

    * * *

     

     

    “괜찮다면 편입을 목표로 견학을 더 해도 괜찮겠습니까?”

    “학생의 자질이 뛰어나니 기회를 드리고 싶군요. 허가하겠습니다.”

     

    전날 귀가한 황색마탑 원로회와 제자들과 달리, 아스타로트는 특별히 하루 더 기프트 아카데미에 머무를 기회를 얻었다.

    이는 황색마탑과 아스타로트를 분리시키기 위한 나의 은밀한 공작이기도 했다.

     

    “제 시험을 보면 깜짝 놀랄걸요?”

    “확실히 기대되는군.”

     

    아스타로트는 내가 듣는 이번 강의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수요일 14시~17시

    -교수 : 레어그릴스

    -기사학부, 교양

    ━━━

     

    수요일에 기다리고 있는 첫 시험은 배신자 메타로 재미를 보았던 레어그릴스 교수님의 강의였다.

     

    “레어그릴스 교수의 강의에는 명예를 알고 포로로 사로잡힌 적을 존중할 줄 아는 명예로운 성기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

     

    때마침 명예로운 성기사 제이다스가 씩씩거리며 내게 찾아왔다.

     

    “더러운 배신자 녀석.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혼자만 이용당하지 않을 거다.”

    “?”

    “두고 봐라. 네가 여자여도, 아이여도, 아무리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묵사발을 내줄 거다!”

    “??”

    “아군이어도 상관없다. 적에게 붙고 배신을 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너만큼은 작살을 내주마!!”

     

    서부삼국에 이름을 알린 성기사.

    그리고 학년수석과 겨룬 첫 수행평가를 망친 자.

    제이다스가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었다.

    아스타로트는 크게 낙심한 기색이었다.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제이다스 때문에 그를 따르는 학생들도 덩달아 경계의 눈빛을 보내서 그런지 헤스티아가 호위를 서듯이 내 뒤에 스윽 다가왔다.

     

    “걱정 마, 오크노디. 내가 지켜줄 테니깐.”

    “헤스티아가 제 걱정을? 고맙긴 한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마마가 되겠다는 다짐 이후로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 걱정은 연예인 걱정만큼 불필요한 짓이다.

    기출변형 억까패턴까지 머릿속에 다 쑤셔 넣은 고인물천재론의 실현자를 뭐하러 걱정하는가!

     

    “저는 예전부터 혼자서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해왔어요. 못 하면 죽거든요!”

    “오크노디… 너란 아이는, 크흡!”

     

    헤스티아가 눈물을 쏟아내자 모자챙이 또 다시 바짝 조여지며 정수리를 마구 괴롭혔다.

     

    [또 사람 헷갈리는 말로 여우짓 좀 하지 마.]

    “아야야. 앨리스 선배는 왜 자꾸 저한테만 뭐라고 해요? 실제로 그랬는데 어떡하라고요.”

    […정말로?]

    “정말이라구요!”

    [미안. 재단시절 일은 한동안 잊고 있었더니 네 처지가 어땠을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어.]

     

    내 경우는 재단이 아니라 아카데미의 억까에 당해왔던 거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레어그릴스 교수님은 전술지도를 펼쳤다.

     

    “올해는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뛰어난 탓에 어떤 전장이 너희에게 어울릴지 무척 고심이 많았지.”

     

    학생들의 표정이 대단히 안 좋아졌다.

    대체 얼마나 심한 전장을 가져오려고 저러는 걸까.

     

    “시험 전까지는 언제나 나의 충실한 조교 그라치오가 청군을, 본 교수가 적군의 지휘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시험방법을 달리한다.”

    “이번 중간고사에 사용될 모의전술전장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형을 기반으로 삼는다. 그런 관계로 전장지휘는 해당 전장에서 초빙된 거물이 맡아주신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거물의 지휘를 받는다니!

    황색마탑 원로회만큼 바닥을 기던 사기가 호기심을 느낀 티토소가마냥 밑바닥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영광으로 여기거라. 정말 어렵게 모신 분이시니. 제국의 북부전선을 책임지며 마족의 인계침공을 저지하는 인류의 수호자. 북부대공 <유다>님이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급히 옷깃을 여밀 정도의 한기와 함께 나타나는 자.

    2m 30cm의 거대한 체구에 유니크 몬스터의 가죽을 벗겨 만든 가죽갑옷을 입은, 중형 몬스터의 목도 한방에 썰어버릴 거대전쟁도끼를 짊어진 자.

     

    “와! 내 롤모델!”

     

    한방메타의 시초가 된 NPC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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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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