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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4

    그는 음식이라고 부르기엔 뭐한 수준의 처참한 모습에 당황한 채 중얼거렸다.

    “레니에, 이게 정말로 맛있을 거라고?”

    “그야, 물론이지요!”

    한없이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다시 한번 그 음식의 형상을 쳐다보았지만, 그것의 끔찍한 형태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걸죽하게 부글거리는 희뿌연 국물과 꿈틀거리는 살점, 덩달아 끔찍한 냄새까지.

    어떻게 보아도 맛이 있을 구석은 전혀 없어보였다.

    아무리 그동안 바다의 공포로 군림하던 크라켄으로 요리를 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데다가, 그녀또한 제대로 된 요리사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결과는 너무하지 않은가?

    이런건 요리를 했다, 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언가를 ‘창조’해냈다고 말하는 편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모르시겠어요? 이건 계시에요! 보자마자 빡 하고 느낌이 왔다구요. 그러니까 운명적으로 맛있을 수밖에 없다니까요?”

    그녀는 자신의 성녀로서의 능력까지 운운하며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전히 식욕은 들지 않는다.

    그야 그렇지, 음식이 무슨 7일을 굶어 아사 직전에 이른 사람이 아니면 입에 넣는다는 생각이나 들까 싶을 정도로 수상쩍은 꼴이었으니.

    “네가 말하는 그 신, 진짜 할게 없냐? 뭐 이딴 개밥같은 음식물 쓰레기 만드는 법이나 계시하고 있는건지…….”

    “어허, 개밥이라니! 무슨 소리를! 어서 취소해요, 신성모독이에요! 그러다 천벌 받는다구요!”

    바로 그 순간.

    -콰릉!

    “으악!!”

    벼락이 내리꽂혔다.

    벼락은 다행히 배 뒤쪽으로 아슬하게 빗겨나가는 바람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그래도 번개를 부를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그것도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씨에 갑자기 바로 옆에 떨어진 번개는 그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신의 실존과 신앙심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하도록 만들기엔 충분한 위협이었다.

    “진짜 번개가 쳤어! 이, 이거 진짜 신이 내가 뭐라고 해서…?”

    그렇게 그가 속으로 중얼거리던 사이, 한편에서 남성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

    자신의 호들갑스런 모습이 우스웠는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마법사의 모습.

    그에 괜히 무안해진 그는 괜히 투덜거리듯 그에게 쏘아붙였다.

    “갑자기 왜 그래, 너도 신의 번개를 보니 미친거냐?”

    “아니, 미치진 않았다네.”

    “그럼 뭐가 그렇게 웃긴데? 아니, 방금 바로 옆에 번개가 쳤다니까? 마른 하늘에? 천벌이라니까?” 

    ‘천벌’이라는 말에 그는 더욱 웃음을 짙게 드리우며 답했다.

    “케일, 그건 천벌이 아니라 그냥 내가 쓴 마법일세. 그렇게나 놀랐는가?”

    자신이 일으킨 현상을 보고 ‘천벌’이라느니 운운하는 꼴을 보면 어느누가 우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높게 쳐 주는 것이니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이 미친놈아! 갑자기 왜그러는데? 설마 나 놀리려고 그런거냐?”

    “그냥 뭐, 크라켄의 시체로 송사리들이 좀 꼬이는 것 같길래.”

    아무래도 전투중에 도망친 크라켄을 추격하기위해 타고나온 작은 배로는 크라켄의 거대한 시체를 온전히 올려놓을 수 없었기에 뒤에 매달고 있는 상태였는데, 크라켄의 고기가 내뿜는 막대한 양의 마나는 그런 해양생물들을 유인하기에 너무나도 매혹적인 것이었으니까.

    살아있을 때야 바다의 지배자이자 심연의 공포로 군림하던 녀석이었겠지만, 죽어버린이상 거대하고 마나가 풍부한 고깃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을 노리는 포식자들도 많이 꼬이게 될 수밖에.

    “고작 번개를 봤다고 천벌이라니, 놀라는 꼴이 꽤나 우습더군. 왜지? 그런 정도의 번개마법 쯤은 그동안 많이 봐 오지 않았더냐?”

    “아니, 그 타이밍이라는 것이….”

    같은 말을 해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같은 현상을 봐도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서 해석이 갈리는 건 당연한것 아닐까?

    그러니 그것을 천벌로 인식하는 것도 일반인이라면 아주 이상한 사고흐름은 아니겠지.

    하지만, 마법사는 달랐다.

    “아무리 타이밍이라고 해도, 신의 벌로 번개는 너무나 진부한 방식이지.”

    그의 말에 그녀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300년 전이라면 모를까, 요즘에는 번개같은 즉각적인 방식으로는 처리하지 않는다구요.”

    천벌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가 티나고 진부한 방식이라니?

    전해져내리는 신화만 보더라도 번개가 떨어져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그건 한평생 책이나 교양을 쌓는 일보다는 검을 수련하고 비교적 신분이 낮은 이들과 어울리기만 하던 그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시각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데?”

    그는 성녀라는 사람이 말하는 ‘천벌’에 대해 흥미가 생겨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여신님께 흥미가 생긴 건가요? 좋네요!”

    “아니, 네 생각처럼 진짜 깊은 흥미가 생긴 건 아냐. 그냥 궁금해서.”

    마치 포교대상이라도 만난 것 같은 그녀의 반응에 그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반응했다.

    그냥 좀 궁금했을 뿐이지, 아무래도 신성력을 받아 성기사로 전향할 생각은 정말 조금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 방법을 말해드리자면, 그분께선 즉각적인 고통을 주시기보다는 주로 운명을 조작하시는 편이죠. 그러니까, 하는 일이 잘 안 되게 한다던가, 가정에 우환이 닥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여신님께서 운명의 흐름을 관장하는 이상, 아무리 신성모독을 하더라도 여신 본인께서 한 운명에 대해 즉각적인 종료를 선사하기는 쉽지 않지요. 그러니까 그런 방식의 천벌은 당신의 운명이 번개맞아 사라진 신화 속 인물들처럼 죽음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구제불능 격의 운명적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녀의 상세한 설명은 그의 궁금증을 반쯤 해결해 주었다.

    그러니까, 너무 길어서 중간부터는 대충 흘려들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듣고 싶을 정도로 흥미가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대충 대답하기로 했다.

    “아, 그렇구나.”

    그런 속마음이 거의 평생을 곁에서 함께해온 마법사에게는 티가 났던 것일까?

    마법사는 완성된 음식을 가리키며 주제를 돌렸다.

    “자,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는 그쯤 하고 음식이나 먹지. 그, 운명적으로 맛있다는 레시피의 맛이 궁금하니까.”

    “으윽.”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그.

    하지만 다시 봐도 입맛을 단속하는 그 끔찍한 모습에, 그는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정말 먹고싶지 않은데. 먹을 것도 많은데 굳이 이걸 먹어야 해?”

    이쪽 해역에서 낚시로 잡히는 물고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따로 먹을 식재료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음식을 입안에 집어넣기는 좀….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 또한 다시는 없을 경험이 아닌가? 그리고, 이 요리. 이렇게 보여도 크라켄의 마나가 낭비없이 녹아내려서 거의 훌륭한 엘릭서나 다름없는 상태야. 배 위에서 힘이 빠지고 지친 그대에겐 오히려 놓치는 게 손해겠지?”

    “허어.”

    그는 훌륭한 엘릭서라는 말에 살짝 혹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냄비 위에 도래한 지옥의 형상처럼 보이는 그 물체엔 도저히 정감이 가지를 않았다.

    저런 걸 보고도 먹을 생각을 하는 건 역시 마법사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

    어쩌면 항상 끔찍한 맛과 형상의 시약에 길들여져 음식취향이 이상해져버린 건 아닌가 싶다.

    “정말 먹어도 되는 거 맞지? 나,이거 먹고 죽는 거 아니지?”

    “당연히 안 죽죠! 성녀인 제가 만든 음식인데요! 제가 사람이 죽는 요리를 할리가 없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성녀인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이런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남아있었다.

    “그래도 말이야, 크라켄의 육체에는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맹독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잖아? 안 그래, 루크?”

    독, 물론 있다.

    그것도, 한 방울만으로 한 나라를 기울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그러나 그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그렇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만약에 먹고나서 죽더라도 바로 뒤의 그 성녀께서 잘 살려줄테니까.”

    그에 죽은 자를 살리는 성녀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죽으시면 제가 꼭 살려드릴게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거기에 대륙 최고의 실전파 대마법사는 한술 더 떴다.

    “그래도 만약 죽을 때 너무 고통스러우면 내 친히 감각 차단마법까지 써 주겠네.”

    “묘하게 도움이 되면서 또 안 되는 말이다, 그거.”

    결국 무언가를 베어내는 칼솜씨 외에는 없는 검사인 그로서는 그것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기를 조금 더 잘게 썰어 놓을 걸 그랬나?

    이 정도가 딱 좋다고 해서 이렇게 하기는 했는데 말이다.

    “아, 지금 표정 굉장히 재밌어요, 케일.”

    “그렇군. 레니에, 그대가 마계에서 처음으로 32등분났을 때 딱 저런 표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랬나요? 아, 하필 그때 그 얼굴을 못 봤네. 아쉬워라. 눈만 움직일 수 있었어도 봤을 텐데요.”

    “호오 흥미롭군, 레니에. 그건 만약에 그때 눈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볼 수 있었다는 말인가? 신경이 연결된 게 아니었을텐데?”

    “당연히 농담이에요. 사실 계속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아, 그랬나? 조금 고차원적인 농담이었군 그래.”

    “그렇죠? 이건 저만 할 수 있는 농담이죠. 어때요?”

    “음, 재밌는 농담인 것 같군.”

    그 이야기를 곁에서 듣던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들, 혹시 농담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니냐?”

    마법사, 성직자. 

    어떻게된게, 여기엔 제대로인 사람이 없다.

    ….그래서인지, 죽은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래서 성직자와 마법사의 영향력이 큰 파티에 오래 있으면 다들 정신이 이상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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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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