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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5

       *** ***

         

       파바바박!

       

       진법이 변화한다.

         

       오성진 때와는 또 다르게 가열차게 움직이는 일행들.

         

       지금까지 오성진을 운용하면서 자주 흩어져 영물을 갉아먹었지만 사실 이는 진법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편법에 가까운 일이었다.

         

       본래 진법을 펼치는 목적이라 하면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발휘하는 것이었으니까.

         

       민첩함은 살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민첩함을 유지하면서도 큰 한방을 모아낼 정도로 순발력 있게 기운을 돌릴 수는 없었으니 집중 대신 산개를 택한 셈이었다.

         

       오성진을 운용할 때는 때때로 진법을 펼치고 있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제각기 움직임을 취하던 우리들은 이제 누가 봐도 진법을 펼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촤아악!!

         

       그리고 그런 육성진 사이로 매섭게 파고드는 당도연의 채찍.

         

       대성의 형을 취하고 있던 일행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일성으로 변환했다.

         

       그 속도는 오성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육성진에는 모용세가 무공의 핵심 이치라 할 수 있는 극변의 묘리가 녹아들어 있었으니까.

         

       하나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빡빡하게 맞물리거나 가벼운 충돌을 일삼는 다섯 개의 기운 위에 더해진 모용연화의 기운과 극변의 묘리는 마치 윤활유와 같은 작용을 하며 형의 변환을 부드럽고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당도연의 채찍이 날아들기 전에 일성의 형을 완성한 우리들.

         

       진법의 형을 온전히 갖추었으니 그 채찍을 충분히 받아칠 수 있었지만 우리들의 선택은 회피였다.

         

       당도연의 채찍질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촤자자작!!

         

       그리고 예상대로 사방을 후려치는 채찍을 피해 우리들은 바삐 몸을 움직였다. 연신 채찍을 피하는 일행들의 움직임은 오성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휘익!

         

       일행들이 정신없이 채찍을 피하고 있을 때.

         

       당소열이 던진 나무 표적이 날아들었다.

         

       “하압!!”

         

       채찍을 피하고 있는 와중 다시 한번 진형이 변화한다. 순식간에 형은 빙성으로 전환되었고 흑묘의 주먹이 마구 날뛰고 있는 당도연의 채찍을 후려쳐 그 힘을 잃게 한다.

         

       그 순간 다시 진형이 변화한다.

         

       여섯 명이 이루는 진법이었지만 마치 한 사람이 연달아 초식을 뻗어내는 것과 같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대성의 공세.

         

       퍼어어엉!!

         

       당소열이 기습적으로 던진 표적이 바닥에 닿기 전에 산산조각이 나 비산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도연이 수련의 종료를 알렸고 나는 이마에 흥건하게 맺힌 땀을 닦아냈다.

         

       서문연이 모용연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한 육성진.

         

       육성진은 오성진보다 훨씬 더 고절한 진법이었고 동시에 어려운 진법이었다.

         

       그저 오성진에 모용연화를 더한 진법이 육성진이라고 생각했지만 서문연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모용연화를 끼우는 건 덤이고 진법의 개선이 주라고 생각될 만큼 서찰에 적힌 진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모두 진법의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일예가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이제 육성진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군요.”

         

       “그래요. 처음에 육성진을 익힐 때만 해도 서문연 진법가님이 우리들에게 무슨 억하 심정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니까요.”

         

       “후후, 그리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난이도였지요.”

         

       다회차의 실전 경험으로 오성진을 완벽하게 이해한 일행들. 그런 일행들이 육성진을 처음 접했을 때 저런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 육성진의 난이도가 어떤 수준인지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겠지.

         

       이제는 실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준까지 숙련도를 끌어 올렸지만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기 거의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육성진의 연습에만 매달려야 했다.

         

       “후우.”

         

       잠시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어찌어찌 섬서성에서 각문허리띠를 제작할 수 있는 장인을 찾아 모용연화의 각문허리띠와 독고이설의 각문허리띠를 수리한 뒤 시작된 육성진 수련.

         

       육성진의 수련은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육성진을 형성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진법 구성원 중 다섯 명이 통심법을 다루는 데 익숙한 상황이었으니 모용연화의 부족함을 메워 주었다고 할 수 있겠지.

         

       문제는 이어진 육성진을 통해 나와 모용연화가 섬서성에서 보낸 위로의 시간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군.

         

       그때의 분위기를 떠올리는 건 심장 건강에 좋지 않으니 그만두자.

         

       뭐 그런 일만이 아니더라도 두 달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흐으으으…흐으으아악!!”

         

       가령 모용연화가 ‘진짜’ 비천마차를 체험하는 등의 일이라던가.

         

       아니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당도연과 당소열의 남장이라던가.

         

       “자, 그럼 오늘도 시작해 볼까요!”

         

       호랑이도 제 말한다면 온다더니 혁기린이 활짝 웃으며 손뼉을 짝 쳤다. 당도연은 쓴웃음을 지었고 당소열은 죽은 눈이 되었다.

         

       싱글벙글 웃는 혁기린이 당소열을 비천마차로 끌고 들어갔다.

         

       어째서 당소열과 당도연은 매일매일 혁기린에게 남장 당하는 처지가 되었는가.

         

       사건의 발단은 혈존과 내가 혈연관계라는 소문이 무림에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정철의 처치부터 보타문 탈환 등, 무림의 소문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었는데 그 위에 혈존의 혈육이라는 소문까지 끼얹어지며 그야말로 무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안 그래도 보타문 탈환에서 활약한 탓에 나와 일행은 물론이고 비천마차까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오는 판이었다.

         

       당연히 원활한 여행을 위해서는 위장이 필수였는데…위장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당도연이었다.

         

       거대한 사두마차 끄는 마부가 미모의 묘령 여인이라는 것은 그냥 ‘내가 당도연이고 이건 비천마차고 안에는 호천안이 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자연스럽데 당도연에게 남장을 시키자는 결론에 이르렀는데…남장을 갖춘 당도연의 모습은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속도를 즐기기 때문일까. 당도연은 어쩐지 바람과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쾌남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쾌녀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는 것처럼 성별에는 어울리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 법. 당도연이 품은 분위기는 남장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문제는 바로 그 점에서부터 일어났다.

         

       갑자기 혁기린이 당도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제게 맡겨주세요!”

         

       “예?”

         

       “이 분야에서는 제가 전문가니까요!”

         

       “예??”

         

       “제가 매일매일 완벽한 남자로 꾸며드리겠어요!!”

         

       혁기린의 폭주가 시작됐다.

         

       그렇게 혁기린의 옷 갈아입는 인형이 되어버린 당도연.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깔깔대던 당소열.

         

       혁기린은 그런 당소열을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까 당소열 소저가 아픈 것도 꽤 유명하던데요.”

         

       “…어?”

         

       “당소열 소저도 남장을 하는 편이 위장을 위해 좋겠네요?”

         

       그렇게 남장 대열에 합류하게 된 당소열.

         

       그후 지금까지 두 사람은 위장이라는 명목하에 혁기린의 손에 꾸며지고 있었다.

         

       “이것 좀 치워라! 어느 남자가 이런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찬단 말이냐!”

         

       “본래 연초에 찌들어 세상 비관하는 것 말고는 하는게 없는 글러먹은 공자들은 이런 요란한 장신구로 제 자존심을 채우려고 드는 법이에요!”

         

       “왜 날 그런 글러먹은 놈으로 꾸미려고 드는 거냐!”

         

       마차가 들썩이며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목소리에 모두가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였다.

         

       푸드득!!

         

       흑묘에게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나를 한번 힐끗 바라본 흑묘가 전서를 받아들고 천천히 읽었다.

         

       미묘하게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 딱히 좋은 소식은 적혀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두 달.

         

       육성진을 익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또한 일행들 사이에서도 이런 저런 일들이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

         

       무림의 정세가 급변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무림인들에게도 혈교와 영물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존재들이었다.

         

       혈교는 옛날옛적에 음지로 숨어들어가 간간히 괴소문에 등장하는 정도였고, 영물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생소한 존재들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이 혈교와 영물이라는 단어에 적응할수록 우리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 둘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무림맹 소속 문파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파의 문파들이 혈교와 접촉을 시도한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었고.

         

       소수나마 무림맹의 탈퇴를 선언하는 문파들도 생겨났다.

         

       뿐일까.

         

       혈교의 교리에 매료된 것인지 아니면 영물의 힘에 매료된 것인지.

         

       혈교의 추종자임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는 상황이다.

         

       뭐 방금 받은 월복당의 보고서 역시 그와 비슷한 내용일 것이다.

         

       모든 쪽지를 다 읽은 흑묘가 말없이 종이를 구긴 채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전해줄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무림정세는 지금까지의 흐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없다는 거지.

         

       나는 흑묘의 표정을 살피고는 북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달간 정말 열심히 노력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계획을 위한 준비는 완벽하지 않았다.

         

       육성진의 숙련도는 많이 올라왔지만 불안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계획의 성공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고.

         

       마음같아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더 이상은 시간이 허락지 않았다.

         

       현재의 혈교는 영물이라는 특출난 전력은 갖추었지만 그 외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조직력. 거점. 인원수. 무인. 그리고 그런 단순한 것들 외에도 조직을 받치는 무형의 요인들 대부분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파들이 우방이 되고, 추종자들을 갖추고, 혈교에 협력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혈교는 그 부족한 점들을 급속도로 메우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겠지.

         

       그러니 그런 징조들이 더 커지기 전에 칼을 뽑아야 할 일이었다.

         

       “음, 음. 오늘도 잘 어울리네요.”

         

       “캬아악! 제자야! 이 꼴좀 보거라!”

         

       당소열의 모습은 어쩐지 인도 귀족을 연상시켰다. 금으로 짜여진 격자무니 팔 장식과 체인처럼 늘어진 허리 장식. 그리고 졸부스럽게 두꺼운 목걸이까지.

         

       하지만 담뱃대를 콱 물고 불량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당소열의 인상과 졸부 양아치 같은 의상은 딱 어울리긴 했다.

         

       역시 혁기린이 눈썰미가 있긴 해.

         

       나는 그런 당소열과 혁기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출발하시죠.”

         

       “아니, 제자야 말좀 해보라니까? 어떤 남자놈이 옷을 이따위로 입는단 말이냐?”

         

       “차암, 평소에 상거지처럼 입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옷을 신경쓰고 그래요?”

         

       “뭐라고?!”

         

       “이제부터는 흑룡성까지 쉼 없이 달릴 겁니다.”

         

       내 말에 혁기린과 여일예의 만담 아닌 만담이 끝났다. 싱글벙글 웃던 혁기린, 그리고 부들거리는 당소열. 그런 당소열을 보면서 슬쩍 미소 짓고 있던 일행들까지 모두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찍찍?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서공마저 비천마차의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기를 구하러 가지요.”

         

       훤히 드러난 혈교의 등을 찌를 시간이 머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와악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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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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