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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5

       시청자들에 의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된 본인은 잠을 자는 대신 차원을 넘어 파이스의 세상을 찾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표면적인 사유는 파이스의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파이스의 세계가 현대에 비해 느리게 시간이 흘러간다 한들 그래도 슬슬 하루가 지났을 터이니.

       

       슬슬 신선들과 반그로우의 협력이 일정한 성과를 내지 않았겠는가.

       

       저들이 잘 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혹여 필요한 부분이 더 있는 지를 물어볼 생각으로 파이스의 세게를 찾은 나는 베니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륙의 구원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신선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각지에 퍼진 마을에 식량을 퍼트려주고 대지를 살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통제, 규율의 재정립, 타지와의 연결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주셨거든요.”

       

       덕분에 대륙의 재활은 당초 베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대로 반 년 정도만 지난다면 과거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다니 잘 되었구나. 앞으로도 마음 편히 쓰도록 하거라.”

       “…저. 신선분들께서는 언제 돌아가셔야 하는 건가요? 종선님께 여쭤보아도 일이 끝날 때까지 계시겠다고밖에 하지 않으셔서.”

       “그 말이 본심일 게다. 영원을 사는 것이 그 신선놈들이니. 설령 이 곳에서 몇 년을 보내더라도 저들에게는 별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잖으냐. 종선?”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원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만. 뭐어. 몇 년 정도는 저희에게 별 게 아니란 건 사실이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걸 눈치 챈 건지 슬며시 근처에 나타난 종선에게 말을 걸었더니. 녀석이 자신의 거대한 배를 두드리면서 등장했다.

       

       덩치에 비해 나름 신출귀몰한 종선 탓에 베니가 움찔거렸지만 종선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 이야기를 했다.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 대륙을 원상태로 되돌릴 때까지는 여기에 머물기로 했으니까요.”

       “그… 그런가요? 종선님?”

       “예. 뭣보다 저희가 아라님께 받은 은혜가 은혜인지라 이 정도쯤은 당연하다는 듯 해 보이는 것이 도리입니다.”

       

       이 말을 전하고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종선이 훌쩍 떠나버린 후.

       

       그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베니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는 주변에 자신의 마력을 퍼트렸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안에 소리니 차단이니 하는 뜻이 담겨있는 것을 보면 주변과의 소리를 단절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그래봐야 의미 없다. 종선 놈이 이 정도를 못 뚫겠는가.”

       

       그 녀석이 본인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만 그래도 신선 중 제일이라 여겨지는 놈이다.

       

       당장 본인을 제한다면 무림의 누구에게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녀석이 이런 어설픈 수작을 못 뚫을까.

       

       “…어설픈 수작이라니. 내가 평생을 갈고 닦은 마법이.”

       

       베니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흘려들은 나는 바깥으로 소리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처치를 해 둔 후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기에 소리까지 차단하려 한 것이냐.”

       “그으게. 우선은 백호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전해 달라 이야기한 사안입니다.”

       “백호 녀석이?”

       “예. 제발 퇴근을 하게 해 달라 그러시던데요.”

       

       언제는 퇴근 시켜 주겠다더니 이제는 다른 세계에 가둬 놓고 돌아가지도 못 하게 하느냐는 백호의 전언에선 절절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차. 맞군.

       

       내 백호 녀석을 이 세상에 내버려둔 채 돌아갔었지.

       

       본래는 하루가 지나기 전에 찾아와 백호 그 놈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만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에 너무 빠져 있던 나머지 잊어버리고 말았어.

       

       돌아가는 길에 녀석을 데리고 가야겠군 그래.

       

       “그리고 반그로우님의 전언입니다. 가기 전에 꼭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 하시더군요.”

       “그것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어차피 만나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애초에 파이스의 세계에 온 이유 중 절반 이상이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내 반그로우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

       

       내 고개를 끄덕이고 나니 베니가 입을 열었다 다물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하다만 그 내용이 입 밖으로 내기 애매한 것이라 망설이는 것일 테지.

       

       그 모습이 답답하며 일부러 일어나는 시늉을 해보았더니 베니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그 마지막 용건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무엇인가?”

       “…”

       “말하지 않으면 그냥 갈 것이다만?”

       “…파이스냥이 의상을 구해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쉬이 말을 하지 못하기에 무엇인가 했더니 연인과의 일이었더냐.

       

       양 뺨을 붉힌 채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 베니에게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수함이 엿보였다.

       

       하하. 녀석 참 청춘이로구나.

       

       알겠다. 내 그 정도야 못 해 줄 것 없지.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겠다는 말을 전했더니 베니가 귀까지 시뻘겋게 물들인 채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본인은 반그로우의 기척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녀석이 있는 곳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닳을 대로 닳아버린 반그로우의 혼 주변은 다른 곳과는 달리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으니.

       

       어제 슬로우쿡 4장에 진입해 거리를 둘러보던 본인은 거리낌 없이 주변의 도를 살폈다.

       

       과거 도술을 깨우치면서 새로이 얻었던 감각.

       

       허나 시야의 방해가 너무도 심해 일부러 억누르고 있었던 감각.

       

       애초에 본인이 지닌 오감이 너무도 뛰어나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감각.

       

       그를 다시금 사용하게 된 까닭은 도를 이용해 그 사람의 취향을 추측하기 위함이었다.

       

       한 사람의 주변에 흐르는 도는 개인이 지닌 기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성격이라던가. 당장의 기분이라던가. 특정한 것에 대한 선호와 혐오. 그 사람이 여태까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까지 대략적으로 추측을 할 수 있지.

       

       그러니만큼 이를 이용해 4장의 거리를 둘러보며 그 곳의 전체적인 기호를 알아내려는 것이 본인의 의도였다만.

       

       경지가 오른 탓인지. 아니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이전에 눈에 담지 못했던 것이 시야에 들어오더구나.

       

       육신 바깥에 존재하는 기운이 아니라 육신의 안에 존재하는. 바루가 이야기하길 한 사람의 혼이라는 것이 말이다.

       

       육신의 안에 머무르는 혼이라는 것들은 대개 수다스러운 녀석들이었다.

       

       항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고 싶어 하는 그것들은 사람 주변의 도가 움직이게 되는 근원이 됐지.

       

       덕분에 본인은 4장 거리에 존재하는 이들의 취향을 어렵잖게 알 수 있었다.

       

       각 개인의 겉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그들의 취향을 추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는가.

       

       …아아. 물론 고양이를 쓰다듬는 데는 실패했다.

       

       그 녀석의 내면을 보건 말건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싫다라는 감정뿐이었으니까.

       

       그 때를 떠올리니 또 다시 마음이 아려오는 구나.

       

       생각해보면 오히려 고양이의 내면을 보게 되어서 더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 같기도 해.

       

       하여튼. 이러한 현상을 마주하게 된 본인은 바루에게 이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만 녀석은 태연하더구나.

       

       ‘크게 특이한 것은 아니다. 그저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을 뿐인 게지. 무공을 모르는 이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듯, 그대도 이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 대답을 듣고 떠올린 것이다만 바루 녀석은 세상에 머무르는 혼령을 다룰 수 있는 녀석이었으니.

       

       개인의 내면, 혼이라 불리는 것을 보는 데에도 익숙할 수밖에 없고 본인이 새로운 것을 보게 되었다 하는 이야기에도 성장에 따라 올 절차라 판단내리는 것이 당연했다.

       

       ‘점차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이 되어가는 구나. 아라야.’

       ‘그래도 그대는 본인을 인간이라 봐주는 구나. 최근 본인을 마주하는 녀석들은 보통 이런 게 인간일 리가 없다 그러던데 말이야.’

       ‘하하. 그야 그대는 스스로를 어디까지나 인간이라 생각하니까. 아라 그대가 그리 여긴다면 그대는 인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씨익 웃는 바루의 모습이 기특하여 맛있는 것을 해주려 했다만 녀석은 본인이 요리를 하겠다는 말에 기겁을 하고서 다시금 아피스의 세계로 도주하더군.

       

       슬슬 재미난 놈들을 만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기특하단 감정이 그대로 다 날아가버렸더랬지.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느슨한 웃음을 짓고 있으려니 어느새 반그로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수많은 서류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이 지닌 수많은 팔로 일을 하고 있던 그녀는 내 모습을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본인을 처음 본 것도 아닐 터인데 왜 저리 놀라나 싶었다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가 내게 다가와 한 말을 듣고는 그 놀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라님! 그렇게 요리를 잘하실 수 있으면서 왜 초반에는 온갖 괴식을 만드신 겁니까?!”

       

       이 녀석. 어떤 방식을 쓴 건지는 모르겠다만 파이스의 세상에서 본인의 방송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슬로우쿡 초반부에 온갖 괴식을 만들어낼 때 얼마나 짜증이 났다느니.

       

       중반부가 되어 분명 기본기를 잡은 게 분명한데도 여러 실험을 하며 요리를 실패할 때 진짜로 이가 갈렸다느니.

       

       “그래도 바로 4장으로 넘어가기 않고 3장에서 여러 요리를 섭렵해주신 것은 정말 좋았어요. 그걸 바라고 뷔페 파견을 넣은 건데. 다들 3장에서 제일 쉬운 파트를 하고서 대충 넘겨버렸거든요.”

       

       여러 스트리머들이 공략이랍시고 꼼수를 쓸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아냐 토로하는 반그로우에게서는 슬로우쿡이란 게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정작 닳고 닳아버린 그녀의 혼은 지극히 무심해 보인다마는 굳이 추궁을 할 이유는 없겠지.

       

       그녀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캐묻다 보면 얼마 시간이 있어도 모자랄 것이 뻔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그대가 본인의 방송을 열심히 본 듯 하니 이야기가 빠를 듯 하구나. 내 그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뭔가요? 아라님께서 즐거운 광경을 보여주셨으니만큼 어지간하면 협조를 해드릴 예정입니다만.”

       “코스요리라는 것은 어떻게 구성을 하는 것이냐?”

       

       본인은 태어나서 코스 요리라는 것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본 적도 없으며, 당연히 만들어 본 일 또한 없다.

       

       도저히 그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불가능 하더구나..

       

       그래서 그대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코스요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가.

       

       내 물음을 들은 반그로우는 눈을 살짝 치떴다가 이내 눈웃음과 함께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를 냈다.

       

       “요리사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것이죠. 경험해보면 아라님도 어떤 건지 알게 될 거에요.”

       “그래?”

       “안 그래도 아라님을 뵙고자 한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코스 요리가 어떤 것인지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나의 취향에 맞춘 요리를 보여주겠단 반그로우의 말에 난 기꺼이 그 제안에 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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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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