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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5

    <455 – 북부대공과 북부전선>

     

    북부대공.

    척박한 북토에서 마계령 마족들의 침공을 저지하는 인류의 북벽이자 수호자.

    대륙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북부대공의 활약과 업적을 들으며 자랐고, 그에 대한 뿌리 깊은 존경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와 정말 기대된다.”

    “어떤 분이실까?”

    “엄청 강할 것 같아.”

     

    학생들의 추측은 적중했다.

    그는 정말 강한 사내였다.

    타고난 체격과 단련된 근육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맹수 같은 기운이 특히 더 그랬다.

     

    꿀꺽.

     

    오크노디와 제이다스의 신경전에 달아오르다가 북부대공의 등장 소식에 천정부지로 치솟으려던 학생들의 열기가 단숨에 식었다.

    존재감에 제압당했다.

    세계를 호령하는 걸물들 사이에서도 위에서부터 세는 것이 빠를 정도의 실력자, 북부대공 유다.

    그는 말없이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학생들은 감히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위축되었다.

     

    ‘저게… 학생을 상대로 하는 시선이 맞아?’

    ‘절대로 저분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돼. 한 번이라도 무례하게 굴었다가는 살해당할 것만 같아!’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눈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며 벌벌 떠는 동기들과 달리, 제이다스는 주먹을 꾹 움켜쥐며 달아나고 싶은 고개를 애써 꼿꼿이 치켜들고 미소를 지었다.

    인정받고 싶다.

    거물을 향한, 강자를 향한 동경에 응하기라도 하듯이 제이다스를 향한 시선은 1초가 넘게 이어졌다.

     

    <고유영역전개>

    <불감생심不敢生心>

     

    힘에 부쳐 감히 할 생각조차 내지 못한다.

    무엇을 하는지는 상관없다.

    사람의 숫자만큼 생각의 숫자도 많을 것이다.

    북부대공은 이해하지 않는다.

    북부대공은 분석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뜻을 찍어누르며 그 위에 군림할 뿐.

    영역에 노출되는 순간, 제이다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저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는 요식행위는 무의미하다.

    그는 누구에게도 호의를 지니지 않는 자.

    맹수의 눈총을 사는 것은 더 빨리 죽는 지름길에 지나지 않기에.

    3초.

    이것이 제이다스가 버텨낸 시간이었다.

     

    “…”

     

    제이다스는 폭압적인 영역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기 무섭게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북부대공은 그런 그를 비웃지도, 달리 어떠한 평가를 하지도 않았다.

    기개도 없이 고개를 숙이는 하수인들에게 초 단위의 시간조차 할애하지 않고 지나칠 뿐.

     

    “윽…!”

     

    제이다스만큼 무모한 도전에 나섰던 헤스티아는 다리가 휘청거렸다.

    4초.

    그녀의 무모함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제이다스는 그 1초 사이에 헤스티아가 감내해야 했을 고통의 크기를 감히 재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무모함은 알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둔 자리다.

    저 부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시선이 거두어진 지금도 헤스티아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져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북부대공은 모두에게 공평한 재앙이었다.

     

    “팬이에요!”

     

    그런 재앙에게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작은 재앙 오크노디.

    그녀에게도 공평한 폭압적인 영역이 전개되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자연마나의 요동침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기세가 거두어지질 않는다.

    4초. 5초.

    사람 하나 죽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드는 와중에도 오크노디는 재잘재잘 잘도 떠들어댔다.

     

    “나중에 아이린네 집에 놀러가도 돼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네 이름은 보고받았다.”

    “영광이에요!”

    “암흑마나. 마족들이 인간계에 뿌린 독.”

     

    북부대공의 패압적인 기세에 결이 다른 기운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대경실색하며 급히 오크노디 주변에서 일정간격 이상 떨어졌다.

     

    죽인다.

     

    지극히 간단명료한 원초적인 살기에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북부대공이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오크노디의 육신을 파괴할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북부의 땅에 발을 들이는 순간, 너는 내 손에 살해당한다.”

    “힝. 너무해.”

     

    30초.

    제이다스의 열 배.

    아득한 시간차를 벌린 끝에 오크노디는 북부대공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북부전선에서의 싸움은 암흑마나와의 싸움과 같다. 마계령 몬스터는 모두 암흑마나를 품었고, 그들의 침략은 토양을 오염시킨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나는 동식물은 모두 암흑마나를 품고, 이를 먹고 자라는 상위종은 모두 몬스터로 변모하지.”

    갑작스러운 강연에도 레어그릴스 교수는 귀하신 말씀이라며 경청하라고 눈짓을 보냈다.

     

    “제국의 귀족들은 암흑마나에 오염된 동식물을 요리로 정화하는 기술을 최소 하나씩 지니고 있다. 물론 병사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일선의 병사들은 추위와 두려움, 굶주림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몬스터의 시체라도 뜯어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지.”

    “그렇게 암흑마나에 오염된 자들은 전장에 한 명의 마인이라도 나타나거든 제 뜻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심하면 같은 병사에게 창칼을 겨룬다. 최악은 스스로 마인의 종복이 되기를 자처하지.”

     

    아카데미의 시련이 안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인세의 지옥이 펼쳐지는 북부지대!

     

    “이번 시험에서 너희는 마계령으로부터 침공해오는 마족들과 맞서야 한다. 그러나 적은 마족들만이 아니다. 북부의 척박한 환경이 강요하는 <추위>와 <허기짐>, 무엇보다도 암흑마나에 의한 <오염>과의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

    “…!”

    “어제까지만 해도 아군이었던 부대가 마족의 침공에 전멸하고, 변절자가 되어 마족과 함께 침공하는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북부대공은 특히나 오크노디를 노려보았다.

    수줍다는 듯이 다리를 배배 꼬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제이다스는 기가 막혔다.

     

    ‘칭찬이 아니라 욕이다, 멍청아!’

     

    북부대공의 설명이 이어졌다.

     

    “부대의 사기는 쉽게 떨어진다. 싸우기도 전에 무너지는 군대를 지휘하기란 극도로 어렵지. 그 어느 전장보다도 지휘관의 자질을 시험받는다.”

    “…”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휘관은, 부대를 온존시킬 수 있는 자는 이미 일선지휘관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 아카데미를 중도퇴학하더라도 북부전선의 천인대 지휘관 자리를 내정한다.”

    “!!”

    “수락과 거절. 그것은 너희의 몫이나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다. 그러니 출세를 원하는 자는 목숨을 걸고 지켜낼 부대를 상세리스트에서 확인하라.”

     

    학점, 포인트, 자존심.

    지금까지와는 걸린 것이 다른 시험이다.

    북부대공의 선언이 끝나자 레어그릴스 교수님이 재빨리 덧붙였다.

     

    “또한 첫 실습과 다르게 중간과제에서 얻은 강의점수나 추가포인트로 위치선정우선권이나 규모확충, 실력자영입 등의 옵션을 구매하는 시간을 허락하겠다. 북부대공님의 앞에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포인트를 써서라도 우위를 점해야겠지.”

     

    그와 동시에 전술지도 밑에 자리한 대형 마나보드에 출력문이 떠올랐다.

     

    ━━━

    전장브리핑

    마계령 마족들이 대대적인 침공을 개시했다.

    마족들도 두려워할 혹한의 계절이 찾아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달.

    혹한의 계절이 도래하는 40턴 뒤까지 살아남은 부대는 생존보너스를 얻는다.

    소속진영이 패배할 시, 해당전장의 학생들은 감점을 받는다.

    ━━━

    부대선택 리스트

    마르소의용군(의용병5000), 전선위험도2

    임팔장창부대(장창병3300, 궁병250), 전선위험도3

    국경수비대(수비병5500), 전선위험도5

    설원기사단(기사20, 견습기사80), 전선위험도6

    골고다참수부대(참수자50), 전선위험도6

    레닌형벌부대(죄수보병2500), 전선위험도8

    백마법병단(마법사20, 견습마법사40), 전선위험도8

    아포니아고행부대(고행자35), 전선위험도9

    ━━━

     

    제이다스는 곧바로 <우선선택권>을 구매했다.

     

    “첫 순위는 내가 고르겠다.”

     

    일전에 <국경수비대>를 고르고 끝까지 존버해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수비적인 전략을 골랐던 제이다스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오크노디의 배신으로 통수를 거하게 맞으며 부대전멸이라는 참사를 겪은 탓이었다.

    그 덕분인지 이번에는 거점에 갇히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설원기사단>을 가져갔다.

     

    “오크노디. 넌 우선권 안사?”

    “괜찮아요. 어차피 남을 것 같거든요!”

     

    오크노디의 차례가 오기까지 우선권구매자 3명이 더 나타났다.

     

    “나는 형벌부대 메타를 고르겠어!”

    “쉬운전선을 놔두고 어려운 전선에 갈 이유가 없지. 임팔장창부대는 내 거야.”

    “정규보병군단을 고를래.”

     

    역시나 그녀가 노리는 부대는 남아있었다.

     

    ━━━

    아포니아고행부대(고행자35), 전선위험도9

    ━━━

     

    전투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격전지만 쫓아다니느라 위험도도 제일 높은 부대!

    게임 속 현실을 고증한 전술지도이니 아포니아고행부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위험이 뒤따를 것은 명백했다.

     

    “헉. 오크노디가 신성메타를 탔어.”

    “아포니아? 선택지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길로만 돌진하는 미친 부대잖아.”

    “손도 못쓰고 자살하는 부대를 왜 골랐지?”

     

    모두가 품은 의문을 북부대공 역시 품은 것일까.

    그의 차가운 시선이 오크노디에게 꽂혔다.

    헤스티아도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손 떨렸어? 버튼 잘못 눌렀어?”

    “우씨. 제대로 눌렀거든요?”

    “오크노디는 신앙치트도 안 쓰고 무교로 아카데미 생활했잖아. 이런 거 싫어하지 않았어?”

    “실제로 쟤들이랑 같이 다니는 거면 안했겠죠. 근데 여기선 전술지도로만 조작하잖아요!”

    “아포니아 고행부대를 실제로 겪어본 것처럼 말하네. 재단에서 본 적이 있었어?”

    “…맞아요! 재단에서 봤어요. 재단이 아니면 제가 어디서 봤겠어요?”

     

    시치미 뚝 떼고 오늘도 재단 탓으로 돌리자 헤스티아가 이를 빠득 갈았다.

     

    “재단 이 나쁜 녀석들. 고행이라 부르고 자살명당이라고 읽는 장소만 찾아다니는 아포니아 고행부대와 마주칠 정도로 오크노디에게 고된 훈련을 시키다니.”

     

    파파 미안!

    근데 재단 평판은 내가 더럽히기 이전에도 엉망진창이었으니까 이 정도 티끌은 괜찮지?

    그렇게 보면 딱히 내가 머 한 것도 없네.

    오크노디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으며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미안함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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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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