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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6

       

        

        

        

        

        

        

        

        

        

        9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었으며, 동시에 3분기의 마지막 달이었고, 사람을 말려죽일 것처럼 내리쬐던 햇빛과 열기마저 한풀 꺾이는 가을의 초입.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VR 게임인 다크 존은 대회 랭크를, 그리고 예선 랭크 및 KSM을 준비하기 위한 스크림을 시행 중이었고, 근래 들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리 앤 아너가 1주일 뒤에 있을 한국 대회 런칭을 위해 용산의 한 경기장을 열심히 꾸미고 있을 무렵.

        

        나는 이카루스 – 글로리 앤 아너 부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조금 까다로운 내용의.

        

        

        

       “…그러니까, 제가 객원 해설로 참여해줄 수 있냐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 점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한 번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프로게이머 분들의 심도있는 수 싸움과 전술을 전부 캐치하고, 그걸 말로 풀어 설명하는 데 필요한 제 이론적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가 않거든요.”

        

        

        

        한 마디로 요약해서, 해설이나 캐스터를 하기엔 아는 게 별로 없단 소리.

        

        글로리 앤 아너의 도미네이션 모드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개개인의 실력과 전략 및 전술, 룬과 특수기 선택을 통한 적 전술 파훼가 골고루 섞여있는 일종의 전략 게임이기도 했다.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비율은 전자가 80%였고 후자가 20% 정도.

        

        비율이 저 정도면 당연히 전자를 우선시해야만 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그 20%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향방이 천차만별로 갈릴 수도 있단 점 때문에라도 그렇게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

        

        프로게이머들이 상대를 짓밟기 위해 그 20%에 무지막지한 시간을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언뜻 보기엔 무난하게 보여질 수도 있는 특수기와 클래스, 전술적 조합의 진가를 이해하고 그것이 경기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를 능숙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해설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건 내 역할이 아니었다.

        

        

        

       “9월 중후반에 있을 대회 인터미션에 있는 이벤트 매치 결승 특별 출전으로 만족해주신다면 좋겠네요. 작년에 있었던 AP 객원 해설 참여는 충분한 이론적 지식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가능했던 거기도 하고, 개인적인 스케줄도 몇 개가 있어서.”

        

       “아…알겠습니다. 항상 스트리머 유진 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네.”

        

        

        

        그러고선 끊어진 전화.

        

        몸을 다시금 의자에 파묻음과 동시에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 개인적인 스케줄이라,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긴 하지. 그닥 큰 것도 아니긴 했다. 부모님이 다시금 한국으로 찾아올 예정이다-정도. 미국에서 지내다 오셨으니 간만에 또 만나서 인사를 해야지.

        

        물론…이카루스 한국 지부 쪽에는 그닥 좋은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특히나 엄마의 직책이 경영진단팀장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더욱 그랬고, 이번 방문 목적이 10월에 있을 중간감사를 대비한 9월 사전감사라는 점까지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대회야 예정대로 치뤄지겠지만, 아마 다들 죽을 맛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암살자 클래스의 제작에 필요한 모션 캡쳐 데이터 수집을 진즉 끝마쳐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남은 일이 많긴 한데….”

        

        

        

        손가락을 놀려 글로리 앤 아너와 관련된 일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새로운 창을 띄웠다.

        

        그동안 1순위 처리대상이었던 글아너 광고는 이제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확률이 높았던 평범하고 무난한 게임 내적 요소 소개 대신 랭크 게임에 몰빵한 건 상당히 올바른 전술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나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타 게임, 혹은 종합게임 스트리머들이 글로리 앤 아너 광고를 받아 플레이한 적이 있었으니, 다 아는 사실 대신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원초적인 전투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한 결과는 당연히 썩 나쁘지 않았다.

        

        뭐어, 그것 말고도 로켓처럼 치솟아오르는 MMR은 그것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었을 터였고, 실제로도 잘 먹혀들었지만.

        

        

        옆으로 치워두었던 글로리 앤 아너의 광고 기간을 확인해보았다.

        

        계약 만료까지는 앞으로 4주 가량이 더 남아있었고, 그 아래에는 글로리 앤 아너의 여러가지 요소 – 가령 동시 접속자, 매출, 신규 유저 유입 수와 같은 – 들로 이루어진 흥행 지표와 관련된 몇 개의 세부 조항들이 존재했다.

        

        법무법인한테 최대한 상세하면서도 알차게 요약된 최종 계약서만을 받아본 탓에 상세한 내용까진 몰랐지만, 세부 조항들을 대략적으로 요약한다면 방금 언급했던 흥행 지표의 변동폭에 따라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지불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흥행 지표는 별 문제 없이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으므로, 이 페이스만을 적당히 유지하면 될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아까 말했던 이벤트 매치 정도고.”

        

        

        

        거기서 대차게 말아먹지만 않는다면 계약도 무사히 끝날 예정이었고…물론 말아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여태까지 시선을 주지 못했던 다른 일들에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 그리하여 그동안 오만가지 메시지가 쌓이고 쌓였던 메일함. 싱크탱크 관련, 다크 존 관련, 광고 관련,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분리된 메일 섹션 중 하나를 눌렀다.

        

        근래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 지금이 9월이라는 점, 때마침 미국이 난리라는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도대체 어디서 메일을 보냈는지는 실로 뻔했다.

        

        

        

       “2주 전 메시지, 캠프 헨리로부터….”

        

        

        

        당연하겠지만 캠프 헨리의 헨리는 우리 고명하신 헨리 상원의원님을 의미했다.

        

        흥미가 생긴 탓에 인터넷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기사들을 살폈고,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우리 헨리 씨가 다른 후보들을 말 그대로 언변이란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는 단독 1등을 달리셨단다.

        

        더군다나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통과시킨 법안 중 IT산업 증진을 위한 자금 지원법이 있었고, 그 혜택을 본 기업 중 정신나간 기세로 성장한 게 다름아닌 싱크탱크였다 – 당연하겠지만 그 사실은 대권주자로서의 장점으로 고스란히 어필 가능했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한참 전부터 슈퍼팩으로서 캠프 헨리의 지갑에 돈다발을 꽂아주고 있었고, 싱크탱크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앞으로 2달도 안 남은 미 대통령 선거는 무리없이 이길 확률이 아주 높았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냐 하니,

        

        

        

       “그동안 실컷 맛좋은 달러를 호주머니에 퍼부어줬으니, 정산금을 받을 차례라 이거지….”

        

        

        

        딱히 사전감사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부모님이 오신다는 점.

        

        헨리가 경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이렇게 몰래몰래 메일을 보내고 있단 점.

        

        내겐 그다지 흥미로운 이슈는 아니었지만, 나중으로 미뤄둘 수도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헨리 앞으로 끊어 보낼 청구서의 내역을 조율해야만 했다. 부모님과의 저녁식사라는 명목으로 논의하기에는 너무나도 퀴퀴한 안건이었지만, 나와 부모님의 사회적 위치가 위치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싱크탱크에 보낼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백악관 의자 앉으실 분한테 갈 청구서는 알아서 작성하시고,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제가 확인해본 다음 당사자랑 조율해보도록 하죠. 알아서 깔끔하게 해주시길.

        

        

        

        물론 언제나 그렇듯 짬처리.

        

        이카루스가 얼마만큼의 청구서를 끊어보낼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니 신경쓸 필요가 없었고, 그리하여 남은 안건은 단 하나.

        

        현재 시간은 오후 3시 가량이었고, 미국은 아마 오전 2시 즈음. 부모님은 한창 주무시고 있을 테니 전화 대신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이러했다.

        

        

        

       -하와이나 괌에서 건슈팅 좀 해보려고 하는데, 혹시 괜찮은 호텔 있어요?

        

        

        

        메일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편하게 문자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언젠간 읽으실 확률이 높았으니, 메시지 창을 끄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 오늘의 목표는 따로 없었고, 슬슬 암살자 클래스의 운용법이 정립되기 시작했으니 궁금해서라도 한 번쯤 랭크 게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만나볼 생각이었다.

        

        다시 철과 피 냄새 가득한 세계로 떠날 시간이었다.

        

        

        

        

        

        

        

        

        

        

        

       “하와이? 거기에 이카루스랑 제휴 중인 호텔이 꽤 많았지 않나?”

        

       “하여간 마음 졸이게 만드는 건 선수네, 우리 딸….”

        

        

        

        물론, 자고 일어난 뒤 딸의 요청을 받아든 두 명의 반응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해주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온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어째 예전에 와봤던 것처럼 익숙하네요. 뭔가 기분이 묘한데….”

        

       “이번이 첫 방문인데 벌써부터 호감을 느끼다니, SSM 최적화 인재네요. 지금이라면 즉시 1군 소속을 보장…악!”

        

       “그만 얼쩡거리고 얼른 들어가세요.”

        

        

        

        가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푸르지만 여름이라 하기엔 비교적 선선한 9월의 초중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조차도 나다니기 곤란할 정도의 뜨거운 햇빛은 점차 그 자취를 감춘 어느 날, 여전히 바쁘면서도 한산한 SSM에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인원이 모였다 – 모이는 장소를 보면 알 수 있듯, 이곳의 지박령인 다이스는 당연히 뗄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독특하다면 독특하게도 여기에 새로운 라인업이 추가되었다.

        

        하모니.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한 종합게임 스트리머였던 한 명의 존재는 이제 아시아 예선전, 그리고 파이널 챔피언십을 향해 달려가는 긴 마라톤 레이스에 참여한 한 명의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점이 제일로 감개무량한 듯했다.

        

        

        

       “인터뷰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프로게이머랑 친분이 있어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어엿한 SSM 소속 선수가 되었다라…뭔가 기분이 묘하네요.”

        

       “그런가요?”

        

       “두 분은 모를 수밖에 없죠. 작년만 해도 보정 받은 움직임으로도 탄창 떨구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다이스와 나는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였다.

        

        물론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다. 다이스도 나도 어떻게 보면…하모니처럼 극적인 실력 성장을 겪어본 적은 없었으니까 – 엄밀하게 따지자면 ‘과거의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다크 존을 잘 하기 위한 성장과는 백만 광년 정도 떨어진 무언가였다.

        

        그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였겠지.

        

        

        좌우지간, 결국 프로게이머라는 건 하모니에게도 선망을 불러일으키는 직업이었던 듯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결국 프로게이머라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서, 그리고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본다면…재능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실력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겠지.

        

        수백만에 달하는 다크 존 플레이어, 그들 중 수만 명도 안 되는 천상계 유저들. 어디 가서 실력과 티어를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극소수의 유저들을 무참히 꺾어버릴 수 있는 실력을 가져야만 비좁은 경쟁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모니는 그 좁디좁은 문을 자신이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상당한…생경함을 느낀 듯했다. 물론 기쁨이 대략 80% 가량 섞인 생경함이었다.

        

        

        

       “축하 파티라도 열까요?”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우쮸쮸, 하모니가 짱이에요.”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에….”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아무튼 오늘 이렇게 SSM에 방문한 이유는 별 건 없었고, 이제 곧 대회 랭크가 끝나고 예선 랭크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므로, 하모니의 소속을 미리 등록할 필요가 있었다 – 대략 그런 이유였다. 확실히 작년의 나와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건 그렇고, 하모니가 SSM 소속으로 출전하는 이유는…작년 내가 워싱턴 D.C로 가있었을 즈음의 뉴욕 상황을 더듬어야만 했다. 듣자 하니 당시 하모니와 다이스는 점심을 먹을 겸 센트럴 파크 근처의 푸드트럭에서 한 끼를 때웠고, SSM 소속으로의 대회 출전 이야기는 그 즈음에 나온 것이었다.

        

        언젠가 한 번 들었던 기억이 있긴 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어쩌다보니 유진 씨도 오셨네요. 오늘은 부를 만한 스케줄도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했었나?”

        

       “그렇죠.”

        

       “어, 저도 들어도 되는 이야기인가요?”

        

       “두 분한테 전부 제안하려고 했던 거라서 그닥 상관은 없어요.”

        

        

        

        이들이 받아들여줄까 싶긴 했지만, 사실상 그닥 상관은 없었다.

        

        마침 글로리 앤 아너 광고가 끝나는대로 간만에 휙 떠나보고 싶은 기분도 있었고,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기에 그런 것도 있었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결국 나는 화약 냄새와 어깨를 때리는 묵직한 반동을 원하고 있단 소리였다.

        

        아마 이들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마 10월 초의 나는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겠지.

        

        그리하여 툭 던졌다.

        

        

        

       “10월 초, 코리아 셀렉션 매치가 끝날 즈음 하와이에 갈 예정이예요.”

        

       “…넹?”

        

       “하와이요…?”

        

       “네.”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건 이미 말한 거나 다를 바 없었다.

        

        대답 대신 나는 견착 자세를 취했고, 퓨퓨-하고 마치 입으로 총을 쏘는 듯한 소리를 흉내내었다. 그것만으로 하모니와 다이스는 헛웃음을 터뜨렸고, 이미 나와 한 번 사격장에 가본 경험이 있었던 민아는 더욱 요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설마 거기까지 가서 사격장 가실 생각이신가요?”

        

       “엄밀하게 말하면 그건 아니지만, 간만에 죽었던 감을 좀 되살려볼 예정이죠. 실전 사격, CQB, 킬박스…가끔씩 이렇게 날카롭게 갈아두지 않으면 감각이 무뎌지거든요.”

        

       “아.”

        

        

        

        그리고 시선이 마주쳤다.

        

        당연하게도 그 즈음 두 명은 내가 이들에게 무엇을 제안할지를 대충 알게 되었고, 내가 그 이후로 말이 없자 각자 생각에 잠겼다.

        

        설득할 수도 있었고, 권유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결정은 두 명이 내려야만 하는 것이었고, 이번 여행 아닌 여행은 그동안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향수 여행에 가까웠으니까.

        

        그닥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어느덧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우리 셋은 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을 때, 하모니가 에- 하는 묘한 말 늘이기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거 저희가 가도 되는 거 맞아요? 막 누구 만나러 가는 건 아니죠…?”

        

       “그건 아니지만, 어쩌면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그것까진 제가 막을 수 없을지도…옛날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꽤 많았어서.”

        

       “하이구.”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전지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속아주면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대답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히히.”

        

        

        

        잠깐의 정적.

        

        하모니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덧붙였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까놓고 말해서…그동안의 경험만으로 미루어봤을 때 유진 씨랑 함께 갔던 여행은 항상 신기한 경험으로 가득 차있었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요.”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전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게 된 이후로 느낀 게 있다면…이 즈음 되니까 충분한 양의 비용만으로는 결코 겪어볼 일 없는 그런 경험을 더 원하게 되더라고요. 보석처럼 반짝이면서도, 언제 떠올리든 어제 일처럼 생생한….”

        

        

        

        쿡쿡.

        

        그런 작은 웃음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다이스의 것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전 민아가 제시한 말에 묻어가는 걸로 할게요. 훌쩍 떠나는 여행에까지 이유를 붙이면 너무 멋이 없잖아요.”

        

       “하하.”

        

        

        

        그렇게 짤막한 웃음이 오갔다.

        

        언젠가 나만 가는 게 아니라는 말을 미리 덧붙여놓기도 했고, 여행 스케줄도 그걸 기준으로 짜놓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하여 하와이로 가는 인원이 하나에서 셋으로 변할 즈음, 복도를 걸어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하모니와 다이스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 내게 물었다.

        

        

        

       “근데 왜 하필 KSM 끝나고 가는 거예요?”

        

       “그 전에 저도 스케줄이 한두 개 있어서요.”

        

        

        

        무슨 스케줄, 하고 두 명이 운을 떼기도 전 휴대폰으로 홀로그램을 켜서 보여주었다.

        

        1 : 300. 오로지 나만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 레이드가 거기에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은근슬쩍 눈을 옆으로 흘겨 하모니와 다이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피할 수밖에 없었다.

        

        신중하게 말을 고르던 다이스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저것도 저희가 참가해야 하는 건 아니죠?”

        

       “아잇, 진짜.”

        

        

        

        역시 내 이미지는 진즉 박살나버린 게 틀림없었다.

        

        이벤트 매치가 얼마 남지 않은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희들 (총쏘러) 납치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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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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