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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6

       *** ***

         

       천마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위서련과 위지천은 도박을 즐기고 있었다.

         

       위서련이 골패를 섞으며 입을 열었다.

         

       “요새 아주 교가 시끌시끌하군요.”

         

       “천하가 시끄러우니 교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

         

       천마신교가 폐쇄적인 단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중원무림의 소식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영물을 앞세워 중원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혈교.

         

       그리고 그런 혈교를 상대로 수세에 처한 무림맹.

         

       그런 중원의 상황을 전해들은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한껏 콧대를 올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천마신교와 정파는 앙숙이라 할 수 있는 관계.

         

       걸핏하면 천마신교를 악의 소굴이라 매도하던 자들이 진법의 수련을 게을리 하여 혈교의 영물에게 쩔쩔맨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전해져 오는 판국이다.

         

       반면 천마신교는 어떠한가.

         

       천마신교에서는 유서 깊은 여러 절진과 함께 상시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진법대가 여럿이었다.

         

       또한 천하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혈교였지만 신강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으니 그 사실 역시 마교인들의 콧대를 높여 주기에 충분했다.

         

       “조금은 과도하게 기분을 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교인들의 사기가 높아 나쁠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음.”

         

       위서련의 물음에 위지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가 불러일으킨 혼란함은 현재 천마신교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혈교의 소란을 막아주는 천마신교의 진법대에 든든함을 느끼며 활기차게 생업에 종사하는 교인들. 그리고 진법대 무인들은 그런 교인들의 존중에 한껏 고무된 채 더욱더 진법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호천안에 대한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나도 특별한 소식은 듣지 못했구나.”

         

       “무림맹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소문을 들은지도 제법 되었는데 어디서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젓는 위서련. 위지천은 골패를 내밀며 위서련을 다독였다.

         

       “무언가 수를 준비하고 있지 않겠느냐.”

         

       “예. 뭐 천하가 좁다는 양 날뛰는 자이니 또 어딘가에서 기가 막힌 모험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요.”

         

       위지천은 위서련의 말 속에 묻어나는 골난 감정을 읽어냈다.

         

       ‘음.’

         

       위지천은 적지 않는 나이에 천마가 되었다. 천마 후보생이 되기 전까지 위지천은 평범한 교인의 집안에서 자라난 조금 재능있는 무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자랑할 정도로 대단한 경험을 하거나 견문을 넓히지는 못했으나 본인 스스로는 만족할 정도로 자유를 즐겼다.

         

       그러나 위서련은 처지가 달랐다.

         

       날 때부터 천마의 딸이었고, 자랄 때는 천마 후보생이었으며, 그 후로 천마가 되었다.

         

       누가 봐도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고 그렇기에 친구라 칭할 자들도 없었다.

         

       호천안, 그리고 흑묘를 위시한 호천안의 일행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친구라 할 수 있는 호천안과 일행들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천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천하를 누비고 싶은 마음이라도 생긴 것일까.

         

       아니면 그냥 새로운 도박 상대나 친구가 그리운 것일까.

         

       ‘확실히 혈교의 준동이 마무리 될 때까지 호천안이 이 마교에 올 일은 없겠지.’

         

       위치천은 호천안을 생각하며 가벼운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위지천은 호천안이 혈교의 사자를 만나고 거절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혈교의 준동을 대비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혈존에게 말려들어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지만 그 호천안이 마냥 손 놓고 당해주리라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었으니 호천안이라면 충분히 수를 마련해 두었으리라는게 위지천의 판단이었다.

         

       ‘과연 자네는 무슨 수로서 지금 상황을 타파할 것인가.’

         

       “천세! 천세! 천천세! 휴식 중 실례하겠습니다!”

         

       그런 위지천의 궁금증은 급하게 천마전을 찾은 무인을 통해 해결되었다.

         

       “현재 비천마차가 흑룡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합니다. 어찌 처리할까요?”

         

       위지천과 위서련의 눈이 마주쳤다.

         

       *** ***

         

       야영지에서 혁기린의 도박 연습을 도와줄 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아담한 정수리를 쓰다듬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하우우…”

         

       지금에서야 나는 그 해답을 알았다.

         

       쓰윽. 쓰윽.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만족감이 계속해서 내 손을 타고 올라온다. 딱 기분 좋은 따끈따끈한 온기와 부드러운 촉감까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찍찍!

         

       그건 얼굴에 불만을 한가득 담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서공 덕이었다.

         

       초조해진 마음을 달래고자 서공을 무릎에 올리고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길 한참. 결국에는 참다 참다 못한 서공이 내 품을 박차고 나갔고 그렇게 허공에 손만 꼼지락거리길 한참.

         

       “제, 제 머리라도 쓰다듬으시겠습니까?!”

         

       라며 혁기린이 불쑥 정수리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내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제 머리를 희생(?)하기로 한 혁기린의 정성에 감동하기도 했고 또 야영지에서 도박을 할 때 혁기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었으니 어쩌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왜 그때 혁기린의 정수리를 쓰다듬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인생 손해보면서 살았다는 생각에 문득 억울해졌다.

         

       마음 속을 채우는 아주아주 격렬한 분노!

         

       그 분노가 내 손을 이끌었다!

         

       부끄러움에 홍시처럼 붉어진 혁기린의 볼살이 내 손에 잡혔다!

         

       꾸욱.

         

       그 감촉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부드러움과 탄성의 절묘한 감각을 선사하며 그저 손가락으로 집었을 뿐인데도 마음 속 깊은 속에서 충족감이 솟아오른다.

         

       당소열이나 흑묘가 혁기린의 뺨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을 보면서 혁기린의 뺨이 마성의 감촉을 자랑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일행에게 배신감이 들 정도.

         

       이 좋은 걸 자기들끼리만 즐겼다고…?

         

       인생 절반은 손해 봤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좋은 시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슬슬 도착합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흑룡성의 성문 앞이었다.

         

       내가 뺨에서 손을 떼자 혁기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어린애 취급을 싫어하는 혁기린이 왜 정수리를 내밀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날 돕고 싶어서였겠지.

         

       그런 혁기린의 마음씨 탓일까.

         

       서공을 주물럭거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초조했던 마음은 놀랄 정도로 침착해져 있었다.

         

       다각!

         

       비천마차가 완전히 정지했다.

         

       나는 일행들을 한번 바라보았다. 혁기린과 다를 바 없이 응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동료들을 둘러 본 뒤에 비천마차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흑룡성 앞에 도열한 수많은 마교 무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뿜어내는 경이 파도처럼 내 몸을 덮쳤다.

         

       이미 예상한 사태였기에 뇌륜을 돌리며 경을 방출해 그들의 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수백 명의 무인이 나를 향해 살벌한 기세를 피워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 시선은 그들의 중앙에 서있는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올리자 나를 짓누르던 경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주먹을 들어 올린 자는 소천마 위서련이었다.

         

       “그대의 품에는 분명 내가 내어준 객패가 있겠지.”

         

       수백 무인의 중심에 서 있는 위서련은 소천마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오연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대는 과연 내가 객패를 내어 준 뇌검낭인 호천안인가?”

         

       그 눈에는 나를 향한 친애의 감정이라고는 단 한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혈교 수장의 혈육인가?”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빈틈없는 소천마로서의 면모와.

         

       “그도 아니라면 알량한 인연에 의지하여 제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소인배인가?”

         

       내가 대체 무슨 의도로 천마신교를 방문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답하라!”

         

       츠즈즈즈즈즈!!!

         

       당장이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그대로 흑룡기의 이빨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을 것 같은 압박 속에서 내가 취한 행동을 입을 여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천마신교고 내가 상대하는 자는 소천마였으니.

         

       내가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는 것은 나의 결백이 아니라.

         

       내가 지닌 힘이었다.

         

       쿠르르르릉!!!

         

       뇌륜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뇌명이 울렸다. 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한 뇌명음에 나를 신나게 물어뜯던 흑룡기가 주춤했다.

         

       기세를 올리던 흑룡기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물어뜯던 먹잇감이 딱딱해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오성진과 육성진을 연습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내 무의 지평은 크게 넓어졌다.

         

       나보다 강한 정철을 쓰러트리기 위하여 나는 내 손으로 모든 가능성의 가지를 꺾어내며 일격필살의 송곳만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꺾여진 가지들 위에 육성진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내려앉았다.

         

       사향을 감쌌던 종이에는 그 잔향이 남는 것처럼 일행들과 마음이 이어졌을 때 다루었던 무학의 이치는 조금이나마 내 마음속에 남았다.

         

       오직 일격필살을 위한 이치만을 쫓았던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인 셈이었다.

         

       무엇보다 진법 수련도 결국에는 무공 수련의 일환이었다.

         

       지금까지 오성진, 육성진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당연히 실력이 늘어야지.

         

       꽈아아아아앙!!!

         

       응축된 뇌기를 힘껏 발산했다. 천하에서 독하기로는 제일이라 할 수 있는 흑룡기조차 뇌기의 폭발에는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졌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시원해짐을 느꼈다.

         

       위서련은 그저 흑룡기를 통해 압박만을 했을 뿐이고 나는 그 압박을 떨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몸부림을 친 셈이었지만.

         

       오늘 지금 이 순간, 위서련과 수십 번의 대련동안 단 한번도 떨쳐내지 못한 흑룡기를 말끔하게 떨쳐냈다!

         

       맥없이 사그라드는 흑룡기.

         

       내가 흑룡기를 떨쳐내는 것을 목격한 천마신교 무인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흑룡기는 천마의 상징이나 힘의 근간. 흑룡기의 절대성을 누구보다 잘 이 해하고 있을 천마신교의 무인들에게 흑룡기가 파훼당했다는 건 그만큼 놀라운 일이겠지.

         

       내가 멸시해야 할 약자가 아닌, 존중해야 할 강자임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결과였다.

         

       위서련의 얼굴에 비뚜룸한 미소가 걸렸다.

         

       내가 강자임을 증명해 낸 것을 기꺼워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보여준 무위에 투지가 자극당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위서련과 어울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강자임을 증명했으니.

         

       “나는 소천마의 손님, 호천안의 자격으로 천마신교를 찾아온 것이 아니오.”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줘야 할 때였으니까.

         

       “또한, 혈존과는 절연을 선언했으니 그의 혈육으로서 찾아온 것도 아니며 인연에 매달려 도움을 구걸하고자 찾아온 것도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조부님과 부모님을 해친 혈존에게 원수를 갚고자 하는 소년이자.”

         

       소천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천마 위지천은 야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소천마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묘하게 위지천다운 일이었다.

         

       “천마신교가 나의 복수에 동참해주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무인이오.”

         

       “허황된 생각이로구나.”

         

       “그렇지 않소.”

         

       나는 담담히 입을 열어 천마신교가 나의 복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대가를 입에 담았다.

         

       “천마신공의 전수에 도전하겠소.”

         

       소천마 위서련은 물론이고 주면에 있는 무인들의 눈까지 모두 휘둥그레졌다.

         

       그들로서는 내가 이런 제안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리하여 내 천마신공의 원본을 돌려 드리리다.”

         

       “무슨…”

         

       소천마 위서련조차 놀라 말을 잊고 있을 때였다.

         

       [허한다.]

         

       천마 위지천의 허락이 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와악 많이 늦었습니다.

    오후 한시에 간신히 한 편을 완성했으니 아무래도 내일 연제도 지각일 확율이 높아졌군요…

    그래도 늦지 않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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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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