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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6

       나를 위한 요리를 대접해주겠다던 반그로우는 나를 자신의 식당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곳에 요리를 하기 위한 모든 장비와 재료가 있다는 말과 함께.

       

       확실히 그녀의 주방은 요리사라면 그 곳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지닐만한 장소였다.

       

       오래 사용했을 터임에도 티끌 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풍경.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잘 관리했다는 생각이 드는 여러 요리 도구들.

       

       슬로우쿡 속에서 온갖 것을 다루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는 여러 향신료 병들.

       

       본인이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기구들.

       

       반그로우의 초대를 따라 그녀의 주방을 방문한 나는 이 곳이 반그로우가 자신의 세월을 바쳐 만들어낸 곳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이것저것을 추가해가며 만들어낸 자신의 이상향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곳에 본인을 들여보내 주었다는 것은 분명 가벼운 의미가 아닐 테지.

       

       반그로우가 말하는 바에 따라 그녀의 주방 한 쪽에 있는 식탁에 앉은 나는 가만 그녀가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미 무언가 생각해둔 것이 있는 것일까.

       

       한 치 망설임 없이 요리를 준비하던 반그로우는 자신의 등을 내비친 채로 목소리를 냈다.

       

       “아라님은 연금술사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계십니까?”

       “대충은 알고 있다. 자신의 냄비 속에 이런저런 것을 넣어 금은보화와 불로장생을 이루고자 하는 놈팽이들 아닌가.”

       

       과거 엔리의 방송을 볼 적에 그 놈들이 튀어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림에도 비슷한 작자들이 있기에 엔리가 해주는 설명을 이해하기가 쉬웠지.

       

       흔히 연단술사라고 불리는 사이비들.

       

       연금술사라는 존재는 무림의 그 쓰레기들과 참으로 비슷한 종자였다.

       

       본인은 그 놈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단을 만드는 것으로 신선이 되고자 한다며 외치는 이들 중에서 정말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는 자는 극소수였으니.

       

       허나 대부분의 연단술사라는 자들은 자신의 세치혀로 권력을 쥔 자를 속여 한탕을 해보려는 작자들이거나,

       

       혹은 자신의 깨달음이 거기에 닿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죽음이 두려워 발악하는 쓰레기일 따름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라.

       

       결국 무림에 존재하는 여러 환단 또한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그저 대부분은 그랬다는 소리일 뿐.

       

       “으음. 진짜 연금술사들의 명예를 위해 변명하자면 제대로 된 연금술사들에게 불로불사는 그저 연구를 길게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랍니다.”

       

       내 어투에 기분이 상한 것일까.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인 반그로우는 연금술사란 그저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어라도 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열변을 토하다 이내 자신이 흥분했음을 깨달은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어쨌든 저도 예전에는 그런 연금술사 중 한 명이었고, 진리를 찾아 헤매며 연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죠.”

       

       반그로우가 연구를 이어나가기 위해 선택한 것은 육신의 교환이었다.

       

       신체의 노화에 의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혼만을 다른 육신으로 옮긴다면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시 영혼의 연구를 통해 진리에 다가서고자 하던 반그로우는 자신의 발상을 그대로 실험에 옮겼다.

       

       “혹시나 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타인의 육신을 빼앗는다거나 그런 짓을 저지른 건 아닙니다.”

       “아닌가? 당연히 그랬으리라고 생각했다만.”

       “제가 왜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타인의 불완전한 육신에 손을 댔다가 어떤 사고가 생겨날지 모르는데 제가 왜 그런 일을 저지르겠습니까.”

       

       혼이라는 것은 아무리 연구를 거듭해도 모든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무언가다.

       

       타인의 혼이 깃들었던 곳에 자신의 혼을 집어넣었다가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르는데 그런 미친 짓을 왜 하겠냐는 반그로우의 이야기엔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그녀의 어투에서는 단순한 도덕의 문제보다도 구도자의 광기가 더 진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제 혼을 실험대 삼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 것인지라 마냥 결과가 좋지는 못했죠.”

       “그래 보이긴 하는 구나. 본인이 보기에 그대의 혼은 너덜너덜하거든.”

       “덕분에 혼이 손상되었을 때 육신에 어떤 문제가 생겨났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를 통해 연구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한 반그로우는 요리의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성공담과 실패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육신을 만들어내는 실력도 혼을 옮기는 능력도 모자라 온갖 실수를 저질렀지만 점차 경험이 쌓임에 따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정작 연구를 거듭한 끝에서도 진리를 찾아내진 못했지만요.”

       

       반그로우가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준비해 둔 여러 재료를 눈에 담는다.

       

       탁자에 늘어서 있는 재료들은 하나같이 내게 익숙한 것들이었다.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에서 보았던 것은 아니고 본인이 평생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무림의 식재료들이 그 위에 늘어서 있었다.

       

       본인에게 맞추어 해주겠다는 요리가 무림의 요리인 것인가.

       

       “대신 새로운 취미를 찾아냈죠. 바로 요리라는 취미를요.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면 표정의 반응과 동시에 영혼의 반응이 나와서. 그걸 보는 걸 즐기다 보니 어느새 본업과 취미가 뒤바뀌어버렸답니다.”

       “뭐어. 대충 그대의 과거에 대해선 알겠다.”

       

       그대라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찌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그 이야기를 지금 내게 해주는 것이지?”

       

       본인이 그대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고, 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대가 자처해서 본인에게 그대의 옛 추억을 읊는지 모르겠구나.

       

       우리가 그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 않나.

       

       그리 물었더니 반그로우가 그 물음을 예상했다는 것처럼 대답을 돌려줬다.

       

       “예전에 아라님이 제게 자신의 취향이 어땠는지 물으려 했던 것을 기억하세요?”

       “기억한다. 분명 그 때 중간에 회사의 사장이 끼어들어 그대의 이야기가 가로막혔을 것이야.”

       “네. 그 때 저는 아라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려 했답니다. 당신께서 좋아하실만한 음식은 무림의 음식이라고.”

       

       그것은 단순히 나의 외견만을 보고서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겉으로 드러난 본인의 모습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겉모습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할 수밖에 없었지.

       

       때문에 반그로우가 보았던 것은 본인의 내면이었다.

       

       파이스가 눈으로 마주하고서 기겁을 했으며. 검은 것이 자신과 동류라 확신을 했었고, 자그마하고 귀가 긴 여자아이가 비틀림이라 규정내린 본인의 혼 말이다.

       

       그를 본 반그로우는 본인에게 무림의 음식이 취향일 것이라 이야기를 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그건 분명 오답이었어요. 아라님 당신은 무림인이면서 무림인이 아니니까. 그렇죠?”

       

       반그로우가 확인하듯이 꺼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본인이라는 사람이 무림인이기 이전에 현대에서 태어났던 인간이라는 것.

       

       영문도 모른 채 무림에 떨어지기 전에 인생이 존재했던 사람이라는 것.

       

       하나의 혼에 두 개의 생을 지닌 자라는 것.

       

       “당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은 무림과 현대가 조화된 음식일 거에요. 현대의 음식이 자극적인 것을 생각하면 현대적으로 어레인지를 많이 해야 할 테고요.”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를 위해 만들어 줄 여러 요리들을 생각해보았다 이야기한 반그로우는 순식간에 닭의 해체를 끝마치더니 그 살과 뼈를 냄비에 한 가득 던져 넣고는 육수를 우리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에요.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게 제 지론이라서.”

       “육수를 우리는 데부터 시작을 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전 요리사이기 이전에 연금술사랍니다. 구리에서 금을 창조해내고, 우물의 물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요. 냄비와 인생을 같이 한 저에게 육수를 빠르게 우려내는 것쯤이야 별 일이 아니랍니다.”

       

       반그로우가 뚜껑을 닫고서 채 1분이 지났을까?

       

       그녀가 다시금 냄비의 뚜껑을 연 순간 그 안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름과 동시에 닭에서 우러난 진한 국물의 냄새가 흘러나와 연기와 함께 주방을 가득 채운다.

       

       “이제부터 제 요리로써 대답을 해드릴게요. 제가 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코스 요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호오. 이것 참. 본인은 대개의 일에 무심한 사람이라 자부를 한다만 지금은 아냐.

       

       저 녀석이 어떤 요리를 해줄 지가 기대가 되어서 견딜 수가 없군.

       

       …아. 그래. 좋은 생각이 났다.

       

       “반그로우. 이를 영상으로 녹화해도 되겠는가?”

       “마이튜브에 올리시는 건 좀 곤란한데요.”

       “걱정마라. 그냥 내 주변 녀석들을 놀리는 데 써먹고 말 것이니까.”

       

       바루나 엔리에게 이 요리의 풍경을 보여준다면 분명 재밌는 반응을 돌려주지 않겠나. 그러니 녹화를 할 수 있다면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다만.

       

       “그런 거라면 마음대로 하세요.”

       “감사하마.”

       “나중에 엔리님이나 바루님이 영상을 보고 제 요리를 먹고 싶다 그러시면 말해주세요. 그 분들을 위한 요리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호. 그래?”

       “네. 응당의 대가만 주신다면 못 해드릴 건 없죠.”

       

       반그로우는 키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어깨에 달린 수많은 팔을 움직였다.

       

       “흠? 본인은 그대에게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았다만?”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에게 요리를 대접해주는 것 자체가 제게 대가가 될 테니.”

       “좀 섬뜩한 이야기처럼 들리는구나.”

       “…그런 거 아니니까 저를 무협 2팀장 같은 괴인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격겜허접이라고 합니다.

    소제목에 변경 사안이 있어 인사드립니다.

    심사와 관련된 내용도 없는데. 심사하신다라는 소제목이 이어지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적을 듣고 생각을 해본 결과. 작품 내용에 맞도록 소제목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작품 내용에는 변경이 없으니 이 부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언제나 글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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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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