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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6

       그리고 700만 원은 700만 원이 되어 돌아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문자 그대로다. 황제는 며칠 뒤에 나에게 700만 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제가 드렸던 돈을 그대로 주시는 건 아니겠죠.”

        

       통장 잔액을 확인한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황제는 큭큭 웃더니 말했다.

        

       “그만큼 수익이 났기에 주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보여도 은혜는 기억하는 자니까. 네 덕분에 종잣돈이 생겨 훨씬 편하게 되었구나.”

        

       “……대체 어떻게 그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음.”

        

       황제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실 그것에 대해서도 계획이 있다만, 들어보겠느냐?”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정말 분하게도 황제는 우리 생활에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까.

        

       그냥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굳이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사실 황제 주식에 의지하는 것이 웃긴 일이라고는 생각한다. 뭔가…… 그렇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목숨 내놓고 싸우던 사이인데.

        

       문제는, 황제는 한 번 상황이 지나고 나면 뒤끝이 없는 인간이라는 거다. 내 쪽에서는 아직 감정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황제 쪽에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가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나한테 악감정을 가졌겠지.

        

       “방송을 해볼 생각이다.”

        

       “……방송이요.”

        

       나는 그 말을 한 번 따라 했다.

        

       “무슨 방송을 하려고 하십니까?”

        

       “주식 방송이다. 그런 내용의 방송들이 많더구나.”

        

       “…….”

        

       음…….

        

       왠지 방송하겠다고 하니 좋지 않은 생각만 떠오르는데.

        

       황제가 여론전의 신이라거나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 황제는 보통 자기 실력으로 뭔가 공을 세우고, 그 공을 세운 것을 언론에 발표하는 식으로 여론을 끌어내 가는 성격이었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지만, 그 진실이 제국에 확실한 이득을 가지고 오는, 그래서 지지를 받게 되는 그런 형식의 여론전.

        

       “혹시 주가 조작이라도 하려고 하십니까?”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경제 관련해서 아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법도 그렇다. 주식을 어떻게까지 조작하는 것이 범죄인지, 그냥 방송에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결과 주식의 가격이 등락하는 것도 조작으로 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황제라면 하고도 남을 것 같아.

        

       “사실 생각은 해 봤다만.”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범죄에 손을 댔다가는 여러모로 곤란해지겠지. 경제 사범은 비교적 빠르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에게는 1년조차 큰 손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방송하려 하십니까?”

        

       “문자 그대로 동향에 관한 거다. 회사 이름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느냐?”

        

       나는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가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정도면 해도 큰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황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잠깐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집에서 바로 방송할 수는 없지 않으냐? 너희들이 내 뒤에서 등장하게 될 텐데.”

        

       “……그렇기는 합니다만.”

        

       내 대답에, 황제는 씩 웃으며 한 손을 살짝 내밀어 보였다.

        

       “그러니, 나에게 제대로 된 투자를 해볼 생각 없느냐? 700만 원을 돌려줄 정도로 돈을 불려 보이지 않았느냐? 원한다면 그 증거를 보여주도록 하지.”

        

       “…….”

        

       2000만 원을 투자라면 2000만 원을 그대로 뻥튀기시킬 수 있다는 소리일까?

        

       “원래 돈이라는 것은 많아야 돌아오는 양도 높아지는 법이다. 같은 세 배라도 십만을 투자했을 때와 천만을 투자했을 때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부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주식이 성공하고 실패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합니다.”

        

       “내가 돈을 들고 도망이라도 가리라 생각하느냐?”

        

       “불가능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나는 최대한 분위기를 내 쪽으로 끌고 오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했다.

        

       “……방금 주신 700만 원에, 300만 원을 더하여 천만 원은 어떻습니까?”

        

       “음.”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

        

       뭐지? 왜 말린 것 같지?

        

       “그렇다면 조금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불려 나가도록 하자꾸나. 뭐 그렇게 큰 걱정은 할 필요는 없다. 네가 빌려주었던 700만 원만큼은 남겨두었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다음에는 황제가 나보다 가진 돈이 많아지는 건가?

        

       그건 조금 불안한데.

        

       *

        

       “그거 협상법이잖아.”

        

       앨리스는 어이없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은 카페에 와 모여앉아 있었다.

        

       앨리스와 클레어는 진지하게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투자’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이쪽 세상의 시스템을 완전히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황제는 오늘 아침에도 나에게 100만 원을 돌려주었다. 솔직히 이쯤 되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거 사기 수법 아니냐고.

        

       돈 빌린 다음에 계속 꾸준히 갚는 걸 여러 번 반복해 신용을 쌓는다. 그리고 상대가 완전히 자길 믿게 된 다음에 통수를 쳐 돈을 들고 홀라당 날라버리는 거지.

        

       “일단, 그런 종류의 사기는 아닐 거라고 확신해. 황제는 고작 수천만 원에 만족할 인간이 아니거든. 아마 네 돈은 그야말로 종잣돈으로 쓰고 있을 거야.”

        

       “그러면, 그 협상법이라는 건 무엇입니까?”

        

       “간단하잖아? 상대방한테 당장 받기에는 힘든 터무니없는 크기의 요구를 한 다음에, 상대가 그보다는 적은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거야. 너도 2000만 원을 생각했다가 다음에는 1000만 원을 넘겼다면서. 상식적으로, 자기 재산 절반을 그대로 넘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상대가 설령 ‘자기 아버지’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냥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투자’잖아?”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

        

       스콘에 딸기잼을 바르던 클레어가 말했다.

        

       “황제라는 사람이 쩨쩨하게 사기나 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속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잖아? 자기한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말을 꾸몄을 가능성은 있지.”

        

       “…….”

        

       두 사람의 그 말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잊었다.

        

       “뭐, 네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앨리스는 내 표정을 보더니 위로하듯 말했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돈이 굴러가는 걸 보면 투자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걸. 안타깝게도 그런 종류의 사기 수법도 있긴 하지만.”

        

       화면을 조작해서 보여주고, 실제로는 돈이 움직이지도 않는 그런 거 말인가.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게 당한 것 같기도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의심이 많더니, 언니도 허점이 조금 있구나.”

        

       클레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오늘 100만 원 받았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돈은 확실하게 들어왔다.

        

       “그럼 아버지가 그 1000만 원을 다시 그대로 만들어올지 지켜보자고.”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빨대를 빨았다.

        

       *

        

       “어떠냐, 이 정도면 믿겠느냐?”

        

       황제는 내 통장에 1500만 원을 넘긴 다음 그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무려 일주일 만에 이렇게.

        

       “……그럼 당신의 통장엔 이것보다 많은 돈이 있다는 뜻입니까?”

        

       “지금은 그렇지.”

        

       그것참 수완도 좋구만.

        

       “그러니 지금 당장은 돈을 줄 필요는 없다. 내가 가진 돈은 내가 굴려보도록 하마.”

        

       “대체 어떻게 그렇게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겁니까?”

        

       “음? 그야 당연히 세계 신문을 철저하게 읽으며 정세를 파악하지. 나라고 무조건 이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지는 곳도 있어. 하지만 철저하게 분산투자를 해두었기에 일정한 부분에선 반드시 수익이 나는 거다.”

        

       “대체 어디에 얼마나……?”

        

       “내가 투자하는 시장만 네 곳 정도 되는구나. 회사의 경우는 당연히 그보다 훨씬 많고.”

        

       “그걸, 전부 혼자?”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면서 세세한 부분을 하나하나 따져봤던 나다.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 심지어 이 손바닥만 한 기계 하나로 다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 물론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있는 쪽이 좋긴 하겠구나. 모니터 몇 대 정도 들여오는 것은 괜찮겠느냐?”

        

       “…….”

        

       나는 한동안 입을 벌린 채 황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결정이다.”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방송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만.”

        

       “……말씀하십시오.”

        

       “방송에 나 하나만 나올 바에는 너희도 같이 나오는 건 어떠냐?”

        

       “…….”

        

       “너희 셋이라면 충분히 이목을 끌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만.”

        

       “……차라리 따로 방송을 하겠습니다.”

        

       “흠, 그거 조금 아쉽구나. 금방 방송을 시작할 기회가 사라져서.”

        

       하지만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황제는 별로 신경쓰는 표정은 아니었다.

        

       묘하게 열받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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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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